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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OTLIGHT] 섹시동안클럽 [NO.171]

글 |배경희 사진 |배임석 2017-12-28 5,530

유쾌한 남자들의 반란 
양준모·김대종·최민철·최수형·조순창


지난 9월 ‘서울 스타라이트 뮤지컬 페스티벌’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섹시동안클럽’의 무대를 기억할 것이다. 페스티벌이 끝난 직후 단독 콘서트 요청이 쇄도했을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얻었으니 말이다. 남다른 개성을 지닌 배우들의 사교 모임 격으로 출발한 일명 ‘섹동클’은 지난 2012년 <이석준의 이야기쇼>에서 처음 관객과 만난 후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프로젝트 그룹이다. 각각 독보적인 매력을 발휘하는 남자들의 유쾌한 반란. 오는 1월 단독 콘서트를 앞둔 섹동클의 다섯 남자들이 소리 모아 외친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 섹동클 멤버 문종원은 개인 사정으로 인터뷰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이심전심으로 뭉친 남자들 


섹동클 결성 때로 거슬러 올라가 볼게요. 처음에 어떻게 시작된 모임인가요. 술자리에서 결성됐다는 이야기가 있던데요?
최민철 각자 기억이 조금씩 달라서 저희도 진지하게 한번 과거를 추적해 봐야 해요. (처음 이야기가 나온 자리가 술자리가 아니었다는 추측들이 오간 후) 그럼 정황상 <몬테크리스토> 초연할 때였나 보다. 한 6년 전인가, <몬테크리스토> 초연 준비할 때 연습실 앞에서 우연히 순창이를 만나 담배를 피운 적이 있거든요. 그때 너랑 나같이 생긴 놈들만 모아놓고 공연하면 진짜 살벌하겠단 얘기를 농담처럼 했는데, 아마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조순창 맞아, 우리 같은 사람들이 또 누가 있지 얘기하다 지금 이 멤버들 이야기가 나온 거죠. 그때 (김)법래 형 얘기도 나왔어요. 법래 형이 고문을 맡아야 한다고. (웃음)
김대종 당시에 민철 형이랑 순창이가 트위터에서 이런 농담을 주고받기에 제가 막 비웃었더니, 저보고 뭘 비웃느냐 그러더라고요. 저도 여기 속한다면서. (웃음) 섹동클의 ‘동’자가 ‘아이 동’이 아니라 ‘한가지 동’자거든요. 평생 한 얼굴로 산 사람들의 모임이죠. 근데 또 (이)석준 형이 저희 트위터를 보고 <이야기쇼>에 한번 나와 달라고 한 거죠. 이 컨셉 재미있다면서요. 


<이야기쇼> 출연 당시 엄청난 호응을 얻었잖아요. 그런 뜨거운 반응을 예상했나요?
김대종 아뇨, 그렇게까지 뜨거운 반응을 얻을 거라곤 생각 못했어요. 우리끼리 연습하면서 이거 잘하면 재미있겠다 싶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너무 뜨겁더라고요. 그때 <이야기쇼> 제작진이 저희 주제곡인 ‘셀카동맹’에 맞게 영상을 만들어 주셨는데, 오프닝 화면에 꽃미남 아이돌들이 나오다 저희로 바뀌는 순간 객석이 거의 뒤집어졌어요. 저흰 그냥 무대로 걸어 나갔을 뿐인데….


지난가을에 열린 서울 스타라이트 뮤지컬 페스티벌에서도 등장과 동시에 뜨거운 박수를 받았죠. 사람들이 섹동클에 열광하는 이유가 뭔지 생각해 본 적 있어요?
조순창 이유는 하나, 얼굴이죠.
양준모 글쎄, 그게….
김대종 준모야, 창피해하지 마. 우린 당당해져야 해. 저희는 관객들의 본진 배우이니까요. (웃음) 사실 저희도 그 이유가 궁금한데, 아마 무대에서 주로 센 역할을 한 배우들이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니까 그런 거 아닐까요. 일부러 웃기려는 게 아니라, 저희 같은 카리스마 강한 배우들이 진지하게 뭔가를 하는 모습이 웃음을 주는 것 같아요.
최민철 일부러 웃기려고 하지 말자는 게 저희의 생각이었어요. 한창 페스티벌 회의할 때, 개그 코드 아이디어가 나오면 잘랐어요. 우린 개그맨이 아니니까. 저희 나름대로는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한 가닥 하는 배우들인데, 일회성 무대에서 웃긴 그룹으로 소모되기 싫더라고요. 사실 <이야기쇼> 이후에 섹동클로 콘서트 하자는 제의를 많이 받았거든요. 근데 다 거절했던 이유도 그거예요. 반짝 떴다 사라지는 소모품이 되고 싶지 않았죠. 페스티벌 당시에 오랜만에 섹동클로 다시 뭉친 만큼 제대로 하기 위해 누구보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요.



이번 페스티벌의 인기에는 ‘셀카동맹’ 무대에서 영상으로 깜짝 등장한 양준모 씨가 큰 몫을 했죠. 영상을 찍는 건 어떻게 탄생한 아이디어였나요?
양준모 영상은 민철 형의 아이디어였어요. 제가 일본 공연 때문에 페스티벌에 같이 못 나가니까 영상으로 함께하자고 하더라고요. 사실 처음엔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형이 제가 같이 무대에 못 서는 게 많이 아쉬웠는지 영상을 꼭 찍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결과적으로 그날 <영웅>으로 예능 프로 <라디오 스타>에 나갔을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한테 연락을 받았어요. 너무 웃기다고요. 형 말대로 안 했으면 정말 후회할 뻔했죠. 
조순창 ‘셀카동맹’은 불멸의 얼굴을 지닌 저희 섹동클의 주제곡 같은 노래인데, 준모가 빠질 수 없죠. 준모가 참여했던 <영웅>의 대표곡 ‘단지동맹’을 패러디한 게 ‘셀카동맹’이니까. 어떻게 보면 ‘셀카동맹’ 때문에 저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뮤지컬 팬분들이 그 노래를 정말 많이 사랑해 주셨거든요. 
최수형 ‘셀카동맹’ 개사를 대종이가 했다는데, 대종이는 정말 개사계의 자판기에요. 누르면 바로 나오더라고요. 이번 콘서트에서도 가사를 바꿔 부르는 곡이 많은데, 대종이가 엄청 고생하고 있어요.


수형 씨는 가장 최근에 영입된 멤버잖아요. 혹시 섹동클 멤버가 되기 위한 자격 요건 같은 것도 있나요?
김대종 아, 그럼요. 당연히 있죠. 저희는 일단 슈트 간지가 나야 합니다.
최민철 그리고 섹시해야 하죠. 섹시한 사람들의 모임이니까. 저희는 무섭게 생긴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에요. ‘못친소(못생긴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이 느낌 아니에요. 또 최소 이십 년 동안 같은 얼굴이어야 하고요. 그래서 나름대로 서류 심사 과정이 있어요. 증명사진 심사를 거쳐야 하죠.
김대종 항상 같은 얼굴이라는 게 저희의 포인트예요. 양준모가 저희 팀 센터를 맡고 있는 이유죠. 준모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모든 증명사진에 시간차가 없어요. 심지어 가장 최근에 찍은 건 줄 알고 고른 게 중학교 때 사진이었어요.
양준모 전 수형 형한테 좀 미안해요. 수형 형이 가장 최근에 들어온 멤버인데, 형은 되게 잘생겼잖아요.
김대종 야, 왜이래, 우리도 겁나 잘생겼어. (일동 웃음)
최수형 이번 콘서트 첫 연습 날, 저는 다른 공연 연습 때문에 밤늦게 합류했거든요. 연습실 문을 여는 순간, 좁은 연습실에 맥주병이 가득 쌓여 있는데…. 아…. 여기 네 사람이 절 보며 “왔어?” 그러는데 저도 모르게 위축되더라고요. (웃음)




취미 이상의 책임감


지금은 농담처럼 말하지만, 데뷔 초 중후한 외모 때문에 겪은 남모를 고충이 있었을 것 같아요.
최민철 고충 많았죠. 십몇 년 전에 <파우스트>란 뮤지컬을 공연한 적이 있는데, 거기에 젊은 파우스트랑 늙은 파우스트가 나왔거든요. 그때 서른도 채 안 된 제 역할이 늙은 파우스트였어요. 저랑 일곱 살 차이 나는 (김)장섭 형이 젊은 파우스트였는데. (웃음) 저희는 다 그런 경험이 있어요. 준모는 데뷔 초에 대원군을 했는걸요. 남경읍 선생님하고 더블 캐스트로.
양준모 데뷔 초에 그런 일도 있었어요. <천사의 발톱>에서 조폭 두목 짝귀를 연기한 적이 있는데, 그게 원래 트라이아웃 공연 때 저보다 한 살 많은 (최)재웅 형이 했던 역이었거든요. 근데 재웅 형이 이건 자기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 해야 할 것 같다고 본 공연에 참여를 안 한 거예요. 그게 저한테 돌아온 거죠. 나중에 재웅 형이 공연을 보고 나서 사람들한테 이거 보라고, 선생님이 하시니까 얼마나 좋냐 그랬대요. (일동 웃음)   


최민철 근데 저희 같은 얼굴이 살다 보면 오히려 편할 때가 있어요.
김대종 그럼요, 사람들이 쉽게 대하지 않으니까. 어디 가서 편한 대접을 받아본 적이 드물어요. 어릴 적에도.
조순창 단지 하나 불편한 점은 가만히 있어도 화났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는 거죠. 사람들이 기분 안 좋은 일 있냐는 얘기를 자주 하더라고요.
최민철 길에서 경찰 검문할 때 저희 차례가 오면, 갑자기 경찰들이 바빠져요. “김 순경, 김 순경, 조회해 봐” 이러면서. (일동 웃음) 그래서 이번 콘서트에서 이런 주제로 가사를 하나 쓰고 있어요. 제목이 ‘물거나 해치지 않아’예요.


이번 콘서트에 대한 팁을 좀 더 줄 수 있을까요? 컨셉은 뭘로 정했나요? 
최민철 저희 콘서트의 부제가 일곱 가지 유혹이에요. 지난 페스티벌 무대가 저희를 소개하는 자리였다면, 이번 콘서트는 저희의 매력을 본격적으로 발산하는 자리가 될 거예요. 각자 하나의 테마를 잡아서 그에 맞는 무대를 보여드릴 계획이죠. 예를 들면, 평소 록 음악을 좋아하는 순창이는 록커다운 면모를 발산하는 식으로요. 여섯 배우들이 각자의 매력을 보여주고, 거기에 한 팀으로서 지닌 매력을 하나 더해 모두 일곱 개의 유혹이 완성되는 거죠. 이번 공연은 무엇보다 음악적인 완성도에 많이 신경쓰고 있어요. 연습이 진행될수록 악기 욕심이 커져서 아마 웬만한 대극장 뮤지컬 오케스트라 규모가 될 것 같아요. 어떤 스태프들은 저희 세트 리스트만 봐도 신난대요.



콘서트를 준비하는 각오는요?
조순창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상상도 못한 무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김대종 제 개인적인 목표는 민철 형에게 쏠려 있는 섹시의 비중을 저, 준모, 순창이 ‘80라인’ 쪽으로 가져오는 거예요. 80라인이 얼마나 섹시한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거든요.
최수형 바로 전국 투어 이야기가 나올 만한 무대를 보여드리죠.
최민철 전국 투어뿐만 아니라 저희끼린 우리 일본도 가고, 중국도 가자, 그런 얘기 많이 했어요. 아까 잠깐 말했지만, 지난 페스티벌 무대 준비할 때 진짜 열심히 했거든요. 어설프게 안 하려고. 농담이 아니라, 페스티벌에 참여한 팀 가운데 저희가 가장 오랜 기간 준비했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거의 두 달 가까이 준비했으니까. 이번에는 저희의 진정한 하모니를 찾아 선보일 생각이에요. 여섯 명이 각자 개성 강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보니, 하나의 하모니를 이루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지난 무대보다 더 완성된, 가장 좋은 사운드를 들려드리자는 마음이죠.


시작은 방과후 모임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젠 취미 이상의 활동이 된 것 같아요. 이 모임에 이렇게 열정을 갖는 이유가 뭘까요?
김대종 동질감 때문에? (일동 웃음) 딱 하나로 꼬집어 말할 수 없는데, 일단 여기 모인 사람들은 제대로 하는 사람들이라는 믿음이 있어요. 이미 다들 작품에서 동료로서 또 배우로서 같이 작업해 본 경험이 있으니까요. 사실 재미도 중요하지만,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일수록 무엇보다 잘 해내는 게 중요하거든요. 잘 해내지 않으면 재미도 없고요. 근데 이 사람들하고는 같이 잘 해낼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으니까 뭘 해도 즐겁죠. 
최수형 어제도 저희끼리 모여서 그런 얘기를 했어요. 배우들은 한 작품이 끝나면 마음이 조금 허해지거든요. 근데 요즘엔 마음 한구석에 항상 동클이 자리하고 있어서 작품이 끝나도 덜 허전해요. 소속감 같은 게 있달까. 든든하죠.
조순창 우리나라 교육에서 잘못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점이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1등 위주의 교육을 한다는 거예요. 공연계도 마찬가지예요. 모두 주인공만 꿈꾸죠. 저는 그런 생각에 조금 반대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저희처럼 흔히 생각하는 주인공과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를 이뤄냈을 때, 누군가는 저희를 보고 용기를 얻지 않을까요. 시간은 조금 걸릴지언정 나만의 길을 가자고요. 저희가 그런 믿음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1호 2017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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