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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PERSONA] <더데빌> 조형균의 X-화이트[No.163]

글 |박보라 사진제공 |클립서비스 2017-04-26 3,899

인간의 선(善)을
믿은 자



월스트리트의 유명한 주식 브로커로 이름을 떨쳤던 존 파우스트. 그는 블랙 먼데이 이후 엄청난 능력을 발휘해 월스트리트를 장악했지만, 더러운 뒷소문과 성격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죠. 얼마 전 존 파우스트는 밑바닥을 찍은 주식 브로커로서의 삶을 정리하고 연인 그레첸과 함께 뉴욕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는데요. 그의 선택엔 X-화이트라는 존재의 입김이 있었다고 합니다. 존 파우스트를 오랫동안 지켜봐 왔다는 X-화이트, 그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 이 글은 X-화이트 역 배우 조형균과의 대화를 토대로 작성한 가상 인터뷰이며,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X-화이트, 당신은 누구인가요?
나는 모든 인간에게 있는 선(善)이다. 인간이 어떠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을 때, 나의 존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인간에게 ‘선(善)의 길’을 강요하지 않는다. 인간은 어차피 선(善)을 선택할 테니까. 종종 인간은 나를 ‘희생’이라고 부르기도 하더군.


X-화이트, 인간은 결국 당신을 선택한다고 했죠? 그런데 당신은 X-블랙의 앞에서 종종 힘을 쓰지 못하더군요.
많은 인간이 나와 X-블랙의 관계에 대해 묻더군. 우린 아주 많이 닮았지만 아주 다르지. X-블랙의 추종자들이 나의 길을 막거나, 외면하지. 그들은 종종 나를 공격하기도 해. 그런데 말이야. 인간은 매 순간 ‘난 착해!’ 이렇게 외치고 다니나? 선(善)은 항상 인간 마음속에 있어. 당신도 어느 한 갈림길에서 ‘이걸 선택하면 안 돼’라고 생각해 본 적 있겠지. 그게 바로 선(善)이야. 난 절대적으로 인간의 선택에 일부러 개입하지 않지. 그저 인간의 숨어 있는 선(善)을 지켜주고 있을 뿐이야.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선하거든. 그거 아나? 존 파우스트를 두고 나와 X-블랙이 내기했을 때, 난 존 파우스트가 결국 나를 선택 할거란 자신감이 있었어.


어떤 인간은 당신과 X-블랙을 신이라고 하더군요. 근데 신이라면 인간에게 정답을 내려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왜 당신은 질문만 던지죠?
나는 존 파우스트에게 깨달음을 주지는 않았어. 그는 X-블랙의 꼬임에 넘어가 타락하지. 그런데 말이야. 믿기지 않겠지만, 타락한 그의 마음 안에는 선(善)이 남아 있었어. 난 그저 존 파우스트의 마음에 아주 조금 남은 선(善)을 건드렸지. 인간은 모든 일에 후회해. 밑바닥까지 타락했다고 하더라도. 어느 순간 자신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다른 이들을 돌아보고, 현실을 바라봐. 과연 이게 내가 시켜서일까?


당신은 X-블랙과 존 파우스트를 두고 내기를 했어요. 왜 그랬나요?
나와 X-블랙의 내기가 이번이 처음일 것 같나? 아니야. 우리는 늘 선한 인간을 두고 내기를 해왔어. 존 파우스트는 본디 빛을 택한 인간이었지. 세상엔 존 파우스트처럼 빛을 택한 사람이 아주 많아. 매번 X-블랙은 내게 도전을 해왔어. 내겐 X-블랙이 필요해. 그가 있어야만 내가 빛날 수 있지. 맞아. 어둠이 있으므로 빛이 존재해. 지금까지 나와 X-블랙은 많은 내기를 했고, 그는 매번 졌지. 이번 내기에서도 그는 졌잖아. X-블랙은 또 다른 인간을 두고 내게 내기를 걸어올 거야. 그때도 내게 자기가 이길 수 있겠다고 하겠지. 하지만 과연 그럴까? 


변해 가는 존 파우스트와 그레첸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예상은 했지. 존 파우스트 역시 나약했어. 맞아. X-블랙은 정말 잔인한 놈이지. 그에게 휘둘리는 존 파우스트를 보는데, 안타깝기도 하고 화도 났어. 그런데 그레첸이 무너질 때는 좀 달랐어. 정말 마음이 아프더군. 그레첸은…, 내게 그레첸은 마치 딸 같았어. 그녀가 고통받을 때 내 마음은 슬픔으로 휩싸였지. 그래서 난 존 파우스트에게 희생하라고 했어. 그의 육신을 바쳐서라도 그레첸을 지켜야만 했어.


존 파우스트가 결국 당신을 선택할 거라고 믿은 이유가 있나요?
인간은 시간이 지나면 후회를 한다고 했잖아. 그가 한 선택이 옳든 그르든 간에 말이지. 후회는 말이야, 결국 깨우침이자 뉘우침이야. 악(惡)을 거부하고 그만하고 싶다는 뜻이지.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인간을 믿어. 물론 종종 예상치도 못한 결정을 내리는 인간을 보면 놀라긴 해. 난 그레첸이 난도질당할 때까지 존 파우스트가 타락할 줄 몰랐거든. 그가 분명 후회할 거라 생각했지만, 내버려둘 수밖에 없었지. 후회 또한 존 파우스트의 선택이니까. 가끔 난 인간의 선택이 답답해. 인간은 왜 후회할 짓을 하는 거지?


X-화이트, 그럼 내기가 끝난 후 존 파우스트와 그레첸의 모습을 바라볼 땐 어땠나요?
나와 X-블랙의 내기가 그저 내기였을 뿐이라고 생각하나? 아니, 기회였어. 존 파우스트에게 다시 한 번의 기회를 준 거야. 아마 존 파우스트는 앞으로도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을 거야. 물론 욕망과 유혹이 있겠지. 존 파우스트는 성숙해졌어. 난 그가 옳은 선택을 할 거라고 확신해.


존 파우스트와 그레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존 파우스트, 월 스트리트에서 희망에 찬 얼굴을 한 그의 얼굴을 본 적이 있어. 정말 선한 미소와 희망에 가득 찬 모습이었지. 난 그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어. 그에겐 다시 X-블랙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고, 정신 좀 차리라고 하고 싶어. 그리고 그레첸에게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지. 그녀를 위해서 내가 뭘 할 수는 없었어.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건 ‘괜찮다고, 순결한 넌 아무런 흠이 없다’고 이야기해 줄 수밖엔 없었지. 난 지금도 여전히 그레첸에게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만 건넬 뿐이야. 그래서 그레첸은…, 내게 큰 아픔이지.


마지막으로 인간을 향해 한마디만 해주세요.
인간, 어떠한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가장 너다운 선택을 해. 제발 너답지 않은 선택을 하지 말라고. 너다운 선택을 하길 바라.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2호 2017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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