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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판타스틱스>의 배승길 [No.76]

글 |배경희 사진 |김호근 2010-01-24 6,417

                                         

                                           웃음을 무기로 장착한 Mr.낙천가

첫 대면에서 조금 경직된 채 행여 스튜디오를 못 찾을까봐 30분이나 서둘러 나왔다고 멋쩍게 웃는 배승길은 딱 봐도 바를 정(正)자가 그려지는 신인이다. 하지만 “진짜 동안이시네요”라는 인사말에 긴장감일랑 금방 떨쳐버리고, “사람들이 요즘 부쩍 늙었다고 하던데요? 오랜만에 뵌 선배님들은 너도 이제 곧 소년 역 못하겠다고 그러시고. 음, 로션을 더 사야 하나. 하하하”라고 장난스럽게 답하는 걸 보면 역시 배우다 싶다. 그리고 그는 시원한 웃음소리만큼이나 삶을 대하는 태도 또한 명쾌한 사람이다.


“말도 안 되는 고집일 수 있지만, 남들이 하면 나도 할 수 있다. 전 항상 그렇게 생각해요.” 배우의 길로 입문하게 된 발단 역시 그런 긍정의 힘이 가장 컸다. 고교 시절 공부를 진짜 못했던 방송부 선배가 연극영화과에 합격하는 것을 보고 나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에 꿈을 키웠다니 말이다. “대학에 가서도 연극할 줄 알았지, 뮤지컬을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노래를 못 불러서요. 그런데 제가 진학한 학교의 학과장님이 뮤지컬 연출을 하셨던 분이셔서 뮤지컬 관련 수업이 많았어요. 음악 수업이 재밌기도 하고 또 조금씩 실력이 느니까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오디션 장에서조차 ‘이 오디션에서 떨어지면 죽을 거예요!’라는 치열한 각오로 덤비는 대신 ‘심사위원들도 힘들 테니까 열린 마음으로 밝게, 밝게’ 오디션을 치르는 그에게 자신의 소원대로 솔로곡이 주어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한 마디의 대사와 네 글자 한 소절의 노래가 전부였던 <갓스펠>의 스윙으로 데뷔한 뒤, 이듬해 꼭 하고 말겠다고 다짐했던 <판타스틱스>의 마트로 관객들에게 얼굴과 이름을 알리게 된다. 삐뚤어진 구석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앳된 얼굴 덕에 주로 사랑 넘치는 따뜻한 역을 맡아왔지만, <사춘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규를 맡아 “넌 끝까지 도망만 다니고 절대 죽지 않을 것 같다”는 연출가의 모진 말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어느새 승길이가 선규 처럼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는 의외의 근성도 있다.

 

국방의 의무라는 무거운 짐이 남아있는, 데뷔 3년차 스물일곱의 배우는 고민이 많다. “아직 제대로 이룬 게 없어서 2년이라는 공백이 걱정도 되고, 시작은 같았지만 다른 위치에 오른 동료들을 보면서 ‘좀더 노력했으면 자리를 잡을 수도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어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제가 긍정적이잖아요? 데뷔 3년차에 이렇게 꾸준히 소극장에서 작품을 하고 있는 게 행복하고, 복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좋은 과정을 거치다보면 ‘진짜’ 배우라고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죠.” 지금 연습 중인 <굿모닝 러브 타운>도 <판타스틱스>류의 작품인데, 자꾸 따뜻한 작품만 하게 된다며, “아무래도 제가 따뜻해 보이나 봐요. 아, 더워 보이나?” 라고 말하던 장난기 그렁그렁했던 눈이 흔들림 없는 믿음으로 강하게 반짝인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76호 2010년 1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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