친구의 페이스북 포스팅
어느 날 한 친구가 ‘날씨가 좋으니 너를 만나야겠다’는 짧은 문장을 페이스북에 올린 걸 보았어요. 이 사사로운 문장을 보는데 문득 태희와 인우의 감정이 이렇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좋아서, 혹은 나쁘면 나빠서 서로를 챙기고 싶은 그런 마음이요. 서로를 정말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아주 사소한 것조차도 상대를 떠올리고 챙기고 싶게 만드는 이유가 되니까요. <번지점프를 하다>의 러브 테마인 ‘그게 나의 전부란 걸’ 속 ‘만약에 추운 바람이 우리를 괴롭혀도 서롤 꼭 안아줄 이유일 뿐이야’라는 가사는 이러한 생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영화 <현기증>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원작 영화와는 매우 다른 분위기입니다만, <현기증> 특유의 불안하면서 아름답고 심리적인 느낌을 저희 뮤지컬에서도 조금은 느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특히 버나드 허먼이 작곡한 <현기증>의 음악은 죽은 연인과 꼭 닮은 여자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 이야기를 황홀할 정도로 유려하게 담아냅니다. 여기에서 받은 영감은 2막에 나오는 인우의 솔로곡 ‘겨우’에 가장 많이 반영되지 않았나 싶어요. 죽은 태희를 떠올리게 하는 현빈을 보면서 점점 혼란스러워하는 인우의 감정을 표현한 넘버인데, <현기증>의 정서와 짐짓 맞닿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쉘부르의 우산>
유명한 테마곡으로 기억되는 영화 <쉘부르의 우산>의 정서를 저희 둘 다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이 작품에 어린 ‘이루어질 수 없었던 첫사랑’의 아련함은 <번지점프를 하다>를 작업하는 내내 커다란 영감이 되어 주었어요. 특히 저희 뮤지컬 속 메인 테마라고 할 수 있는 ‘왈츠’는 <쉘부르의 우산>이 전달하는 정서에서 가장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영화 <닥터 지바고> 중 ‘라라의 테마’
‘라라의 테마’는 너무나 훌륭하고 유명한 왈츠곡인 만큼 <번지점프를 하다>의 왈츠를 작업하는 동안 자연스레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라라의 테마’ 주요 멜로디가 메이저 키에 화사한 느낌이라면, 저희 왈츠는 전반적으로 마이너 키에 더 아련하고 회상적인 느낌입니다.
프리실라 안 ‘Dream’
태희의 솔로곡 ‘혹시 들은 적 있니’는 태희가 인우에게 ‘영원히 이어질 사랑에 대한 확신’을 에둘러 표현하는 노래입니다. 이 미묘하고 모호한 감정을 직접적이지 않고 세련되게 표현하고 싶었는데, 적당한 가사가 떠오르지 않아 고민하고 있던 어느 토요일 낮이었어요. 스르르 낮잠에 빠지기 직전, 가물거리는 정신으로 우연히 프리실라 안의 ‘Dream’을 듣게 되었지요. 그 순간 머릿속에 ‘혹시 들은 적 있니’의 가사가 떠올랐습니다. 인우를 향한 사랑의 확신을 오래전 꾼 꿈에 비유하는 태희의 모습을 상상하고 나자, 순식간에 노래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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