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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소년들의 꿈, 끊임없는 도전 <빌리 엘리어트> [No.83]

사진 |심주호 글·진행|김유리 2010-08-30 6,187


 

여기, 2010년 8월을 위해 스스로를 부단히 다듬어온 소년들이 있다. 2009년 2월부터 시작된 800대 1의 오디션을 거쳐 빌리로 선발된 5인, 김세용, 임선우, 박준형, 정진호, 이지명(왼쪽부터). 발레, 탭댄스, 뮤지컬, 각각 다른 재능을 가지고 모인 이들은 하나의 꿈, ‘빌리 되기’를 이루기 위해 1년여의 트레이닝 시간을 거쳐 왔다. 길지만 재미있었던 ‘빌리 되기’ 과정을 하나씩 정리하며 8월 13일, 첫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 빌리들을 만나 영화와 공연에서 선보였던 빌리의 다양한 모습들을 발레걸즈와 재현해보았다.      

 


“안녕하세요~!” 개구진 목소리의 주인공들이 배꼽인사를 하며 카페로 들어온다. 그간 사진에서 보아오던 모습보다 훨씬 작다. 무대 리허설 연습으로 계속되는 10시 귀가에 피곤할 법한데, 아침 8시부터 촬영장에 와서 졸린 가운데도 끊임없이 조잘대는 모습을 보니 영락없는 아이들이다. 대체 얼마나 작았을 때부터 춤을 추고, 오디션을 보고, 연습을 해온 거지? 그리고 왜?

 

소년들의 도전   All You Really Have To Do Is Shine.


영국 북부의 탄광촌 소년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았다. 그중 빌리에게 주어진 길은 형이, 아버지가, 그리고 할아버지가 앞서 걸어왔던, 어려선 지극히 남성적 아드레날린을 뿜어내는 권투를 배우고, 노동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선 지역 산업인 탄광에서 광부의 길을 걷는 ‘그 지역을 한번도 벗어난 적 없던 그들’의 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빌리는 권투 연습장 한쪽에서 연습장을 빌려 쓰고 있던 발레걸즈를 발견한다. 발레 동작을 보며 발레를 꿈꾸게 된다. 그가 춤을 추며 느꼈던 ‘어떤 찌릿함’은 빌리에게 새로운 인생의 서막을 알린다.

 

 

다섯 명의 한국 빌리는 각기 다른 길을 걸어왔다. 맏형인 세용과 막내인 선우는 2009년과 2010년의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YAGP) 발레 부문 1위를 이어 차지할 정도로 발레로 두각을 나타내던 소년들이었지만 뮤지컬은 처음이었고, 지명이는 2006년부터 <라이온 킹>과 <명성황후> 등 뮤지컬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왔지만 이 작품 전까진 춤을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다. 진호 역시 ‘탭댄스 신동’으로 TV에 나올 정도였지만, 발레는 처음이었다. 모두 각자의 재능을 성실히 다듬어 오다가 만나게 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이 작품이 각자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발레리노가 꿈인 세용과 선우에게 이 작품은 ‘항상 발레만 생각하던 나에게 처음으로 뮤지컬을 알게 해 준 작품’, ‘어둠 속에서 길을 만들어주는 밝은 불빛’이다. 꿈이 뮤지컬 배우인 지명이에겐 ‘변성기가 오기 전, 아역 시절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작품’이며, 경제학 박사가 꿈인 진호에겐 ‘나의 또 다른 이름이자 나를 단련시키는 과정’이란다. 표현은 모두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발레와 탭댄스, 애크러배틱, 힙합 댄스 등 다양한 춤으로 빌리의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이 뮤지컬이 각자에게는 새로운 도전이고, 새로운 꿈이 되었다는 것이다. 

 

소년, 춤에 매혹되다   I`m Flying Like a Bird, Like Electricity Sparks in Me, and I`m Free!


발레를 시작한 빌리는 발끝을 올리고, 팔 하나 뻗는 동작이 새롭고 즐겁다. 그러나 한 발을 축으로 하여 도는 피루엣에 처음 도전했을 때, 생각만큼 중심을 잡기가 힘들다. “마음속으로 벽에 점을 하나 찍고, 바라보다 머리부터 몸을 돌려 다시 그 점을 보렴.” 윌킨슨 부인의 말을 새기며 욕실, 부엌, 벽이 있는 어디서든 열심히 돌아본다. 그리고 처음 성공하게 되는 피루엣. 새처럼 날아오를 듯한 기쁨과 감전된 듯한 찌릿함에 빌리는 동네 구석구석을 뛰어다니며 기쁨의 춤을 춘다. 

 

 

좋아하는 장면과 노래로 ‘Angry Dance’, ‘Born to Boogie’, ‘Shine’을 꼽으며 각 장면에 대한 설명과 빌리가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 또박또박 설명하는 진호. ‘탭 댄스 신동’이었던 진호는 작년 빌리 트레이닝 프로그램인 빌리 스쿨에 와서 처음 발레를 시작했다. 약 1년 4개월여의 연습 기간에 가장 재미있었던 것을 꼽아보라 하니 바로 “그냥 춤추고 노래하는 게 다 재미있었어요”라고 답하는 진호는 “빌리가 되어 가는 과정이 즐거움의 연속이었다”며 눈을 반짝인다.  

춤을 출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물어보니 준형이는 “구름 위에 떠 있는 것처럼 푹신푹신하고 새, 나비처럼 하늘을 날아오르는 것 같아요. 기분이 좋아져요”라고 무심히 툭 던진다. 준형이는 지난 2009년 12월 당시 8명의 빌리 후보자의 장기가 담긴 동영상을 놓고 4,988명의 네티즌이 참여한 ‘나만의 빌리를 찾아라’ 이벤트에서 966표를 얻어 1위로 뽑혔던 빌리다. 다섯 번째 빌리로 처음 정식 선을 뵌 준형이는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보고 빌리에 반해 처음 발레를 시작했다. 발레를 시작한 지 일 년도 안 돼 선발되었지만 작품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빌리를 꿈꾸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다크호스다.  

 

함께 꾸는 꿈,  빌리  We Don`t Know How Far He Can Go


튀튀 입은 소년, 춤이 좋아 선택한 새로운 인생. 나고 자란 곳을 떠난 적 없는 빌리의 아버지에겐 아들의 선택이 당황스럽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저녁에 빈 체육관에서 빌리가 추던 춤에서 아들의 열정을 읽은 아버지, 자신이 모르는 세계지만 아들이 원하는 미래를 선사하고 싶다. “그 애는 떠날 수 있고, 빛날 수 있어. 우린 빌리에게 삶을 줄 수 있어.”

 


<빌리 엘리어트>만의 매력에 대해 물으니 “비슷한 나이의 인물이 주인공이라, 긍정적인 빌리의 마인드에 영향을 받아 나도 같이 밝아지는 것 같다”고 답하는 지명이는 ‘이런 빌리의 긍정성’을 보여주는 노래인 ‘Electricity’를 가장 좋아한다. ‘오디션을 망쳤다고 생각한 빌리가 처음에는 좌절하고 풀죽은 상태에서 이야기하다가 춤에 대한 열정에 사로잡혀 자신도 모르게 환희에 가득 찬 상태로 끝마치게 되는 노래’라며 자신도 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있으면 빌리의 그 전율이 전해져 온다고 했다. 발레를 늦게 시작해 남들보다 중심을 잡는 데 조금 더 신경 써야 한다지만, 얼마 전 공개된 제 4회 DIMF 전야제의 공연에서는 파워풀한 춤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새로 도전하게 된 첫 뮤지컬의 오디션에서 합격한 이후 탭댄스, 아크로바틱, 힙합댄스 등을 배우는 재미에 폭 빠졌다는 발레리노 세용이. ‘돈 키호테’를 연기한 2009년 YAGP 1위 영상을 보면, 12세임에도 절도 있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춤이 매우 인상적이다.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매력적이라는 세용이는 연습이 이렇게 길게 될 줄은 몰랐지만 처음부터 함께해온 또래 친구들이 많아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아주 강해져서 좋다고 웃는 모습이 영락없이 든든한 맏형이다.   

“춤을 출 땐 내가 백지가 된 것 같아요.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그냥 내 몸이 음악에 맞춰 움직이고 있는 것이 신기해요” 준비해 간 질문 목록에서 ‘춤을 출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라는 질문을 발견하곤 말하고 싶다고 손으로 콕 집던 선우의 답변이다. 만 나이 10세, 세계 최연소 빌리로 데뷔하게 될 선우는 처음 빌리가 되었다고 통보를 받았을 때 부모님이 맛있는 걸 사주셔서 아주아주 좋았다고 송곳니를 드러내며 애교스럽게 ‘이히히’ 웃는 천상 막내다. 하지만, 촬영장에서 ‘흥미 없는 권투보다 발레를 하고 싶어 하는 소년의 얼굴’을 주문하자 몇 초 사이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감정을 잡는 끼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약 2시간여의 촬영이 끝나가는 동안 각자 관객들에게 어떤 빌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지 물으니 각자 골똘히 생각하다 내놓는 답이 제각각이다. 하지만 본인을 가장 잘 반영하는 대답이기도 했다. ‘무대 위에서 긴장하지 않고 깔끔하고 클래식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빌리가 되고 싶은’ 세용, ‘빌리 자체가 되어 춤을 추며 느끼는 전율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지명, ‘빌리의 즐거움과 화남, 떨림과 슬픔 등의 다양한 감정을 그대로 잘 표현하여 전달하고 싶은’ 진호, ‘감동과 만족감을 주고 싶다’는 준형, 그리고 ‘이 공연을 보고 남자 아이들이 발레를 하고 싶다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다부지게 말하던 선우. 공연에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트레이닝 때처럼만 즐겁게 춤만 생각하고 춤추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게 외치는 이 소년들의 행보가 갈수록 더 빛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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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3호 2010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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