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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CLOSE UP] <로미오와 줄리엣> 돌연변이 특수 분장 [No.161]

글 |안세영 사진 |심주호 2017-03-06 5,575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핵전쟁 이후 태어난 돌연변이와 인간의 로맨스로 변주한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이 작품에서 단연 시선을 끄는 것은 섬뜩한 모습의 돌연변이들이다. 창백한 얼굴에 시커먼 눈, 울긋불긋한 흉터를 드러내고 화려한 전투 신을 선보이는 이들은 등장과 동시에 무대를 압도한다. 같은 시간, 무대 뒤에서는 또 다른 전투가 진행 중이다. 로미오를 비롯한 15명의 배우를 돌연변이로 변신시키기 위해, 매일 공연 4시간 전부터 벌어지는 분장 팀의 고군분투! 김숙희 분장디자이너와 함께 그 치열한 전투 현장을 들여다보았다.




섬뜩한 얼굴
성종완 연출가가 처음 요구한 분장 컨셉은 ‘배우의 얼굴을 못 알아볼 만큼 충격적인 비주얼을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김숙희 분장디자이너는 핵전쟁 이후를 배경으로 한 영화 <매드맥스>부터 여러 좀비 영화 속 이미지를 참고했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영화처럼 디테일하고 리얼한 분장을 선보이기에는 시간적 한계가 있는 데다, 관객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의견에 지금과 같은 한결 인간적인(?) 모습의 돌연변이가 탄생하게 되었다.


돌연변이의 얼굴 분장은 비교적 간단하다. 먼저 얼굴 전체를 하얗게 칠해 핏기 없는 피부를 만든 뒤, 눈과 입을 강조한 짙은 스모키 화장으로 섬뜩한 인상을 완성한다. 입술은 안쪽만 까맣게 칠해 갈라진 틈으로 피가 배어 나온 것처럼 표현하고, 입술 양옆도 더 찢어 그려서 잔인해 보이게 만든다.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이미지를 위해 눈썹을 그리지 않는 것도 하나의 포인트.





잿빛 머리카락 
헤어스타일은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쳤다. 연습 기간에는 로미오를 <매드맥스>에 나오는 임모탄의 부하들처럼 민머리로 만드는 특수 분장을 시도해보았으나, 지나치게 충격적인 비주얼 탓에 바로 기각되었다. 프리뷰 기간에는 로미오가 잿빛 가발을 쓰고 무대에 올랐다. 짧은 제작 기간 때문에 각 배우에게 맞는 가발을 제작하지 못하고 기성품을 찾아 사용했는데, 역시나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결국 본 공연에서는 가발 대신 컬러 스프레이를 사용하게 되었다. 머리숱이 적은 조풍래 배우만 다른 로미오 역 배우들과 달리 회색 부분 가발을 착용하고 있다. 돌연변이 역할의 앙상블 배우는 모두 실제 탈색을 감행했다.





흉터로 덮인 몸   

돌연변이의 몸을 덮은 흉터 분장은 역동적인 안무와 땀에도 지워지지 않게 만드는 것, 그리고 빠른 시간 안에 완성하고 제거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었다. 김숙희 분장디자이너가 고민 끝에 찾아낸 방법은 라텍스로 흉터 모형을 미리 만들어놓고 탈부착하여 사용하는 것. 혈관처럼 뻗어 나간 흉터 모형을 테이프와 라텍스 글루를 이용해 배우의 몸에 부착하고, 그 위에 손과 붓으로 검붉은 색을 칠해 분장을 완성한다.


이때 쓰이는 화장품은 크림 파운데이션의 일종인 라이니 컬러로, 땀에 쉽게 번지지 않아 바디 페인팅에 주로 사용되는 제품이다. 팔과 등에도 라이니 컬러로 근육을 강조하는 라인을 그리고, 마지막에는 몸 전체에 흰 칠을 해 조명을 받았을 때 분장이 두드러지게 만든다. 이렇게 공을 들여도 앙상블 안무가 워낙 격렬한 탓에 땀이 많은 배우는 공연 중 수시로 리터치를 받아야 한다고. 라텍스 흉터는 공연이 끝나면 배우별로 잘 보관해 뒀다가 깨끗하게 세척해 재활용한다.




퀵체인지       

로미오가 돌연변이에서 인간으로 변신하는 장면에서는 5분 안에 퀵체인지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 순간 무대 뒤는 그야말로 아수라장. 일단 배우가 컬러 스프레이를 뿌린 머리를 감고 나오면, 5명의 스태프가 동시에 달라붙어 머리를 손질하고, 흉터를 떼어내고, 메이크업을 수정하고, 의상을 갈아입히는 신공을 발휘한다. 공연 후반 줄리엣이 인간에서 돌연변이로 변신하는 장면 또한 마찬가지. 인간으로 퇴장해 돌연변이로 등장하기까지 주어진 시간이 단 1~2분에 불과해 특별한 작전이 동원되어야 했다.


변신에 앞서 줄리엣이 등장하지 않는 ‘여기는 만투아’ 장면을 이용해 미리 줄리엣의 헤어 체인지를 끝내놓는 것이다. 머리에 피스를 달고 컬러 스프레이를 뿌린 줄리엣은 이후 바뀐 머리가 보이지 않게끔 모자를 쓰고 무대에 선다. 그러다 돌연변이로 등장하기 직전, 무대 뒤에 대기하고 있던 분장 팀에게 재빨리 흉터 분장을 받고 모자를 벗으면 변신 성공!




돌연변이 앙상블 전우태

“보통 헤어와 분장을 모두 끝내는 데 30분 정도가 걸려요. 정신없이 바쁜 분장 팀을 위해 배우들이 직접 라텍스 흉터를 몸에 붙이고 대기하기도 하죠. 마지막의 흰 칠도 이제는 각자 알아서 할 만큼 익숙해졌어요. 초반에는 피부 트러블 때문에 고생하기도 했지만, 대기실에 알로에 크림이 잔뜩 구비된 뒤로 점점 좋아졌답니다. 이렇게 분장을 마치고 나면 정말 돌연변이가 된 기분이 들고, 관객들도 멋지게 봐주셔서 연기할 때 더 자신감이 솟아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1호 2017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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