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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오페라의 유령>의 손준호 - 학수고대했던 날 [No.83]

글 |배경희 사진 |[NO.81] 2010-08-16 6,233

   

“일단 너무 짜릿했고요. 그리고 참 감사하죠. 사람은 꿈이라는 걸 갖잖아요.…(중략)…꿈을 이뤄가는 과정 속에서 하나하나 배워가고… 한 문장으로 얘기해야 하는데 되게 기네요. 하하.” ‘무대에 선 소감에 대해 한 문장으로 말한다면?’이라는 질문에 느릿하고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가던 손준호가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멋쩍게 웃는다. 오늘은 그의 첫 번째 인터뷰 날이다. 잘 다려진 하늘색 셔츠에 회색 조끼, 황토색 면바지, 그야말로 모범적인 차림을 하고 의자에 반듯하게 앉아 대화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그에게서는 잘하고 싶고, 잘 보이고 싶은 신인의 들뜬 열망이 묻어난다.


지난 7월부터 새롭게 라울을 연기하게 된, ‘뉴 라울’ 손준호는 무대에 서기 전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뮤지컬 팬들에게 미남 귀족 청년을 누가 연기하는가는 꽤나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그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정보라고는 이름과 나이, 학력 그리고 헌칠한 외모에 한한 프로필이 전부였으니 더 많은 궁금증을 갖게 될 수밖에.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온 것 같아요. 김동규 선생님이 노래하시는 걸 어려서부터 여러 차례 봐왔는데, 그날 갑자기 나도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성악을 전공하게 된 거죠.” 선생님은 성악가가 되는 것은 많은 고통이 따르는 일이라며 만류해도, 그는 어떤 고통이 있어도 성악을 하겠다며 열정을 불태웠다. 그리고 10년 후, 뮤지컬을 통해 그날과 비슷한 열병에 다시 사로잡히게 된 것이다.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할 무렵 처음으로 연극을 보면서 ‘뮤지컬 배우’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선생님의 권유로 연극을 처음 본 날, 충격이었어요. 무대에서 노래 없이도 감정을 전달하고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게 정말 재밌어서 연극을 한창 보러 다녔는데, 전 노래 부르던 사람이니까 음악에 대한 갈증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뮤지컬 배우를 꿈꾸게 된 거죠. 이걸 하면 행복할 것 같았어요.”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고 굳게 마음먹은 기막힌 타이밍에 <오페라의 유령> 오디션 공고가 났다. “(양)준모 형이 같은 교회를 다니고 있었거든요. 무작정 찾아가서 안녕하세요, 저는 손준호라고 합니다. 형, 좀 도와주세요, 그랬죠. 뮤지컬이 하고 싶다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형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오페라의 유령> 오디션을 알려주신 것도 형이에요.” 크리스틴에게 음악의 천사 팬텀이 있었듯이, 그에게도 하늘에서 보내준 음악의 천사가 무려 두 분이나 있었던 셈이다. 성악가 김동규 선생님과 배우 양준모라는 수호천사가.


“노래 진짜 잘한다.” “헌칠하게 잘생겼다.” 그의 첫 공연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크게 저 두 가지였다. 하지만 손준호는 특별히 남들보다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고, 누군가에게 재능을 인정받아 본 적도 없으며, 잘해서가 아니라 좋아서 시작한 거라고 딱 잘라 말한다. ‘아니, 뭘 먹고 자라 이렇게 겸손해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인터뷰를 앞두고 ‘라울은 완벽한데 자신은 그렇지 못해서 부족하고 바보 같은 모습들을 보이면 어쩌나 걱정했다’는 이야기에, 그 말은 그냥 도로 쏙 들어가 버렸다. 그러다 문득 무슨 생각(아마도 자신감이 없어 보이면 안 된다는)이 들었는지 묵직한 목소리로 자기 최면을 걸 듯 한마디 덧붙인다. “저는 라울입니다. 정말… 라울이고 싶습니다.” 뮤지컬 배우들에게는 공식적인 휴일이나 다름없는 월요일 오후, 첫 번째 인터뷰를 마친 손준호는 인사를 나누고 연습실을 향해 사라졌다.

 

*본 인터뷰는 <더뮤지컬> 홈페이지(www.themusical.co.kr)에서  영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3호 2010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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