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ieu!
2017
MUSICAL
다사다난했던 2017년의 달력이 이제 마지막 한 장을 남겨두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연말을 맞아 한 해를 결산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먼저, 2017년을 채운 뮤지컬계 이슈를 한데 모아 지난 1년 동안 공연계의 흐름을 살펴보았다. 더불어 올해 올라간 작품 중 좋았던(Good) 혹은 아쉬웠던(Bad) 작품을 선정해 2017년 뮤지컬계를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또한 관객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해 한 해 뮤지컬을 빛낸 작품과 배우를 뽑았고, 본지 기자들이 올해의 B컷을 골라 2017년 뮤지컬계를 찬찬히 추억해 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아듀! 2017년 뮤지컬.
2017 올해의 이슈
어느덧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2017년 뮤지컬계는 중소극장 창작뮤지컬의 약진이 두드러졌고,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 재연작들도 눈에 띄었다. 올 한 해는 어떤 이슈들이 뮤지컬 시장을 이끌었을까? 2017년 뮤지컬계를 둘러싼 주요 이슈를 정리해 봤다.
중소극장 창작뮤지컬의 선전
올해는 다양한 소재의 중소형 창작뮤지컬들이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며 뮤지컬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어쩌면 해피엔딩>. 2012년 초연한 <번지점프를 하다>로 마니아들의 감성을 자극했던 박천휴 작가·윌 애런슨 작곡가 콤비의 신작이다. 이 작품은 우란문화재단의 콘텐츠 개발 프로그램인 시야 스튜디오의 세 번째 선정작으로, 리딩, 트라이아웃 공연을 거쳐 지난 2016년 12월 20일 초연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이미 트라이아웃 공연 티켓 오픈 당시 3분 만에 전석 매진되며 관객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는데, 그만큼 초연의 반응도 뜨거웠다. 헬퍼봇의 사랑이라는 참신한 소재와 창작자들 특유의 감성이 녹아 있는 무대. 개막 이후 입소문이 번지면서 평균 유료 객석 점유율 85%를 기록, 총 97회 공연 중 약 60회가 전석 매진되며, 소극장 창작뮤지컬의 강력한 힘을 보여주었다. 이후 10월 23일에 시작된 앙코르 공연 또한 일찌감치 개막 한 달 전 전석 매진을 달성해, 티켓을 구하지 못한 관객들의 연장 공연 요청이 쇄도했다.
백석과 자야의 사랑을 그린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또한 관객들의 입소문을 모아 1월 22일 폐막을 앞두고 연일 매진을 기록, 유료 객석 점유율 94%를 달성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또한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극본, 작사상, 작품상, 연출상, 3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평단과 관객의 관심을 동시에 받았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 야한 소설을 쓰는 안나의 재기 발랄한 이야기를 담은 <레드북> 역시 중소극장 창작뮤지컬 열풍에 가세했다. 이 작품은 네이버TV를 통한 전막 생중계 후 관객들의 관심을 얻어 티켓 판매율이 두 배나 급증했고, 매진 행렬에 이름을 보탰다. 또한 올해는 초연작뿐 아니라 <비스티>, <사의찬미>, <인터뷰> 등 두터운 마니아층을 지닌 작품의 재연들도 무대에 올라 중소형 창작뮤지컬의 선전에 힘을 보탰다.
오랜만이라 더 반가운 재연
2017년 뮤지컬 라인업의 특징 중 하나는 반가운 재연들이 많았다는 것. 오랫동안 무대에서 볼 수 없었던 작품들이 다시 돌아와 관객들의 기대를 모았다. 그 시작을 알린 작품은 3월 개막했던 창작뮤지컬 <미스터 마우스>. 무려 10년 만의 재연으로 눈길을 끌었다. 대니얼 키스의 소설 『앨저넌에게 꽃을』이 원작인 <미스터 마우스>는 이현규가 각본과 연출, 장소영이 작곡을 맡아 2006년 초연했다. 32세이지만 7세의 지능을 가진 인후가 임상실험으로 높은 지능을 갖게 되지만, 결국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진정한 행복을 깨닫는 과정을 그린다. 2007년 재연 이후 소식이 뜸했던 이 작품은 올해 쇼노트와 파파프로덕션의 공동 제작으로 무대에 올랐다. 또한 10년 만의 재연에 더욱 힘을 실어준 것은 예전부터 이 작품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뮤지컬 스타 홍광호의 출연. 10년이란 세월이 흐른 만큼, 초연 당시 인후 역을 맡았던 서범석이 강박사 역을 맡아 다시 무대에 오르는 변화도 눈에 띄었다.
B급 감성 충만한 컬트 뮤지컬 <록키호러쇼>와 <이블데드>도 9년 만의 재연으로 기대를 모았다. 2001년 국내 초연한 <록키호러쇼>는 알앤디웍스가 제작을 맡아 새롭게 무대를 꾸렸다. 9년 전 이 작품으로 연출 데뷔한 오루피나가 다시 무대를 이끌었고, 김성수 음악감독, 오필영 무대디자이너 등이 힘을 보탰다. 작품은 지금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춰, 공연 전 앙상블 팬텀과 관객들과의 만남, 작품 특유의 콜백 문화를 즐기는 팁을 담은 월간 록키 발행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펼쳤다. 2008년 국내 초연한 <이블데드> 역시 9년 전 이 작품으로 연출 데뷔했던 임철형이 오랜만의 재연을 다시 이끌었다. 9년 만의 재연은, 최근 유행한 EDM 사운드를 가미해 젊은 관객들의 취향을 저격하려는 변화를 이루기도 했다. 2010년 비영어권 최초로 국내 무대에 오른 <빌리 엘리어트>는 7년 만에 다시 관객을 찾았다. 이 작품은 2015년 본지 설문조사에서 다시 보고 싶은 라이선스 뮤지컬 2위에 선정되며, 두터운 팬층을 보여주었다. 초연 이후 끊임없이 공연 소식이 들려왔지만 실제 공연되지 않아 안타까움을 자아냈는데, 신시컴퍼니가 새롭게 제작을 맡아 무대에 올리게 됐다. 또한 2010년 이후 한동안 무대에서 볼 수 없었던 <틱틱붐>도 7년 만에 무대에 올라 반가움을 더했다. 배우 이석준, 이건명, 배해선,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세 배우가 의기투합해 올리게 된 공연이라 특히 의미가 더했다.
끊이지 않은 공연계 위기론
2014년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한 뮤지컬 시장의 위기는 2017년에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메르스, 2016년 국정농단 및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문 등 연이은 악재는 공연계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끼쳤다. 특히 올해는 공연계의 어두운 현실을 극명히 보여주는 사건 사고들이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중 하나는 김수로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아시아브릿지컨텐츠 최진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다. 그는 2010년 아시아브릿지컨텐츠를 설립한 후 <연애시대>, <머더발라드>, <아가사>, <데스트랩> 등 20여 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며, 제작자로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관객이 급감하며 제작사가 위기를 맞이했고, 2016년에는 7억여 원의 손실을 보게 되면서, 공연에 참여한 배우와 스태프에 대한 임금 체불을 피할 수 없었다. 급기야 교육, 음식료품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활로를 모색하려 했지만 도리어 90억 원대의 빚을 지게 된 그는 결국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그리고 끝내는 안타까운 선택으로 공연계의 위기를 체감하게 만들었다.
2014년 <두 도시 이야기>의 공연 취소 사태는 공연계가 겪고 있는 임금체불이란 고질적인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는데, 올해 역시 같은 사태가 반복되어 관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지난 6월 15일 <햄릿>은 공연을 50분이나 지연한 채 끝내 취소를 통보했다. 제작사 더길 미디어는 임금체불설에 대한 의혹을 부인하며 무대 결함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배우와 스태프의 입장은 달랐다. 그리고 이틀 뒤인 17일 또 한 번 공연이 취소되며 공연계의 위기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만들었다. 또한 <파이브코스러브>의 제작사 투헤븐엔터테인먼트의 경영난으로 공연이 조기 폐막되는 일도 뮤지컬 시장을 어둡게 만들었다. 최근 공연계는 공급 과잉, 경쟁 심화로 인해 적자 구조에 맞닥뜨리고 있지만, 스타 캐스팅으로 일단 공연을 올린 뒤 다른 스태프들의 임금을 추후에 지급하고, 이전 공연 손실을 다음 공연으로 메우는, 돌려막기식 투자 관행을 이어오며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이렇듯, 고질적인 병폐는 결과적으로 제작사, 스태프, 그리고 관객 모두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부디 현재 뮤지컬계에서 논의 중인 다양한 방안과 제안 들이 내년 뮤지컬 시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를 기대해본다.
한국 뮤지컬의 다양한 세계 진출
2007년 <사랑은 비를 타고>가 한국 창작뮤지컬 중 최초로 일본에 라이선스 판매를 성공한 지 10년이 흘렀다. 시간의 변화만큼, 2017년은 한국 뮤지컬의 다양한 세계 진출 소식이 이어진 한 해였다. 1월에는 국내 대극장 창작뮤지컬 중 최초로 일본에 라이선스를 판매한 <프랑켄슈타인>이 도쿄 무대에 올랐다. 일본 도호와 호리프로가 공동 제작한 <프랑켄슈타인>은 현지에서도 열띤 반응을 얻었는데, 일본에 라이선스를 판매한 한국 창작뮤지컬이 도쿄 1천 석 이상의 대극장 무대에 오른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이었다. <마타하리> 또한 대극장 창작뮤지컬로는 두 번째로 일본에 라이선스를 수출해 눈길을 끌었다. EMK뮤지컬컴퍼니는 일본의 우메다 예술극장과 라이선스를 계약하며, 내년 1월 오사카에서 일본 초연 소식을 알렸다. 대구에서 제작된 창작뮤지컬 <투란도트>는 유럽으로 첫 라이선스를 판매하기도 했다. 지난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을 통해 인연을 맺은 슬로바키아의 노바 스체나 극장이 <투란도트>에 관심을 보인 것. 정식 계약 후 <투란도트>는 2019년 말 슬로바키아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김종욱찾기>, <빨래>, <카페인> 등 소극장 창작뮤지컬의 라이선스 판매가 주를 이루었다면, 올해는 대극장 중심의 라이선스 판매가 약진을 보이며 한국 뮤지컬의 도약을 보여주었다.
한편, 지난해 레플리카 형태로 일본에 수출한 <빈센트 반 고흐>는 올해 중국 무대를 공략했다. 9월 30일 상하이 ET스페이스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펼쳤고, 12월 8일 상하이 그랜드 시어터에서 앙코르 공연을 확정지었다. <마이 버킷 리스트>는 페이위안홍 상하이 문화광장 예술감독이 예술경영지원센터 주최로 상하이에서 열린 K뮤지컬로드쇼를 본 것이 계기가 되어 중국 라이선스 판매를 성사시켰다. 그에 따라 상하이 문화광장 극장이 제작한 <마이 버킷 리스트> 라이선스 공연이 8월 중국 상하이 6백 석 규모의 백옥란 극장과 북경 다윈 극장에 올랐다. 이는 사드 배치의 후폭풍이었던 한한령으로 중국 시장 진출이 위축된 가운데 진행된 공연이라 더욱 관심이 쏠렸다. 이렇듯 <빈센트 반 고흐>의 HJ컬쳐, <마이 버킷 리스트>, <팬레터>의 라이브 등 최근 주목받고 있는 제작사들이 일본과 중국 등 해외 시장 관계자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세계 진출에 인상적인 성과를 보여주며, 한국 뮤지컬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었다.
색다른 관객 참여형 뮤지컬
뉴욕에서 열풍을 일으킨 <슬립 노 모어>를 필두로,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허무는 이머시브 공연이 공연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그 영향으로 국내에서도 이머시브 공연을 표방한 무대들이 눈에 띄었다. 서울예술단은 무대와 객석의 변형이 가능한 블랙박스 시어터를 활용해, <꾿빠이, 이상>을 지금까지 선보인 작품 중 가장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무대로 선보이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김연수 작가의 동명 소설을 무대로 옮긴 이 작품은 이상의 흔적을 관객들이 CKL스테이지 안팎에서 느낄 수 있게 만든 것이 특징. 관객들은 관람 전 데스마스크와 당대 예술가들의 이름이 쓰인 흰색 봉투를 받고 극에 참여했고, 데스마스크를 쓰고 저마다 다른 위치와 시각에서 공연을 체험할 수 있었다.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없앤 색다른 관객 참여형 뮤지컬도 눈에 띄었다.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은 국내 최초 즉흥 뮤지컬로 관심을 모았다. 여느 작품처럼 완결된 하나의 희곡이 존재하지 않은 이 공연은 매일 관객들의 아이디어를 토대로 캐릭터의 이름, 나이, 직업 등을 결정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독특한 형식을 지향했다. 공연 동안 ‘딸기 여인의 키스’, ‘바람직한 고아원’, ‘어쩌면 배드 엔딩’, ‘장염소나타’ 등 39편의 새로운 이야기들이 만들어졌고, 매일 색다른 무대를 볼 수 있다는 공연의 컨셉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했다. 이렇듯 관객 참여형 뮤지컬은 무대와 관객의 소통을 극대화시킨다는 점, 실험적인 시도를 했다는 점, 또 희소성이 있다는 점에서, 올 한 해 관객들의 지지를 얻으며 무대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의 등장
<레베카>, <위키드> 등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뮤지컬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뮤지컬들은 남자 주인공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았다. 그에 따라 여성 캐릭터는 남자 주인공의 가족이나 연인으로 등장해, 보조적인 역할 혹은 로맨스의 대상으로 고착화되어 왔다. 뮤지컬 속 여성 캐릭터를 성녀 아니면 창녀로 표현하는 이분법적인 프레임도, 무대 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하지만 올해는 <키다리 아저씨>,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그리고 <레드북> 등이 흥행에 성공하며, 여성 캐릭터에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이들 작품은 그동안 수동적인 역할에 머물렀던 여성 캐릭터의 한계를 깨고,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제시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 대표주자는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한정석 작가, 이선영 작곡가 콤비의 신작 <레드북>. 이 작품은 보수적이었던 빅토리아 시대에 주체적인 자의식을 지니고 감정에 솔직하게 야한 소설을 써 내려간 안나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전에 없던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를 보여주었다. 안나는 자신의 성적 욕망을 숨기지 않고 당당히 표현했고, 문학평론가 딕 존슨에게 성추행을 당할 뻔한 순간에도 두 발로 그를 뻥 걷어차 버렸다. 이렇듯 시대가 강요했던 ‘정숙한 여자’의 프레임을 무너뜨리려 했던 안나의 캐릭터는 지금의 관객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으며, 작품의 매진 행렬에 일조했다. 또한, 안나는 본지 2017년 4월 호 설문 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여성 캐릭터 1위에 이름을 올리며 그 매력을 입증해 보였다.
동명 소설이 원작인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의 제루샤도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 대열에 합류했다. 주인공 제루샤는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19세기 영국 사회 속에서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으로 거듭나며 눈길을 끌었다. 또한 『빨간 머리 앤』을 원작으로 한 극단 걸판의 뮤지컬 <앤>도 주인공 앤을 극 중심에 두며, 명랑하고 긍정적인 여성 캐릭터의 매력을 무대 위에 펼쳤다. 이러한 여성 캐릭터의 변화는 비단 뮤지컬계뿐 아니라 최근 대중문화 전반에서 발견되고 있는 특징이다. 사회 곳곳에서 여성에 대한 혐오와 차별, 폭력이 발견되고 있는 요즘, 이렇듯 대중문화 속 여성 캐릭터의 변화가 여성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나가길 기대 해본다.
<쓰릴 미> 10주년
2007년 국내 초연한 <쓰릴 미>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10년 동안 <쓰릴 미>가 쌓아올린 성과는 대단했다.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회전문 관객을 양산하기 시작한 작품이 바로 <쓰릴 미>. 남성 2인극 열풍을 일으킨 시초 또한 이 작품이었다. 나아가 류정한, 김무열, 지창욱, 강하늘 등 매력적인 배우들을 무대에 세우며, 스타 산실의 요람으로도 자리매김했다. 한국 공연의 성공에 힘입어 <쓰릴 미>는 2012년엔 일본 도쿄, 2016년엔 중국 상하이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올 2월 개막한 <쓰릴 미> 10주년 기념 공연은 초연 멤버 최재웅, 김무열, 강필석, 이율을 필두로, 김재범, 에녹, 정상윤, 송원근, 정동화, 이창용, 정욱진, 그간 작품을 거쳐간 배우들이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제작사 달컴퍼니는 그동안 마니아들의 요청이 끊이지 않았던 <쓰릴 미> OST를 발매하며, 뜻깊은 10주년을 기념했다. 한편, 초연 이후 매년 관객을 만났던 <쓰릴 미>는 앞으로 2년여간의 재정비를 거친 후 2020년 관객을 맞이할 예정이라고. <쓰릴 미>의 새로운 도약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팬텀싱어> 효과
JTBC 예능 프로그램 <팬텀싱어>는 국내 첫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을 선발하는 음악 경연 프로그램이다. 지난 1월 27일 종영한 <팬텀싱어>는 최고 시청률 4.6%를 기록하며, 대중의 관심을 다양한 음악 장르로 넓히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뮤지컬계도 <팬텀싱어>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마이클 리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더욱 높였고, 결승에 진출했던 고훈정, 백형훈, 고은성 등이 뮤지컬 배우로서 한층 도약하는 계기를 얻었다. 방송 직후 고훈정의 <어쩌면 해피엔딩>, 백형훈의 <미드나잇>, 고은성의 <로미오와 줄리엣> 출연 회차는 티켓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그만큼 <팬텀싱어>는 대중에게 뮤지컬의 매력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지난 11월 3일 종영한 <팬텀싱어2>도 시즌1을 넘는 인기로 새로운 뮤지컬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결승전에 오른 이충주, 조형균, 배두훈, 박강현이 그 주인공. 이 중 준우승자인 박강현은 오는 1월 개막하는 <킹키부츠>의 찰리 역에 낙점되며, 눈길을 끌었다. 시즌2 참가자들이 만들어낼 <팬텀싱어> 효과 또한 기대해 봐도 좋겠다.
뮤지컬 페스티벌과 시상식
지난해 국내 대표 뮤지컬 시상식인 한국 뮤지컬 대상, 더뮤지컬어워즈의 명맥이 끊겼다. 대신 예그린뮤지컬어워드와 자라섬 뮤지컬 페스티벌이 개최돼 관객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다행히 올해는 한국뮤지컬어워즈가 신설되어 뮤지컬 축제의 장이 다양해졌다. 한국뮤지컬협회가 주최한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는 지난 1월 16일 개최되었고,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뮤지컬작품상, <스위니토드>가 대상을 차지했다. 또한 관객에게 주는 특별상 ‘최고의 관객상’을 선정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지난 11월 21일에는 제6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가 개최되었고, <어쩌면 해피엔딩>이 올해의 뮤지컬상을 받게 됐다. 실험적인 시도를 한 작품에게 주어지는 혁신상은 <꾿빠이, 이상>에게 돌아갔다. 더불어 올해는 두 개의 뮤지컬 페스티벌이 펼쳐져 뮤지컬 팬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국내 최초 뮤지컬 페스티벌인 자라섬 뮤지컬 페스티벌이 서울로 자리를 옮겨 ‘서울 스타라이트 뮤지컬 페스티벌’이란 이름으로 관객을 맞이했다. 또한 한강 난지공원에서는 120여 명의 뮤지컬배우가 참여한 더 뮤지컬 페스티벌 인 갤럭시가 새롭게 출격하며 축제의 장을 이어갔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1호 2017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