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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OTLIGHT] <팬레터> 손승원 [NO.170]

글 |박보라 사진 |김승완 2017-11-28 5,837

혹독하고 찬란한 그대에게


인터뷰에 앞서 최근 출연한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하자, 손승원은 기다렸다는 듯 감사한 마음을 뱉어냈다. 그의 말을 듣다가, “어머, 너무 많이 말해서 외운 거 아니에요?”라는 장난 섞인 말을 건넸고 함께 웃음이 터져버렸다. 쉴 새 없이 던진 낯선 질문에도 척척 바른 대답을 내놓았던 손승원은 인터뷰 내내 환한 미소로 훈훈한 시간을 선물했다. 유쾌한 성격에 매끄러운 언어 감각까지 갖춘 꽃미남 배우. 무대 아래에서도 이렇게 반짝이는 그가 무대 위에서는 어떤 연기의 빛을 쏟아낼지 궁금증이 일었다.





동경(憧憬)하는 당신에게


정말 바쁘게 사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JTBC 드라마 <청춘시대 2>를 무사히 끝냈죠.
작년부터 바쁘게 지냈어요. 뮤지컬 <그날들>, 드라마 <행복을 주는 사람>, <청춘시대 2> 그리고 바로 <팬레터> 연습에 들어갔어요. <청춘시대 2>에서 지난 시즌보다 더 많이 사랑받아서 힘을 얻었어요. 제게 정말 좋은 기회였죠.


공연, 방송, 영화를 넘나드는 승원 씨의 선택을 보면 의외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요.
일단은 제가 경험하지 못한 것을 가장 먼저 생각해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망도 있고요. 의식적으로 저와는 반대되는 이미지를 원하기도 했죠. 그래서 방송에서는 악역이나 강한 이미지의 캐릭터로 많이 살았어요. 


그럼 <팬레터>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요?
원래는 쇼케이스에 참여했어요. 2주 동안 <팬레터>에 올인했죠. (웃음) 그런데 아쉽게도 본 공연에는 다른 작품과 출연이 겹쳐서 참여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이번 재연 소식이 들리자마자 꼭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처음 작품을 만났을 때 어떤 기분이었어요?
쇼케이스를 연습할 당시엔 대본이나 넘버가 완벽하게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라, 이걸 만들고 다듬는 과정이 재미있었어요. 또 미리 완성됐던 몇 곡의 넘버가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대본이나 스태프, 함께하는 배우들도 참 좋은 느낌이었죠.


세훈을 연기하기 위해 어떤 걸 준비하고 있어요?
쇼케이스 때와 공연이 조금 많이 달라졌더라고요. 그래서 더 좋은 공연이 된 것 같아요. 세훈에게는 약하고 연약한 이미지도 있지만 내면은 강한 아이거든요. 세훈이 세월이 지나서 상처를 딛고 일어났을 때는 강한 이미지를 표현하고 싶고, 반대로 선생님들과 있을 때는 부끄럽고 순수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또 히카루랑 있을 때는 친구 같지만 강하게 맞설 힘도 드러내고 싶고요. 단순히 연약한 모습만이 아니라 강한 이미지도 만들고 싶어요.



실제로는 주로 팬레터를 받는 입장이잖아요. 작품 속에서 팬레터를 쓰는 것도 신기한 경험일 것 같아요.
인간 손승원의 입장으로서는 한 번도 (팬레터를) 써본 적이 없어요. 대신 이번엔 존경하는 인물을 찾아봤어요. 세훈처럼 팬레터를 쓸 정도로 좋아하거나 존경하는 사람을 찾고 싶었거든요. (그런 인물을 찾았어요?) 네, 저는 김광석 선배님을 엄청 존경하거든요. <그날들>도 선배님을 향한 마음을 품고 무대에 올랐어요. 그걸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참 좋은 경험이었죠.


세훈은 해진의 어떤 부분을 보면서 동경했다고 생각해요?
일단 해진과 세훈이 비슷한 성격이라고 봐요. 차분차분하고 조용하고 부드러운 이미지의 사람들이요. 그런데 글을 쓸 때만은 자기 생각에 대해 확신이 뚜렷하고 강하죠. 세훈은 자신과 비슷한 점이 있기 때문에 해진을 더 좋아하고 공감했다고 생각해요. 해진을 보면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 나와 같은 슬픔을 안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세훈, 해진과 히카루의 관계는 어떤가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세훈은 절대 약한 아이가 아니에요. 히카루도 세훈 내면에 있는 자아죠. 내 안에 있는 욕망 가득한 자아가 존경하는 해진을 자꾸 이용하고 소유하려는 거예요. 사랑이라고 하기엔 조금 다른, 존경과 동경을 담은 욕심이요. 언뜻 보실 때엔 세훈, 히카루, 해진의 삼각관계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이들의 관계가 (세훈이 지닌) 자아의 욕심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했어요.


세훈은 원하는 것에 적극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본인이 생각하기에 실제로 연기를 하면서 간절하거나 적극적이었던 부분이 있나요?
고등학교 입시 준비할 때 그랬던 것 같아요. 뮤지컬 배우에 대한 꿈이 너무 커서 수업 시간에도 악보만 보고, 좋아하는 배우들의 동영상을 아이팟에 넣어서 그것만 봤거든요. (웃음) 세훈을 보면서 그때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스프링 어웨이크닝>으로 데뷔하고 나서 신기했던 점이 제가 동영상을 보고 공부했던 선배들과 같이 무대에 서고 같은 분장실을 쓰는 거였어요. 신기하고 설레고 떨리더라고요. 세훈도 마찬가지로 내가 존경하는 선생님들과 함께 같은 장소에서 일하면서 그 설렘은 얼마나 클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넘버 중에 ‘눈물이 나’라는 곡이 있는데 정말 좋아서 눈물이 난다는 내용이거든요. 저도 그때 세훈처럼 그랬던 것 같아요.




찬란한 당신의 온도


우연히 커뮤니티에 승원 씨의 인터뷰가 게시된 걸 봤어요. ‘드덕잘알’(드라마 덕후를 잘 아는 사람)이라는 부연 설명이 있더라고요. 작품에 이해도가 높은 것 같아요.
저는 저만의 색깔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해요. 보통 공연이 더블, 트리플 캐스팅이니까요. 같은 대본, 넘버에서 저만의 색을 드러내고 싶어요. 배우마다 다르기 때문에 충분히 그 안에서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팬레터>는 어떤 식으로 표현하게 될 것 같아요?
저는 공연을 통해 유약하거나 소년 같은 이미지를 자주 보여드렸어요. <팬레터>도 그럴 수 있는데 표현력이 약할 뿐 단단한 내면이 없다는 건 아니에요. 그런 걸 표현해서 끌어내고 싶어요. <팬레터> 초반에 세훈이 아버지의 억압을 뿌리치고 집을 나가는 장면이 있는데, 그 후 시간이 지난 세훈의 모습에서 강하고 남자다운 이미지를 표현하고 싶어요. 또 존경하는 선생님들과 함께 있을 때 나타나는 소년 같은 이미지도 잘 살려서 상반된 매력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지금까지 성실하게 연기를 해왔어요. 과거를 회상하면 어때요?
운이 좋게도 어린 나이에 무대에 오를 수 있었고, 심지어는 과분한 작품에도 참여할 수 있었어요. 과거를 돌이켜보면 제 자신이 단단해지는 계기가 됐죠. 개인적으로는 <헤드윅>이라는 작품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자신감이 생겼어요. 인생의 제일 큰 산을 넘었다는 기분이었죠. 그 대단한 무대에 섰다는 자체만으로도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해도 두려움은 없을 것 같아요. 당시에 굉장히 많이 고민도 했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거든요. 제게는 참 감사하고 고마운 작품이죠.


어떤 배우가 그러더라고요. 배우가 혹독해져야 진심이 담기는 것 같다고요.
맞아요. 항상 연습이든 공연이든 혹독하게 해야지 끝나고 나서 뿌듯한 감정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배우가 연습을 통해 스스로 100% 만족하고 올라가는 공연은 없겠지만요. 개인적으로는 한 번 호되게 앓아누워야지 좋은 공연을 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사실 <헤드윅>을 하면서 진짜 아팠거든요. 입원까지 하면서 아프고 나니까 ‘내가 더 이상 뭘 못할까’라는 마음이 생긴 것 같아요. 그래서 더 혹독하게 연습하고 무대에 올라요. 또 어느 순간이 되면 긴장이 풀리고 무대가 익숙해질 때가 있는데, 그때 스스로 채찍질을 많이 하죠.


관객들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요?
어릴 적에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땐, 휘황찬란한 수식어를 붙여서 설명했는데 (웃음)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배우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배우는 연기하는 직업이잖아요. 그러니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배우다. 이렇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연기 잘하는 배우. 이게 가장 중요한 수식어라고 생각해요. 제 이름을 들은 누군가가 ‘손승원, 연기 잘하잖아’라는 말을 듣는 것이 제 목표고 꿈이에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9호 2017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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