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에게
맷 시니어. 넌 죄가 있어. 네가 기억을 하든 못하든, 그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야. 그리고 우린 널 결코 옹호해 줄 수 없어. 넌 많은 여자들을 죽인 연쇄 살인범이니까. 너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사람들과 그로 인해 고통받은 남겨진 사람들을 잊어선 안 되거든. 근데 알아. 네가 많이 아픈 아이였다는 걸.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파. 네가 기억하지 못하는 너의 악몽, 학대로 얼룩진 어린 시절. 넌 엄마의 가슴에 칼을 내리 꽂는 우디를 만들어내 악몽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순간의 해방이었을 뿐 결국 거기서 벗어나지 못했지. 난 너도 우디를 만났을 거라고 생각해. 우디를 만나 그 아이를 밀어내려 하지 않았다면, 앤을 만들어내지도 않았을 테니까. 물론, 앤은 누나 조안에게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을 위해 만들어낸 것이기도 하지만.
내가 널 처음 만난 건 작년 가을이었지. 이번에 널 무대에서 다시 만난 지도 벌써 석 달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는데, 너에 대해선 여전히 찾아야 할 게 많아서 난 아직 멀었구나 싶어. 널 더 설득력 있는 캐릭터로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내가 아직 많이 부족해. 하지만 난 네가 일부러 사람을 죽인 게 아니라 넌 정말 아픈 사람이라는 점에 무게 중심을 두려고 했어. 그게 널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했거든. 공연의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할게.
맷,
자살 시도는 이제 그만. 매일 똑같은 유서를 쓰는 것도 그만해. 난 네가 좀 더 강해지길 바라. 네 안의 괴물들, 아니, 네 안의 다른 사람들에게 네가 단단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다.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욕심 같아선 널 다시 만나길 바라지만, 널 더욱 잘 표현해 줄 좋은 배우들이 많으니까 이젠 널 보내줘야겠지. 네 아픔을 조금이나마 알게 돼서 다행이야. 네가 많이 그리울 거야. 안녕.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7호 2017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