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유민법의 정체성
뮤지컬 마니아들에겐 익숙한 이름 ‘엄유민법’. <삼총사>에 출연한 엄기준, 유준상, 민영기, 김법래의 성을 한 글자씩 따서 부르는 이 별명은 작품의 팬들이 직접 만든 고유명사다. 네 사람은 같은 작품에 참여한 동료에서 사적인 모임으로 발전했고, 심지어 콘서트까지 열며 끈끈한 우정을 이어 나가고 있다. 이들이 약 4년 만에 ‘엄유민법’의 시작이었던 <삼총사>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돌아온다. 유쾌하고 상쾌한 외모와 인품 그리고 입담까지 매력이 철철 넘치는 이들. 나이를 잊은 엄유민법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10주년을 기념해 <삼총사>가 무대에 오른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유준상(이하 유) 2009년에 참여할 때부터 재미있었어요. <삼총사>는 정말 많은 관객들이 좋아해 주셨죠. 돌이켜보면 ‘언제 이렇게 시간이 갔지?’라고 되물을 정도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어요. 지난 시즌 무대 인사였나. 그날 문득 ‘10주년에 마침 평창 올림픽이 열리니 그때 이 작품을 다시 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슬퍼했던 기억이 나요. 이번에 혼자 <삼총사> 대본을 읽는데, 이 친구들이랑 함께했던 장면이 떠오르는 거예요. 갑자기 눈물이 났죠. 대본을 읽으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또 ‘아, 앞으로는 못하겠구나. 이 역할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겠구나’란 생각이 드니까 또 눈물이 났고. 사실 연습하다가 항상 우는 ‘삼총사들이여~ 우리 함께 해주오’라는 노래가 있는데, 역시나 부르다가 눈물이 나더라고요. 울면서도 나한테 정말 행복하고 즐겁고 많은 것이 담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어요. 한편으로는 언젠가는 끝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굉장히 아쉬운 작품이죠. 그런데 왜 이렇게 숙연한 분위기죠…?
엄기준(이하 엄) 저는 올해가 <삼총사> 마지막 출연인 것 같아요.
민영기(이하 민) 너 아라미스 한다고 그랬잖아.
김법래(이하 법) 아토스였지.
민_ 아라미스!
법_ 아, 맞다. 그렇지. (웃음)
엄_ 달타냥을 하기엔 제가 나이가 많고, 다른 역을 하면 형들과 같은 공연을 못 하잖아요. 그러니까 안 하는 걸로.
유_ 2년만 더 하자.
엄_ 43세 달타냥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후배들이 들어와서 새로운 달타냥을 보여주어야죠.
유_ 후배들은 다 알아서 열심히 해. (폭소)
민_ 저도 초연 당시가 떠오르는데 왕용범 연출님이 극장을 돌아다니면서 원하는 배우를 모았어요.
유_ 진짜 어벤저스처럼 만든 거예요. 너무 신기하죠?
민_ 처음 만났을 때, 준상 형은 상당히 다가가기 어려운 선배 중 하나였죠. 카리스마도 어마어마했고. 그랬는데 연습하면서 술자리가 엄청 많았어요. 이런 말 해도 되나? (웃음) 저는 그때 술을 마시면 안 되는 상황이었어요. 아침에 <삼총사> 연습을 하고 저녁에 <이순신> 무대에 서야만 했거든요. 그런데 느닷없이 전화가 오는 거예요. ‘아라미스만 없다’고. 그때부터 총사들은 무조건 하나여야 된다는 걸 형들이 각인을 시켜주기 시작했어요. (폭소) 특히 전 이 작품을 만나면서 ‘같이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작품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이를 토대로 개인적으로는 성격이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죠.
법_ 영기를 사람 만들었네. (웃음)
민_ 배우들끼리 서로 의지가 되는 작품이죠. 형들 그리고 우리 막내 기준이를 만난 것만으로도 굉장히 뜻깊고 좋은 작품이에요.
엄_ 그래서 저한테는 힘들었어요. (일동 폭소) 저는 그때 <잘했군 잘했어>라는 일일드라마를 찍고 있었는데, 공연이 끝나면 밤 11시에요. 다음 날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다들 술 한잔하고 가래요. ‘죄송합니다. 제가 내일 첫 신입니다’ 이랬는데….
민_ 아니야, 아니야. 와.
엄_ 법래 형이 ‘막내야~’ 이러는 바람에 제가 2시까지 술을 먹고 잠도 못 자고 첫 촬영 나가고.
유_ 그래도 그때는 삼십 대 초반이었으니까, 뭐.
엄_ 중반이었습니다.
법_ 한 번도 집에 그냥 간 적이 없었지.
엄_ 이렇게 모이면 진짜 한 번도 그냥 간 적이 없었어요.
유_ 저도 어디서 술을 잘 안 마시는 데, 항상 같이 있었던 것 같아요.
법_ 형이 항상 주동했던 건데? ‘자, 오늘은 어디로?’ 이러면서.
유_ 요즘은 술자리에 가도 제일 먼저 나오는데, 주동도 안 하고. (웃음)
<삼총사>에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민_ 많아요. 정말 많아요. 저는 일단 유준상 형님의 뒷모습에서 커다란 땀방울을 본 기억이 있어요.
유_ 제가 노래를 하다가 가사를 바꿔 불렀어요.
엄_ 1절에서 2절 가사를 먼저 불러버렸어요. (크흐흑)
민_ 그래서 뒤에서 2절 가사를 불러야 하는데 먼저 불러버려서!
유_ 거기서 노래를 불러야 박자를 맞춰 다른 사람이 들어오기 쉬운데 그럴 수 없으니까. 대신 전 눈을 마주치면서 박자를 맞춰줬죠.
민_ 거기서 (주먹을 꼭 쥔 채 유준상을 바라보며) 음! 음!
엄_ 준상 형이 거기서 ‘날 믿어! 날 믿게!’ 이러다가 그냥 나가는데 우리 셋만 덩그러니 남겨져서!
민_ 와, 그때 정말 준상 형님 뒷모습에 땀방울이 이만한 게 보이더라고요. 엄청 빨리 들어가셨어요.
엄_ 또 한번은 감옥으로 왕을 구하러 갔다가 감옥이 무너지면서 아토스가 다쳐요. 그러면 달타냥인 제가 아토스를 부축해서 나가야 하는데 먼저 다들 그냥 나가버린 거예요. 아토스를 버리고 ‘아토스, 빨리 와!’라고 외치고는 그냥 후다닥 나가버렸어요.
민_ 바로 다음 장면에는 밀라디가 3분이 넘는 노래를 불러야 했거든요. 아토스는 기절한 컨셉이니까, 아주 천천히 준상 형이 감옥에서 기어 나오는데…, (푸하하하)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는 세종문화회관에서! 무대가 일자로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계단까지 넘어야 하는데 그걸 기어서! 혼자서 살아나온 그런 검객 아토스라고 불리게 된 그런 에피소드도 있었죠.
엄_ 그러고 보니 다 준상 형 이야기네.
당하지만 마시고 빨리 공격하세요!
유_ 공격할 게 없어요…, 으하하하하하. 이번에 또 안 당하기만 바랄 뿐이죠.
동생들이 짓궂은 장난을 쳐도 화를 안 내시는 편인가 봐요.
유_ 으흐흐흐흐흐흐. 화내면 다음에 더 당하니까요…. (일동 폭소) 그런데 진짜 에피소드가 많아요. 대본 보다가 눈물이 났다는 게, 이런 일들이 생각나고 앞으로 이런 장면을 볼 수 없을 것 같아서였어요. 사실 이렇게 자유롭게 무대 위에서 놀 수 있는 작품이 잘 없어요. 마음껏 무언가를 할 수 있고 서로를 믿으면서 어떤 힘을 줄 수 있는 작품이요. 저를 비롯한 모두가 무대에서 애드리브를 잘 안 하는 배우들인데, <삼총사>에서는 자연스럽게 저희만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민_ 시즌이 더해질수록 저희가 했던 것이 대본화됐더라고요. 지금 여기 있는 게 올해 대본인데, 우리가 했던 애드리브가 대사로 들어가 있어요. 저도 대본을 보면서 ‘이거를 넣어 놨어? 이거를?’ 이랬던 게 몇 개 있어요.
<삼총사>를 처음 만났을 때와 지금,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요?
유_ 체력 고갈. (폭소) 그런데도 그런 티는 안 내요.
민_ 티는 안 내는데 어느 분은 회식 자리에 가서 졸고 계시고!
엄_ 먹다가 (젓가락을 손에 쥔 채 조는 연기를 하며) 이렇게 주무시고 계시고!
민_ 그래서 하루에 2회 콘서트는 절대 안 하는 걸로. 제일 달라진 게 있다면 일단, 달라진 게 뭐가 있죠? 나이 먹은 것밖에는 없는 듯싶은데, 진짜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요.
유_ 노래 부를 때 평균 연령을 이야기하는 노래가 있는데.
민_ 맞아. 평균 연령이, 저희가 1년에 한 번씩 콘서트를 하니까 한 살씩 올라간다는 거! 그래서 45세부터 시작해서!
엄_ 43이요.
민_ 평균 연령! 콘서트. 우리가 45세부터 시작했지.
엄_ 그러니까 일본에서 한 콘서트 43세. 4년 전이에요. 그리고 2년 뒤에 했잖아요.
민_ 아, 43부터 47까지구나
유_ 막내가 아직 이런 기억력이 좋아요.
민_ 네, 제일 어리거든요. 총명합니다. (폭소)
엄_ 내가 지금 43세인데!
민_ 그런데 정말 달라진 게 없어요.
유_ 체력 고갈임에도 불구하고 무대에서는 전혀 달라진 게 없어요.
좋은 기운을 더해서
일로 만난 ‘비즈니스 파트너’가 이렇게 ‘실친’(실제 친구)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잖아요.
유_ 우리 ‘비파’야? (폭소) 아니, 법래야. 이야기 좀 해.
법_ 내 컨셉이야. 말 안 하는 컨셉이야.
유_ 그래, 그럼. 영기야, 이야기 해.
민_ 끊겨서 이야기 안 해! (버럭) ‘실친’이 된 계기는, 일단 ‘엄유민법’이라는 이름을 만들어준 팬들 덕분인 것 같아요. 팬들에게 고맙다는 의미로 무언가를 선물해 보자고 해서 기획한 게 일본에서 열었던 콘서트거든요. 시부야의 한 극장에서 콘서트를 열었는데, 이게 계기가 됐어요.
엄_ 벌써 4년 전이죠.
민_ 배우가 개인적으로 콘서트를 해본 적은 있어도, 이렇게 엄유민법처럼 뭉쳐서 한 팀으로 하기는 쉽지 않거든요. 그때도 다들 바빠서 밤 11시에 만나고 자정에 음정 찍어가면서 연습했어요. 또 이런 식으로 진행하는 첫 콘서트니까 레퍼토리도 없고 편곡도 해야 하고 무엇보다 욕심도 많았죠. 그래서 서로 바쁘지만 잠깐이라도 보며 만나다가 친해졌어요. 또 한국에서도 콘서트를 했고 단톡방도 만들어서 안부도 묻고. 그러다가 어느 날 준상 형이 ‘우리 집으로 와라. 내가 모히토 한잔 만들어줄게’ (일동 폭소) 제가 ‘형, 모히토 만들 줄 아세요?’ 그러니까 ‘아우! 영기야! 내가 너희들을 위해서 로즈마리를 다 샀어. 키우고 있어’라고 하셔서 부푼 마음으로 준상 형 집으로 놀러 갔죠. 형이 모히토 재료를 늘어놓고 로즈마리 화분 하나를 딱 가지고 오면서 ‘너희를 위해 준비했어’ 이러는 거예요. 보통 모히토는 로즈마리를 한 움쿰 빻아서 향이 올라오도록 만들어 먹는 거잖아요. 그런데 형은 딱 두 장을 싱크대에서 씻어서 모히토에 넣어줬는데, 다들 ‘이게 맞아?’ 이러고. 하하하.
엄_ 그래서 전 모히토 대신 와인을 택했습니다. 그때가 제 생일이었잖아요.
유_ 그때 술 담군 거 아직도 있어.
민_ 맞아. 우리 집에도 있어!
유_ 음, 이런 것 같아요. 계속 이 친구들이 궁금해져요. 만나고 싶고, 뭘 하고 지내는지 걱정도 되고. 어느 순간부터 우리들은 만나서 깊게 서로의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하거나 힘든 것들을 이야기하지 않아요. 그런데도 만나면 위안이 돼요. 그리고 그냥 좋아요. 생각해 봤어요. 내가 이 친구들과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이 아닌데 왜 이렇게 좋을까. 가끔은 이 친구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봐야겠다고 하다가도 만나면 이런 생각이 다 사라져요. 그냥 말 그대로 이 친구들이 너무 좋기 때문이죠. 만나면 바로 어제 만난 것 같고. 저도 많은 사람을 만나며 교류하지만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안 나누면서…. (일동 폭소)
민_ 진짜 우린 대화를 많이 안 나누는 것 같아요.
유_ 그럼에도 누구보다도 더 많이 걱정되고 더 많이 생각나는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영기가 말한 것처럼 팬들이 우리를 더 결속시켜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법래가 한번 아픈 적이 있었어요. 소리가 안 나오는 상황에서도 노래하는데 옆에서 눈물이 나는 거예요. 안쓰러워서. 그런데 기준이나 영기, 누가 뭐라고 할 것도 없이 법래의 파트를 도와주는 거예요. 어떻게든 다 같이 이 상황을 함께 헤쳐 나가려는 마음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엄유민법과 함께라는 게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막내에게 오랫동안 버텨달라고 하는 것도 막내가 그러면 우리도 자연스럽게 오래 버티니까요. 또 누구 하나 안 아팠으면 좋겠어요. 만약이지만 한 사람이라도 아프면 너무 슬프고 힘들 것 같아요. 이런 마음으로 엄유민법이 10년이 된 거니까 좀 더 오랫동안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법_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곳, 편안한 곳에 가면 하소연도 하고 힘든 이야기도 하잖아요. 여기는 아무도 자기 힘든 이야기를 안 해요.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피해를 주고 싶지 않은 거예요. 저도 얼마 전에 힘든 일이 있었는데 다른 곳에서는 하소연도 하고 도움도 청했어요. 그런데 엄유민법에서는 그러기가 싫었어요. 나 때문에 분위기가 깨지거나 심적으로 부담을 주는 게 싫더라고요. 내가 이 사람들을 좋아하기 때문인 거죠. 이런 모임이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힘든 것을 다 털어놓고 이야기하는 모임도 좋은 모임이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오히려 이 사람들을 아낄수록 좋은 이야기를 하고 좋은 분위기만 만들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저흰 한 번도 안 싸웠던 것 같아요. 의견 충돌이 있을 때도 늘 웃다가 끝나죠.
엄_ 저는 이 팀에서 부정주의입니다. (폭소)
법_ 사실 우리가 막내한테 많이 맞춰 줘요. 막내라고 막.
유_ 막내는 일단 매사에 부정주의에요. 그런데 막상 하고 나면 그렇게 열심히 할 수가 없어요. 항상 하지 말자고는 하는데 항상 본인이 앞서서 하고. ‘형 저 이제 못 하겠어요’라고 하다가도 ‘다음엔 어떻게 컨셉을 잡을까요?’라고 묻고. 좋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긍정하면 반대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잖아요. 그런데 아니라고 해주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는 거죠. 만약에 막내가 아니라고 하면, 다들 ‘그래, 아닐 수도 있어. 맞아. 그게 아니야. 참 부정적이야! 아니야, 아니야!’ 이래요. (폭소) 이렇게 형들이 말하면 막내가 또 그게 미안한 건지, 다른 마음이 있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그럼 하시죠’라고 하고 그럼 우리는 또 ‘아니, 아까는 안 한다더니. 그래. 하자! 하자!’ 이렇게 흘러가면서 정말 재미있어요.
엄_ 형들은 이상적이고 전 현실적입니다.
부정적이고 현실적이지만, 그래도 결국엔 다 하신다면서요.
엄_ 하기로 했으면 해야죠. (웃음)
고백의 순간
팬들이 엄유민법의 어떤 모습을 좋아해 준다고 생각해요?
법_ 오랜 시간을 함께 호흡한 사이잖아요. 그래서 당황스러운 상황도 즐겁게 만들어 갈 수 있는 모습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유_ 이렇게 스스럼없는 모습 아닐까요? 자연스러운 모습을 굉장히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사실 우리 나이가 되면 엄격하거나 아니면 권위적인 모습이 되잖아요. 그런데 우리들은 친구들처럼 느껴져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엄_ <삼총사>에서 저희가 캐스팅된 날짜를 예매하던 관객들이 엄유민법이라는 이름을 만들어주었잖아요. 심지어 이렇게 모여서 콘서트까지 진행하게 된 경우도 없고. 모든 건 관객들이 저희를 찾아주시고 사랑해주시니까, 이렇게 올 수 있었다고 봐요.
민_ 일단 재미있잖아요. 이런 그룹이 없잖아요. 최근 들어 <팬텀싱어>라는 프로그램으로 4인조 그룹이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우리가 사실 아이돌 그룹도 아니고. (웃음) 네 명이 만나서 무대 위에서 무언가를 한다고 그러니까 궁금해하셨던 것 같아요.
유_ 나이도 많은 사람들이! (폭소)
민_ 사실 우리가 뭘 할 수 있을지 고민을 했는데, 결론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하자.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걸 진심으로 보여주자’였어요. 이런 부분이 팬들한테 통한 게 아닐까 싶어요. 격식을 차리고 완벽한 모습이 아닌 솔직한 엄유민법이 무대 위에서 보이니까. 이번 콘서트에서는 저희가 말도 안 되지만 걸그룹 댄스를 추기도 했는데 (크흑) 그게 정말 얼마나 웃기겠어요. 그런데 그 모습을 정말 좋아해 주시고 열광해 주시니까 저희는 또 그게 재미있어서 무대에 오르는 거예요. 그런 것 같아요. 엄유민법은 물음표로 시작해서 느낌표로 끝나는 매력이 아닐까.
엄유민법은 뮤지컬계의 아이돌이라는 말도 있었잖아요.
민_ 아이돌은 아니고 아재돌, 아재돌! 인정해요. (폭소) 평균 43세부터 시작해서 이제 47세가 됐는데 심지어 그중에 한 분은 5학년, 반백 살이 되셨고. 재미있잖아요!
서로에게 가장 힘이 되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유_ 무대에 섰을 때. 혼자 무대에 있으면 이 친구들이 많이 생각나요. 특히 다른 작품을 하고 있을 때는 ‘같이 있으면 정말 좋을 텐데’ 이런 생각도 들고. 그러다가 딱 넷이 만나면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그때부터 에너지가 생겨요. 이 연령대에서도 큰 에너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엄유민법의 경쟁력이에요. 젊은 친구들 요즘 너무 많잖아요. 힘들어요. (폭소)
민_ 갑자기 고백하는 시간을 갖네요.
유_ 그런데 같이 있으면 그런 힘듦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마치 젊었을 때로 돌아가는 것 같고. 또 서로서로 어떤 공연을 하는지 알잖아요. 각자의 자리에서 그 많은 공연을 스스로 해내고 살아남은 친구들이 함께 모여서 서로 위로가 되고 그걸 고스란히 관객들한테 보여드린다는 것이 저희의 가장 큰 무기라 생각해요.
엄_ 요즘 다들 바빠서 네 명이 모여 같이 연습한 적은 아직 없어요. 다시 모이면 그때의 추억이 떠오르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갖게 될 것 같아요.
민_ 준상 형 말처럼 무대에 있을 때 가장 큰 위안을 받아요. 뮤지컬도 그렇지만 저는 콘서트 하면서 많이 느꼈어요. 서로 배려도 해줘야 하고. 아까 준상 형이 말한 것처럼 법래 형의 목이 안 좋았던 콘서트에서 느낀 건데, 우리 네 명이서 함께한다는 그 의미가 굉장히 크더라고요. 그래서 엄유민법이라는 그룹이 쉽게 없어지지는 않을 거예요.
유_ 평균 나이로 치자면 우리가 최고일걸요. (폭소) 우리 연령대를 따라올 모임이 없어! 이것이 장점입니다.
민_ 맞아, 연륜이 있는 모임!
최근에도 엄유민법 콘서트를 열었어요.
유_ 일부러 지난 2월 콘서트 때 마이크를 맞췄어요. 마이크에 하얀색으로 엄유민법을 새겼죠. 42인조 오케스트라도 함께했고, 음향에도 신경썼죠. 너무 재미있고 행복하고 즐거웠던 순간이었어요. 이제는 엄유민법이 콘서트를 하면 진정 즐길 수 있는 콘서트로 자리매김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앞으로의 콘서트도 기대돼요. 콘서트를 위해 네 명이 연습하고 회의했던 시간이 헛되지 않고 제대로 된 공연으로 완성됐어요. 또 그만큼 투자도 많이 하고 있고요. (푸핫)
민_ 서울 공연도 예정하고 있어요.
유_ 공연의 완성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물량 투입도 많이 되고.
엄_ 저희는 게스트가 없어요!
유_ 오로지 네 명이 함께합니다.
앞으로의 콘서트에서도 걸그룹 댄스와 같은 파격적인 모습을 볼 수 있나요?
민_ 이번에는 보이그룹 댄스에 도전하자는데 너무 어려워요. (푸하하하) 형님이 ‘나야나’ 이런 거 하고 싶다고 하시는데….
엄_ 욕심이 항상 많으세요.
유_ 하하하하.
<삼총사>는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나요?
법_ 무엇보다도 지금의 엄유민법을 존재하게 해준 특별한 작품이죠.
유_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 저는 <삼총사>로 인해 다른 작품도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또 40대 초반에 한 거라 사실은 저도 적은 나이가 아닐 때 한 건데.
민_ 지금 기준이보다 어렸네. (일동 폭소)
유_ 지금 생각해 보면 <삼총사>를 안 했다면 뮤지컬 무대에서 이렇게 계속 관객들에게 사랑받을 수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 작품을 하면서 스스로 많은 생각을 했고 어떤 굳건한 마음들이 생겼고 이렇게 좋은 친구를 만났죠.
민_ <삼총사>는 무대에서 독불장군이 아닌 서로 합심하여 선을 이루는 뮤지컬이라고 생각해요. 사실은 <삼총사>전까지만 해도 혼자 작품을 책임져야 하는 역을 주로 해서 부담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모두가 합심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났고, 좋은 형과 동생이 생겨서 더 뜻깊었죠. <삼총사>는 계속해서 좋은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후배들에게도 좋은 선배들이 거쳐간 본보기 같은 작품이 됐으면 좋겠고요.
엄_ 전 다시는 안 하는 걸로. (일동 아쉬움을 담은 야유) 지금 하기엔 나이가 많은 것 같아요. 진짜 이번이 마지막인 것 같아요. 떠나야죠. 파이팅!
법_ 그래도 마지막보다는 또 다른 10년을 만들 수 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민_ 많이 기대해 주세요.
엄_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할 작정이라 진짜 재미있을 것 같아요.
유_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까 슬프네.
엄_ 원래 형이 눈물이 많은데 요즘 더 많아지셨어.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4호 2018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인터뷰 | [COVER STORY] <삼총사> 엄기준·유준상·민영기·김법래 [No.174]
글 |박보라 사진 |황혜정 유준상 헤어 | 이순철 원장(순수) 메이크업 | 김효정 부원장(순수) 민영기 헤어메이크업 | 선애 원장(순수) 엄기준 헤어메이크업 | 우천용 이사(에이치샵) 2018-03-27 12,928sponsored adv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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