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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NUMBER BEHIND] 김문정 작곡가의 <도리안 그레이> [No.157]

정리 | 나윤정 사진제공 | 씨제스컬쳐 2016-10-14 7,006


<도리안 그레이>는 작품의 성격상 평이하지 않은 음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와 비슷한 분위기의 작곡가나 작품을 찾아봤어요. 현대 음악 작곡가들, 버르토크나 스티븐 손드하임의 컬렉션을 많이 들었죠.작품 전반에 뒤틀리고 음침하고 기괴한 정서가 깔려 있어서, 이런 결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어요. 그래서 기존의 뮤지컬 넘버와는 조금 다르게 느껴질 수가 있어요. 변박이 많고 템포 변화나 음계가 익숙지 않은 구성으로 만들어졌거든요. 노래가 대사와 분리되지 않게 하려고 고민하다 보니, 작품의 성향상 자연스러운 박자와 멜로디를 뽑기가 힘들더라고요.




‘긴 여름날’
무려 네 번에 걸쳐 작곡한 곡이에요. 선하면서도 괴팍하고 예술가적 성향이 있는 배질의 이중적인 측면을 담아내야 했기 때문에 곡을 쓰기가 쉽지 않았어요. 작품의 첫 곡이란 부담감도 있었고요. 처음엔 너무 예쁘게만, 두 번째는 괴팍하게만 만들어졌고,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지금의 곡이 완성됐어요. 고생을 많이 한 곡이라 애정이 가요.



‘도리안 그레이’
어느 날 와인 한잔을 마시고 쓴 곡이에요. 녹음기를 켜놓고, 편한 마음으로 피아노 앞에 앉아 손 가는 대로 혼자 계속 연주를 했어요. 그날 기분에 따라 느낌 가는 대로요. 그러고선 피곤하고 졸음이 와서 오선지에 기록도 안 하고 잠이 들었죠. 다음 날 아침, 운전하며 연습실에 가면서 별 기대 없이 녹음 파일을 틀었어요. 그런데 의외로 정말 괜찮은 멜로디가 있더라고요. 앞뒤에 살을 붙이면 완성이 될 것 같은 계산이 서더라고요. 그 순간 희열을 느꼈어요. 운전대를 ‘팍’ 치며, 큰 소리로 멜로디를 따라 불렀던 기억이 나네요. 마치 밤이 선물로 준 멜로디 같았어요.



‘찬란한 아름다움’
이 곡에 특별히 애착이 가는 이유는 헨리의 마성이 느껴지기 때문이에요. 악마의 유혹 같은 느낌이랄까요? 아름다우면서도 기괴하고 뒤틀린 멜로디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곡이에요. 그리고 이 느낌을 박은태 배우가 잘 완성해 주었죠. 헨리 역의 박은태 배우는 다른 넘버에서도 기대 이상으로 제 상상 속의 음악을 잘 표현해 주었어요. 물론 이전에도 훌륭했지만, 이번 작업을 통해 제가 찾은 뮤즈예요.



‘Life Of Joy’
도리안과 헨리, 배질의 3중창이에요. 이 곡에는 각자의 테마가 나와요. 중요한 건, 도리안과 헨리가 같은 입장이고, 배질만 반대편에 서 있다는 거예요. 그걸 음악적으로 철저하게 계산해서 작곡을 했어요. 그래서 헨리는 조금 나른한 느낌으로 노래를 부르지만, 배질은 가장 격정적이고 빠른 멜로디가 주를 이루죠. 각자의 입장에서 흥분 상태를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마지막은 헨리의 노래에 도리안이 화음을 쌓아 같은 멜로디를 부르는데, 배질만 전혀 다른 멜로디로 노래한답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7호 2016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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