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감옥의 비밀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시인이자 극작가 세르반테스가 신성모독 죄로 감옥에 끌려오면서 시작된다. 돌벽으로 둘러싸인 어두운 지하 감옥. 하지만 세르반테스가 연극을 시작하는 순간 무대는 돈키호테가 살고 있는 라만차로 모습을 바꾼다. 극중극 컨셉에 맞게 전체 세트를 교체하는 대신 간단한 변화로 다양한 장소를 표현해 낸 <맨 오브 라만차>의 무대. 노병우 무대감독의 안내를 받아 그 안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쳐 봤다.
여관 장면에서 내려오는 거대한 테이블. 노새끌이 역 배우들이 밧줄을 당기는 액션을 취하지만 실제로는 모터로 움직이는 오토메이션 장치다.
지하 감옥의 입구와 연결된 다리는 모터가 아닌 사람의 힘으로 움직인다.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한 장치로, 다리 반대편에 같은 무게의 철판을 얹고 로프를 연결했다. 스태프가 뒤에서 모니터를 지켜보다가 로프를 풀면 다리가 내려가고 당기면 올라온다. 여러 개의 도르래 덕에 한 사람의 힘으로도 충분히 로프를 당길 수 있다.
간수들이 감옥 밑바닥에 갇혀 있던 죄수를 끌어내는 장면은 극중극과 대비되는 비정한 현실을 보여준다. 해당 장면에서 죄수 역 배우는 무대 밑으로 연결된 계단을 타고 올라와 이곳에서 대기한다. 하부 구조를 변형할 수 없는 극장에서 공연할 경우 오케스트라 피트를 이용하기도 한다.
알돈자가 일하는 빨래터. 무대 앞에 수로를 만들고 펌프로 물을 끌어올려 졸졸 흘러내리게 만들었다.
세르반테스의 짐 궤짝에는 돈키호테 의상을 비롯한 각종 소품이 들어 있다. 이 상자는 간수들이 집어던져도 내용물이 손상되거나 뒤섞이지 않도록 연구를 거듭해 제작했다. 충격을 흡수하는 플라스틱 그물망으로 궤짝을 만들고, 그 안에 마네킹 헤드를 고정시켜 돈키호테 가발이 망가지지 않게 했다. 수염은 나무상자에 따로 넣어 세팅한다. 그래도 내용물이 뒤섞일 경우 죄수들이 뒤적이는 척하며 정돈해 주기로 약속이 되어 있다.
세르반테스의 원고와 돈키호테의 편지에는 필기체로 글이 쓰여 있다. 극과 일치하는 내용은 아니지만 원고와 편지의 느낌을 살리기 위한 디테일이다.
돈키호테의 창은 같은 모양으로 세 가지 종류가 존재한다.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로 변신하는 장면에서는 조립식 창을 사용하고, 퇴장한 뒤 완성된 창으로 교체한다. 또 전투 장면에서는 사람이 매달려도 될 만큼 무겁고 튼튼한 창을 사용한다. 알돈자가 돈키호테에게 건네는 증표도 실제로는 두 개가 마련되어 있다. 즉, 알돈자 역 배우가 땀을 닦는 천과 돈키호테 역 배우가 얼굴을 부비는 천은 다행히도 별개의 천이라는 사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6호 2018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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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PHOTO LETTER] <맨 오브 라만차> 백스테이지 [No.176]
글 |안세영 사진 |심주호 2018-05-17 8,751sponsored adv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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