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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OTLIGHT] <햄릿: 얼라이브> 고은성 [NO.170]

글 |나윤정 사진 |김호근 2017-12-04 6,036

애정과 열정, 그리고 행동!


불멸의 명작 ‘햄릿’이 무대에 오를 때마다 눈길이 가는 인물은 단연 주인공 햄릿 역이다. 물론 <햄릿: 얼라이브>의 캐스팅이 발표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햄릿 역에 이름을 올린 고은성. 그는 이번 무대에서 어떤 매력을 발산할까? 뮤지컬을 향해 10년 동안 사그라지지 않았던 그의 남다른 애정이 ‘고은성의 햄릿’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다.





10년의 사랑
무언가를 10년 동안 좋아한다는 것은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처음과 다름없이 변함없는 마음을 간직한다는 것. 애정과 열정이 없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고은성에겐 뮤지컬이 그러했다. “열여덟 살 때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 늘 뮤지컬에 미쳐 있었어요. 뮤지컬과 사랑에 빠진 거죠.” 그는 인터뷰 시작부터 뮤지컬에 대한 애정을 뿜어내며, 무대를 향한 열정을 한껏 드러냈다.


고은성은 어린 시절부터 하나에 꽂히면 그것을 파고드는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좋아하는 게 생기면 줄곧 그것에만 집중했어요. 어렸을 때는 레고 조립하는 것이 좋아서 방에서 나오지 않았죠. 한때는 컴퓨터 게임에 미쳐서 그것만 했고요. 지금은 뮤지컬에 푹 빠져 있어요.” 그런 까닭에 고은성은 지금 누구보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그토록 좋아하는 뮤지컬 무대가 꿈이 아닌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죠. 도대체 나에게 기회란 것은 언제 올까? 내가 하는 것이 맞는 걸까? 이런 생각들을 하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 이렇게 무대에서 원 없이 노래를 부를 수 있으니 정말 좋아요.” 이렇듯 그는 무대라는 기회를 맞이하면서, 더욱 단단한 미래를 머릿속에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여러 기회들을 마주하게 되면서, 무대와 음악에 미쳐 있는 사람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었고, 그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어요. 특히 기회가 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기회를 잘 잡기 위해서 그만큼 준비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다음번에 또 다른 기회가 내게 온다면 이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잘 준비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나 역시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영감과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죠.”


최근 고은성에게 찾아왔던 기회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JTBC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팬텀싱어>가 아닐까? 이를 통해 숨겨진 원석이 발견되듯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알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 “처음 출연하게 된 계기가 뮤지컬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 매력을 전하기 위함이었어요. 제 노래를 좋게 봐주신 분들이라면 뮤지컬 관객이 되어 공연을 보러 와주지 않을까 기대를 했거든요. 지난 추석 연휴에 부산에 내려갔더니 많은 분들이 저를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이런 작은 관심들이 정말 감사했죠. 그리고 이런 분들에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것 같아요. 내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좋아해 주셨으니까 예전처럼 똑같이 잘하면 되는 거잖아요. 사람들이 제게 관심을 갖는다고 갑자기 노래도 제대로 안 하고, 외모만 가꾸면서 겉치레를 신경쓰는 건 아닌 듯해요. 전 늘 해왔던 대로 최선을 다할 거예요!”




무대라는 기회
이제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고은성. 지금 그의 앞에는 또 다른 기회가 반짝이고 있다. 바로 11월 개막을 앞둔 <햄릿: 얼라이브>다. 배우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맡고 싶은 역할인 햄릿. 게다가 더블 캐스팅된 배우가 뮤지컬계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홍광호인 만큼 자연스레 고은성에게도 큰 관심이 쏠렸다. 어쩌면 부담스러울 수 있는 역할이지만, 그는 특유의 패기로 이 기회를 마주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저를 걱정하더라고요. 홍광호랑 더블 캐스트인데 괜찮겠냐고. 그런데 저는 안 괜찮을 게 뭔지 모르겠어요. 제가 잃을 게 하나도 없잖아요. 무언가를 얻으면 얻었지 잃을 건 없는데. 과연 내가 부담을 가져야 하는 걸까? 전 손해를 본다는 생각은 안 해요. 광호 형은 제가 롤모델이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로 좋아하는 배우거든요. 그래서 형이랑 같은 역을 맡게 된 게 마냥 좋아요. 제가 형에게 배울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잖아요.”


실제로 연습을 시작하며 그는 선배 배우인 홍광호에게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자기만의 틀에 갇히지 않고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그의 성향을 잘 읽을 수 있는 지점이다. “광호 형에게 자주 물어봤어요. 노래할 때 몸을 어떻게 써야 해요? 그런데 형은 그런 생각 많이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분석하지 말라고. 그때부터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무대에서 노래를 할 때 어디서 힘을 풀고, 내 몸의 감각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 지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이제와 보니 부르는 과정보다는 듣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더라고요. 내가 아무리 좋은 몸 상태와 발성으로 노래를 불러도 남들이 들었을 때는 좋은 음악이 아닐 수도 있잖아요. 듣는 이에게 좋은 음악이 되려면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하겠구나 싶어요. 그래서 더 좋은 결과를 내는 것에 포커스를 두고 스스로를 잘 컨트롤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한편, 고은성은 <햄릿: 얼라이브>를 만나기에 앞서 ‘햄릿’을 탐구했던 기억을 끄집어내 보았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 공연을 할 때였어요. 그때 정말 노래에 미쳐 있던 시절이었거든요. 뮤지컬 노래를 정말 좋아하다보니까 연기를 시작하게 됐고, 뮤지컬 무대에 오르면서 연기의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그때 뮤지컬 배우로서 연기의 기본기를 많이 다져야 하겠구나 고민하던 찰나에 스터디 그룹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예전부터 저를 잘 챙겨주시던 고마운 (이)준혁 형이 같이 스터디 그룹을 하자고 제안을 했거든요. 그렇게 박소영 연출님, 주민진 형 등 같이 모여 <햄릿>을 공부하게 되었어요. 스터디 멤버들과 함께 햄릿을 토론하고 캐릭터를 연구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드디어 이렇게 이 작품을 만나게 되었네요.”




새로운 햄릿의 탄생
고은성은 요즘 연습을 시작하며 <햄릿: 얼라이브>의 매력을 차근차근 알아가는 중이다. “확실한 것은 기존의 <햄릿>들과 많이 비슷하겠지만, 또 많은 면에서 다를 수 있다는 거예요. 제목 자체에 ‘얼라이브’란 단어가 있잖아요. 살아 있다!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는 이야기란 거죠. 그만큼 관객들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무엇을 느낄지는 관객들의 자유이지만, 햄릿의 이야기를 통해 삶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참 좋을 거 같아요. 그리고 팁을 하나 드리자면, 공연을 보기 전에 원작을 한 번 읽고 오시면 더 좋을 거예요.” 물론 그 역시 이 작품을 통해 다양한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고. “우리가 살면서 죽음에 대한 생각은 잘 안 하잖아요. 죽을 걸 알고 살면 불행하니까요. 하지만 인간은 결국 다 죽잖아요. 그래서 저도 요즘 이런 생각을 해봐요. 과연 삶이란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우리는 행복해하고 울고 웃는가. 살아 있는 순간 무엇을 해야 할까.” 그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생각들. 이것이 바로 이 작품이 지닌 큰 힘이 아닐까 싶다.


그는 또한 캐릭터 자체가 지닌 힘에도 크게 매료되어 있었다. 남자 배우라면 누구나 탐내는 역할 햄릿! 그는 그 이유를 몸소 느끼는 중이었다. “햄릿은 어린 나이에 감당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요. 당장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엄마는 삼촌이랑 결혼을 하죠. 스물여덟인 제가 그 일을 겪는대도 감당이 안 될 것 같은데, 햄릿은 더 어린 나이거든요. 그런 점을 생각하다보면 역할에 대한 가능성이 활짝 열려요. 뭐든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만큼 재밌는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생겨요.” 이러한 확신은 이번 무대를 향한 그의 각오를 굳건하게 다져주었다. “물론 그동안 했던 작품들과 다르게 한층 어려운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 작품을 분명히 즐기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어요. 하루하루가 재밌거든요. 그만큼 관객들에게 좀 더 새로운 작품으로 다가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저만의 햄릿을 꼭 찾겠습니다’가 아니라 온 힘을 다해 제가 할 수 있는 햄릿을 보여줄 거예요.”


덧붙여 고은성은 햄릿이란 캐릭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풀어내었다. “햄릿이 우유부단하고 결정 장애가 있는 인물이란 분석이 있잖아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아요. 햄릿이 인간의 존재에 대해 고민만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안 해요. 햄릿은 굉장히 강한 남자라고 생각해요. 과감하게 행동하는 인물이에요. 스스로 복수의 칼날을 집어 들며 주도적으로 행동한 캐릭터잖아요. 완벽한 복수의 기회를 노리다보니 완벽한 때를 놓쳐버린 거뿐이에요. 하지만 복수를 위해 모든 걸 걸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론 그걸 실행하잖아요.” 이러한 고은성의 생각은 곧 무대 위에서 햄릿이란 캐릭터를 표출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 같다. “물론 햄릿이란 인물이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하지만 이 작품은 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어요. 관객들이 햄릿이란 인물에 깊이 이입할 수 있도록 만들 거예요.”


이제 두 달 남짓 남은 2017년. 고은성은 <햄릿: 얼라이브>로 남은 연말을 보낼 예정이다. 그리고 이 작품과 함께 이십 대의 마지막을 맞이하게 된단다. “이 작품을 하면서, 스물여덟에서 스물아홉 살이 되겠네요. 그 징검다리를 <햄릿: 얼라이브>와 함께 보내게 돼서 참 좋아요. 이십 대의 마지막,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아! 서른 전이니까, 재밌는 역할은 한 번 맡아보고 싶은 바람은 있어요. <스모크>, <인터뷰>, <햄릿: 얼라이브>까지, 최근 어둡고 힘든 역할을 연달아 맡았잖아요.(웃음) 다음번에는 <록키호러쇼>의 브레드, <위키드>의 피예로, <그리스>의 대니처럼 아무런 고민이나 생각 없이 무대에서 편하게 놀 수 있는 그런 역할을 맡아보고 싶어요. 스물아홉이 된다고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싶지는 않아요. 그저 스물여덟에도 그러했듯 열심히 노력하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9호 2017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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