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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HOT MUSICAL] <스모크> [No.175]

글 |안세영 사진제공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2018-04-06 5,081
<스모크>
천재의 생이 타오른 자리
 

 
시인 이상의 삶과 작품을 소재로 한 창작뮤지컬 <스모크>가 재연을 올린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인터뷰>, <원스어폰어타임 인 해운대>를 만든 추정화, 허수현 콤비의 작품이다. 추정화가 극작과 연출을, 허수현이 작곡과 음악감독을 맡은 <스모크>는 2016년 트라이아웃 공연을 거쳐 2017년 초연을 올렸다. 초연은 어둡고 미스터리한 분위기, 긴장감 넘치는 인물 관계로 마니아의 사랑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스모크>의 무대는 단 세 명의 인물로 채워진다. 글을 쓰는 고통과 독자에게 외면당하는 현실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초(超)’,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못해 현실에서 도망치고자 하는 ‘해(海)’, 그리고 둘에게 납치당한 병약한 여자 ‘홍(紅)’. 세 사람은 아무도 찾지 않는 폐업한 카페에 머무르고 있다. 바다를 꿈꾸는 순수한 소년 해는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초에게 휩쓸려 납치에 동조한다. 하지만 초가 자리를 비운 사이 홍이 기침을 하자 마음이 약해져 결박돼 있던 홍을 풀어준다. 풀려난 홍은 해에게 자신이 기억나지 않느냐고 묻고, 서서히 세 사람을 둘러싼 비밀이 밝혀진다. 자기 파괴의 충동을 느끼는 초와 강한 삶의 의지를 지닌 홍, 그 사이에서 갈등하던 해에게는 곧 결단의 순간이 찾아온다. 
작품의 제목인 ‘스모크’는 이상의 예술혼이 불꽃처럼 타들어간 자리에서 피어난 연기를 상징한다. <스모크>에 등장하는 세 인물의 이야기 이면에는 시대를 앞서간 이상의 천재성, 식민지 조국에서 살아가는 예술가의 고뇌,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날고자 한 열망이 담겨 있다. 대사와 가사 안에는 시 ‘오감도’, ‘건축무한육면각체’, ‘거울’, ‘가구의 추위’, ‘회한의 장’과 소설 『날개』, 『종생기』, 수필 『권태』 등 국내 모더니즘 문학의 시초로 평가받는 이상의 대표작이 녹아 있다. 그중에서도 <스모크>의 가장 큰 모티프가 된 작품은 시 ‘오감도(烏瞰圖) 제15호’. ‘나는 거울 없는 실내에 있다. 거울 속의 나는 역시 외출 중이다. 나는 지금 거울 속의 나를 무서워하며 떨고 있다. 거울 속의 나는 어디 가서 나를 어떻게 하려는 음모를 하는 중일까.’ 이 같은 시구가 암시하는 것처럼 <스모크>는 인간 내면의 갈등과 자아의 충돌을 보여준다. 
 
재연은 트라이아웃 공연부터 함께 작품을 만들어온 배우들의 귀환과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뉴 캐스트들의 하모니로 기대를 모은다. 시를 쓰는 남자 초 역에 초연의 김재범과 김경수가 다시 돌아오고 김종구, 임병근이 새롭게 합류한다. 그림을 그리는 소년 해 역에는 초연의 윤소호와 뉴 캐스트 박한근, 강은일, 황찬성이 출연한다. 부서질 듯한 고통을 지닌 여자 홍 역은 초연의 정연, 유주혜와 뉴 캐스트 김소향이 맡는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5호 2018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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