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스 R. 스펜서 『외계인 인터뷰』
‘모른다고 해서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마음에 새겨 두고 쓰던 말이다. 특히 외계인에 관심이 많은데 우연히 이 책을 접했다. 1947년 로스웰 UFO 추락사건 당시 미군 간호장교였던 마틸다 오도넬 맥엘로이가 외계인과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는 책이다. 그중에서도 환생에 관한 이야기가 나를 감동시켰다. 맞다. 우리는 다시 태어난다. 대본을 쓰면서 이영훈 작곡가가 안드로메다 어디에서인가 나를 지켜봐 주고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작품의 엔딩도 ‘별’로 끝이 난다. 우리는 결코 죽는 법이 없다.
마이클 A. 싱어 『될 일은 된다』
<광화문연가>를 제의받았을 때 내가 꼭 해야 할 프로젝트라고 느꼈다. 작가를 하든 연출을 하든 늘 인연으로 무언가를 만나게 된다고, 어느 순간부터 생각하게 되었다. 인연이 아닌 것도 인연이다. 좋든 나쁘든 우리는 그 인연의 끈을 붙들고 살아간다. 어떻게든지 이 작품은 될 것이라고 믿었다. 『될 일은 된다』는 그 즈음에 읽었다. 책의 핵심은 내맡기라는 거다. 그것이 무엇이든 내맡기면 저절로 이루어진다. 나는 <광화문연가>에 분별을 내세우지 않고 그저 흐름대로 내맡겼다. 만약 될 일이라면 될 것이고 되지 않을 일이라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하다. 끝내 긍정이 승리한다.
질 미무니 <라빠르망>
<광화문연가>를 준비하면서 동시에 영화 <라빠르망> 연극화를 위해 저작권 협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마침내 질 미무니 감독과 협의를 끝내고 시나리오를 받아 읽었다. 서두에 ‘하나의 이야기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네. 물에 빠져 죽은 시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처럼’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그 문장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두 번 반복되는 삶에 대하여. 명우는 과거의 추억을 좇으며 기억의 전시장에서 수아를 다시 만난다. 과연 기분이 어떠했을까. 이제는 중년이 된 남자가 추억 속의 여자를 바라보는 일. 사실 인생은 과거에 집착하면 별 볼 일이 없어진다. 그러나 사랑은 늘 우리를 묘한 별천지로 데리고 간다.
김현식 ‘그 거리 그 벤취’
김현식의 노래다. 그야말로 극본을 쓰는 내내 내 머릿속을 꽉 채웠다. 이 노래를 극본에 넣어볼까 생각했을 정도다. 80년대에 이문세의 노래를 들을 때 김현식의 노래도 열심히 들었다. 작곡가 이영훈이 다소 조심스러운 감수성의 소유자였다면 김현식은 술 한잔 걸치고 다소 터프한 느낌으로 마구 들이댔던 가인이다. 이영훈의 이면이랄까. 모르긴 몰라도 이영훈도 술을 한잔 걸치고 주정을 했다면 김현식 같았으리라.
살바도르 달리 ‘기억의 지속’
스토리와 플래시백의 시간을 고민하다 보니 살바도르 달리의 늘어진 시계가 생각났다. 기억이 지속된다는 제목이 근사하다. <광화문연가>로 보면 추억의 지속이 더 맞는 것 같다. 명우는 추억을 지속한다. 추억이 현재를 지배하니 참 현실성이 없는 인간이다.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누가 그랬다. 다만 언어처럼 편의상 명명할 뿐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없다는 얘기다. 에이, 시간이 없다고? 없을지도 모른다. 음. 세월은 분명히 있는 것 같은데.
이문세 ‘알 수 없는 인생’
이 노래도 어떻게든지 넣고 싶었던 곡이다. 이영훈의 곡이 아니라서 빠졌다. <광화문연가>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정서를 잘 담고 있는 노래라고 생각했다.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고 아무리 살아도 세상을 알지 못한다는 푸념이 특히 와 닿았다. 눈부신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을 텐데… 아니다. 돌아간들 눈만 부시다. 그때 거기가 아니라 지금 여기를 살피고 추스르는 게 맞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1호 2017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