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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FACE] <광화문연가> 허도영 [NO.172]

글 |나윤정 사진 |이배희 의상협찬 | 파리스토(PARISTO) 2018-01-05 4,589

설렘과 희열의 시간



<광화문연가>의 주인공 명우는 죽기 직전 마지막 1분 동안 인연을 관장하는 신 월하를 만나 자신의 첫사랑을 추억하게 된다. 그의 기억이 펼쳐질 때마다 허도영은 젊은 명우로 등장하며, 풋풋했지만 서투르고 가슴 아팠던 첫사랑의 순간들을 하나씩 보여준다. 故 이영훈 작곡가의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첫사랑의 울고 웃는 기억들은 허도영의 새로움을 볼 수 있어 더 흥미로운 무대였다. 그 역시도 이 작품을 통해 무대의 매력을 발견하고, 또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나가는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주옥같은 노래로 만든 뮤지컬이잖아요. 이렇게 좋은 노래들이 있었구나! 새삼 다시 느꼈어요. 음악 하나하나가 정말 특별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더라고요.” 그중 그의 마음속에 깊이 와 닿은 곡은 ‘기억이란 사랑보다’, 특별한 가사와 멜로디가 들을 때마다 그를 먹먹하게 만들어준단다. “솔직히 처음에는 고민도 많이 했어요. 가요를 기반으로 한 뮤지컬은 처음이다 보니 이걸 어떻게 다르게 불러야 할지 고민되더라고요. 공부를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목소리 톤을 높이는 등 저만의 해결책을 찾아갔죠. 그런 과정들이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더라고요. 음악적인 스펙트럼이 넓어졌다고 해야 할까요. 역시 배우는 ‘배우는 사람’이구나! (웃음) 새삼 배우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해결하라고 존재하는 것이란 걸 느끼게 되었죠.”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첫사랑의 추억. 그것이 대부분 실패로 끝나는 것은 처음이라 서투르고 어려웠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무대 위 젊은 명우의 모습은 허도영에게도, 우리에게도, 어쩌면 낯설지 않은 풍경일 것이다. “젊은 명우는 사랑에 있어서 소심하고 용기가 없어요. 명우와 같은 나이였다면 저 역시 그랬을 거 같아요. A형이라 소심했거든요. (웃음) 조용히 학교만 다니던 학생이었죠. 저도 용기가 없어서, 사랑을 놓친 순간이 있어요. 지금 생각하면 진짜 바보 같아요. 이런 경험들이 명우와 비슷하다보니, 그를 연기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과거로 돌아갔다고 생각하고 연기하니 좀 더 편하더라고요. 그가 처한 상황이 충분히 이해됐기 때문이죠.” 물론 연상의 연인 수아에게 애교를 떠는 명우의 귀여움을 표현하는 건 쉽지가 않았다고. “사실 세 캐스트 중 제가 제일 중후해 보이거든요. (웃음) 명우를 더 잘 표현하기 위해서, 평소에도 이런 모습을 깨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연출님은 더 찌질하게 표현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처음에는 어떡해야 할지 걱정했는데, 이젠 다 내려놓았어요. 내려놓으니까 편하더라고요. (웃음)”



최근 허도영은 <광화문연가>에서의 변신뿐 아니라 제6회 예그린 뮤지컬 어워드 신인상을 받으며 뮤지컬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 만큼 지난 한 해는 그에게 잊지 못할 시간이 되었다. “무엇보다 신인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수상에 대한 기대 없이 시상식을 경험하고 즐기고 와야겠단 생각만 했거든요. 그런데 제 이름이 호명돼서 어안이 벙벙했어요. 하루이틀 지나서야 실감이 나더라고요. 너무나 기뻤고, 큰 자극이 되었어요. 더 부담감과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죠.” 그에게 신인상의 영예를 가져단 준 작품은 바로 <밀사>. 서울시뮤지컬단 소속인 그는 이 작품에서 이위종 역을 맡아 조국의 독립을 위해 온몸으로 저항한 인물을 그렸다. “처음엔 부담이 컸어요. 역사적인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이 자칫하면 누가 될 수 있잖아요. 그런 만큼 정말 좋은 캐릭터를 만들고 싶어서, 많은 공부를 했어요. 워낙 제가 정극을 좋아하거든요. 노래도 진중하고 세게 지르는 스타일을 좋아하고요. 그래서 더 감사히 만들어 나갔던 작품이었어요. 제게는 큰 자산이 된 무대에요.”


허도영은 배우를 꿈꾸게 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멈추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왔다. “중학교 때 TV에서 영화 촬영 현장을 보게 됐어요. 황정민 선배님이 열연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연기하고 싶다’라는 꿈을 꾸게 됐죠.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이후 그는 연극영화과에 진학해 무대의 매력을 더욱 느끼게 되었다. “무대 위에서 관객들에게 박수를 받을 때, 배우로서 짜릿함을 느꼈어요. 무대에서는 관객들의 피드백을 바로바로 받을 수 있으니까, 그만큼 희열이 크더라고요.” 그는 대학 시절 <사랑을 이루어 드립니다>의 진성 역을 맡아 뮤지컬에 데뷔했고, 그 매력을 몸소 경험하게 되었다고. “당시에는 마이크를 차는 것마저 멋있어 보였어요. 대사뿐 아니라 노래로 감정을 표현하니까 극도 더 풍성해지는 느낌이었죠. 무대에 오르는 게 정말 즐거웠어요. 아, 이런 게 바로 뮤지컬의 매력이구나!”


이후 허도영은 2015년 서울시뮤지컬단에 입단, <서울의 달>, <밀사> 등에 차례로 올라 차곡차곡 자신의 입지를 쌓기 시작했다. “연기의 매력은 내 안에 숨겨진 감정을 계속 끄집어낼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런 즐거움에 계속 연기를 하게 되고, 또 그 모습을 보고 누군가 감동을 받을 때 그 희열은 배가 되죠.” 때문에 더욱 다채로운 작품을 맡아보고 싶다는 허도영. 올해는 서울시뮤지컬단 작품뿐 아니라 다양한 작품과 장르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계획을 알렸으니, 앞으로 그의 시간을 더욱 기대해 봐도 좋겠다. “제가 배우로서 꿈꾸는 건 두 가지에요. ‘이 배우 요즘 작품 안 하나?’ 하고 기다리게 되는 배우가 있잖아요. 그만큼 신뢰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사람 냄새 나는 배우요. 내 옆에 가까이 있는 친구처럼, 친근하고 솔직 담백한 배우로 기억에 남았으면 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1호 2018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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