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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TAFF] <서른즈음에> 조승욱 연출 [NO.169]

글 |박보라 사진 |양광수 2017-10-26 5,231

불후의 명곡


지난해 가을과 겨울, JTBC 음악 예능 프로그램 <팬텀싱어>는 뮤지컬 배우들을 비롯한 클래식계의 숨은 보석을 발굴한 프로그램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 인기에 힘입어 <팬텀싱어>는 올해 두 번째 시즌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조승욱 연출은 대한민국의 굵직한 음악 예능 프로그램을 도맡아 기획, 연출하며 능력을 인정받은 예능계의 ‘신의 손’이다. 그런 그가 강승원 작곡가의 서정적이고 감동적인 노래로 제작된 <서른즈음에>의 연출로 뮤지컬에 데뷔한다. 조승욱 연출이 풀어낸 강승원 작곡가와의 20년 인연 그리고 첫 뮤지컬을 통해 전할 진심을 들어본다.





스무 해의 인연


예능 프로그램의 PD로서 많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한 거로 알아요. 이번엔 뮤지컬인데, 왜 선택하게 됐나요?
뮤지컬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준비했던 건 아니고요. 강승원 작곡가의 개인적인 친분 때문에 우연히 연이 닿았어요. 그래서 조금 송구스럽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고 그래요. 강승원 작곡가의 음악이 참 좋은데, 그 음악으로 뮤지컬을 만들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일이 커졌네요.


직접 기획한 예능 프로그램이 현재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솔직하게 말해서, 뮤지컬 도전은 큰 결심이 필요했을 것 같아요.  
 
무리한 일을 벌였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죠. 어떤 순간에는 ‘내가 왜 일을 이렇게까지 벌였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웃음) 그런데 우연히 시작된 일이지만 이것 또한 저에게 좋은 인연이자 계기라고 생각해 성심성의를 다해 준비하고 있어요. 저는 지금 JTBC의 책임 프로듀서(CP)로서 <비정상회담>, <팬텀싱어> 그리고 곧 시작하는 <이론상 완벽한 남자>라는 세 프로그램을 맡고 있어요. 감사하게도 각 프로그램의 PD 후배들이 워낙 잘하고 있어서, 제가 <서른즈음에>에 더 전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강승원 작곡가와 어떤 인연인가요.
‘서른 즈음에’를 작곡한 강승원 작곡가는 KBS에서 오랫동안 음악감독을 하신 분이에요.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하나의 페퍼민트>, <유희열의 스케치북>까지 30년 가까이 굵직한 음악 프로그램을 맡아왔죠. 작곡가로서도 좋은 곡을 만들었어요. 성시경의 ‘처음’, ‘태양계’, 윤도현의 ‘오늘도 어제 같은 나는’ 등 많은 노래가 있죠. 제가 1997년에 처음 KBS에 입사해서 조연출을 맡은 프로그램이 <이소라의 프로포즈>였어요. 20년 전, 조연출과 음악감독으로 처음 만난 거죠. 원래 강승원 작곡가가 1990년대 초반에 우리동네 사람들이라는 보컬 그룹으로 음반을 하나 냈어요. 그 유명한 ‘서른 즈음에’가 들어가 있는 앨범이요. 가수 김광석이 듣자마자 반해서 그 노래를 자신에게 달라고 했고, 그래서 많은 사랑을 받았죠. 저 대학 다닐 때, 우리동네 사람들을 되게 좋아했거든요. (웃음) <이소라의 프로포즈>에 들어갔더니 그 강승원 형(!)이 음악감독으로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강승원 작곡가에게 “저 우리동네 사람들 되게 좋아했어요”라고 말했죠. 그렇게 가까워져서 같이 음악 이야기도 많이 하고 술도 자주 마시고 친한 선후배로 지냈어요. 그리고 딱 10년 후인 2007년도에 전 <윤도현의 러브레터> 연출로 발령을 받아서, 연출과 음악감독으로 다시 만났죠. 그 무렵부터 강승원 작곡가의 노래를 좋아하는 친한 선후배들 사이에서 언젠가 이 노래들로 뮤지컬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들이 나왔어요. 이 프로젝트는 10년 전부터 꿈이었는데, 작년부터 기반이 다져진 거예요. 그러고 보니 저와 강승원 작곡가는 10년마다 조연출과 음악감독, 연출과 음악감독, 뮤지컬 연출가와 작곡가로 만나게 됐네요.


그럼 작품 기획 단계의 초창기부터 함께하게 된 거네요.
뮤지컬이 만들어질 기반이 마련됐고,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초창기 시놉시스를 봤어요. 그러다가 조심스럽게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거죠. 제가 평소에 방송 프로그램에서 합을 맞췄던 황선영 작가와 최미연 작가를 섭외했어요. 황선영 작가는 대학로 창작 뮤지컬 <루나틱>도 썼거든요. 전 예전부터 이런 공동 창작을 통해서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었어요. 예능 프로그램도 작가와 PD가 함께 어떤 콘텐츠를 창작하는 과정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뮤지컬은 스토리가 담겼잖아요. 기회가 된다면 작가로서 뮤지컬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어요. 평일에는 방송 일로 바쁘니까 주말마다 모여서 얼개들을 만들어갔죠. 처음에는 공동 작가로 <서른즈음에>에 참여했던 거였는데, 주위에서 20년 동안 한 방송 연출 경험을 바탕으로 연출을 맡아 이끌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처음에는 고사했지만, 결국은 여기까지 왔습니다. (웃음)



캐스팅을 보니, 산들과 백형훈은 최근 뮤지컬 무대에서 주목을 받는 친구들이죠. 어떻게 해서 인연이 닿았나요?
백형훈은 <팬텀싱어>를 하면서 눈여겨봤어요. 가요의 감성도 잘 소화하고 폭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우리 작품은 원곡들이 가요다 보니 그런 감성들을 잘 소화하는 것이 중요했거든요. 또 산들의 경우는 프로그램을 함께해 본 적은 없지만 게스트로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는데, 평소에 노래를 들으면서 가창력과 표현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했죠. 노래들의 감성을 충분히 잘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인연이 됐어요. 연습할 때마다 느끼고 있는 건데, 기대했던 것보다 더 잘하고 있죠. 캐스팅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작품의 주요 배역은 더블 캐스팅이에요. 캐스팅 단계에서 한 명은 뮤지컬 배우를, 한 명은 가수 출신의 배합으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무래도 가요를 베이스로 만든 뮤지컬이니까요. 그래서 중년 현식도 이정열, 조순창 배우를 캐스팅했어요. 이정열 배우는 지금은 뮤지컬 배우로 굉장한 명성을 얻었지만 처음엔 가수로 활동하시면서 음반도 내신 선배거든요. 그리고 옥희는 유주혜 배우와 러블리즈의 케이를 캐스팅했습니다.


<서른즈음에>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봤던 고민을 던져주는 작품이에요. 사소할 수도 있지만 소박한 이야기를 강승원 작곡가의 아름다운 음악들로 채운, 따뜻하면서도 유쾌한 뮤지컬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흔히 ‘지금 나 잘 살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잖아요. 자기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인생에 대해 후회하는 사람도 있고 만족하는 사람도 있고 각기 다를 테죠. 제가 바라는 것은 <서른즈음에>를 보고 나서 자기의 현재와 살아왔던 인생들을 잠시 돌이켜볼 수 있는 시간도 가졌으면 좋겠어요.


주크박스 뮤지컬의 경우 곡 선택과 가사 수정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하죠.
맞아요. 강승원 작곡가의 좋은 노래가 많지만, 한 1~2백여 곡 중 추려서 스토리를 만드는 게 쉽지 않았어요. 주크박스 뮤지컬은 이 노래를 어떻게 서사 구조 속에 녹이느냐가 가장 어려운 부분이잖아요. 이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는데, 가장 중요한 점은 강승원 작곡가의 음악이 주는 느낌, 정서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극의 구조를 짜는 거였어요. 또 한정된 곡으로 뮤지컬을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드라마가 더 풍성해질 수 있을까를 고민했죠. 가사의 경우엔 거의 곡을 충실하게 따랐어요. 물론 극의 내용을 더 잘 살리기 위해서, 단어 몇 개 정도를 변형한 경우도 있지만 거의 같죠.




진심을 건드리는 일


방송과 공연은 너무나 다르잖아요. 차이점을 살펴보면요?
너무 다르죠. 방송은 (공연보다) 짧은 시간을 준비해서 임팩트 있게 만들어요. 방송이나 영화는 최상의 커트를 찾고 모아 사람들에게 내놓거든요. 특히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편집을 통해서 무언가를 재창조해 내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런데 뮤지컬은 이 한 작품을 위해서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까지 준비하고 두 달이 넘는 연습 기간에 많은 사람이 끊임없이 반복하는 과정을 거쳐요. 특히나 매일매일 무대에 올려야 하는데 그 하루하루가 중요한 결과물이니까 (방송과는) 참 다를 것 같아요. 그런데 결국 방송이나 뮤지컬이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잖아요. 관객들을 울리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감동도 주는,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기 때문에 큰 맥락에서는 같은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방송을 제작했던 경험이 뮤지컬 작업에 영향을 미친 부분이 있나요?
20년 동안 방송 PD로 일을 했는데, 주로 예능 프로그램을 담당했어요. 또 다양한 음악 프로그램, 쇼 프로그램, 시트콤이나 드라마타이즈 프로그램도 해봤고요. KBS에 있을 때는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 연출도 맡았죠. 한창 우리나라에 <미녀와 야수>, <맘마미아!>, <토요일 밤의 열기> 같은 라이센스 뮤지컬이 많이 들어왔을 때, 방송에서 특별 공연도 하고 그랬거든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서른즈음에>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어떤 사람들은 이번 뮤지컬 연출 데뷔가 JTBC <팬텀싱어>의 영향을 받은 거 아니냐는 말도 해요.
사실은 <팬텀싱어> 전부터 <서른즈음에>를 준비하고 있었죠. 약간 다른 결인데, 공교롭게 시기가 맞았어요. 사실 <팬텀싱어>로 인연이 되어서 백형훈 배우도 만나게 됐고, 솔직히 말하면 <팬텀싱어> 덕분에 도움받은 것도 있어요. <팬텀싱어>를 하면서 여러 배우나 김문정 감독님도 알게 되어서 뮤지컬에 더 깊이 관심을 두게 됐죠.


<팬텀싱어>는 여러 음악가에게 또 다른 기회를 준 프로그램이기도 해요.
<팬텀싱어>를 처음 기획할 때 들었던 생각은 뮤지컬 시장에 있는 예비 스타들과 클래식계에서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데 자기만의 무대를 펼칠 수 없는 사람 중에서 새로운 스타들이 나올 수 있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거든요.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사랑을 주셨고, 참여자들에게 자기 이름을 더 알릴 기회와 새로운 무대가 주어지게 돼서 제겐 큰 보람이었어요. 


최근엔 기획을 많이 하셨잖아요. 오랜만에 현장을 뛰는 것 같아요. 어떤가요?
사실 PD는 이렇게 직접 연출하는 게 재미있어요. 연차가 올라가면서 해야 할 역할들이 있어서 지금은 책임 프로듀서로 활동하지만요. 뮤지컬 연출은 방송 PD하고는 또 다른 역할이라 이런 도전이 즐거운 부분도 있고 어려운 부분도 있어요. 기획에서만 그치지 않고 직접 뛰어들어 연출하는 게 힘들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정신없이 하고 있어요. 그래서 재미있다는 말을 아직은 아껴두려고요. 걱정이 많거든요. (웃음)


방송이나 뮤지컬이나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잖아요.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진심을 효과적으로 잘 전달하는 게 중요해요. 진심만 있다고 해서 누가 그걸 알아주지는 않잖아요. 어떤 때는 음악으로, 어떤 때는 감동적인 드라마로, 어떤 때는 사람들의 감정을 쥐락펴락하면서 그 진심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죠. <서른즈음에>의 노래와 이야기에는 분명히 진심이 있다고 생각해요. 뮤지컬은 종합 예술이잖아요. 무용과 노래와 음악, 연주와 각종 세트, 조명, 효과, 배우의 연기까지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관객들이 작품에 빠져들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9호 2017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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