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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PEOPLE] <보디가드> 최현선 [No.161]

글 |안세영 사진 |심주호 2017-03-06 4,800

가슴을 적시는
울림




“10년이면 아직 신인이죠. 10년은 더 해야 뮤지컬 좀 해봤다고 할까? 하하!” 2006년 <넌센스>로 데뷔해 어느덧 11년 차  뮤지컬 배우가 된 최현선. 진작 인터뷰하지 못해 아쉽다는 인사를 건네자 그는 아직도 한참 신인이라며 웃어 보였다. 하지만 극장에서 그의 깊고 풍성한 목소리와 힘 있는 노래를 들어본 관객이라면 이것이 겸손의 표현임을 잘 알 것이다. 데뷔 초부터 나이보다 성숙한 역할을 맡아 농익은 가창력을 뽐낸 그는 종종 중견 배우가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그 점에 대해 속상하게 생각한 적은 없어요. 제가 추구하는 노래와 연기 스타일이 귀엽고 발랄한 쪽은 아니니까요. 게다가 어린 나이에 나이 든 연기를 어떻게 소화할까 고민했던 경험이 연기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되었거든요. 그런 경험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음악을 좋아하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또래보다 다양한 음악을 듣고 자랐다는 최현선. 울다가도 마이크만 쥐어주면 뚝 그치던 아이는 자연스레 가수의 꿈을 키워 나갔고, 중학생 시절 그의 소질을 알아본 한 기획사에 연습생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와 다른 연습생 생활에 지친 그는 한 달 만에 회사를 뛰쳐나왔다. 이후 진로를 고민하다 찾게 된 길이 바로 뮤지컬이다. <사랑은 비를 타고>를 보고 뮤지컬의 매력에 빠진 그는 단국대학교 뮤지컬학과에 진학했고, 졸업과 동시에 <넌센스>로 데뷔했다. 커버로 들어가 나중에는 정식 배역을 따냈을 만큼, 첫 작품은 그에게 배우 일에 대한 확신과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이후 최현선은 대극장 앙상블로 활동하며 차근차근 무대 경력을 쌓아 나갔다. 무대 밖에서도 여러 CM송과 창작뮤지컬 가이드 녹음에 참여하며 노래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결과물이 제 목소리로 나가는 건 아니지만 녹음 과정 자체가 재밌고 좋은 경험이었어요. 관객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지금도 아동극이나 어린이 동영상 채널에 올라가는 노래를 많이 불러요. 제가 부른 노래를 조카가 좋아하는 걸 볼 때마다 뿌듯하죠.”


하지만 그런 그도 배우를 그만둬야 하나 고민할 만큼 극심한 슬럼프를 겪은 적이 있다. “2009년 <맘마미아!> 앙상블로 활동할 때였어요. 그렇게 춤과 노래에 에너지를 쏟아붓는 작품은 처음이라 모든 게 힘들었죠. 프로페셔널한 배우들 사이에서 혼자만 뒤처지는 것 같아 자꾸 주눅이 들었어요. 그 뒤로 한동안 배우 일을 쉬며 <오! 당신이 잠든 사이>와 <금발이 너무해>에 보이스 코치로 참여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막상 무대에서 내려와 보니 알겠더라고요. 아직은 내게 무대에서 쏟아낼 열정이 많다는 걸. 난 배우를 해야 한다는 걸.”



마음을 다잡고 주어진 무대에 최선을 다한 최현선은 마침내 2013년 <해를 품은 달>의 카리스마 넘치는 무당 장씨 역으로 이름을 알리며, 명품 조연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5년에는 <드림걸즈>의 에피 화이트로 첫 대극장 주연을 맡기에 이르렀다. 전설적인 R&B 그룹 ‘슈프림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에서 소울 음악에 강점을 지닌 최현선의 재능은 빛을 발했다. “<드림걸즈>는 제겐 꿈의 작품이었어요. 공연 하는 내내 하루도 행복하지 않은 날이 없었죠. 사실 캐스팅에는 실력 외에도 인지도 같은 여러 요소가 작용하는데, 그럼에도 저를 믿고 캐스팅해 주셨다는 게 너무 감사했어요. 열심히 한 만큼 기회가 온다는 걸 느꼈고, 또 주연으로 극을 끌고 나가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끼며, 앞으로 평생 배우로 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가 분명해졌죠.”


현재 최현선은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보디가드>에서 주인공 레이첼의 언니 니키 역으로 열연하고 있다.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로 이루어진 주크박스 뮤지컬 <보디가드>는 모든 넘버를 레이첼과 니키 역의 두 배우가 전담하는 것이 특징. 최현선은 어렵기로 소문난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를 시원하게 소화해 관객의 환호를 이끌어내고 있다. “어릴 적부터 휘트니 휴스턴을 좋아했어요. <보디가드>가 올라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건 내 옷이라는 확신이 들었죠. 특히 ‘Saving All My Love’와 ‘Run To You’는 제 노래방 애창곡이기도 하거든요. 마침 그 두 곡을 니키가 부른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어요.” 


최현선이 연기하는 니키는 뛰어난 노래 실력을 지녔지만 동생 레이첼의 그늘에 가려진 인물로, 뮤지컬에서는 원작 영화보다 비중이 커져 레이첼과 보디가드 프랭크 사이에서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니키의 감정선과 드라마가 좋았어요. 그동안 제가 겉으로는 화려해 보여도 마음속에 상처를 지닌 캐릭터를 자주 연기했는데, 니키도 그런 면이 있어요. 누구에게나 연민과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레이첼에 대한 니키의 감정도 영화와는 조금 달라졌다. “뮤지컬에는 질투를 뛰어넘은 가족애가 있어요. 질투심 때문에 레이첼과 조카 플레처와의 관계를 깨고 싶지는 않은 거죠. 니키는 자신이 이들에게 꼭 필요한 존재임을 알았고, 스스로 이 가족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실제로 그는 레이첼 역 배우들과 끈끈한 자매애를 나누고 있는 덕에 연기에도 그 감정이 저절로 우러나온단다. “레이첼 품에서 죽어가는 장면에서 정말 많은 눈물을 흘려요. 둘이서 눈빛으로 모든 걸 이야기하죠. 서로에 대한 미안함, 이제 함께 노래할 수 없다는 슬픔…. 연습실에서도 그 장면만 연기하면 둘 다 울음이 터지는 바람에, 레이첼 역 배우들이 다음 장면을 이어가지 못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요즘은 살짝 눈을 피해 주기도 해요. (웃음)”
지난 10년간 늘 신인처럼 겸손하고 성실한 자세로 무대에 서온 최현선. 그에겐 앞으로도 도전하고 싶은 무대가 많다. “<시카고>의 마마, <고스
트>의 오다메 같은 굵직한 조연을 해보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드림걸즈>의 에피도 꼭 다시 해보고 싶고요. 소울 음악에 특화된 배우라는 얘기를 많이 듣지만, 저로서는 더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가 되고픈 욕심이 있어요. 가능한 한 다양한 작품에 도전해 많은 경험을 해봐야죠. 제가 아직 너무 신인이라! (웃음)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가 될 때까지 꾸준히 열심히 하겠습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1호 2017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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