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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MUSICAL INSIDE] 새로워진 마타 하리의 매력 <마타하리> [NO.166]

글 |박병성 사진제공 |EMK뮤지컬컴퍼니 2017-07-31 4,077


지난해 초연한 창작뮤지컬 <마타하리>는 120억 원의 막대한 제작비와 해외 시장을 겨냥한 킬러 콘텐츠를 지향하며 제작되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올해 새롭게 연출가 스트븐 레인을 투입해 업그레이드된 <마타하리>를 선보였다. EMK뮤지컬컴퍼니 관계자는 이번 버전은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새로운 작품’이라고 했는데 과히 틀린 말이 아니다. 새로운 노래가 추가되고, 솔로 곡이 듀엣 곡이 되었으며, 대사와 가사가 수정되고, 몇몇 장면들이 삭제 추가되는 등 변화가 많아서만은 아니다. 새로운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할 만한 이유는 초연과 완전히 달라진 이번 재공연의 컨셉이다. 달라진 것만 따진다면 변한 것보다 그대로 남은 것의 비중이 더 많지만 컨셉이 달라지면서 완전히 다른 작품처럼 여겨졌다. 




쇼에서 드라마 중심으로 
<마타하리> 초연 공연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배경을 물랑루즈로 삼고 MC 역할의 사회자를 등장시켰다는 것이다. 창작진은 마타 하리라는 인물을 진실과 거짓의 관계로 풀어가고 싶었던 것 같다. 작품은 그녀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질투를 받으며 마타 하리로 살아가는 삶이 사실 과거의 아픔을 숨기기 위한 하나의 쇼라는 관점을 취한다. 그런 그녀에게 이중 스파이의 역할이 주어지는 것은 굉장히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배경인 물랑루즈와 MC의 설정은 그런 마타 하리의 삶을 자조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관점이라면 주인공으로서 존재감이 없이 라두 대령과 아르망에게 휘둘리는 마타 하리가 이해가 된다. 마타 하리는 애초부터 세계적인 무희나 이중 스파이가 되려고 된 것이 아니라 세상이 그녀를 그 자리로 내몰았다. 그래서 작품이 궁극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팜므파탈 마타 하리가 아니라, 그저 평범한 한 여인인 마가레타 거투루드 젤르였다.


그러나 관객들이 보고 싶었던 것은 은밀한 과거가 있고 화려한 명성과 카리스마를 지닌 팜므파탈이었지 평범한 여인이 아니었다. 제작사도 이 점을 모르지 않았다. 그래서 초연 공연은 화려한 무대와 현란한 춤, 섹스어필한 의상으로 관객들에게 화려한 볼거리를 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것이 화려함 속에 숨겨진 허망함을 보여주는 데까지 이르지 못했다. 아름답게 치장된 마타 하리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MC의 설정이라든가, 수동적인 평범한 여인이 강조된 드라마는 쇼의 허상에 맞춰져 있었는데 초연에서 관객들이 가장 즐거워했던 것은 화려한 무대와 쇼 자체였다.



이번 재공연에서는 마타 하리의 삶을 진실과 거짓의 문제로 형식적으로 풀어가기 위해 내세운 MC를 퇴장시킨다. 그리고 배경이었던 물랑루즈마저 삭제하는 대신 1차 대전 당시 냉엄한 전쟁 속에서 만인의 사랑의 대상이면서, 이용 가치가 높았던 마타 하리라는 존재에 주목한다. 쇼로 시작했던 초연과 다르게 재공연은 전쟁이 한창인 파리 시민들의 절망과 고통의 노래 ‘살아(Live)’로 시작한다.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는 시대적 상황이 강조되다 보니 무대는 여전히 화려하지만 톤이 달라졌다. 재연 공연의 연출가 스티븐 레인은 필름 누아르 방식으로 스토리에 접근했다고 밝히고 있는데 재공연은 초연 공연의 화려한 무대와 의상은 여전하지만 사실적이고 어두운 톤이 덧입혀졌다. 아르망이 비행기가 수직으로 상승하는 만화 같지만 꽤 화려했던 비행 장면은 재공연에서는 안개 속에 비행기의 몸체만 드러낼 뿐 실제 상승하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극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초연에는 마가레타 거투루드 젤르가 왜 마타 하리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플래시백 기법으로 극 중간에 회상 장면을 삽입했는데, 재공연에서는 마타 하리가 사랑하는 아르망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 장면으로 마가레타의 이야기는 끝난다. 부자연스러운 회상 장면을 피하면서 지나치게 마타 하리의 과거가 부각되는 것을 막아 현재의 마타 하리와 라두, 아르망 사이의 갈등이 주목되도록 했다.





주인공 자리를 되찾은 마타 하리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관중들의 환호를 받는 무희가 되고, 이중 스파이가 된 평범한 여인으로서의 마타 하리를 보여주고 싶었던 이유였는지 모르겠지만, 작품의 제목까지 차지한 초연의 마타 하리가 두 남자에게 이용당하고 휘둘리는 모습은 그녀에게 아무런 매력도 느끼지 못하게 했다. 재공연에서는 마타 하리의 팜므파탈적인 매력이 살아난다. 그녀는 라두 대령의 스파이가 되어달라는 제안을 쿨하게 받아들이며, 이번 한 번뿐이라고 선을 긋고(결국은 라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진 못하지만), 사랑하는 아르망을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독일로 가지만 그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르망을 버린다. 이러한 기본적인 스토리는 초연과 다르지 않다. 단지 디테일한 과정이 달라졌다. 이를 테면 초연에서는 라두의 실토로 아르망이 자신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했다는 것을 듣고도 그를 위해 목숨을 걸고 독일 병원으로 갔다면, 재공연에서는 목숨을 걸고 독일 병원에 도착한 후 그 사실을 알게 되고 바로 아르망을 떠난다.


초연에는 라두 대령에게 이용당하고 아르망에게 집착하는 수동적인 마타 하리였다면, 재공연의 마타 하리는 독립적인 존재감이 드러난다. 라두 대령은 조국의 승리를 위해(‘수천 명의 목숨’) 마타 하리를 스파이로 이용하지만 그녀에게 마음을 뺏기면서(‘너 때문에’) 평정심을 잃게 된다. 이러한 설정은 누차 이야기하지만 초연에도 있었다. 재공연에서 마타 하리가 중심을 잡고 자기 목소리를 내자 그녀에게 흔들리는 두 남자의 모습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게 된 것이다.



초연에서 마타 하리와 아르망의 사랑은 뚜렷한 결실을 맺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마무리됐다. 마타 하리가 이중 스파이의 혐의로 받는 재판에 아르망이 나타나 그녀를 변호하는데, 사실 그것은 마타 하리의 상상이었다. 아르망의 배신을 알고도 여전히 집착하는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유약한 마타 하리의 성격만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아르망과의 사랑 역시 서로의 마음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지 못한 채 끝나고 만다. 그러나 재공연에서는 아르망이 죽음을 무릅쓰고 마타 하리를 변호하기 위해 법정에 뛰어든다. 아르망은 라두 대령과 결투를 벌이다 죽게 된다. 남자들에게 이용당하던 초연의 마타 하리는 재공연에서 그녀를 위해 기꺼이 남자들이 희생하는 팜므파탈로 바뀌게 된다.


초연 때 마타 하리 역은 옥주현과 김소향이 맡았는데, 재공연에서는 옥주현과 차지연이 캐스팅되었다. 출산 후 마타 하리로 무대에 서는 차지연은 매혹적이고 강렬한 매력뿐만 아니라 과거의 아픔을 지닌 강한 여성을 깊이 있게 표현해 냈다. 초연 때는 마타 하리 역의 배우가 직접 동양의 신비스러운 춤을 췄지만, 재공연에서는 춤을 출 때는 상징적으로 전문 무희가 마타 하리를 대신해 신비스러운 마타 하리의 매력을 더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6호 2017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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