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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OVER STORY] <모래시계> 강필석·김우형·김지현 [NO.171]

글 |박보라 사진 |김호근 스타일리스트 | 엄아름·정수민 어시스턴트 헤어·메이크업 | 이창은 장소 | 스튜디오 장미의기사 2018-01-02 7,138

한 줌의 모래가 가지고 온 운명의 소용돌이


일명 ‘귀가 시계’라고 불리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모래시계>가 뮤지컬로 탄생한다. 작품은 사회의 부조리, 범죄 조직 간의 싸움, 정치 권력의 대립 등으로 점철된 혼란과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세 주인공 태수, 혜린, 우석의 어긋난 사랑과 우정을 그릴 예정. 무대 위에서 시대가 남긴 상처를 풀어낼 인물이자 뚝심 깊은 배우, 강필석, 김우형, 김지현을 만났다. 인터뷰 내내 <모래시계>를 품은 뜨거운 열정을 쏟아냈던 세 사람과의 비단결 같은 이야기를 만나보자.





운명의 DNA


작품에 참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김우형_ <모래시계>가 올 연말에 초연된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하고 싶다’고 계속 생각했는데, 좋은 인연이 닿았어요. 캐스팅 제의를 받자마자 5초 만에 결정했을 정도로요.
강필석_ 조금 덧붙이자면 프로필 촬영을 하면서 간단하게 사전 인터뷰를 했어요. 배우 모두가 짤막하게 ‘<모래시계>는 어떤 작품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했는데, (김)우형이가 ‘모래시계는 김우형이다’라고 말한 거예요. 처음에는 살짝 웃었는데, 이유를 듣고 났더니 완벽하게 이해가 되더라고요. 
김우형_ 사춘기 시절을 지나면서 많이 방황하면서 살았어요. 그러다 드라마 <모래시계>를 보면서 배우를 꼭 해야겠다고 다짐했죠. 이후엔 긴 휴가 시간이 생기거나, 우울할 때도, 혹은 제게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모래시계>를 꺼내 봐요. 외장 하드에 늘 있는 드라마죠.
강필석_ 맞아요. 사람마다 그런 작품이 있어요.
김우형_ 제게는 이 작품에서 얻었던 정서가 정말 많아요. <모래시계>는 저의 DNA와 맞닿은,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정말로, 이 작품을 제가 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김지현_ 정말 운명 같은 작품이구나. 저도 그래요. 배우라면 <모래시계>를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모든 작품은 인연이 닿아야 할 수 있는 거니까. <그날들> 이후로 같은 제작사의 작품이었던 <모래시계>의 진행 상황은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이렇게 참여하게 된 거죠. 사실 그동안 제가 간절히 기도했던 것이 있었어요. <모래시계>는 마치 그 기도의 응답 같아서 운명처럼 느껴져요. 이렇게 말하고 나니, 아무래도 우형이보다 내가 더 운명인데? (웃음)


원작 드라마는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잖아요. 대단한 원작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요?
강필석_
사실 드라마를 보지 않으려고 했어요.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어떤 것에 휩싸일까봐요. 개인적으로는 드라마와 관련된 좋은 기억과 잔상만 남아 있었는데, 연습하는 과정에서 좀 풀리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서 다시 보게 됐죠. 정말 바쁜 스케줄이었음에도 3일 만에 24부를 전부 다 봤어요. 정말 좋아서 잠을 못 자겠더라고요. 사실 창작하는 입장에서는 원작을 뛰어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연습할 때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를 받기도 해요. 무엇보다 드라마 <모래시계>는 너무나 좋은 소스니까요. 드라마를 보셨던 분들도 오실 거고 드라마를 모르시는 분들도 오실 텐데,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연말을 따뜻하게 보내지 않을까요? <모래시계>는 모두에게 운명적인 작품이니까요. 
김우형_ 전 이 부분에 장점이 많은 것 같아요. 강렬한 원작이 있다는 것이 부담도 되겠지만 이걸 다르게 말하면 디딤돌로 삼을 수 있는 탄탄한 스토리가 있는 거죠. 영상을 통해 리바이벌하는 것이 아니라, 무대에서 재창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분명 다른 결이 나올 거라고 봐요. 원작의 강렬한 베이스 위에, 우리는 음악과 무대 기술, 좋은 배우들의 노련함을 더하는 거예요. 무엇보다 저희 무대에는 배우들의 힘이 있어요. 이런 것들이 모여서 원작을 뛰어넘는 강렬한 뮤지컬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해요.
김지현_ 전 연습 도중에 계속 눈물이 나더라고요.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지만 <모래시계>에는 마음을 울리는 정서가 있어요. 24부작을 뮤지컬로 다 담을 수 없어서 압축하고 요약을 했잖아요. 그런데 텅 비워버린 것이 아니라 이 공간을 음악으로 채워요. 뮤지컬의 특성상 음악이 주는 힘을 강조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노래를 부를 때마다 인물의 정서로 이입이 잘되더라고요. 스토리의 힘을 바탕으로 무대에서 표현되는 모든 요소들의 앙상블이 드라마와 다른 진한 감성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다면 뮤지컬 <모래시계>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김지현_ 개인적으로 음악이 무척 좋아요. 장담하는데 공연을 보고 나서면 계속 흥얼거리는 몇 개의 멜로디들이 생길 거예요. 저는 연습이 끝나고 집에 가면서 한 곡씩 흥얼거리게 되는데 그 곡이 매일 달라져요. 그러면 ‘어, 오늘은 여기에 꽂혔네!’ 이러면서 계속 흥얼거려요.
김우형_ 기본적으로는 록이랑 팝 장르로 구성되었는데 모든 넘버가 드라마에 걸맞게 만들어졌어요. 물론 편곡도 멋지고요. 개인적으로는 무대에서 음악이 펼쳐질 때, 객석에서 어떤 반응이 나올지 기대가 커요.
강필석_ 그리고 액션 장면이 정말 멋있죠! 김우형의 기운으로 액션 장면이 완성돼요. 
김우형_ 작품에 액션 장면이 정말 많아요. 안무도 상당히 남성적인 스타일로 구성됐고요.
김지현_ 무대에서 몸의 움직임을 보여주는데, 참 멋있어요. 이 장면에서는 강렬한 액션이, 저 장면에서는 절도 넘치는 검도 장면이 펼쳐지죠. 이것들이 모이니 강렬한 인상을 줄 수밖에요.
강필석_ 나도 액션을 했으면 좋겠다. 아, 저도 액션이 있어요. 다람쥐같이 계속 도망 다니는 액션. (일동 웃음)




당신의 숨결 하나하나


드라마에서는 비극적이고 엇갈린 사랑과 냉정한 현실이 주를 이뤘어요. 그렇다면 뮤지컬에서는 어떤 부분이 더 부각될까요?
김지현_ 사랑이죠. 태수, 우석, 혜린의 사랑과 우정이 시작됨으로써 드라마가 시작되고 끝이 나는데, 중요한 건 이들이 사랑하고 우정을 나누는 시대가 격동적이기 때문에 더욱 치열한 삶을 살게 되었다는 거예요. 뮤지컬에서는 시대적인 부분이 대놓고 나온다기보다는 시퀀스로 강조되며 넘어가기도 해요. 시대적인 상황으로 인해 세 사람의 삶이 이렇게 흘러간다고 명확하게 설명하는 거죠.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주축은 세 사람의 사랑과 우정이에요.
김우형_ 사실 저는 지금도 어느 정도로 시대적인 부분을 드러내느냐 하는 고민을 하고 있어요. <모래시계>의 배경이 배경인 만큼 시대적인 부분이 강조되는 것을 기대하는 관객들도 분명 있을 것이고, 이 부분이 형성하는 분위기도 상당히 강하거든요. 예를 들어서, 삼청교육대에서 태수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정말 강렬해요. 그리고 그곳에서 보여주는 태수의 모습도 되게 멋있죠. 그래서 적절한 부분에서 시대적인 배경을 딱딱 찍어주면서도 인물 간의 관계 속에서 정서를 표현하는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세 사람의 사랑이 어떻게 무너지고 아파하는지, 누군가가 어떻게 배신하고 어떤 권력의 편에 서서 살아갈 수 있는지, 이런 부분을요. 그래서 드라마를 보지 못했거나 시대적 배경을 잘 모르시는 관객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으리라 봐요. 
강필석_ 사실 <모래시계>는 정말 큰 이야기 같지만, 아주 간단한 이야기예요. 세 사람은 사랑과 우정이 전부인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시대에 맞는 사랑을 이루기 위해 내리는 선택 중에서는 결론적으로 보면 어리석은 결정도 많아요. 이로 인해 아프더라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저희에게 소망이 있다면 이 이야기가 관객의 가슴에 묵직하게 다가가는 거예요. 평범한 세 사람이 시대 속에서 계속 휩쓸리죠. 나는 이 사람이랑 손을 잡고 싶은데, 세상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이 두 사람의 손을 못 잡게 해요. 바로 이 점이 안타까운 거고.




각 캐릭터에서 가장 돋보이게 만들고 싶은 점이 있나요?
강필석_ 사실 캐릭터마다 속도가 다르잖아요. 태수를 100m 달리기 선수라고 본다면 우석은 마라톤 선수 같아요. 우석이 강렬한 임팩트가 있는 역할은 아니에요. 하지만 이 작품의 베이스처럼 극을 묵묵하게 끌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부분을 계속 신경쓰고 있어요. 또한 표면적으로 작품의 핵심이 태수와 혜린의 사랑이에요. 그런 만큼 우석의 캐릭터를 잘 만들어가는 동시에 태수와 혜린의 사랑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어요.
김우형_ 개인적으로 우석은 가장 섬세하게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석은 이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중심에 있어요. 실제로 우석 같은 인물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이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보거든요.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이죠.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에요. 그리고 태수는 그를 둘러싼 상황이 힘들지만 거침없어요. 상남자 스타일로 쭉쭉 달리죠. 또 중간이 없어요. 사랑하는 여자, 사랑하는 친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버릴 수 있는 남자죠. 이런 거칠고 강렬한 남자가 무너지는 이유를 잘 표현해 내고 싶어요. 이를 통해 관객들이 연민을 느끼고 가슴 아파할 수 있도록 말이죠. 개인적으로 태수는 무조건 멋스러웠으면 좋겠어요. 멋있다는 것과 멋스러운 거는 다른데, 멋스러운 남자를 만들려고 해요.
김지현_ 연습하면 할수록 혜린은 약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어요. 약한 여자지만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려 하고, 스스로 강해지려 부단히도 노력하는 인물이죠. 부르주아라는 집안 배경 때문에 생겨난 콤플렉스, 그 시절을 살아가고 있는 동지들을 향한 미안함, 죄책감, 열등감 같은 것들이 혜린을 숨지 못하도록 밑에서 밀어주고 있는 것 같아요. 겁도 많고, 약한 아이인데도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끝까지 자신의 길을 계속 가더라고요. 이렇게 혜린을 살아가게 하는 치열한 무언가가 무대에서 잘 보였으면 좋겠어요.


드라마의 엔딩이 유달리 먹먹했어요. 뮤지컬 <모래시계>의 엔딩은 어떤가요?
김지현_ 아직 엔딩 장면은 연습을 안 했어요. 사실 자꾸 잊고 있는 장면이기도 해요. 정말 마지막이라서요,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죠. 드라마 마지막 장면은 담담해서 오히려 더 슬픈데, 뮤지컬에서도 기본적인 정서는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엔딩 장면의 대사와 깊은 정서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하는 중이에요. 마지막 장면을 통해 그 시대가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고민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아요.
강필석_ 생각해 보면 드라마와 뮤지컬의 엔딩 장면은 마치 번외편 같기도 해요. 사실 태수가 죽고 나면 모든 게 끝나는 것 같거든요. 이후엔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툭툭 주고받는 느낌이죠. 남아 있는 사람들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니까요. 그 장면에서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말들이 등장하기도 해서 쉽지 않아요.
김우형_ 늘 강하게만 보였던 태수는 사형대에 서면서 굉장히 떨어요. 그런데 그 와중에도 내 친구들의 신념과 자존심을 나의 희생으로 지켜주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나만 사라진다면 너희들은 너희의 신념대로 세상을 바꿀 수 있어. 그리고 너희가 그럴 수 있다면 나는 이 세상에서 기꺼이 사라질 수 있을 것 같아. 이런 마음으로요. 그래서 뮤지컬의 엔딩에서, 태수는 하늘에서 사랑하는 친구 우석과 사랑했던 여자 혜린을 바라보며 굉장히 해맑고 행복하게 웃고 있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모래시계>를 보러 올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김우형_ 왜 이렇게 먹먹할까요.
김지현_ 맞아요. 생각만 해도….
강필석_ 여러분, <모래시계> 잘 아시죠? 너무나 좋은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저희 정말 잘 만나서, 잘 만들고 있어요. 아주 따끈하게 만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이 응원해 주세요. 저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 만들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기대해 주세요. 저희 곧 찾아뵐게요.
김우형_ 인터뷰하면서도, 작품을 연습하면서도 느끼지만 굉장히 먹먹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저희의 먹먹함과 정서를 함께 나누고 싶어요. 어쩌면 보시면서 눈물을 흘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희는 열심히 준비해서 관객들에게 감동을 드리고 싶어요. 정성 들여서 만들겠습니다. 극장에 와서 응원해 주세요.
김지현_ <모래시계>가 무겁고 힘들기만 한 작품은 아닐 거예요. 물론 볼거리도 있을 것이고, 작품 안에 담긴 에너지도 많을 것이고 슬픔도 굉장히 강렬할 거예요. 또 세 젊은이가 역동적인 시대를 어떻게 치열하게 살아가는지 무대에서 잘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우리가 사는 시대가 과거에 비해 많이 바뀌었지만, 어느 부분은 계속 반복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나의 가치와 정의를 어디에 두고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실 수 있지 않을까요. 감동과 볼거리와 여러 가지를 충족시켜주는 좋은 뮤지컬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정말로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어요. 보시고 많이 평가해 주시고 응원도 해주세요. 그래야 이 공연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공연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계속 공연해야만 우리가 만날 수 있고.
강필석_ 어디까지 갈 셈이야?
김지현_ 많이 보러 와주세요. 근데 나 너무 갔어?
강필석_ 응, 많이 갔어. 벌써 재연까지 생각하다니! (일동 폭소)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1호 2017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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