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첫 출발은 웹툰 원작을 읽고, 초연 무대의 사진들을 보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저승의 무겁고 장엄한 정서를 끌고 가는 일이 쉽지 않았어요. 그 감을 잡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죠. 그래서 먼저 뮤지컬 넘버들의 톤 앤 매너를 잡기 시작했어요. 이 작품의 중요한 테마인 효를 담아낸 김자홍의 ‘어머니’를 시작으로, 강림의 ‘현묘한 도리로 베어 바르게 한다’, 진기한의 ‘그것만이 내가 원하는 것’ 등 각 캐릭터들의 정서를 그리며 작품을 만들어 나갔죠.
‘반드시 막아야만 해’
2014년 작업한 드라마 <미생>도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고, 차기작들도 웹툰을 원작으로 한 것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요즘 웹툰을 읽는 게 제 직업이 되었어요. 이 작품 역시 원작을 세심하게 다시 읽어보는 것에서부터 작업을 출발했어요. 저승삼차사의 리더 강림은 웹툰을 볼 때부터 음악 장르가 정해졌어요. 그의 외모와 옷차림을 보는 순간, 강림은 ‘록’이라고 느꼈어요. 강림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잘 아는 관객이라면, 그를 록으로 풀어낸 것에 공감하실 거라 생각했죠.
‘올해도 풍년이야’
염라대왕의 발설농장은 여느 지옥들과는 달리 굉장히 신 나는 분위기잖아요. 또 염라대왕은 김자홍의 과거 죄를 비추는 거울을 볼 때도 팝콘을 먹을 정도로 자유분방한 성격이에요. 이런 캐릭터의 염라대왕이 박수 치고 노래를 부른다면 어떤 분위기일까 떠올리는 데 집중했어요. 그래서 컨트리풍의 음악이 탄생하게 되었죠. 물론 다른 넘버들에 비해 튀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런 장면에서 확 튀지 않으면 작품 자체가 너무 무거워질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다채롭게 곡을 꾸리게 되었죠.
‘어머니’
저는 관객들이 이 작품에서 가장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이 효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곡을 가장 먼저 작곡했어요. 그리고 작품의 음악들을 하나씩 풀어 나갔죠. 김자홍은 평범한 소시민이잖아요. ‘그는 평소에 어떤 음악을 들었을까?’, ‘그가 누군가를 위해 노래를 부른다면 어떤 가락일까?’ 이런 질문에서 먼저 출발했어요. 김자홍이 클래식 음악이나 세련된 팝을 즐겨 들었을 거 같진 않잖아요. 그보단 한국적인 정서가 느껴지는 곡이면 더 좋겠더라고요. 그래서 이 곡을 작곡하며 작품의 정서를 만들 수 있었어요.
‘날카로운 칼날이 심판하는 죄’
태산대왕의 거해지옥은 전기톱으로 몸을 절단하는 형벌을 받는 곳이에요. 그래서 처음 떠오른 발상이 금속성이 느껴지는 반복적인 소리로 직접적인 표현을 해보자는 것이었어요. 이 곡에서 들리는 금속의 루핑은 악기를 쓴 게 아니에요. 녹음 당시에 금속으로 만들어진 강아지 목줄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 줄을 녹음실 보면대에 대고 돌리면서 쇳소리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이 소리와 샘플을 편집해서 노래를 창작했죠. 또 칼날이 전진하는 순간 노래의 음도 올라가요. 이때 반 키나 한 키 정도를 올리면 티가 잘 나지 않아요. 그래서 전진하기 전 키를 살짝 낮춰 상승폭을 크게 느낄 수 있도록 작곡했죠.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6호 2017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