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는 무엇보다 드라마가 중요한 작품이에요. 언제 음악이 시작되고 끝났는지 모를 정도로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악기도 일당백 피아노 하나로만 가기로 했죠. 피아노만 사용될 경우 선율이나 구성이 완벽하지 않으면 극이 느슨해지고 재미가 없거든요. 피아노 연주자와 배우들의 배틀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들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이 작품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에요.
‘자장가’
이 작품의 첫 곡인 ‘자장가’를 떠올리면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생각나요. 처음 이 곡을 작곡했을 때, 한 배우가 우리나라 동요 느낌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작품의 배경은 영국인데, 노래가 국악 같다는 거예요. 그런데 제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잠을 못 자는 성격이에요. 음악에 관해서는 약간 완벽주의가 있거든요.(웃음) 계속 그 말만 생각나고, 이 곡이 싫어지더라고요. 며칠 동안 식음을 전폐하다 결국 음악을 새로 썼어요. 제가 영국 사람이 되었다 생각하고, 영국 스타일의 자장가를 써보았죠. (웃음) 이 곡에 대한 배우들의 반응이 다 좋아서 그때서야 안심이 됐죠.
‘싱클레어의 이야기’
이 작품에서 가장 처음 쓴 곡이에요. 저는 대본을 읽고 난 후 제일 어려운 부분을 음악으로 먼저 풀어내요. 그런 다음 그 곡을 변주하거나 리프라이즈하며 전체적인 구조를 완성해 나가죠. 그래야 작품의 음악들이 중구난방으로 흐르지 않고 일종의 통일성을 갖거든요. ‘싱클레어의 이야기’는 가사 자체의 드라마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그 결을 따라가며 깊이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맞췄어요. 마이너 풍의 어두운 분위기에 클래식한 느낌을 더했고요. 이 곡의 테마는 이후 ‘조안의 이야기’에서 쓰기도 했죠. 드라마가 보이게끔 많은 노력을 담은 만큼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랍니다.
‘지미 이야기 Reprise’
어떻게 하면 드라마가 잘 보일 수 있을까? 이 작품을 창작하면서 이 점이 가장 어렵고 고민됐어요. 특히 대사의 배경음악은 넣으려니 시끄럽고,
빼려니 밋밋하더라고요. 막판까지 고심하다가 불현듯 영감이 떠올랐어요. 유진이 싱클레어에게 최면을 걸 때 벨이 세 번 울리거든요. 여기서 모티프를 얻어 ‘솔.미.솔.미,’ 네 개의 음을 반복하는 테마를 찾았어요. 작품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테마를 발견하게 돼서 정말 기뻤어요. 테마는 ‘지미 이야기 Reprise’, ‘앤의 이야기’ 등 작품 곳곳에 이어져요. 저는 이 테마를 통해 관객들에게 최면을 걸려고 했어요. 그리고 작품 말미
‘쾅’ 하는 피아노 소리와 함께 관객들의 최면이 풀리도록 음악을 구성했죠.
‘끊어진 기억’
유진과 싱클레어가 부르는 ‘끊어진 기억’은 2016년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공연 직전에 완성된 곡이에요. 공연을 며칠 앞두고 런을 돌고 있었어요. 그때 김수로 대표님이 런을 보고 이 장면에 음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셨어요. 음악이 없으니 너무 연극적인 것 같다고요. 그런데 또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성격상 잠이 오지 않더라고요.(웃음) 그래서 하루 만에 곡을 완성했어요.다음 날 오후에 완성된 곡을 들고 연습실에 갔더니 다들 깜짝 놀라더라고요. 다행히 다들 곡이 마음에 든다고 해 극적으로 공연에 쓰이게 됐죠. 배우들이 스터디하듯 모여 대사를 가사로 바꾼 기억이 생생하네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4호 2017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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