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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NUMBER BEHIND] 프랭크 와일드혼 작곡가의 <시라노> [NO.169]

사진제공 |프로스랩 정리 | 나윤정 2017-10-26 3,897

<시라노> 작곡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바로 레슬리 브리커스의 대본과 제 음악이 잘 어우러지게 만드는 거였어요. <지킬 앤 하이드>를 함께 만들었던 레슬리 브리커스와 제게 이 작품이 너무나도 특별했기 때문이죠. 또 이미 원작 희곡 자체가 훌륭했기 때문에 그 매력을 해치지 않길 원했어요. 그러면서도 저희만의 해석을 찾는 것에 집중했죠. <시라노>의 음악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팁을 한 가지 드릴게요. 음악에는 국경이 없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냥 마음을 열고 드라마와 함께 음악을 즐겨주세요. 음악을 통해 웃고, 울고, 감동을 느낄 수 있게 말이죠!





‘거인을 데려와’ 

‘거인을 데려와(Bring Me Giants)’는 에드몽 로스탕의 원작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에 나온 대사 중 하나예요. ‘신을 데려와. 거인을 데려와. 나는 다 싸우겠다.’ 이 구절을 본 순간 느낌이 왔어요. <시라노>의 음악을 만들기에 이만 한 표현이 없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거인을 데려와’란 말을 작품의 메인 테마로 정하고 작곡을 시작하게 되었죠. <지킬 앤 하이드>에 ‘지금 이 순간’이 있다면 <시라노>엔 ‘거인을 데려와’가 있어요. 그만큼 임팩트 있는 이 작품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죠.



‘나 홀로’

시라노의 솔로곡 ‘나 홀로’는 1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노래죠. 시라노는 ‘왜 신은 내게만 언제나 지독하고 가혹한 웃음을 짓는가’라며 가슴 아픈 운명을 이야기해요. 이 노래가 특별한 것은 <시라노>에서 가장 먼저 작곡한 곡이기 때문이에요. 작품의 대본을 처음 읽고 나니 시라노가 세상에 홀로 맞선다는 컨셉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때 느낀 시라노의 쓸쓸함을 이 곡에 풀어내려고 노력했답니다.



‘벨쥐락의 여름’

라그노의 빵집에서 오랜만에 재회한 시라노와 록산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부르는 듀엣곡이에요. 그 시절 두 사람이 함께했던 시간이 참 아름답거든요. 시라노와 록산이 그러했듯 누구에게나 과거에 이런 추억을 나눈 사람이 한 명쯤은 있잖아요. 생각만 해도 설레는 그 여름날! 저 역시 이 곡을 만들 때 제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기억들을 떠올려봤어요. 그리고 그 추억을 그리면서 시라노와 록산의 음악을 만들어 나갔죠.




‘가스콘 용병대’  

1막에 선보이는 ‘가스콘 용병대’는 시라노와 가스콘 부대원들의 신념이 물씬 담긴 노래에요. ‘우리가 이렇게 사는 데 불만 있느냐?’라는 가스콘 부대원들만의 당당한 패기를 느낄 수 있는 곡이죠. 이 음악을 작곡할 때 그들의 신념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했어요. 그래서 아주 강력한 한 방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거침없이 노래를 써 내려갔죠.



‘안녕, 내 사랑’ 

제가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 바로 ‘안녕, 내 사랑’이에요. 2막 말미, 시라노와 록산이 함께 부르는 노래죠. 이 곡을 작곡할 때 푸치니의 오페라들을 생각했어요. 그래서 자세히 들어보면 푸치니의 음악과 비슷한 정서들이 느껴질 거예요. 이 노래는 특히 시라노와 록산 사이에 오가는 로맨틱하면서도 슬픈 감정을 담아내는 데 집중했어요. 아름다운 슬픔이란 특별한 감정이 관객들에게 잘 전해질 수 있길 바랐어요.





‘패스트리와 시’

시라노의 친구 라그노는 빵집의 주인인 동시에 시를 쓰기도 해요. 제빵사이자 시인인 거죠. 라그노가 앙상블과 함께 부르는 ‘패스트리와 시’는 제빵사와 시인을 오가는 자신의 모습을 재치 있게 풀어낸 곡이에요. 제가 작곡한 곡 중 가장 재밌다고 생각해요. 저는 라그노의 빵집이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곳 같더라고요. 그래서 빵집에서 풍기는 디즈니 애니매이션 같은 느낌을 음악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최고의 남자’  

크리스티앙을 떠나보낸 후 록산은 오랜 시간 수녀원에서 홀로 지내요. 그런 그녀 곁에서 시라노는 묵묵히 자리를 지키죠. ‘최고의 남자’는 시라노를 향한 록산의 헌사곡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곡을 작곡할 때는 록산의 감정에 한껏 이입될 수 있어 그 과정이 즐거웠어요. 그런데 록산 역의 배우들에겐 이 노래를 부르는 일이 쉽지가 않을 거예요. 록산의 솔로가 많지 않다 보니 제가 욕심을 좀 냈거든요. (웃음) 특별히 배우가 최대한 노래 실력을 뽐낼 수 있는 곡으로 만들었답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9호 2017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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