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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올해의 창작자 음악감독 김성수 [No.159]

글 |나윤정 2017-01-06 6,427

음악으로 펼치는
카타르시스   



뮤지컬의 매력 중 하나는 바로 음악의 힘이다. 올 한 해 이 음악의 힘을 가장 열정적으로 전해준 창작자를 찾는다면 단연 김성수 음악감독이 아닐까? 파워풀한 지휘와 다이내믹한 편곡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김성수 음악감독. 열정적인 지휘만큼이나 올 한 해 그가 보여준 활약은 뜨거웠다.





김성수 음악감독이 뮤지컬계에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 것은 2015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부터다. 알고 보면 그는 작곡뿐 아니라 편곡, 믹싱, 프로듀싱 등을 도맡으며, 국내 음악계에서 전천후로 활약해 온 음악 프로듀서다. 그는 23이란 이름으로 메이트, 검정치마, 패닉, 이소라 등 내로라하는 국내 유명 가수들의 음반을 프로듀싱했고, 지금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런 그가 처음 뮤지컬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2년 <포비든 플래닛>. 이후 <록키호러쇼>, <대장금>, <젊음의 행진> 등에 참여하며 뮤지컬과 인연을 이어왔고, 2015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기점으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었다.


올 한 해 김성수 음악감독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지구를 지켜라>, <마마 돈 크라이>, <에드거 앨런 포>, <페스트>, <곤 투모로우>, <오! 캐롤>, <서울의 달> 등에 연이어 이름을 올리며 눈에 띄는 활약상을 보여주었다. 일련의 작업들을 통해 김성수 음악감독이 보여준 강점은 다이내믹한 음악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치밀하게 짜인 그의 편곡은 더욱 입체적인 음악으로 표현되며, 청각적인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했다. 특히 그의 손을 거쳐 편곡된 음악들은 원곡 본연의 매력뿐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져 있던 새로운 매력까지 한껏 살아 있다. <페스트>의 경우 한 시대의 아이콘인 서태지의 음악을 다채로운 스펙트럼으로 펼치며 원곡자인 서태지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에드거 앨런 포>에서 김성수 음악감독은 다재다능한 창작자로서의 면모도 보여주었다. 이 작품은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멤버 에릭 울프슨이 작곡을 맡았는데 그의 사망으로 미완성된 채 남겨졌다. 김성수 음악감독은 편곡뿐 아니라 1, 2막 ‘Overture’, ‘갈가마귀’, ‘첫 대면’ 등 11곡의 음악을 직접 작곡해 포의 불안한 정서를 더 끄집어내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주었다. 또한 연극 작업에도 참여해 <지구를 지켜라>의 음악을 작곡, 극의 독특한 분위기를 살려주었다. 이런 그의 무대들은 작곡자로서의 특별한 면모도 발견하게 만들었다.


2016년을 빛낸 창작자답게 그의 연말은 공연으로 꽉 차 있다. 흥미롭게도 그는 지금 전혀 다른 느낌의 두 작품 <오! 캐롤>과 <서울의 달>을 맡아 작업 중이다. 이런 선택은 김성수 음악감독의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오! 캐롤>은 옛날 노래처럼 들려야 하는 부분은 더 레트로하게, 그러면서도 예상을 뒤엎는 편곡을 덧붙여 재미있게, <서울의 달>은 상당히 모던한 느낌으로 풀어낼 거라 한다. 이렇듯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그의 작업은 한계가 없기에, 앞으로 이어질 김성수 음악감독의 활약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2016년을 되돌아보면 어떤 한 해였나?
굉장히 많은 것을 배웠던 한 해였다. 그 덕분에 내가 예전부터 꿈꿔 오던 작업을 향해 가까이 한 계단 올라간 느낌이다. 그리고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며 관객들과의 유대감을 쌓게 되었다. 관객들의 관심이 큰 힘이 된다는 걸 새삼 느꼈다. 참 고마운 일이다.


<에드거 앨런 포>는 편곡뿐 아니라 11곡을 직접 작곡해 작품의 음악을 완성했다. 어떤 작업이었나?
에릭 울프슨의 곡을 편곡했다는 건 뮤지션들 사이에서 매우 자랑할 만한 일이다. 개인적인 영광이었고, 그의 음악을 비틀어볼 수 있어 좋았다. 이 작품은 미완성이다 보니 대부분의 음악을 손보고, 또 직접 11곡을 만들어야 했다.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자기가 직접 쓴 곡으로 작업을 하고 싶어 할 거다. 그런 의미에서 <에드거 앨런 포>는 고마운 작품이고, 의미가 컸다. 내가 지향하는 음악 중 일부를 배우들과 관객들이 좋아해 준 것 또한 큰 힘이 됐다.


<페스트>는 서태지의 음악이 지닌 아우라가 커서 편곡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어땠나?
서태지의 음악은 분명한 장점이 있었다. 바로 멜로디의 목적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원곡 자체의 DNA가 확실했다. 워낙 멜로디가 좋다보니 오히려 편곡을 쉽게 끌어낼 수 있었다. 보통 창작 작업을 할 때 보면, 확률적으로 쉽게 편곡되는 노래들이 구조가 잘 짜여졌고, 결과물도 좋다.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원곡자가 좋아할 수 있는 편곡이 되었으면 했다.


올해 무거운 분위기의 작품을 많이 했는데, <오! 캐롤>을 통해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 것 같다.
일 년 내내 무거운 작품을 했다. 오케스트라 피트만 신경 쓰지 못하고, 무대, 피트, 객석과 계속 소통을 해야 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다 보니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오! 캐롤>은 등장인물 누구도 죽지 않고 행복한 작품이라 좋았다.(웃음) 음악은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했다. 사실상 내 정서에도 무거움이 깔려 있기 때문에 음악을 너무 무겁게 끌어내리지 않도록 조심했다. 반면 작품이 무겁지 않으니 음악도 가볍고 적당히 가지 않을까라는 예상은 뒤엎고 싶었다.


열정적인 지휘가 트레이드마크이기도 하다. 지휘를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
뮤지컬 지휘는 오케스트라 지휘와 다르다. 마치 격투기처럼 굉장히 복합적인 지휘다.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다이내믹이다. 다이내믹을 1부터 100까지 끌어올리는 것. 무대, 관객, 오케스트라를 커뮤니케이션하는 사람으로서 그 에너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멋 내는 지휘는 절대 안 한다. 무대에서 드라마가 진행될 때도 정말 움직이지 않으려 한다. 그때는 사소한 움직임도 관객들에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드러머와 템포로 싸우지 않는 것도 철칙이다. 연습을 많이 해서 드러머의 템포를 자연스럽게 끌어내야지 절대 싸우려고 하면 안 된다.


내년에는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가?
연초 영국에서 그동안 보고 싶었던 공연들을 좀 보려고 한다. 이후 소극장, 대극장 작품 몇 편의 작업을 맡아 공연할 예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정)재일이와 옛날부터 얘기해 왔던 창작 작업을 실행해보려 한다. 또한 내 앨범 작업도 천천히 준비할 거다. 앰비언트 일렉트로닉 스타일의 음악을 담을 예정인데, ‘갈가마귀’도 수록할까 생각 중이다. 내년에는 본질적인 창작 작업에 좀 더 많은 시간을 기울이고 싶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9호 2016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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