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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ical] <쓰릴 미>의 10년 [No.161]

글 |박보라 사진제공 |달컴퍼니 2017-03-08 5,911

1924년, 2003년 그리고 2007년 <쓰릴 미>는 1924년 미국 시카고에서 벌어졌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당시 열네 살 소년 바비 프랭크의 시신이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뭉그러진 상태로 발견됐는데, 이 끔찍한 살인 사건의 범인은 10대 후반이었던 네이슨 레오폴드와 리처드 로브였다. 두 사람 모두 천재적인 지능을 갖고 풍족한 집안에서 태어나 무엇도 부러울 것이 없었던 소년들이었다. 후에 이들은 자신이 얼마나 똑똑한지 입증하기 위해 아동 유괴와 살인을 벌였다고 밝혀 미국 전역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스티븐 돌기노프는 이 사건을 바탕으로 쓴 소설을 접하고 6주 만에 뮤지컬을 완성하지만 <쓰릴 미>를 올릴 만한 마땅한 제작사를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2003년 어렵게 미드타운 국제연극축제에서 <쓰릴 미>를 세상에 선보였고, 이후 2005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 요크 극장에서 정식 공연을 이어 나간다.


<쓰릴 미>는 2007년 한국에 소개됐다. 미국인이라면 대부분 알 만한 끔찍한 사건을 모티프로 삼았지만,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일이었다. 공감대가 없는 실화를 다룬다는 것은 어쩌면 ‘도박’에 가까운 모험이었다. 그러나 <쓰릴 미>는 대성공을 거둔다. 유괴, 살인, 동성애 등의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지만 이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 대신, 네이슨과 리처드의 심리적 관계를 밀도 있게 다룬 것이 색다른 매력을 주었다. <쓰릴 미>는 재공연이 될수록 90% 이상의 높은 객석 점유율을 유지하며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2012년 일본 도쿄에서도 <쓰릴 미>가 공연됐다. 일본 초연에는 한국 <쓰릴 미>의 박용호 프로듀서가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또한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최재웅과 김무열이 일본 공연에 참여해 인기를 얻었다.


작품이 오랜 시간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캐릭터의 관계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쓰릴 미>는 ‘범행의 이유’가 중점이 되는 작품으로 초반에 보이는 네이슨과 리처드의 관계와 극의 말미 드러나는 진짜 두 사람의 관계가 보여주는 차이가 작품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힌다. 또 배우들이 정립한 캐릭터에 따라 네이슨과 리처드의 관계가 전혀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관객들은 작품을 관람한 후 여러 가지 해석을 나누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높은 재관람율로 이어졌다. 해석에 따라 특정 페어를 선호하는 팬들도 생겨났다. 이렇게 <쓰릴 미>를 반복 관람하며 애정을 쏟은 팬들은 ‘쓸덕’ 혹은 ‘쓰릴러’라는 애칭을 얻었고, 한국 뮤지컬계에서 독특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단순하고 아름다운 <쓰릴 미>의 음악도 인기 요인이다. <쓰릴 미>의 음악은 마치 음악이 아닌 대사를 듣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심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깔리는 배경음악 역시 단조로운 멜로디를 갖고 있다. 음악은 관객들이 박수를 칠 타이밍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대사와 노래를 매끄럽게 이어주며 공연의 흐름을 주도해 나간다. 중요한 대사들이 음악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있는 것은 음악이 강렬한 극의 내용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기존 뮤지컬에서 쉽게 볼 수 없던 이런 특징은 <쓰릴 미>의 큰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시즌별로 살펴보는 <쓰릴 미>의 변화



2007 

3월 17일 ~ 5월 13일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5월 22일 ~ 7월 22일 대학로 예술마당 1관

류정한, 최재웅, 강필석, 김무열, 이율 / 피아니스트 : 이보미, 선경희 / 연출 김달중


<쓰릴 미> 초연의 숙제는 한국 관객들에게 낯선 1924년 시카고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풀어내는 과정이었다. 사건과 인물의 관계, 그들의 심리에 초점에 맞추기 위해 원작의 시대적 배경이나 인물의 환경을 모두 없앴다. 김달중 연출은 두 배우만 등장하는 작품인 만큼 배우가 돋보일 것을 강조하고 연기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따라 전 시즌을 통틀어 유일하게 리처드와 네이슨의 의상이 검은색 계열로 같았고, 의상 변화 없이 한 벌로 공연을 진행했다. 무대는 두 개의 침대와 큰 스툴 1개, 작은 스툴 2개가 전부일 정도로 단조로웠다.


특히 ‘이 차는 안전해’에서 유괴당하는 아이(바비)의 발자국을 프로젝트로 표현해,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했다. <쓰릴 미>의 오리지널 공연에서는 훔친 가방에서 물건을 그냥 버리지만, 한국 공연에서는 가방에서 찾은 라이터를 공연 내내 사용하는데 이러한 디테일은 지금까지 계속 이어진다. 리처드는 해당 라이터를 이용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므로 이것을 통해 그의 심리를 엿볼 수 있다.



2008

6월 28일 ~ 10월 12일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류정한, 김우형, 김무열, 이창용, 강동호 / 피아니스트 : 최혜은, 윤한나 / 연출 이동선


초연이 리처드와 네이슨의 관계에 집중했다면 해당 시즌에서는 이들의 배경을 주목했다. 두 사람이 스릴을 이유로 아무런 죄의식 없이 아이를 유괴하고 살인하게 된 원인을 재조명한 것. 때문에 드라마적인 요소가 상당히 강해져 네이슨과 리처드의 캐릭터가 확실하게 돋보였다. 의상으로 캐릭터의 변화를 암시했다. 리처드가 갈색 계열의 의상을 입어 차별성을 주었으며, 극 중간에 코트를 입기 시작했다.



2009

3월 24일 ~ 5월 24일 신촌 The STAGE
강필석, 정상윤, 김우형, 김산호, 강하늘 / 피아니스트 : 이혜지, 오성민 / 연출 이종석


네이슨과 리처드의 관계가 묘미인 작품에서 ‘누가 누구에게 조종당했는가’라는 질문은 <쓰릴 미>의 핵심적인 요소다. 해당 시즌은 바로 이러한 질문을 다시 되짚었다. 1장 ‘과거의 공원’ 장면에서는 심의관에게 가석방을 승인받은 네이슨이 리처드를 잊은 것처럼 보이는 순간 리처드가 등장하는데, 조명을 파란색에서 호박색으로 바꿔 현재에서 과거로의 시간 변화와 두 사람의 관계성을 부각했다.


또한 여성 피아니스트가 연주했던 지난 시즌들과 달리 처음으로 남성 피아니스트가 참여한 해이다. 이 시즌부터 <쓰릴 미>에 참여한 오성민 피아니스트는 ‘마리아’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는데, 공연 도중 한 배우가 1절 대신 곧바로 2절로 뛰어넘은 것을 알아차려 바로 연주를 맞추고, 공연 중 피아노 줄이 끊기자 즉흥적으로 편곡해 공연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그는 <쓰릴 미>의 피아니스트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열 번째 시즌인 2017년 공연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2010

5월 14일 ~ 11월 14일 신촌 The STAGE
김무열, 최재웅, 김재범, 이지훈, 최수형, 최지호, 오종혁, 조강현, 강하늘, 지창욱 / 피아니스트 : 오성민, 신재영 / 연출 이종석


해당 시즌에서는 두 인물의 관계를 소년보다 ‘청년’의 모습으로 재조명하며 이들의 성숙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자신의 목적에 따라 상대를 조종하려는 의도를 부각한 연출이 큰 특징. 특히 무대 디자인에 변화가 도드라졌는데 무대 양끝에 ‘배심원석’이라고 이름이 붙은 관객석을 두었다. 관객이 사건을 직접 목격하도록 해 작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든 것이다. 버려진 창고 내부를 모티프로 무대가 꾸며졌는데, 나무나 집 안의 소파 같은 오브제의 설치로 무대 구성이 꼼꼼해졌다. 또 지난 시즌까지는 배우들의 동선과 같은 위치에 있었던 피아노가 2층 무대로 올라가 피아니스트의 연주가 더욱 효과적으로 연출됐다. 남성 피아니스트만 무대에 오르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2011-2012

11월 29일 ~ 2012년 2월 26일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김재범, 장현덕, 정상윤, 전성우, 김성일, 손승원, 윤소호 / 피아니스트 : 신재영, 곽혜근 / 연출 노승희


초연 공연장인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으로 돌아왔다. 지난 시즌 네이슨이 초반에 수동적인 모습에서 마지막에 반전을 꾀했다면 이 시즌에는 네이슨과 리처드 두 사람이 동등한 힘으로 상대방을 소유하려고 하는 ‘소유욕의 대결 구도’를 컨셉으로 잡았다.


무대 뒤편에 네 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후면 벽체가 자리 잡은 것이 지난 시즌과 가장 큰 차이다. 해당 벽체들은 장면마다 움직이며 공원이 되거나 화재의 현장이 되면서 공간을 구분했다. 또 이 벽체들은 마치 카메라의 조리개처럼 반복적으로 조였다가 풀어지면서 인물들의 심리 싸움을 암시했다. 또한 ‘이 차는 안전해’ 장면에 그네가 등장해 리처드와 네이슨의 잔인함이 더욱 돋보이게 연출됐다.



2013

5월 17일 ~ 9월 29일 신촌 The STAGE
1st team 정상윤, 송원근, 전성우, 이재균 2nd team 정상윤, 오종혁, 임병근, 박영수, 이동하, 신성민, 정상윤, 송원근 / 피아니스트 : 신재영, 곽혜근 / 연출 쿠리야마 타미야


2011년부터 일본에서 <쓰릴 미>를 함께 제작한 크리에이티브 팀이 뭉친 시즌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무대다. 이 시즌에는 무대 중앙에 계단이 놓였고 이를 통해 2층까지 무대가 확장됐다. 중앙 사각 무대를 기점으로 리처드와 네이슨의 공간이 나뉘며, 양 옆에는 벤치가 놓였다. 또 ‘너무 멀리 왔어’ 장면에서는 중앙 무대 플랫폼 가운데 부분이 뒤로 사라져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졌다. 이로 인해 뻥 뚫린 무대 가운데에 새 공간이 감옥으로 탄생했다. 해당 시즌에서 리처드는 주로 2층을, 네이슨은 1층을 쓰다가 마지막에서야 마주 보게 되는데 위치와 공간을 통해 두 사람의 관계를 강조했다. 또 살인 장면에서 무대 전체에 상당히 강렬한 붉은 조명을 넣어 시각적으로 강조해 호평을 받았다.


<쓰릴 미>에서 두 사람은 직접 서로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데, 리처드는 네이슨을 “자기야”라고 부르고 네이슨은 리처드를 “개자식” 혹은 “나쁜 자식”이라고 받아친다. 그러나 이 시즌에서는 리처드가 네이슨을 부르는 ‘레이’라는 호칭이 처음 등장했다.



2014

8월 8일 10월 26일 유니플렉스 2관
에녹, 정상윤, 송원근, 임병근, 정동화, 신성민, 전성우, 이재균, 정욱진

12월 10일 ~ 2015년 3월 1일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강필석, 김재범, 에녹, 송원근, 김도빈, 정동화, 신성민, 백형훈, 문성일
피아니스트 : 오성민, 신재영 / 연출 박지혜


리처드와 네이슨의 미묘한 관계가 ‘게임’의 승자를 가리는 것처럼 보인 해다. 지난 시즌 선보였던 무대 중앙 플랫폼의 슬라이드를 제거했다. 대신 중앙 플랫폼 하단에 조명을 설치해 ‘이 차는 안전해’ 장면에서 바비의 움직임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또 리처드와 네이슨이 앉은 장면이 현저하게 줄고 주로 서서 연기하는 방향으로 변했다. 두 사람이 계약서를 쓸 때, 서명하려고 손을 칼로 찌를 때 그리고 리처드가 소파에 눕는 장면 정도만 바닥에 앉아 객석에서의 시야를 충분히 확보했다. 또 네이슨의 의상이 남색으로 바뀌기도 했다.



2016

2월 19일 ~ 6월 12일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임병근, 정동화, 강동호, 정욱진, 강영석, 이상이 / 피아니스트 : 원요한, 이광호 / 연출 박지혜


지난 2014년 시즌과 차이점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굳이 차이점을 꼽자면 ‘이 차는 안전해’의 장면에서 리처드의 코트가 자주색으로 바뀌고 녹색 머플러가 추가됐다.


대사의 변천사
한국 초연 당시 원작자 돌기노프와 박용호 프로듀서는 대본을 직역하기보다는 미국적인 느낌을 빼고 좀 더 일반적인 정서를 반영해 번역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대본은 초연 당시 박천휘가 번역하고 배우이자 연출가로 활동 중인 추민주가 우리말 느낌을 살려 다듬었다. 2008년 이동선 연출이 2차 우리말 가사를 작업했고, 2009년부터 2010년-2011년 공연 진행을 했던 이종석 연출, 노승희 연출이 3, 4차로 우리말을 정리했다. 이후엔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다. 현재 <쓰릴 미>는 2014년 박지혜 연출의 지휘 아래 현재 공연 버전이 완성되었다.


‘럭키 세븐’의 행운
2007년부터 2009년에는 ‘프롤로그’의 “일곱 번째라, 행운이 오겠네요”라는 대사가 2010년에는 “럭키 세븐, 행운이 오겠네요”로 변했다. 이후 2011년에는 “일곱 번째 심의라…. 럭키 세븐?”으로 변화됐지만 다음 시즌부터는 다시 “럭키 세븐, 행운이 오겠네요”로 이어지고 있다.


계약서의 말장난
‘계약서’는 시즌마다 조금씩 변한 넘버다. 초연 당시 영어 본문에 충실한 번안이었다. 그러나 2008년에는 초인론에 빠진 10대 후반이라는 설정을 반영해 몇몇 단어가 수정됐다. 지금의 “슈퍼맨”은 모두 “초인”으로 변화됐지만 곧 원래 표현으로 돌아왔다. 또 2007년 당시엔 “우린 시카고를 장악할 거야(We'll have Chicago by the throat.)”였던 가사가 2008년에는 “맘껏 휘저어 괜찮아”로 번역되며 생동감을 높였지만 다음 시즌부터는 초연 버전으로 돌아갔다. 또 “잊지마. 우린 최고의 한 팀이야(If you help me, I need my favorite look-out, babe.)”는 초연 당시 “나를 도와줘. 나는 네가 필요해”라는 대사였다.


쓰릴 미
‘쓰릴 미’에서 네이슨이 리처드에게 외치는 대사인 “쓰릴 미”는 2008년에 “만져줘”로 수정 됐다. 이후로는 다시 “쓰릴 미”로 하고 있다. 또 리처드의 대사인 “힘이 솟아야만 해(Until I feel energized I will not be in the mood)”는 초연 이후 “특히 이런 기분엔”으로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1호 2017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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