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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INSPIRATION] <스모크> 추정화 작가의 영감 창고 [No.175]

글 |추정화(연출가·작가) 정리 | 안세영 2018-04-17 5,005


영화 <나는 사랑과 시간과 죽음을 만났다>
이 영화를 본 건 작년 겨울이니 <스모크>를 쓰는 데 영감을 얻었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스모크>에서 내가 그린 ‘홍’이란 인물과 가장 닮아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사랑과 시간과 죽음. 어느 인간이 이 세 가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영화에서 말하듯 우리는 모두 이 세 가지 개념으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에게 선물처럼 놓여 있는 시간 속에서 삶의 고통이 주는 아름다움을 즐기며, 사랑이란 사랑하는 사람의 웃음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후벼파는 고통 속에서도 존재함을 알아가는 것. 위트와 패러독스를 사랑하고 자살을 갈망하며 비난 속에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시인 이상. 그의 난해한 문장 한 줄 한 줄이 문득 외롭고, 문득 아름답고, 문득 슬픈 이유도 결국 그가 삶을, 삶의 고통이 주는 아름다움을 노래했기 때문이 아닐까. 사랑과 시간과 죽음으로 연결된 삶 말이다.




구본웅의 초상화 ‘우인상’
화가 구본웅이 그린 이상의 초상화 ‘우인상’. <스모크>를 쓰는 내내 ‘초’를 상상하며 그 초상화를 들여다봤다. 중절모를 쓰고 파이프를 문, 백짓장처럼 창백한 얼굴에 담뱃불처럼 빨간 입술을 가진 한 남자. 고독하고 예민해 보이는 눈매를 가진 외로운 시인. <스모크>에서는 초월자의 의미로 ‘초’라고 이름 지었지만, 실제 작가의 필명인 이상은 어쩌면 중학교 시절 구본웅에게 선물 받은 오얏나무로 만든 화구통에서 따왔을지도 모른다 생각한다. 오얏나무 이(李)에 상자 상(箱)을 따와 자신의 필명을 이상이라 지었다면, 정말 그는 화구통을 든 시인이었던 것이다. 이마저도 그처럼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이상의 소설 『날개』
고등학교 연극반 시절, 선배 언니들이 무척이나 사랑했던 연극이 있다. 내가 입학하기 한 해 전, 청소년 연극제에 나간 그 연극은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을 정도로 좋은 작품이었다고 한다. 그 공연이 바로 이상의 소설 『날개』를 극화한 작품이었다. 호기심을 느낀 나는 곧장 『날개』를 읽었고, 완전히 빠져들었다. 그 후로 나는 하기 싫은 일이 생길 때마다 『날개』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그대는 이따금 그대가 제일 싫어하는 음식을 탐식하는 아이러니를 실천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소. 위트와 패러독스와…’ 싫어하는 음식을 탐식하는 마음으로 그 하기 싫은 일들을 견뎌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절망의 순간마다 『날개』의 마지막 구절을 붙들었다.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지금도 기분 좋은 밤이면 하늘을 훨훨 나는 꿈을 꾼다. 비상! 비상은 언제나 비상하리만치 신통하게 날 비상시킨다.




음악 ‘Smoke Gets In Your Eyes’
1933년 뮤지컬 <로베르타>에 사용된 후, 여러 가수가 리메이크하며 유명해진 노래다. 이 곡의 마지막 가사는 다음과 같다. ‘When a lovely flame dies, Smoke gets in your eyes.’ 사랑의 불꽃이 꺼지면 그 연기가 눈에 들어가 눈물을 흘린다는 가사를 보며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을 지녔던 이상의 가슴에선 얼마나 많은 연기가 피어올랐을까. 그 연기에 그는 얼마나 울었을까. 눈물이 많다는 것은 울 일이 많은 것이 아니라 그만큼 가슴이 뜨겁다는 증거다. 그걸 깨닫게 해준 게 이 곡이다. 뜨거운 열정의 대명사, 스모크(SMOKE)! 이상을 대표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단어라고 생각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5호 2018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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