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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uch a Shy Artist <올 댓 재즈>의 문예신 [No.79]

글 |배경희 사진 |김호근 2010-04-20 5,949


한 시간 가량의 인터뷰가 끝나자 문예신은 쑥스러운 듯 말했다. “인터뷰 되게 길게 했죠? 제가 말을 너무 많이 해가지고… 한 한 달치 분량을 다 이야기한 것 같아요.” 음, 뭐라고…? 우리는 정확히 65분 동안 이야기를 나눴고, 그중 그가 ‘진짜’ 말을 한 시간만 재본다면 아마 30분이 채 안 될 것이다. “이런 경험을 많이 안 해봐서” 잔뜩 긴장한 순수 소년(실제로는 서른한 살이지만) 문예신이 마치 재생과 포즈 버튼을 번갈아 누르고 있는 것처럼 한 단어, 한 단어마다 천천히 사이를 두고 말했으니까. 예민하고 범접할 수 없는 강한 에너지를 뿜어내던 무대 위의 그 배우는 거기에 없었다.


프로 레슬링을 보는 대신 소울 트레인(흑인음악 전문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마이클 잭슨의 춤을 따라 췄던 꼬마 아이. 아이의 재능을 가장 먼저 인정해 준 사람은 그의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고 그러셨어요. 중학교 때 전문적으로 발레를 배우라고 권유하신 것도 아버지고요. 유럽은 스테이지 액터가 되려면 무용부터 시작하니까. 그런데 제가 춤에 완전히 빠져버린 거죠.” 모든 장르를 출 줄 아는 멀티 댄서의 개념조차 없던 시절, 발레부터 힙합까지 전 장르의 춤을 추고 싶어서 “잠도 안 자고 계속 춤만 췄던” 그에게 춤은 인생의 전부였다. 하지만 이건 스무 살까지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보다 필연적인 무대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세상을 향한 반항심으로 잘나가는 대학을 그만두고 군대에 간 그의 선택은 삶을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이끌었다. “무대에 대한 그리움이 컸어요. 오랜 시간 트레이닝을 하지 않았는데 그 상태로 무대에 서는 건 스스로 용납이 안 되고, 무대에 다시 설 수 있는 방법은 배우가 되는 길밖에 없겠더라고요” 문예신은 그렇게 배우가 됐다. “춤은 아예 안 추고 연기만 하려고 했지만” 자신을 알리기 위해서는 춤을 더 열심히 춰야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문예신은 작품에서 주로 춤추는 역을 도맡아가면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하나만 잘하는 절뚝발이 배우가 아닌 진짜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면서.


인터뷰가 끝나갈 때쯤, “근데 이거 나가도 날 아는 사람이 없는데”라며 머쓱하게 웃던 그가 한참 후에 다시 말을 이었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바뀐 게 있다면요, 그전에는 나만 생각하고 살았는데 이제는 상대방의 마음이 궁금해요. 다른 사람이 궁금해졌다는 게, 가장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오로지 예술성만을 고집하는 “어려운 예술가” 대신 “마이클 잭슨, 앤디 워홀,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대중과 소통하는 상업적인 예술을 하고 싶다는 그에게 무대가 준 가장 큰 선물은 아마 이 변화일지도 모르겠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79호 2010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배우와의 인터뷰는 <더뮤지컬> 홈페이지(www.themusical.co.kr)에서 동영상으로 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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