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어서 더 멋진 모험
지난 2월 일간스포츠는 100명의 아이돌에게 직접 분야별 최고의 아이돌을 꼽아달라는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유일하게 2관왕을 차지한 인물이 비투비(BTOB)의 리더이자 메인 보컬 서은광. 그가 1위를 차지한 분야는 ‘아이돌 최고 보컬’과 ‘코믹 아이돌’이다. 지난 6년간 무대와 예능 프로그램을 넘나들며 이 두 가지 수식어는 서은광을 대표하는 키워드가 됐다. 보증된 가창력과 넘치는 끼를 지닌 그는 뮤지컬계에서도 탐낼 만한 인재가 아닐 수 없었다. 2013년 <몬테크리스토>의 알버트로 뮤지컬에 데뷔한 서은광은 2017년 <햄릿>의 타이틀롤을 맡은 것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뮤지컬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가 여섯 번째로 맡은 역할은 올해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삼총사>의 달타냥.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이 원작인 <삼총사>는 왕실 친위대 삼총사와 총사를 꿈꾸는 청년 달타냥의 모험과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처음 발 디딘 파리에서 우왕좌왕하면서도 용감하게 모험에 뛰어들어 성장해 나가는 달타냥의 서사는 뮤지컬이라는 낯선 무대에서 꿈을 향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서은광의 모습과도 맞닿아 있다. 이제 또 하나의 모험에 나서는 그는 얼마나 더 멀리 나아가게 될까.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는 이 주인공의 활약을 지켜볼 시간이다.
노래로 이야기하는 배우
2013년 <몬테크리스토>, <총각네 야채가게>, <광화문 연가2>에 연달아 출연한 뒤, 2017년 <햄릿>으로 돌아오기까지 텀이 길었어요. 차기작이 늦어진 이유가 뭔가요?
개인 활동보다 비투비 활동에 집중하는 시기가 필요했어요. 하지만 그 사이에도 회사랑 얘기는 계속해 왔죠. 뮤지컬을 다시 하고 싶은데 언제쯤 기회가 있을까요 하고. 이제는 비투비가 자리를 잘 잡아서 개인 활동의 여지가 생겼어요. 마침 <햄릿>의 주인공이라는 좋은 기회를 잡아 뮤지컬 무대에 돌아올 수 있었죠.
뮤지컬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시작됐어요?
고등학생 때 박은태 선배님이 방송에 나와서 ‘대성당들의 시대’를 부르신 걸 들었어요. 그 노래를 듣고 뮤지컬 넘버가 얼마나 멋진지 알게 됐어요. 뮤지컬은 가사 내용에 감정을 실어 힘있게 전달하잖아요. 가요에 비해 ‘노래로 이야기한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노래를 통해 직접적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죠.
은광 씨의 가창력이야 유명하지만, 그래도 뮤지컬 노래를 부르면서 가요와 달리 어렵게 느껴진 부분이 있나요?
저는 가요보다 뮤지컬 넘버가 더 노래하기 편해요. 제 목소리나 발성 자체가 뮤지컬에 잘 맞는 것 같아요. 전부터 녹음할 때마다 뮤지컬처럼 부른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거든요. 가요는 그 느낌을 빼고 부르려니 힘든데, 뮤지컬 넘버는 마음 놓고 부를 수 있어서 좋아요. 대신 연기가 어렵지만!
지금까지 작품에서 가장 연기하기 어려웠던 역할은 뭐예요?
고생을 많이 한 건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순호죠. 소극장 뮤지컬이라는 점 자체가 낯설었거든요. 대극장 연기와 소극장 연기는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액션부터 감정 표현, 소리 내는 법, 심지어 노래 부르는 법까지 달랐어요. <햄릿> 끝나고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 들어왔을 땐 너무 멀리 떨어져서 연기한다고 혼났는데, <여신님이 보고 계셔> 끝나고 <삼총사>에 들어왔더니 이젠 너무 가깝대요! (웃음) 대극장에 맞는 큰 액션을 취하는 데 다시 익숙해져야 했어요.
10주년을 맞아 초연 멤버를 비롯해 <삼총사>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어요. 그 가운데 뉴 캐스트로 합류한 소감이 어때요?
영광 아닙니까! 감사히 하고 있어요. 워낙 대단한 선배님들이 모여 계셔서 연습 전부터 긴장하긴 했는데 막상 뵈니 다들 잘해 주세요. 신성우 선배님은 4년 전에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번 뵀는데 그걸 기억하고 반갑게 맞아주시더라고요. 민영기 선배님은 전작 <햄릿>을 함께할 때부터 <삼총사>가 제게 잘 맞을 것 같다고 추천해 주신 분이고요. 연습하면서 선배님들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제가 유준상, 엄기준 선배님과 같은 대기실을 쓰거든요. 두 분이 제 시선 처리며 감정 연기를 굉장히 디테일하게 잡아주셔서 감동했어요.
은광 씨가 맡은 역할은 총사를 꿈꾸는 달타냥이죠. 달타냥과 본인의 닮은 점이 뭔 것 같아요?
정의는 반드시 살아 있다고 믿는 점! 저는 성선설을 믿어요. 누구나 본성은 착하고 마음속 어딘가에는 정의감이 살아 있다고 믿습니다. 또 한편으로 달타냥은 시골에서 막 올라온 경험이 부족한 청년이잖아요. 용감하지만 어리숙한 허당 이미지예요. 그래서 노련한 삼총사에게 장난스런 놀림을 당하기 십상이죠. 사실 제가 비투비 안에서 그런 ‘몰이당하기’ 담당이거든요. <삼총사>에서도 어느새 그런 역할을 맡고 있더라고요. (웃음) 그래서인지 같이 연습하는 선배님들이 저한테 달타냥이 딱 어울린대요. 아무래도 제가 달타냥 역의 배우 중 막내니까 서툴지만 패기 넘치는 모습을 잘 표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삼총사>는 그동안 배우들의 재밌는 애드리브로 인기를 끈 작품이기도 해요. 이번 공연에서 은광 씨의 애드리브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사실 달타냥은 나서서 애드리브를 치기보다 삼총사의 짓궂은 장난에 장단을 맞춰야 하는 역할이에요. 중간에 달타냥이 객석에 내려가 삼총사가 즉석에서 주는 미션을 수행하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 무슨 미션을 받게 될지 몰라 긴장하고 있어요. 선배님들이 각오하라며 복근 만들어두라고 하시던데… 두렵습니다.
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
<삼총사>는 달타냥과 삼총사의 끈끈한 연대가 돋보이는 작품이잖아요. 실제로 은광 씨에게 삼총사 같은 존재는 누구예요?
저한테는 세 명이 아니라 세 팀이 있어요. 가족, 비투비 그리고 제 오래된 친구들. 제 핸드폰 주소록을 보면 여기 속한 사람들 이름은 하트가 붙어서 저장돼 있어요.
같은 멤버인 이창섭 씨도 2017년 <꽃보다 남자 THE MUSICAL>로 뮤지컬에 데뷔해 활동하고 있어요. 먼저 뮤지컬을 시작한 선배로서 창섭 씨에게 조언해 준 게 있다면요?
창섭이가 출연한 <꽃보다 남자>와 <나폴레옹>은 저도 봤어요. 하지만 서로가 서로의 무대를 보고 조언을 하진 않아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하는 거 알고 있으니까. 제 주변의 뮤지컬 배우나 관계자분들한테서도 창섭이 칭찬을 엄청 듣거든요. 정말 열심히 하는 친구라고요. 창섭이가 최근에 출연한 <애드거 앨런 포>는 스케줄 탓에 보지 못했지만 뮤지컬 넘버는 들어봤어요. 창섭이가 연습하면서 힘들어하는 걸 봤는데, 제가 들어도 노래가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거기에 도전하고 또 소화해 내는 창섭이가 대단했어요.
싱가포르에 디저트 카페를 열었다는 뜻밖의 소식도 들었어요.
저한테 삼총사 같은 존재가 있냐고 물으셨잖아요. 그때 말한 오래된 친구 두 명과 저, 그리고 제 친동생이 함께 연 카페예요. 중고등학교 때부터 함께 사업을 해보자는 꿈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러다가 친구 하나가 싱가포르에서 경영학 공부를 마쳤고, 친동생도 바리스타에 관심이 있던 터라 같이 카페를 열기로 했어요. 넷이서 인테리어부터 메뉴 개발까지 엄청 공을 들였죠. 한국에서 유명한 카페라면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예요. 빙수기를 사서 두 달 동안 합숙하며 온갖 빙수로 배를 채우기도 했어요. 사실 사업을 한다는 느낌보다는 우리 사총사가 새 인생을 시작한다는 느낌이 커요. 친구와 동생이 새로운 삶을 사는 데 제가 동참하고 도움도 줄 수 있다는 게 기뻐요.
음악적으로 더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는 없어요?
있어요. 대성 선배님의 ‘날 봐, 귀순’을 잇는 트렌디한 트로트! 저랑 창섭이랑 같이 도전하려고 기회를 노리고 있어요. 하하! 물론 저의 변치 않는 꿈은 한국에서 손꼽히는 보컬리스트가 되는 거죠. 그러기 위해 계속 훈련과 연구를 거듭하고 있어요. 이 꿈만은 끝까지 놓지 않고 꼭 이룰 거예요.
뮤지컬에도 꿈의 역할이 있나요?
감히 꿈꾸자면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지저스가 하고 싶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넘버가 ‘겟세마네’거든요. 고등학생 때 빌리 포터라는 흑인 가수가 이 노래를 부른 걸 듣고 충격을 받았어요. 나중에 뮤지컬을 하면서 박은태 선배님이 이 넘버를 부르신 걸 듣고 다시 한 번 반했어요. 개인적으로 박은태 선배님의 노래를 굉장히 좋아해서 롤모델로 삼고 있거든요. 선배님이 불렀던 넘버로 노래 연습을 많이 하는데, 그중에서도 ‘겟세마네’는 몇 번이나 반복해 들었는지 몰라요. 언젠가 그 노래를 무대 위에서 진실되게 부르는 제 모습을 상상하면 짜릿해요. 그걸 목표로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
오늘 이 인터뷰가 은광 씨의 첫 단독 인터뷰라고 들었어요. 혹시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마지막으로 관객 여러분께 한마디 해도 될까요? 아이돌 가수의 뮤지컬 활동이 마냥 고운 시선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래서 힘들 때도 있지만 그럴수록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드리려고 노력해요. 특히 절 믿고 보러 와주시는 팬분들을 생각하며 더 힘내서 무대에 서고 있습니다. 그분들에게 자랑스러운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제가 느끼는 이 감사함이 객석까지 잘 전달되면 좋겠습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5호 2018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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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OTLIGHT] <삼총사> 서은광 [No.175]
글 |안세영 사진 |심주호 2018-04-17 11,509sponsored adv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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