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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OVER STORY] <벤허> 민우혁·아이비 [NO.168]

글 |박보라 사진 |이수진 헤어/메이크업 | 이창은 민우혁 스타일링 | 노미영 아이비 스타일링 | 김지혜 아이비 스타일링 어시스턴트 | 정미혜 2017-09-15 4,734

절망 속에서
희망의 꽃을 피우다


<프랑켄슈타인>을 성공시킨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작곡가가 또 한 번 의기투합해 기대를 모은 <벤허>가 초연한다. 특히 <벤허>는 탄탄한 연기력과 노래 실력을 갖춘 뮤지컬 스타들이 캐스팅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방송과 여러 뮤지컬 작품에서 매력을 뽐내온 민우혁이 로마의 제국주의에 심취해 어린 시절 친구인 벤허를 배신하는 메셀라로 무대에 오른다. 그리고 벤허의 연인이자 현명함을 지닌 에스더는 팔색조 매력을 지닌 아이비가 맡게 됐다. 두 사람이 그리는 <벤허>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민우혁, 인생의 전환점을 선물하는 일


“저도 어린 시절에 외로웠거든요. 부모님이랑 오랫동안 떨어져 살았던 시간도 많고, 가족들 모임이 있어도 전 혼자였어요. 외로움과 싸우다가 부러운 누군가가 보이면 저도 모르게 신경질적이게 반응하고 거칠게 살았던 것 같아요.” 늘 희망찬 이야기를 건네며 긍정의 에너지를 내뿜고 있는 민우혁의 입에서 외로웠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흘러나온 것이 낯설었다. 그리고 자기와 꼭 닮은 <벤허>의 메셀라를 선택한 건, 어쩌면 운명 같은 만남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메셀라는 어린 시절 전쟁에서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마저도 병에 걸려 죽은 후 유대인에게 입양된 로마인이다.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아무리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어도 저도 모르게 차별받는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던, 미묘한 차이의 서러움. 때문에 메셀라는 혼자 외로움과 싸우고 독해지는 악역이다. “단순한 악역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왜 이 사람이 이렇게까지 됐을까. ‘악마’처럼 변했을까. 이 부분을 제가 잘 표현한다면 관객들도 메셀라를 충분히 공감하고 사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메셀라를 만들기 위해 고민의 고민을 거듭한 민우혁은 “남이 본다면 아무렇지 않을 수도 있는 미묘한 차이지만 제가 느끼기엔 매우 큰 서러움에 집중하고 있다. 아마 메셀라는 자신의 인생에 대한 분노와 처절하게 싸웠을 것”이라고 살짝 언급했다.



민우혁은 이런 ‘이유 있는 악역’의 모습을 쌓아가는 동시에 강렬한 첫 등장을 위해 칼을 갈고 있다. <벤허>의 출연 배우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다이어트 열풍 속에서 민우혁은 주축 멤버로 자리매김했다. 어린 시절의 아픔을 딛고 자신의 야망을 찾아가는 캐릭터인 만큼, 로마의 장교로 벤허 앞에 나타나는 첫 장면에 임팩트를 주기 위해 빠릿빠릿한 움직임을 강조할 수 있는 얄쌍한 몸이 가장 큰 숙제이기 때문. 여기에 작품은 유난히 검술이나 액션 장면이 많기로 소문이 났다. 덕분에 모든 출연 배우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정도로 연습 과정이 혹독하단다. 틈 나는 대로 배우들과 합을 맞춰보고 있다는 민우혁의 미소에서는 언뜻 자신감이 비쳤다. “많은 분들께서 <벤허>를 생각했을 때 전차 장면을 먼저 떠올린다든지, 남자들이 많이 나오는 공연 중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너무나 커요. 전 <벤허>를 통해 ‘희망’을 봤거든요. 죽을 것같이 힘들고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열심히 한다면 분명 이루어질 것이란 걸 전해 드리고 싶어요.”


“과거에는 ‘잘하고 싶다’는 마음만 컸던 것 같아요. 누구만큼 연기와 노래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단순하게 보이는 것에만 집착했죠. 그런데 지금까지 공연하면서 정말 많은 배우를 만났잖아요. 그러면서 많은 걸 배웠죠. 이젠 ‘이런 노래에 왜 이런 가사가 쓰여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메시지를 찾으려고 해요.” 이런 성장은 그에게 또 다른 변화를 가지고 왔다. 이젠 팬들이 건네는 이야기 중 ‘노래 정말 잘 불러요’라는 말보다 ‘그 노래가 정말 마음에 와 닿았어요’라는 칭찬에 더 기뻐진단다. “팬들이 보내주는 메시지를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을 통해 누군가에게 어떤 인생의 전환점을 선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벅차도록 행복해요. <벤허> 또한 누군가에게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는 공연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비, 당당한 그녀가 아름답다


마치 고양이를 닮은 날카로운 눈매와 입술, 강렬한 눈빛의 아이비는 사실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다. 조금의 실수라도 용납하지 않을 것 같은 깐깐한 첫인상은 상대방을 움츠리게 만들 정도다. 그런데 웬걸, 아이비와 단 5분만이라도 이야기를 나눠본 사람이라면 그녀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 순수하고 해맑은 사람이라고 동네방네 소문이라도 내고 싶은 그녀. 지난 2005년 ‘오늘밤 일’로 화려하게 가수로 데뷔한 아이비는 2010년 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로 뮤지컬에 도전했고 지금까지 <시카고>, <유린타운>, <위키드> 등의 무대에 올랐다. 인터뷰에 앞서 ‘전설의 데뷔 무대’라고 불리는 그녀의 첫 무대를 이야기하자마자 시원한 웃음이 터진다. “내가 봐도 너무 안 떨어. 세상 당당했다니까요! 근데 그게 그런 것 같아요. 오히려 아무것도 몰랐을 때 하나도 안 떨었어요. 나는 그때 진짜, 엄청 열심히 준비하고 무대에 올랐거든요. 나에 대한 자신감이 있으니까.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덜덜덜 떨게 되는 거 있죠? (웃음)”


아이비가 처음으로 마음을 뺏긴 뮤지컬 작품은 바로 <시카고>다. “2008년이었을 거예요. 내 생애 이렇게 세련된 뮤지컬은 처음 본 거예요. 블랙 의상에, 절제된 분위기, 저절로 탐이 났죠.” 작품을 향한 애정을 감추지 못했던 아이비는 결국 2년 후, 록시 하트로 무대에 오른다. 마음을 훔친 작품에 출연하는 것만큼 설렜던 건, 데뷔작이었던 <키스 미 케이트>의 로하 역을 했던 선배 최정원과 함께 무대에 선다는 사실이었다. 여기에 선배 남경주도 더해졌으니, 탄탄한 선배 배우들의 이름만 봐도 ‘무조건’ 참여해야만 하는 작품이었다. 물론 쉽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지닌 끼로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웬걸, 팔 하나 뻗는 것도 어려운 거예요. 맨날 섹시 댄스만 췄으니 내가 뭘 알겠어. (웃음) 주위 선배들은 차근차근 무용과 연기를 배워서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가신 분들이잖아요. 연습하면서 내가 얼마나 바보 같은 존재인지 알았어요. 매일 안무 선생님이랑 남아서 나머지 공부도 했고, 선배들은 하나하나 제게 모든 걸 알려주셨죠.”



<시카고>의 록시 하트, <위키드>의 글린다, <아이다>의 암네리스에 이르기까지 유독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로 무대에 오른 아이비. 그녀가 가진 독보적인 분위기와 ‘찰떡’같이 어울리는 캐릭터를 만난 건 냉철한 판단에 따른 행운이었다. “저는 제가 잘할 수 있는 작품을 골라요. 무대 위에서 욕을 먹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가장 크죠. 아직도 절 향한 선입견이 크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리고 작품에 조금이라도 누가 되고 싶지 않죠. 그래서 누구보다도 더 잘 해내야만 해요. 제가 맡은 캐릭터를 정말 잘 소화해내고 싶기도 하고요.” 똑부러진 답을 내놓는 아이비의 이번 선택은 바로 <벤허>의 에스더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그동안 많은 분이 탐내던 캐릭터를 만났어요. <벤허>는 개인적으로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영혼을 위로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랄까요.” 그래서일까. 이번 에스더는 앞서 강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들과는 달리 지고지순한 여인의 모습이다.


고대 시대, 신분마저 노예인 캐릭터는 사실 그녀의 인생에서 큰 도전 중 하나일 것. 무엇보다 에스더는 극한 감정에 자주 부딪힌다. 본래 마음이 여려 잘 우는 아이비도 에스더의 샘솟는 눈물샘에는 혀를 내두를 정도. 날카롭게 생긴 그녀만의 분위기를 에스더처럼 잘 바꾸는 것이 아이비에게 지금 닥친 가장 큰 숙제기도 하다. “제가 가진 당당함을 스스로 깨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연습하면서 더 집중하게 되는 이유기도 해요.” 그녀는 거듭 무대에서 완벽한 하나의 캐릭터로 변신하려는 노력을 이어 나가고 있다고 덧붙인다. 그렇다면 그녀가 오르는 무대는 과연 무슨 의미일까. “무대에서의 에너지가 저를 살아 있게 하는 것 같아요. 아마 <벤허>에서도 그런 에너지를 받겠죠? 이 소중한 작품이 저에게도 그리고 관객에게도 ‘인생 뮤지컬’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7호 2017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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