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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KETCH]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워크숍 현장 [No.177]

글 |배경희 사진 |양광수 2018-06-08 4,560
즉흥에 몸을 던져라
 
 
전무후무한 한국산 즉흥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시즌2란 모험에 이름을 올린 배우는 모두 여덟 명으로, 초연 멤버인 이영미, 홍우진, 이정수, 정다희와 새롭게 합류한 한세라, 소정화, 안창용, 박은미가 바로 그들이다. ‘오첨뮤’호의 선장과 같은 연출 역은 김태형, 이안나, 장우성이 번갈아 맡을 예정. 관객들의 뜨거운 기대 속에 귀환을 준비 중인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두 번째 프로덕션이 과연 어떻게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지 워크숍 현장을 따라가 봤다.
 


 
지난 5월 10일, 대학로에 위치한 한 연습실. “자, 고개를 들었을 때 서로 눈이 마주친 사람들끼리 비명을 지르는 거예요. 쓰리, 투, 원!” 1초 남짓한 짧은 정적 후에 연습실 가득 비명 소리가 퍼진다. “꺅!” 간단한 게임을 벌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앞으로 더욱 재미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이곳은 어디? 바로 2017년 뮤지컬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킨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의 시즌2 워크숍 현장이다. 초연 당시 그 이름도 생소한 ‘즉흥 뮤지컬’이라는 설명과 함께 관객을 찾아온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은 아이엠컬처의 정인석 프로듀서와 김태형 연출이 의기투합해 선보인 작품으로, 제목처럼 매일 관객과 함께 그날의 공연을 완성해 간다는 점에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시놉시스도 없이 진행되는 공연이라고 하면 쉽게 믿기지 않겠지만, 관객들 사이에서 일명 ‘오첨뮤’로 불린 이 작품은 공연 장르를 무엇으로 할지, 어떤 캐릭터가 주인공이 될지, 극 중 상황은 무엇인지, 공연의 모든 것을 관객과 함께하는 즉흥극이다. 국내에서 새롭게 시도하는 형식이다 보니 초연 작업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바로 이 때문에 이번 시즌은 본격적인 연습에 앞서 워크숍 기간을 갖기로 했단다. 워크숍의 지도자로 나선 이들은 ‘오첨뮤’의 모티프가 된 영국의 대표 즉흥 뮤지컬 <쇼스타퍼(Showstopper! The Improvised Musical)> 팀. 정인석 프로듀서의 설명에 따르면, 초연에서 배우나 스태프 들이 공연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쇼스타퍼> 팀에게 워크숍을 제안했는데, 제작사에서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오랜 시간 공연을 이끌어온 음악감독과 배우들이 강사로 참여하는 일주일 코스 워크숍이 성사됐다고.



5분가량의 워밍업 게임이 끝난 후 이어진 훈련은 동료 배우들이 제시한 키워드를 가지고 즉흥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 훈련의 첫 번째 주자로 초연의 큰 버팀목이었던 이영미가 나섰는데, ‘핫 서머(Hot Summer)’라는 단어가 주어지자 즉석에서 간단히 노래를 완성하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어줬다. 초연 때 즉흥극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공연에 참여하느라 그야말로 고군분투했다는 그녀는 이번 워크숍을 통해 즉흥극에선 서로 믿고 의지하는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단다. 또한 우리나라 배우들이 감성적인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고. 그런 만큼 초연과는 또 다른 무언가가 나올 것 같다는 게 그녀의 이번 시즌 기대 포인트다. 청산유수의 말발로 초연을 빛낸 이정수 역시 새로운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첫공 버프’가 사라진 이번 시즌이야말로 진검 승부가 될 것이라는 부담감에 처음엔 참여를 망설였다는 그. 하지만 이번 워크숍에서 <쇼스타퍼> 배우들이 보여준 즉흥극 장르에 대한 확신을 통해 이 공연을 잘 해내는 중요한 비법이 무엇인지 마음 깊이 느꼈다고 한다. 때론 공연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더라도, 그리고 실패하더라도 괜찮다는 용기 또한 얻게 됐다고. 앞으로 개막까지 남은 시간은 한 달 남짓.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의 두 번째 모험에 참여하는 모든 배우와 스태프는 두려움과 설렘을 동시에 느끼며 오늘도 열심히 즉흥에 몸을 던지고 있다. 훨씬 더 쫄깃해진 즉흥극의 세계로 관객을 초대할 거란 각오와 함께! 
 
 
 
MINI INTERVIEW
<쇼스타퍼> 앤드루 퍽슬리 & 수잔 해리슨


언제 어떻게 <쇼스타퍼>에 합류하게 됐나.
앤드루  2010년 에딘버러 페스티벌에서 <쇼스타퍼>를 처음 보고 곧바로 오디션 정보를 찾아봤다. 당시 공연에 완전히 매료됐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 팀과 함께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쇼스타퍼>는 올해로 11년째를 맞았는데, 나는 8년 전 오디션을 본 이후로 쭉 이 공연과 함께하고 있다. 
수잔  난 이제 5년 정도 됐다. 나 역시 오디션을 거쳐 팀에 합류했는데, 오디션 당시 즉석에서 나오는 음악에 맞춰 다른 배우들과 함께 연기한다는 게 재밌더라. 특히 즉흥적으로 하모니를 이뤄낸다는 게 무척 매력적이었다. 그 어떤 오디션을 봤을 때보다 꼭 뽑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즉흥극이란 장르에 매력을 느낀 것은 언제부터인가.
앤드루  대학 시절 동아리 활동에서 처음 즉흥극을 접하게 됐다. 그 자리에서 무언가를 바로 만들어간다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론 가장 순수한 형태의 공연이 즉흥극 아닐까 싶다. 작품에 작가나 연출이 없기 때문에 내가 하는 것이 정답이란 믿음으로 끝까지 공연을 밀고 나가야 하는 점이 매력적이다.
수잔  나도 드라마 스쿨 학생일 때 처음으로 즉흥극을 접하고 흥미를 느꼈다. 당시만 해도 전문 즉흥극 극단이 있다는 걸 몰랐는데, 그러다 <쇼스타퍼> 팀을 알게 된 거다. 그 전에 내가 경험한 즉흥극은 음악 없이 연기로만 이뤄진 공연이었기 때문에 처음 <쇼스타퍼> 공연을 봤을 때 많은 충격을 받았다. 또 그만큼 큰 매력을 느꼈다. 



즉흥극 배우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앤드루  즉흥극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는 즉흥극을 하는 사람들은 엄청나게 창의적이고 웃길 거란 생각이다. 헌데 실제로는 그 정반대의 경우가 많다. 왜냐면, 즉흥극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즉흥극은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그에 맞는 간결한 표현으로 하나씩 벽돌을 쌓아 거대한 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수잔  맞다. 어떤 상황에 대해 바로바로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단 지금 이 무대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서로에게 집중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그리고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것을 겁내지 말아야 한다. 극 중에서 우스꽝스러워 보인다고 해서 당신이란 사람이 우스워지는 것은 아니니까.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자세 중 하나다.  

한국에서의 워크숍은 어땠나.
앤드루  지금까지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도시에서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우리 워크숍의 목표 중 하나는 우리가 가진 노하우를 공유해 즉흥극에 대한 지름길을 알려주는 것이다. 물론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우리 또한 많은 것을 배운다. 한국 배우들은 집중력이 굉장했다. 새로운 것을 배웠을 때 그것을 대하는 열린 자세 또한 많은 영감을 주었다. 
수잔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다. 일주일간의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깜짝 놀랄 만한 순간들이 많았는데, 이렇게 단기간에 많은 발전을 이뤄낸 팀은 처음이다. 앤드루 말처럼 높은 집중력이나 두려움 없는 자세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워크숍을 마친 후 영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쇼스타퍼> 공연이 시작되는데,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단 자극을 받았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7호 2018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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