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전쟁과 혁명을 배경으로 시인이자 의사인 닥터 지바고의 이야기를 그렸어요. 노벨문학상에 선정된 그의 기념비적인 소설은 총 17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지막 장에는 유리 지바고가 쓴 25편의 시가 담겨 있죠. 이 장은 본질적으로는 소설이지만, 시의 언어로 쓰여 있어요. 이것이 뮤지컬 <닥터 지바고>를 작곡하는 데 큰 영감이 되었죠. 어느 누구도 이 방대한 소설을 세 시간짜리 뮤지컬로 축약하긴 힘들 거예요. 그럼에도 음악의 언어로 이 소설의 본질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어요."
Two Worlds
혁명 초기 모스크바에는 두 개의 세계가 존재했어요. 엘리트층과 빈민층, 귀족층과 노동자층. 주인공인 유리 지바고는 엘리트이자 귀족층의 세계에서 성장했어요. 반면 빛나는 라라는 유리와는 정반대의 세계에서 자라났죠. 이 곡은 작품의 오프닝곡인데, 이를 통해 두 개의 세계를 소개하고 싶었어요. 사랑과 혁명 속에서 두 세계가 충돌하며 시작되는 이야기, 음악을 통해 그 시작을 표현하려고 했죠.
Who Is She?
악명 높은 코마로프스키에게 지배당해 왔던 라라. 그녀는 이 기생충 같은 인물로부터 도망치길 원하면서 점차 광기에 빠져들어요. 급기야 유리와 토냐의 결혼식이 거행되는 날 그곳에 있던 코마로프스키를 향해 총을 겨누게 되죠. 그때 유리는 라라의 열정에 완전히 압도당하게 돼요. 유리의 삶이 뒤바뀌는 순간이죠. 때문에 이 노래는 하나의 상징과 같아요. 한 소녀의 열정을 마주하게 된 유리의 감정들이 이 노래를 통해 표현되기 때문이죠.
It’s A Godsend
라라와 혁명가 청년 파샤의 결혼을 축하하는 노래예요. 그리고 이 장면에서는 학생들의 열정과 청년들의 정치적인 열망을 느낄 수 있죠. 때문에 이를 러시아 전통 민요와 춤으로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의 시대상을 잘 반영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러시아 전통 민요에서 모티프를 얻어 이 곡을 만들게 되었죠.
When The Music Played
결혼식이 끝난 후 라라와 파샤는 첫날밤을 맞이해요. 그때 파샤는 라라에게 자신이 숫총각임을 고백하죠. 반면 라라는 파샤에게 코마로프스키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걸 이야기해요. 라라는 강한 권력을 지닌 이 부유한 남자에게 저항할 수 없었어요. 때문에 매혹적인 멜로디를 펼치며 라라가 유혹당한 과정들을 묘사하였죠. 안타깝게도, 라라는 파샤가 용서해 주기를 바랐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어요. 파샤는 결국 라라와 러시아를 재앙 속에서 구하기 위해 혁명군에 합류하죠.
Now
유리는 제1차 세계대전이 진행되고 있던 전방에 의사로 자원을 해요. 라라 또한 남편 파샤를 찾기 위해 자원봉사 간호원으로 그곳을 찾죠. 유리는 라라를 보고 충격에 빠져요. 두 사람의 정서적인 결합은 부상을 당한 얀코의 등장으로 가로막히게 되죠. 하지만 얀코를 살려내는 수개월의 과정에서 그들 사이에는 무언의 유대감이 형성돼요. 그런데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이 들리고, 유리와 라라는 각자의 길을 가기 위해 기차를 타야 했죠. 이때 얀코가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두 사람 앞에서 숨을 거두게 돼요. 라라는 얀코의 군복에서 그가 사랑하는 카타리나를 향해 쓴 편지를 발견해요. 그렇게 얀코의 편지를 읽으면서 유리와 라라의 노래가 시작되죠. 얀코는 결코 그의 마음을 고백하지 못했지만, 유리와 라라는 얀코의 편지를 통해 서로를 향한 사랑과 그 절박함을 느끼게 돼요. 그런 두 사람의 감정을 잘 담아낸 노래랍니다.
Love Finds You
<닥터 지바고>는 인간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진 세 남자, 그리고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진 두 여자에 대한 이야기예요. 유리는 자신의 소울메이트인 라라를 다시 만나지 않기 위해 애를 쓰지만, 결국 운명이 그들을 다시 만나게 해주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돼요. 이 노래는 다섯 명의 중심인물들이 각기 다른 장소에서 사랑을 향한 자신의 감정을 보여주는 오중창이에요. 유리와 라라, 파샤와 토냐, 그리고 코마로프스키까지, 이들은 사랑이 자신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노래해요. 오페라를 향한 저의 사랑을 마음껏 펼친 곡이라고 할 수 있죠.
On The Edge Of Time
빨치산 부대에서 도망친 유리는 그의 가족 사유지에 반죽음 상태로 도착하게 되고, 그곳에서 라라와 함께 지내게 돼요. 그 절박함 속에서 유리와 라라가 함께 부르는 사랑의 노래예요. 이 노래는 <닥터 지바고>의 테마곡이에요. 이를 통해 사랑과 예술은 죽음 후에도 계속 이어진다는 것을 표현했어요. 전쟁과 탄압, 파괴라는 시간의 벼랑 끝에서도,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걸 말이죠. 지바고는 가족들이 파리로 피신했기 때문에 그들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닫지만, 그 고통과 상실 속에서 라라를 통해 또 다른 아름다움과 희망을 발견하게 되죠.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자신들이 항상 생각해 온 것을 함께하기로 결정해요. 비록 벼랑 끝의 시간에 서 있을지라도.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5호 2018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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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NUMBER BEHIND] 루시 사이먼 작곡가의 <닥터 지바고> [No.175]
사진 |박보라 정리 | 나윤정 2018-04-17 5,308sponsored adv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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