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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국내 대표 영상디자이너 시리즈-고주원 [NO.169]

글 |나윤정 사진제공 |HJ컬쳐 2017-11-06 6,137


영상 디자인의 세계


공연에서 영상의 역할은 특별하다.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이 구현할 수 있는 세계를 더욱 확장해 주기 때문이다. 뮤지컬에서 영상은 새로운 스펙터클을 만들어내며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역할을 톡톡히 담당한다. 이제는 하나의 트렌드로서 자리한 공연과 영상의 결합. 최근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준 영상디자이너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영상 디자인의 세계를 들여다보았다. <빈센트 반 고흐> 고주원, <나폴레옹> 박준, <벤허> 송승규, <서편제> 정재진, <헤드윅> 조수현, 다섯 명의 영상디자이너가 그 주인공이다.



<빈센트 반 고흐> 고주원
차가움과 따뜻함의 조화


고주원 영상디자이너는 영화를 전공했으며, 2008년 서울 시청 구청사 건물에 영상을 투사하는 미디어 파사드 작업을 이끌며 영상디자이너로서의 전환점을 맞았다. 바로 스크린 밖에서도 영상 예술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탈스크린의 새로운 미학을 느낀 것. 이후 탈스크린의 주효한 공간인 무대로 관심을 기울였고, 2009년 임형택 연출의 <새 새(New Birds)>를 시작으로 무용, 융복합 공연, 뮤지컬 등 60여 편 공연의 영상을 담당했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에서는 프로젝션 맵핑과 인터랙티브 미디어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무대 위 영상의 존재감을 인상적으로 보여주었다.





<빈센트 반 고흐> 영상 디자인 CONCEPT!


19세기 고흐의 공간으로 초대

<빈센트 반 고흐>의 영상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고흐의 그림에 천착하지 않고, 19세기 고흐가 살았던 공간의 모습으로 비치는 그림 이미지가 되길 바랐다. 이를 통해 관객들을 120년 전 고흐가 살고 있던 세계로 초대하는 것이 컨셉이었다. 일반적인 프로시니엄 무대는 네모반듯하기 때문에 1~2대의 프로젝터를 사용하면 되지만, 이 작품은 배우 공간의 3배에 달하는 22.5m의 드넓은 공간의 수직·수평의 미디어 스크린을 만들어 총 4대의 프로젝터로 채웠다. 이처럼 넓은 공간이 주어지면 여러 개의 빛을 정확하게 하나의 이음새로 만드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무대 위에 영상을 투사하는 프로젝션 맵핑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또한 평면이 아닌 입체적인 사물에 영상을 투사하는 오브젝트 맵핑 기법을 사용해, 의자, 침대, 옷장 등에 영상을 정밀하게 투사하며 그림에서 튀어나온 듯한 고흐의 방을 재현했다.


무대 바닥까지 활용한 공간감
<빈센트 반 고흐>는 무대 바닥으로도 관객들의 시선을 이끈다. 무대 바닥을 단순한 바닥이 아닌 수직, 수평의 공간과 일체화시켜 관객들의 시야에서 볼 때 일상 공간과 유사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꽃피는 아몬드 나무’ 장면의 경우 그림 속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도록 3D로 영상화했다. 이때 바닥에 꽃잎의 그림자를 동시에 투사해, 영상이 무대 전체를 가득 채우고 객석까지 꽃잎이 날리는 듯한 장면을 만들었다. ‘까마귀 나는 밀밭’의 경우 원화처럼 까마귀가 하늘로 날아가는 모습을 영상화했는데, 무대 바닥에 까마귀의 그림자를 표현해 특별함을 더했다. 영상은 실재하지 않는 데이터이기 때문에 물질이 없다. 때문에 영상이 실재하는 무대에서 물질성을 획득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물질성을 대표하는 것 중 하나가 그림자이므로, 이를 이 작품의 영상에 적용했다. 까마귀가 날아가는 모습을 단순히 벽면에만 투사하는 것보다는 바닥의 그림자를 함께 투사해 관객에게 인상적인 체험을 전하고자 했다. 




INTERVIEW


뮤지컬이 타 장르의 영상 디자인과 차별화를 이루는 부분은 무엇인가?
사람들은 네모반듯한 규격의 디스플레이에 구현되는 것이 영상의 기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뮤지컬 영상 디자인은 디스플레이를 과감히 벗어나 물리적 공간에서 배우들과 함께 살아 움직여야 한다. 언제든 반복 상영할 수 있는 제작물이란 형태를 감추고, 이 순간 이 공간만을 위해 존재하는 듯 만들어야 한다는 특성이 있다. 그런 만큼 무대가 운용되는 원리와 공간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뮤지컬 영상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단순한 배경이 아닌 무대에서 살아 움직이는 장치로 기능하게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시청각 요소를 빨리 체감한다. 때문에 영상을 통해 몰입 요소를 극대화해 관객의 체험을 오감으로 확장시켜야 한다. 영상 이미지는 반응이 즉각적이기 때문에 임팩트 있는 장면을 관객의 뇌리에 새기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다. 반면 이런 특성이 관객의 시선을 빼앗아 극의 몰입을 방해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영상이 시선을 빼앗아야 할 지점, 배우에게 몰입시켜야 할 지점에 대한 리듬감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두 번째로 뮤지컬 영상은 차갑고 건조한 기술을 기반으로 재현된다. 무대에 영상이 등장하면 관객들은 그 빛의 원류를 따라 시선을 이동해 프로젝터의 위치를 찾는다. 그 순간 영상이 기계장치에 의해 구현되는 것을 인식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차가운 기계장치가 구현한 영상으로 따뜻하고 정서적인 교감을 이루었을 때 관객들은 더 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이러한 교감을 이루게 하는 것이 비로소 공연의 최종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라 본다.



리듬감을 파악하는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연출과의 논의가 굉장히 중요하다. 무대 공간에 비해 사람의 크기는 월등히 작다. 배우들이 감정에 몰입해야 하는 순간에는 영상이 관객의 시선을 빼앗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움직임이 지나친 이미지는 피해야 한다. 반면 영상에 집중시켜야 할 때는 과감하게 배우들이 등을 돌려 영상을 바라보게 하는 설정도 가능하다. 감정이 중요한 지점과 행동이 중요한 지점이 있는데, 행동이 중요한 순간에는 배우와 영상이 함께 어우러져 움직임을 전하는 게 효과적이다. 이런 리듬에 따라 영상을 만들어가면서 수위 조절을 해 나간다.


영상 디자인은 어떤 작업을 거쳐 탄생하나?
무대 영상은 기술과 콘텐츠가 긴밀히 결합된 양식이다. 기술 구현의 방법론을 고안하는 동시에 예술적 콘텐츠로서의 고민을 동시에 해야 한다. 먼저 대본 초안이 완성되면, 장면별로 영상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점을 파악했다. 역으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대본 수정을 요청하기도 한다. 동시에 무대 디자인과 영상이 물리적으로 자연스럽게 결합할 수 있는지 논의를 거쳐 무대 디자인을 최종 확정 짓는다. 무대 디자인이 곧 영상의 스크린이 되기 때문에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이후 본격적인 영상 제작에 돌입하고, 시작부터 끝까지 끊임없이 배우의 동선, 극의 속도와 몰입 지점 등을 공유하며 디자인을 수정해 나간다. 리허설 단계에서는 기술적으로 무대 공간과 맞아떨어지는 정확한 설계를 한다. 배우와 호흡을 맞추며 미세한 수정을 해 나가는 것이다. 영상 이미지는 반응이 즉각적이기 때문에 배우가 먼저 나오는지, 영상이 먼저 나오는지가 초 단위로 미세하게 달라지는 지점이 있다.



미세한 차이를 예측하고 설계하는 것 또한 영상 디자이너의 중요한 과제로 보인다.
실제로 완성된 무대에서 배우와 영상이 합을 맞춰보는 시간이 거의 없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영상디자이너에게는 미리 공연을 예측해야 하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배우가 어떻게 호흡하고 행동할 것인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연습 과정을 함께하며 끊임없이 상상해야 한다. <빈센트 반 고흐>에서 고흐가 캔버스에 그림을 덧칠하는 장면이 있는데, 배우의 손짓에 맞춰 열일곱 개로 쪼개진 영상 클립이 변화한다. 그 시간을 계산해서 영상의 길이를 자르고 붙여서 교묘하게 하나의 영상처럼 보이게 계산하는 것도 영상 디자인의 영역이다.


무대에서 새롭게 시도해 보고 싶은 도전이 있나?
앞으로 레디메이드의 시대가 종말을 이룰 거라 생각한다. 현재 우리는  실시간, 반응형, 센서 등이 범람하는 물결 속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런 흐름을 무대에 적용해, 인터랙티브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려 한다.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하는 상호작용 영상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싶다. <빈센트 반 고흐>에서 고흐가 손짓을 하면 그림이 하나하나 만들어지는 장면이 있다. 이는 사전에 준비된 약속에 따라 진행된 것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그때그때 배우의 움직임에 따라 영상이 실시간으로 반응한다면, 공연의 감흥이 극대화될 것이라 생각한다. 내년 평창동계패럴림픽의 개폐회식 영상감독을 맡게 되었는데, 평창에서 다양한 요소를 실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9호 2017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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