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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KETCH] <빌리 엘리어트> 최종 오디션 현장 [No.161]

글 |배경희 사진제공 |신시컴퍼니 2017-03-06 5,190

높이 날아오를 소년을 찾아라




지난 1월 20일, 오는 12월에 7년 만에 재공연을 펼치는 <빌리 엘리어트>의 최종 오디션이 열렸다. <빌리 엘리어트>는 동명의 영화를 뮤지컬로 제작한 것으로, 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스티븐 달드리와 리 홀이 뮤지컬의 연출과 각본을 그대로 맡고, 유명 가수 엘튼 존이 작곡자로 가세해 시작부터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2005년 런던 초연 당시 ‘영국 뮤지컬 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는 극찬을 받았으며, 올리비에상과 토니상을 비롯해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숱한 수상 기록을 세웠다. <빌리 엘리어트>의 국내 초연은 2010년에 이뤄졌는데, 당시 비영어권에서 최초로 <빌리 엘리어트> 오리지널 프로덕션 공연을 올리는 것이라 관심을 끌었다.


<빌리 엘리어트>는 1980년대 마거릿 대처 총리의 폐광 결정에 1년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탄광촌을 배경으로, 가난한 광산 노동자의 아들인 11세 소년 빌리가 우연히 발레에 눈을 뜨고 발레리노의 꿈을 이뤄가는 성장담이다. 주인공 빌리가 노래와 연기는 물론 발레, 탭, 브레이크 댄스 등 다양한 장르의 춤을 일정 수준 이상 소화해야 하는 작품인 만큼 재능 있는 아이를 발굴하는 게 작품의 성공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때문에 누가 빌리를 맡는지는 <빌리 엘리어트>의 관심 대상인데, 이번 오디션 역시 모두 200명의 지원자가 몰려 빌리 역할에 대한 관심을 증명했다.



지난해 4월에 열린 1차 공개 오디션과 8월 2차 오디션을 거쳐 빌리 역 최종 후보에 오른 지원자는 모두 일곱 명. 한 시간가량 진행된 최종 오디션은 발레바 동작을 활용한 동작 심사와, 주요 장면 지정 안무 심사로 진행됐다. 빌리의 발레 교습 장면과, 경찰과 노동자 시위대의 충돌 상황을 동시에 그리는 ‘Solidarity’, 친구 마이클과 함께 부르는 ‘Expressing Yourself’, 빌리가 로열발레스쿨 오디션 심사 중 부르는 곡인 ‘Electricity’ 등 <빌리 엘리어트>의 대표 장면이라고 할 만한 장면의 심사가 진행되자 지원자들은 다소 긴장한 듯 보였는데, 심사위원들은 그들의 잠재력을 발견하기 위해 진지한 자세로 임했다.


최종 오디션에 오른 지원자 대부분이 발레, 탭 댄스, 스트리트 댄스 등 다양한 춤을 전공했는데, 그중 의외로 춤을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는 이도 있었다. 이 지원자가 최종 오디션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빌리 엘리어트>의  오디션 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빌리로 성장할 수 있는 열정과 에너지를 지닌 잠재력 있는 아이를 찾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종 오디션에 오기까지 빌리 엘리어트의 트레이닝 학교인 일명 ‘빌리 스쿨’에서 하루 6시간씩 훈련 과정을 거친 이들은 나이도, 특기도, 제각각이지만, 목표 의식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해외 협력 안무가인 다미안 잭슨은 “발레는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장르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 본인이 발레를 하고 싶어 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스스로 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을 때 성공할 확률이 높다”며 <빌리 엘리어트>의 특별한 오디션 심사 기준을 밝혔다.



뜨거운 열정만큼 중요한 빌리의 자격 요건은 다름 아닌 ‘깡’이다. 빌리는 남성다움을 강요받는 환경 속에서 여성적인 장르로 여겨지는 발레를 하겠다고 스스로 자신의 길을 택하는 노동 계급 소년이기 때문이다. “빌리는 마치 전기 스파크가 튀는 듯한 인상을 줘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춤 실력이 좋고 트레이닝이 잘돼 있다 하더라도 깡이 없으면 빌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춤 실력은 기초적이지만 각오와 깡이 있는 아이들을 트레이닝 했을 때 좋은 결과를 내는 경우를 봤다.” 해외 협력 연출 사이먼 폴란드의 말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빌리는 항상 예의 바르고 착한 아이가 아닌데, 한국의 아이들은 착하게 행동하는 게 몸에 배어 있다고. 따라서 모든 스태프들이 아이들이 예의 없이 못되게 굴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설명을 덧붙였다.


오리지널 연출가인 스티븐 달드리는 빌리 역에 대해 “어린아이가 햄릿을 연기하며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 바 있다. 오는 12월 무대에서 고난도의 역할을 소화하며 숨을 몰아쉴 네 명의 빌리는 과연 누가 될까. 누가 됐든, 앞으로 1년간 강도 높은 훈련을 거쳐 무대에 설 네 명의 아이들은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이미 꿈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고군분투하는 빌리 그 자체가 될 것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1호 2017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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