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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라이선스 수출작의 현지화 [No.161]

글 |안세영 2017-03-07 4,508

<빨래>


일본 2012년, 2015년         
제작사 퓨어마리   
  



레플리카 형태로 올라간 <빨래>의 일본 라이선스 공연은 대본, 음악, 무대, 의상 등 모든 부분이 한국 공연과 동일했다. 제목부터 빨래를 뜻하는 일본어 대신 한국어 발음을 살린 <パルレ(파루레)>를 사용했다. 극의 배경도 일본의 도시가 아닌 서울로 설정해, 한국어가 쓰인 세트와 소품이 그대로 사용되었다. 다만 간판에 쓰인 한국어 중 20%는 한문을 섞어 기재했다. 프로그램 북에는 무대에 기재된 한국어를 설명해 주는 페이지를 따로 마련해 일본 관객의 이해를 도왔다.


이처럼 동일하게 제작된 두 공연이지만, 한국 정서가 강한 작품인 만큼 양국 문화 차이로 인한 에피소드도 적지 않았다. 공연 당시 연출가 추민주가 직접 일본 배우들과 연습을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종종 문화 차이를 느꼈다고 한다. 한 가지 예로, 일본 배우들은 오열하는 나영을 이웃들이 쓰다듬으며 위로해 주는 장면을 이해하지 못했다.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리를 피해 주는 것이 일본 문화이기 때문이다. 사소한 제스처의 차이도 드러났다. 한국에서는 나영이 솔롱고를 향해 “내 이름은 나영입니다”라고 말할 때, 가슴에 손을 얹는 제스처를 취한다. 그런데 일본 배우는 같은 대사를 하며 집게손가락으로 자신의 턱을 가리켜 추민주 연출을 당황시켰다. 알고 보니 일본에서는 본인을 지칭할 때 얼굴을 가리키는 게 일반적인 제스처였다고.



<김종욱 찾기>


중국 2013년, 2014년, 2015년           
제작사 아주연창      


일본 2016년                       
제작사 아틀라스 
    



<김종욱 찾기>의 중국 라이선스 공연 제목은 <첫사랑 찾기>. 중국 공연은 현지 관객에게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의 재미를 전달하는 데 방점을 찍고 대본을 각색했다. 양국 연애관의 차이에 따라 같은 장면이 다르게 표현되기도 했다. 두 사람이 산에 올라 키스를 하는 장면에서 한국의 여주인공은 감정을 숨기고 쑥스러운 모습을 보이지만, 중국의 여주인공은 남주인공에 대한 감정을 숨김없이 표현한다. 개방적이고 자기 생각을 스스럼없이 표현하는 중국 청년 세대의 취향을 고려한 변화다. 이 장면에서 중국의 남녀 주인공은 이미 관계를 확정 짓는다. 이 밖에도 멀티맨이 연기하는 다양한 인물이 생략 또는 변경되었다. ‘점쟁이’는 중국에 굿을 하는 문화가 없어서, ‘다방 레지’는 차를 배달하는 문화가 없어서, ‘권사님’은 사회주의 체제상 공개적인 종교 전파가 금지되어 있어서 사라졌다. 또한 중국에는 군 복무의 의무가 없기 때문에, 여주인공의 아버지가 ‘군 미필자와는 놀지 말라’고 말하는 회상 장면이 삭제되었다.


반면, 일본 라이선스 공연 <김종욱 찾기: 당신의 첫사랑을 찾습니다>는 한국의 대본, 음악을 그대로 사용했다. 심지어 일본 배우가 무당 옷을 입고 부채춤을 추거나 한국어가 쓰인 소품을 사용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총각네 야채가게>


일본 2013년              
제작사 와타나베 엔터테인먼트    


중국 2014년              
제작사 아주연창    
 



<총각네 야채가게>의 일본 라이선스 공연은 <총각네: 맛있는 인생을 배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갔다. 같은 창업 스토리라도 청춘들의 꿈과 열정에 초점을 맞춘 한국 공연과 달리, 일본 공연은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 이를 위해 한국에서는 2012년 공연을 끝으로 사라진 캐릭터인 방송 리포터 수진을 여주인공으로 부활시켰다. 회색의 물류창고를 배경으로 한 일본 무대는 한눈에 야채 가게임을 알 수 있는 한국 무대에 비해 훨씬 단순하고 상징적이다. 공연에는 제작사인 와타나베 엔터테인먼트 소속 배우 집단 ‘D-Boys’가 출연해 전회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 라이선스 공연은 <대단한 토마토>라는 제목으로 올라갔다. 한국 공연에서는 야채 가게 직원 중 한 명인 지환이 할머니의 병원비 때문에 밤에는 호스트바에서 일한다는 설정을 갖고 있는데, 중국에서는 심의 때문에 이 설정을 변경해야 했다.



<셜록홈즈: 앤더슨가의 비밀>


일본 2014년      
제작사 큐브, 토호예능   
     


<셜록홈즈: 블러디 게임> 


일본 2015년      
제작사 큐브, 토호예능    
    



<셜록홈즈> 시리즈의 일본 라이선스 공연은 대본, 음악, 무대, 의상 등 모든 면에서 한국 공연과 차이를 보인다. 이야기의 기본 토대는 같되, 좀 더 관객이 이해하기 쉽도록 각색이 이루어졌다. 주인공 홈즈와 왓슨 역 배우의 연령대는 한국보다 높아졌다. <레 미제라블>, <두 도시 이야기> 등에서 굵직한 배역을 연기한 하시모토 사토시가 홈즈로, 다카라즈카 톱스타 출신인 이치로 마키가 왓슨으로 시리즈에 연달아 출연했다. 두 배역 모두 원 캐스트였기 때문에 각색 과정에서 캐릭터 자체에 배우의 개성을 녹여낼 수 있는 여지가 많았는데, 그 결과 익살스러운 홈즈와 똑 부러진 연상의 부인 왓슨이라는 캐릭터가 더 분명해졌다. 또한 한국 공연과 달리 둘 사이에 미묘한 연애 감정이 있는 건 아닌가 의심되는 장면을 집어넣어, 시리즈의 다음 작품에 대한 흥미를 자극하고자 했다. 


음악은 아코디언을 포함한 5인조 라이브 밴드 구성으로 편곡되었다. 한국에 없던 서곡과 리프라이즈도 추가되었는데, 시리즈인 만큼 반드시 정해진 패턴으로 시작하여 정해진 패턴으로 끝나는 수법을 사용하고 싶었다는 게 일본 제작사의 설명. 무대는 단순한 세트에 다채로운 영상과 조명을 사용하였다. 한국에서는 <셜록홈즈: 블러디 게임>이 대극장 공연으로 제작되었지만, 일본에서는 시리즈 모두 800석 규모의 도쿄예술극장에서 공연되었다.



<블랙메리포핀스>


일본 2014년, 2016년             
제작사 토호예능  
      



<블랙메리포핀스> 일본 라이선스 공연에는 메리 역으로 다카라즈카 톱스타 출신의 이치로 마키가 출연했는데, 대극장 주연만 맡던 그의 참여로 극 중 메리의 비중이 커지게 되었다. 메리가 맞는 결말도 한국과는 다르다. 한국 공연의 메리는 목숨을 희생해 아이들을 지켜냄으로써 자신의 죄를 짊어진다. 그러나 이 희생적인 죽음이라는 설정은 일본에서 공감을 사기 힘들었다. 이승의 삶을 중시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 죽음은 낭만적이고 심미적인 가치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일본 공연은 메리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고통스런 삶을 계속 살아가기로 결정함으로써 속죄를 구하는 결말로 바뀌었다.


음악은 피아노, 기타, 퍼커션의 라이브 3중주로 편곡되었는데, 특히 퍼커션이 쓰라린 심정을 표현하는 데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다. 헤르만의 솔로곡이었던 ‘곡예’는 초연에서 안나의 솔로곡이 되었다가, 재연에서 다시 헤르만과 안나의 듀엣곡으로 변경되었다. 초연 당시 안나 역으로 또 다른 다카라즈카 톱스타 출신 배우 오토즈키 케이가 참여했는데, <블랙메리포핀스>가 다카라즈카 퇴단 이후 첫 작품이라는 점을 고려해 안나의 비중을 키운 것이다.


무대의 변화도 눈에 띈다. 한국 무대는 문, 회전무대, 커텐, 의자, 프레임이라는 다섯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프레임은 한스, 헤르만, 요나스가 갇혀 있는 죄책감의 틀을 상징하는 것으로, 유일하게 프레임을 갖지 않는 것은 그들의 심판자이자 구원자인 안나뿐이다. 안나는 기억 속으로 들어가는 문을 상징으로 가지며, 상처 치유의 과정을 보여준다. 일본 무대는 문, 회전무대, 커튼, 의자를 조금씩 변형해 사용하지만, 프레임은 사용하지 않는다. 버전별로 다른 인물의 프레임을 통해 과거를 돌아보는 한국 공연과 달리, 일본에서는 따로 버전을 나누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서는 오프닝에만 사용됐던 커튼을 무대 사방에 설치하고 엔딩에서야 걷히게 만들었다. 대극장 무대를 소극장처럼 활용하다가 마지막 순간 커튼 뒤로 드러나는 광활한 무대에는 쓸쓸하고 아름다운 숲을 마련해 두었다. ‘Silent Wednesday’라는 넘버에서 언급된 숲을 연상시키기도, 기억 속에 갇혀있던 인물들이 나아갈 세상을 떠올리게도 하는 이 숲은 관객에게 극적 해방감을 선사한다. 무대를 디자인한 후타무라 슈사쿠는 이 작품으로 ‘요미우리 연극대상’ 최우수 스태프상을 받았다.



<빈센트 반 고흐>


일본 2016년             
제작사 큐브  
   



첨단 영상 기술을 활용해 고흐의 그림을 무대화한 <빈센트 반 고흐>는 대본과 음악뿐 아니라 무대, 영상을 모두 일본에 그대로 수출해 레플리카 라이선스 공연을 올렸다. 공연에는 하시모토 사토시, 이즈미 요우헤이, 키시 유우지, 카미야마 류지 등 일본의 간판 뮤지컬 배우들이 출연했다. 특히 <레 미제라블>에서 장 발장과 자베르로 호흡을 맞췄던 하시모토 사토시와 키시 유우지가 이 공연에서 빈센트와 테오 형제로 조우하여 주목을 받았다.



<난쟁이들>


중국 2016년            
제작사 카이신마화     
   



<난쟁이들>의 중국 라이선스 공연 제목은 . ‘난쟁이’를 뜻하는 중국어 ‘小矮人(샤오아이런)’이 일상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단어라서 영어 제목을 사용했다. 포스터에는 제목 위에 작게 ‘小矮人’이라고 표기해 원제를 밝혔다. 대본과 음악만 구매해간 중국 공연은 작품의 핵심인 코미디를 현지 정서에 맞게 각색하는 데 주력했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빅’이 마법에 걸린 후 겪는 은밀한(?) 신체 변화로, 중국에서는 이 부분을 삭제하고 대신 섹시한 인물이 되는 것으로 표현하였다. 또 한국에서는 남자 배우가 연기했던 ‘왕자3/마녀’ 역할을 중국에서는 코미디언 출신의 여자 배우가 연기했다. 참고로 현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는 ‘신데렐라’, 그다음이 ‘왕자3/마녀’라고 한다. 공연 규모는 한국보다 커졌다. 한국 공연이 중소극장에서 올라간 반면, 중국 공연은 상하이에 있는 1천 석 규모의 홍차오아트센터에서 올라갔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이 정도 규모의 공연장이 보편화되어 있어 특별히 화려한 무대를 보여주진 않았고, 한국과 비슷한 세트를 큰 사이즈로 변형하여 사용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1호 2017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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