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자유, 끝없는 파격
<록키호러쇼>가 9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열광적인 컬트 문화를 이끌어 낸 <록키호러쇼>는 거침없는 파격을 이어가며 온몸으로 자유를 보여주는 유일무이한 뮤지컬이다. 트랜스섹슈얼 행성에서 온 과학자 프랑큰 퍼터 박사, 그리고 갑작스런 폭풍으로 그의 성에 들어가게 된 브래드와 자넷. 작품 속 캐릭터들은 내면의 욕망을 거침없이 분출해 내며 원초적인 감각을 자극한다. 프랑큰 퍼터 박사 역을 맡은 마이클 리와 조형균, 그리고 브래드 역의 백형훈. 세 배우 모두 이 작품과의 첫 만남인 만큼 지금껏 보지 못한 색다른 무대를 기대하게 만든다. 이들의 놀라운 변신들이 있기에 <록키호러쇼>의 재연이 더욱 반갑다.
마이클 리
도전이란 강렬한 색깔
마이클 리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 배우다. 특히 최근 들어 그가 보여준 도전은 더욱 다이내믹했다. JTBC <팬텀싱어>의 심사위원으로 출연해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냈고, 록 파티란 컨셉으로 첫 단독 콘서트를 열어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를 보여주었다. 또한 올해는 자신만의 뮤지컬 앨범도 발매할 예정이란다. 여기에 파격의 대명사 <록키호러쇼>의 출연은 그의 열정적인 도전 정신을 더욱 느낄 수 있는 선택이다. 그것도 세상의 한계를 뛰어넘은 캐릭터 프랑큰 퍼터 박사라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로울 그의 변신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순간이다. “도전은 언제나 제 가슴을 뛰게 만들어요. 같은 자리에만 머물러 있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잖아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무대에 섰을 때, 이전에는 느끼지 못한 특별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어요. <록키호러쇼>를 만난 지금 이 순간처럼요!”
2008년 이후 9년 만의 재연으로 눈길을 끄는 <록키호러쇼>. “정말 놀랍도록 섹시한 뮤지컬이에요. 무려 9년 만의 재연이라 배우와 스태프 모두가 신 났어요. 어느 때보다 재밌게 준비하고 있죠.” 그의 활기 넘치는 표정은 <록키호러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사실 마이클 리는 학창 시절 때 이미 이 작품의 매력에 푹 빠졌단다. 고등학교 시절 처음 본 영화 <록키 호러 픽쳐 쇼>는 그야말로 쇼킹 그 자체. 그는 작품의 강렬한 첫인상을 아직도 생생히 간직하고 있었다. “프랑큰 퍼터 역을 맡은 팀 커리 배우가 처음 등장하는 순간이 잊히지 않아요. 독특한 분장을 한 그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데 너무나 매력적인 거예요. 정말 파격적이었죠. 그런데 당시에는 작품을 백 퍼센트 이해하진 못했어요. 프랑큰 퍼터를 단순히 정신 나간 인물로만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대학에 들어간 후 시야가 확 열렸어요. 미국에선 대학에 들어가면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하거든요. 어렸을 땐 부모님이 가르쳐 준 규율을 따르며 지내지만, 대학에 가면 처음 부모님과 떨어져 살게 되면서 생각의 폭이 확장되는 순간이 와요. 저 역시 대학 시절에 많이 성장했어요. 그러곤 다시 프랑큰 퍼터를 마주하니 그 자체가 자유의 상징이더라고요.”
<록키호러쇼>의 프랑큰 퍼터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인물이다. 트랜스섹슈얼 행성에서 온 외계인, 양성애자, 복장 도착자, 인조인간 록키를 창조한 과학자 등 어느 하나 범상치 않은 특징을 지닌 캐릭터다. “프랑큰 퍼터는 세상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아요. 자신이 원하는 것을 그대로 실행해요. 욕망을 숨기지 않고 자유롭게 표출하죠.” 마이클 리는 이런 프랑큰 퍼터를 꿈의 역할이라고 이야기한다. “배우라면 누구나 자신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색깔을 지닌 개성 있는 역할에 끌리거든요. 프랑큰 퍼터가 바로 그런 역이죠. 그는 생생히 살아 있는 캐릭터예요. 배우로서 정말 큰 도전이죠. 지금은 이 도전을 즐기면서 어떻게 하면 역할의 다채로운 면을 겹겹이 보여줄 수 있을지 연구 중이에요.”
지금 마이클 리는 누구보다도 <록키호러쇼>의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더불어 무대를 찾을 관객들에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팁도 함께 전해 주었다. “우리는 너무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잖아요. 사회가 시키는 대로, 남들이 기대하는 대로 말이죠. 하지만 이 작품은 달라요. 각자 원하는 바를 자유롭게 즐기라고 이야기해요. 그래서 <록키호러쇼>가 특별한 뮤지컬이에요. 보는 사람들의 머리와 생각, 몸과 마음을 활짝 열 수 있게 만들거든요. 모두 마음을 열고 함께 자유를 즐겨요!” 마이클 리의 새로운 색깔을 볼 수 있는 무대. 그는 관객들이 자신의 변신을 보며 자유롭게 생각의 변화를 이루길 바란다는 바람 또한 잊지 않았다. “Don't Dream it. Be it! Open Heart, Open Mind! Come and Enjoy! 여러분, 꿈에서만 살지 말고 실행하세요. 열린 마음으로 <록키호러쇼>를 보러 오세요. 그리고 저희와 같이 놀아요!”
조형균
거침없는 첫 시도
2008년 <그리스>로 처음 무대에 오른 후 어느덧 데뷔 10년 차를 눈앞에 둔 배우 조형균.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무대는 조형균이란 이름에 자연스레 믿음을 더해 주었다. 특히 그는 희극과 비극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정반대의 캐릭터들을 맛깔나게 표현해 주었다. <스팸어랏>, <난쟁이들>, <젊음의 행진>에서 재기 발랄하고 친근한 매력을 어필하다가도, <살리에르>, <더데빌> 등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그런 그가 <록키호러쇼>의 출연을 알렸을 때, 쉽사리 무대가 상상되지 않았다. 그간 조형균의 무대에서 조금도 볼 수 없었던 완연히 색다른 시도였기 때문이다. “제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장르잖아요. 도전 의식이 생겼죠.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록키호러쇼>의 프랑큰 퍼터는 겉모습부터 매우 파격적이다. 조형균은 그동안 무대에서 이런 분장을 해본 적이 없는 터라 가장 큰 변신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 역시도 작품 프로필 촬영부터 모든 것이 신선하고 신기한 경험이었단다. “프랑큰 퍼터는 외형적으로 정말 쇼킹하거든요. 프로필 촬영할 때 거울을 보면서 내가 이래도 되나 싶었죠. (웃음) 너무 어색하고, 약간 두렵기도 했죠. 처음 시도하는 분장이라 신기하기도 했고요. 다행히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자신을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분장의 느낌을 잘 살려서 프랑큰 퍼터의 기운과 에너지를 만들어가는 중이에요.”
조형균은 무엇보다 프랑큰 퍼터의 매력을 ‘솔직함’으로 꼽았다. 있는 그대로 솔직한 욕망을 대변하는 인물이란 것이다. “대본을 쭉 읽어보면 정말 거침이 없어요. 보통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이성적인 제어를 하잖아요. 하지만 프랑큰 퍼터는 그런 게 없어요. 자고 싶으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고, 하고 싶은 건 다 해요. 이 작품과 이 캐릭터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가 이처럼 본능을 자극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거침없는 자유로움, 이것이 바로 프랑큰 퍼터만의 특별함이었다.
컬트 문화를 이끈 상징적인 작품 <록키호러쇼>. 그 태생부터 남다른 만큼 무대가 전하는 자극 또한 무궁무진하다. 조형균 역시 이 작품에 참여한 뒤 몸소 그것을 느끼는 중이다. “일상생활에서는 욕망을 쉽게 풀 수 없잖아요. 하지만 이 공연에서만큼은 모든 걸 벗어던질 수 있어요. 화려한 볼거리도 오감을 자극할 거고요. <록키호러쇼>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 바로 관객과 함께 호흡한다는 거예요. 관객들도 공연을 보는 동안은 다 내려놓고 즐겨주었으면 해요. 그러면 스트레스가 확 풀릴 거예요.”
또한 그는 리처드 오브라이언의 음악이 주는 쾌감도 덧붙여 이야기했다. “음악을 듣고 있으면 정말 신 나요. 심지어 음악을 듣다가 과속할 뻔했다니까요. 저도 모르게 신이 났거든요. (웃음) 이 작품은 음악 자체가 주는 힘이 대단해요. 음악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심장 박동수가 올라가고, 눈과 귀가 즐거워지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을 거예요.”
<록키호러쇼>와 조형균의 만남. 작품을 향한 배우의 강한 신뢰가 있기에 이제 이 조합은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그는 자신의 무대를 찾을 관객들에게 굳건한 약속을 남기며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보여주었다. “사실 이렇게 쇼킹한 비주얼의 역할을 맡은 게 처음이라 저도 낯설고 어색했어요. 내 옷이 아닌 거 같은 의심도 들었죠. 하지만 결국 배우는 자유자재로 변신할 수 있고, 관객들에게 믿음을 주어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조형균이 프랑크 퍼터? 이렇게 의구심을 갖는 관객들도 계시겠지만, 무대를 보면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거예요. 이 작품에 정말 사활을 걸었어요. 조형균의 새로운 모습 꼭 보여드릴게요!”
백형훈
신세계로 가는 문
“작품이 저를 선택한 거라고 생각해요.” 언제나 바르고 정직할 것만 같았던 백형훈의 차기작은 바로 B급 컬트 뮤지컬로 유명한 <록키호러쇼>다. <록키호러쇼>에 대해 묻자, 백형훈은 기다린 듯 명쾌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 백형훈이 <록키호러쇼>에 강렬한 인상을 받은 건 꽤 오래전 일이다. 어렸을 적, 친척의 책장에 있던 <록키호러쇼>의 프로그램 북을 꺼낸 기억을 되살리던 그는 “그때는 솔직히 이 작품이 뮤지컬인 줄도 몰랐는데, 신기하게도 제가 <록키호러쇼>에 출연하게 됐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록키호러쇼>가 탄생한 지 44년. 벌써 한국에 소개된 지도 10년이 넘었다. 게다가 이번 공연은 9년 만에 재연해 그 의미가 깊다. 그렇다면 이런 작품에 출연한다는 기분은 어떨까. “지금은 전보다 볼거리가 많아졌고, 문화도 다양하잖아요. 그래서 전보다 관객들이 <록키호러쇼>만의 스타일을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록키호러쇼>의 분위기는 상당히 마니아스럽고 독특해 선뜻 다가가기 힘들다. 그러나 주저하는 사람들에겐 이런 말을 건네고 싶다. <록키호러쇼>를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거라고. 역시나 백형훈은 매력적인 작품에 대해 들뜬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그에 따르면 <록키호러쇼>는 날것의 매력이 넘친다. 이것저것 생각을 하고 겉모습을 신경 쓰는 보통의 현대인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감추지 않는 인간 본연의 욕망과 본능이 가감없이 드러난다. 성인들만 관람이 가능한 탓에 화끈하고 직설적인 내용과 표현도 꽤 인상적이다.
<록키호러쇼>에서 백형훈이 맡은 브래드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프랑큰 박사의 성을 우연히 방문한 후 욕망과 본능에 눈을 뜨는 인물이다. “작품의 등장인물 중 제일 변화가 많은 캐릭터예요. 그래서 브래드가 변하는 과정을 제대로 전달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요. 그리고 이건 제 작은 목표인데, 마지막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제가 등장하면 객석에서 ‘헉!’ 하고 놀라셨으면 좋겠어요. (웃음)” 지금껏 꽁꽁 숨겨왔던 섹시함도 볼 수 있다고 자부하는 백형훈의 얼굴에선 은근한 자신감도 비친다. “브래드는 자기애가 정말 커요. 그래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추지 않죠. 브래드는 자기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인정하고, 인생의 문을 열었어요. 진짜 신세계가 열린 거죠. <록키호러쇼>는 이렇게 자신을 사랑하고, 감정에 충실하게 행동하라고 용기를 주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백형훈에게 이번 <록키호러쇼>는 오랫동안 동경해 온 선배 마이클 리와 함께 무대에 서는 벅찬 시간을 선물한다. “<더뮤지컬> 15주년 콘서트를 할 때였을걸요. 마이클 리 형이 <헤드윅>의 ‘Tear Me Down’을 준비했는데 연습을 하면서 하이힐을 신는 거예요. 조심스럽게 여쭤보니 무대에서 하이힐을 신고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연습부터 그렇게 준비를 한다고 하시는 거죠. 그때 정말 깜짝 놀랐어요. 좋은 배우의 표본이자 인성부터 노래, 연기까지 멋진 분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 번 머리를 한 대 맞은 것만 같았어요. 사실 그러기 쉽지 않잖아요. 늘 형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죠. 이번 <록키호러쇼>에서는 마이클 리 형과 제대로 된 ‘케미’도 보였으면 좋겠어요. 형과 함께 무대에 서는 날이 기다려져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4호 2017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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