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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FACE] <남한산성> 최재림- 스물여섯 남자의 여유 [No.85]

글 |김유리 사진 |김호근 2010-10-05 7,051


배우가 데뷔 무대에서 관객의 뇌리에 이름을 새긴다는 것은 행운일 것이다. 그만큼 데뷔 무대는 배우 개인에게는 뜨거웠을 테지만, 보는 이의 기억에 남긴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최재림은 행운아다. 2009년 초 <렌트>에서 듬직한 콜린스 역으로 경력 한 줄 없는 신인이면서도 좋은 목소리와 안정적인 노래, 담대한 연기로 많은 이들의 기억에 그의 이름을 분명히 새겼으니까.

188cm의 건장한 체격에 까무잡잡한 얼굴, 팔짱을 끼고 입을 다물고 있을 때와 환하게 웃을 때의 나이 차와 온도 차가 확연한 이 청년은 신인에게서 느끼기 힘든 여유로움이 배어 있다. 집안에서 막내로 동네를 평정하고 다니며 에너지를 밖으로 뿜어내던 십대 초반의 소년 최재림은 5학년 시절 성가대 활동을 하면서 노래로 에너지를 분출하는 법을 터득한 듯 유순하고 일탈 없이 심심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어렸을 때부터 노래 부르는 것을 워낙 좋아했던 그가 어머니의 권유로 선택한 성악과는 노래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그에게 틀에 갇혀 있는 느낌을 주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노래를 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진로를 정하게 된 건 제대 후였어요.” 군악대 중창단에서 뮤지컬 배우인 군대 후임을 만나 뮤지컬이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이 열려 있는 분야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제대 후 전문적으로 뮤지컬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 문을 두드렸다. 첫 두드림으로 얻게 된 데뷔 무대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이다.


“좋았죠, 당연히.” 첫 무대에 대한 기억을 물으니 당시의 짜릿함을 느끼는 듯 눈을 찡긋하며 짧게 답한다. “많이 긴장했는데, 막상 무대에 오르니 관객들에 대한 생각보다 무대에 있는 우리끼리 재미있게 놀려고 올라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긴장이 풀리고 재밌게 즐기게 되더라고요.”


학생 신분이다 보니 <헤어스프레이> 이후 자주 얼굴을 볼 수 없었던 그가 다시 한번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게 된 건 무대가 아닌 TV 예능 프로그램에서였다. 합창 지도를 하게 된 스승 박칼린 음악감독을 따라 보컬 선생님으로 출연한 그는 역시 카메라 앞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묵묵한 카리스마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그러던 중 <남한산성>의 정명수로 출연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미 그의 존재를 알고 있던 사람이든 TV로 알게 된 사람이든 무대에서 만나게 될 최재림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무대에서 저는 두 작품 경력이 전부인 신인이에요. <렌트>로 뮤지컬에 발을 넣게 됐고, 안무가 많은 <헤어스프레이>에서는 무대에서 춤추는 것을 경험해봤어요. 이번 <남한산성>에서는 연기를 배우고 있어요.” 많은 이들의 관심이 조금은 부담도 될 듯한데, 그에겐 현재 자신이 풀어야 하는 ‘연기’라는 숙제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이다. “정명수란 인물은 가슴에 분노가 있어 감정이 폭발해야 하는 장면이 많은데, 저는 둥글게 지나가는 성격이라 에너지가 팍 터지질 않더라고요. 어느 날 조광화 선생님이 ‘스스로를 한번 터뜨려 보라’는 주문을 하셔서, 2시간 정도 연습실에서 땀범벅이 되어가며 굴러다니고 뛰고 소리를 질렀어요. 그렇게 털어보고 나니 거칠게라도 다 풀어놓고 거기서 줄여가는 게 어떤 건지 조금 감을 잡은 것 같아요”


여러 오디션에서 최종까지 갔다가 떨어진 경험을 이야기하며 “조금 더 인생을 경험하고 성숙해지면, 제 연기도 깊어지겠죠. 그러면 되지 않을까요? 아직 스물여섯이잖아요.”라고 말을 맺었다. 이 자신감은 그의 첫 무대와 방송에서 느꼈던 당당함과 여유로움에 대한 해답이었을 것이다. 앞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에너지를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는 최재림의 행보가 더욱더 궁금해지는 이유는 조바심 내지 않고 현재를 즐길 줄 아는 자신감 넘치는 배우의 성장을 보고 싶기 때문이리라.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5호 2010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본 인터뷰는 <더뮤지컬>홈페이지(www.themusical.co.kr)에서  영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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