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문화가 성숙할수록 공연 에티켓도 성숙해야 하는데, 실제 공연 시장의 성장만큼 예절의 성숙도가 따라가지는 못한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공연에 집중하는 관객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들이 발생하곤 한다. 특히 뮤지컬은 대중예술이고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강하다 보니, 마치 영화를 보듯 소곤소곤 이야기하고 콜라를 마시며 즐기고 싶은 관객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공연 자체를 집중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사소한 움직임, 소리 하나가 큰 방해가 되기도 한다. 이번 호에서는 공연 에티켓과 치명적으로 관극을 방해하는 행위, 관크에 대해 생각해 본다.
SPECIAL
공연 관람의
치명적 타격
관크
2000년에 비해 뮤지컬 시장은 30배 정도 성장했다. 이제 국내에서 뮤지컬은 특정 취향의 사람들이 주로 즐기는 문화가 아니라, 꽤 대중화된 문화인 셈이다. 이처럼 뮤지컬 시장이 발달하고 공연 경험이 증가한다면 그에 따라 공연 예절 수준도 높아져야 하는데, 공연 에티켓 수준이 공연 시장의 성장을 따라가지 못한다. 특히 주변 관객으로 인해 공연 관람의 심각한 피해를 입는 ‘관크’라는 말까지 등장하게 됐다.
관크는 ‘관객 크리티컬’의 줄임말로, 크리티컬(Critical)은 온라인 게임에서 결정적인 피해를 입는 경우를 말한다. 온라인 게임상의 용어인 ‘크리티컬(치명적인)’은 ‘크리’라는 단축어로 2008년부터 일반적인 상황에서 널리 쓰였다. 화장실이 매우 급한 상황을 ‘화장실 크리’, 열등감 폭발을 의미하는 ‘열폭’과 만나 ‘열폭 크리’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크리’는 2009년 올해의 신조어로 뽑히는 등 그 이후에도 꾸준히 사용되다가, 공연계로 넘어온 것이다. 처음에는 ‘관객 크리’라는 말로 사용되던 것이 신조어의 특성상 줄여져 ‘관크’라는 표현으로 굳어졌다. 2011년부터 ‘관크’라는 표현이 서서히 쓰이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관크’는 공연 장르 중 뮤지컬 관객들 사이에서 처음 쓰기 시작한 표현으로 본다. 정말 뮤지컬 관객들이 처음 쓰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다. ‘관크’라는 표현은 공연 어느 장르에도 적용이 되는 표현이다. 클래식이나 연극, 어느 장르에서도 관객으로 인한 피해가 생길 수 있고, 그런 장르의 관객 사이에서도 실제 ‘관크’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것은 뮤지컬 관객들이 이 단어를 사용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그만큼 뮤지컬 관객들이 공연 관람 방해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인다는 방증일 것이다.
뮤지컬은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쉬운 대중물이다. 언어에 대한 집중을 요구하는 연극이나, 소리에 대한 극도의 집중이 요구되는 클래식의 경우 오히려 관크로 인한 피해가 큰 장르이지만, 대중들이 이 장르에 접근할 때 경외감을 지니고 행동을 조심하는 편이다. 반면, 뮤지컬은 대중물로서 엔터테인먼트적인 성격이 있기 때문에 이를 즐기러 오는 관객들은 작품 자체를 즐기는 것과 더불어, 관람하는 행위 자체를 즐기려는 성격이 강하다. 같이 온 일행과 기쁨도 나누고 싶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으며, 이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공연 마니아와 일반 관객을 명확히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마니아는 공연 자체에 집중하고 싶은 욕망이 강한 반면, 일반 관객은 공연과 더불어 영화를 보듯 관람 행위를 즐기고 싶어 하는 경향이 크다. 공연 문화의 경험 차이와 목적, 그리고 개인적인 성향의 차이에서 ‘관크’로 인한 문제가 종종 발생하게 된다.
이번 기획 기사를 위해 공연 포털 사이트 스테이지톡(www.stagetalk.co.kr)과 ‘공연 에티켓’에 대한 설문을 실시했다. 총 637명이 리서치에 참여하였는데 슈퍼마니아 (주 2회 이상) 165명(25.9%), 마니아(주 1~2회) 164명(25.7%), 애호가(월 2~3회) 226명(35.5%), 일반인(월 1회 이하) 82명(12.9%)이었다. 일반 관객의 참여가 낮았고 애호가가 가장 높았다. 공연을 좋아하는 이들의 참여가 전반적으로 높았음을 알 수 있다.
관객들은 10회 공연을 봤다면 관크를 4.5회 정도 당한다고 답했다. 관크 경험 빈도는 공연 관람 빈도가 높아질수록 많아져, 일반 관객은 3.5회로 관크를 당한 확률이 35%였지만, 슈퍼마니아는 5회라고 답해 공연을 볼 때 절반은 관크를 당한다고 답했다. 이는 공연 관람 빈도가 높을수록 주변 관객들의 반응에 민감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크의 종류
‘수구리, 커퀴, 메뚜기, 붕어관크, 먹방관크, 폰딧불, 설명충’ 이상은 마니아들 사이에서 특정 관크 현상을 이르는 말들이다. ‘수구리’는 앞좌석의 관객이 좌석에서 등을 떼고 봐서 시야를 가리는 행위, ‘커퀴’는 커플 바퀴벌레의 약자로 공연장에서 지나친 애정 행각을 하는 관객들, ‘폰딧불’ 또는 ‘반딧불’은 핸드폰 액정 불빛으로 시선을 뺏는 관객, ‘메뚜기’는 빈자리로 이동해 관람에 방해를 주는 관객을 일컫는다. ‘설명충’은 옆 사람과 작품을 이야기하며 보는 관객이다. 이외에도 소리 없이 대사나 노래를 따라하는 ‘붕어관크’, 주섬주섬 음식물을 먹는 ‘먹방관크’ 등 공연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에 ‘관크’를 붙여 다양한 피해 사례를 표현한다.
공연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관크 행위를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장애물로 시야를 방해하는 ‘수구리’와 같은 경우이다. 여기에는 챙이 넓은 모자나, 리본을 매고 있어 뒷사람의 시선을 가리는 경우도 해당한다. 키가 크거나 머리가 유난히 커서 본의 아니게 관크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둘째는 시선을 빼앗아 공연 집중을 방해하는 경우이다. 대표적인 예가 폰딧불, 공연 중 어둠 속에 핸드폰 액정 빛으로 시선을 빼앗는다. ‘붕어관크’나 ‘커퀴’ 역시 시선을 빼앗아 집중에 방해하는 경우다. 셋째는 소리로 인한 피해다. 휴대폰 진동이나 벨소리, 통화, 기침이나 혼잣말, 대화 등 온갖 소리로 공연 집중을 방해하는 경우다. 넷째는 움직임으로 인한 피해다. 앞좌석을 발로 찬다거나, 공연 도중 잦은 움직임, 부채질이나 공연 중 필기에도 방해를 받는다. 음악에 맞춰 발을 구르는 행위도 본인은 음악에 더 집중될지 몰라도 옆 사람은 방해받는다. 게다가 박치여서 리듬마저 엇박이라면 대책이 없다. 다섯째는 냄새에 의한 피해다. 공연 중 신발을 벗거나, 지나친 입 냄새, 향이 강한 음식을 먹고 와서 생기는 음식 냄새, 인터미션 때 흡연을 하고 온 후의 담배 냄새도 사람에 따라 방해받는다. 때로는 이런 냄새를 없애고자 뿌리는 향수가 더욱 힘들게 하기도 한다. 이외 음식물 섭취는 소리, 냄새, 움직임, 미각 자극 등 복합적인 자극을 주고, 옆 사람에게 작품을 이야기하며 보는 ‘설명충’은 공연 내용을 미리 알게 해 관람의 재미를 반감시키기도 한다. 어린 아이나 외국인을 동반한 경우, 작품의 이해를 위해 설명을 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피해가 된다. 이때는 공연 전에 작품에 대한 내용을 미리 알려주고 관람해야 한다. 설명이 지나쳐 거의 통역 수준의 설명충을 만나는 최악의 상황을 경험했다는 이도 있다. 이외 지나친 수면이나, 지나친 호응과 박수, 특정 배우에게만 반응하는 것도 공연 관람의 방해를 준다고 응답했다.
관크도 계절을 탄다. 여름에 비가 많이 오는데 우산을 넣은 비밀봉지로 인한 소음관크가 발생하기 쉽다. 또는 땀 냄새나 이를 없애기 위한 향수 때문에 생기는 냄새관크도 일어난다. 겨울에는 두꺼운 패닝을 입고 와 공간을 좁게 하거나 마찰음을 내는 패딩관크나, 부츠를 벗고 관람해 발 냄새와 가죽 냄새가 섞여 역한 냄새를 풍기는 냄새관크도 일어난다. 시대에 따라 관크도 변하는데 스마트한 세상이 되면서 스마트폰으로 인한 관크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전화벨이나 진동음 정도였다면, 이제는 카톡 문자 수신음이나 각종 어플에서 발생하는 소리가 관극을 방해한다. 스마트 와치가 서서히 보급되면서 움직임에 따라 반응하거나 소리를 내서 피해가 늘고 있다고 한다.
특정 관객들이 자주 하는 관크의 유형도 있다. 단체 관람객이나 초대 관객이 많을수록, 그리고 일반 관객의 비중이 높을수록 관크가 심하다. 보통은 마니아들이 많으면 ‘시체관극’(죽은 듯 꼼짝 않고 공연을 보는 관람)하는 분위기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배우관크’나 ‘전공생관크’, ‘(관)계자관크’는 알 만한 이들이 하는 관크라 더 불쾌감이 크다. ‘배우관크’는 배우들이 공연을 볼 때 유독 크게 웃거나 소리를 내서 반응하는 경향이 많은데 이로 인해 공연 관람에 방해를 받는 경우다. 지인이 무대에 나왔을 때 더 재밌고, 자신만이 아는 버릇이나 인물의 특징이 발견된다면 특별한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를 공연 도중 크게 웃거나, 소리를 내면 당연히 주위 관객들의 관람에 방해를 준다. 학과 단체복을 입고 와서 소란스럽게 굴거나 공연 중 크게 반응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공연 관련 학과임을 버젓이 드러내는 학과 단체복을 입고서도, 친구들과 단체로 오다 보니 흥분되고, 자신들과 밀접하게 관련된 일이다 보니 더 크게 반응하곤 한다. 그렇더라도 공연 관련 일을 꿈꾸는 사람으로서 예의를 차리는 게 자신의 감정보다 먼저가 아닐까. 관계자관크는 공연 관계자들이 일으키는 관람 방해다. 종종 음향 스태프나 무대 스태프 등의 잡담 소리가 공연 도중 들리는 경우가 있고, 홍보나 마케팅용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해 관람에 방해를 주기도 한다. ‘연예인관크’도 있다. 연예인이 출연하는 공연에 팬들이 와서 일반 관객들의 관람을 방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연예인이 등장할 때는 과도한 반응을 보이다가, 그가 퇴장하고 나면 딴짓을 한다거나, 극 중 스킨십 장면이 나오면 소리를 지르거나 심지어 욕을 하는 팬도 있다. 비교적 자유로운 콘서트 공연에 익숙한 관객이다 보니 무대 공연의 예절에 익숙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그래서 해당 연예인의 무대 공연에 출연 횟수가 많아지면 팬클럽 차원에서 공연장에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예절을 공지하거나 교육하기도 한다. 팬들의 몰염치한 행동이 결국은 해당 연예인을 욕보이는 일이라는 걸 아는 것이다. 연예인 캐스팅이 많아지다 보니 예전에 비해 수준 이하의 공연 매너를 보이는 관객은 줄었지만 여전히 특별한 반응으로 관람에 반응을 주는 팬들이 있다.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 것이 ‘덕관크’이다. 공연 마니아들(덕후) 역시 관극 방해를 한다. 이들의 행동이 다른 관람객에 비해 유독 치명적인 것은 아니지만 누구보다도 관크의 피해를 알고, 이런 피해에 민감한 이들이라 불쾌감이 크다. 덕관크 중 가장 많은 것이 붕어관크, 즉 노래를 소리 없이 따라 부르는 일이다. 또 이미 공연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 미리 반응해 다른 관객의 김을 빼거나 여러 번 보다 보니 중간중간 졸기도 한다. 극의 기승전결이 있는데 그와 무관하게 첫 대사부터 울기 시작해 끝날 때까지 울어 관람을 방해한 관객도 있다고 한다. 이들은 주로 배우들 시선이 미치는 앞 좌석을 선호하다 보니, 이러한 피해가 더욱 치명적이다.
가장 흔한 관크,
가장 싫은 관크
관객들이 가장 자주 겪는 관크는 ‘수그리’와 ‘폰딧불’로 설문 응답자 중 71.5%(중복 응답 허용)가 이를 지적했다. 그다음으로 ‘휴대폰 소음’(66.9%), 혼잣말 대화(65.8%), ‘기타 소음’(64.2%) 등의 관크를 종종 겪는다고 했다. 휴대폰 관크는 불빛과 소리로 나눴는데도 두 항목 모두 1, 2위를 차지해 휴대폰으로 인해 공연 관람을 방해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발생하는 빈도는 위와 같았지만 관객들이 싫어하는 관크는 조금 달랐다. 관객들이 싫어하는 관크는 ‘혼잣말, 대화’(27.1%), ‘휴대폰 소음’(22.3%), 수그리(19.7%) 순이었다. 관객들은 옆에서 대화를 하거나 혼잣말을 해 관극을 방해하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1, 2위가 모두 소리로 인한 집중 방해였다. 관객들은 관크가 발생할 때 어떻게 행동할까? 관크가 발생했을 때 대응 방법을 알아봤다.
관크를 당했을 때 관객들은 주로 눈치를 주거나(35.1%), 인터미션 때까지 참았다가 어셔를 통해(22,9%) 이야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는다는 반응도 무려 20.4%나 됐다. 공연 도중 관크를 발견해도 관객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공연 도중에 시정을 요청하는 것이 또 다른 관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연 도중에 즉시 시정을 요청하는 행위를 ‘직고나리’라고 한다. 이는 ‘직접 관리’한다는 뜻으로 관리를 자판으로 빨리 치다 보면 ‘고나리’로 오타가 나는데, 오타가 날 정도로 급한 마음을 담은 표현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를 행동에 옮긴 사람은 6.5%에 불과했다. 이를 넘어 좌석을 발로 차거나 직접적인 위협을 강하는 강도 높은 직고나리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589명 중 한 명이었다. 관크가 발생해도 대부분의 관객은 눈치를 주는 정도로 그치고 속절없이 당하고 있는 편이다. 한 응답자의 표현대로 ‘어셔는 멀고 관크는 가깝’기 때문이다.
공연 마니아일수록 조용히 눈치를 주는 방식을 사용한다. 일반 관객 23.3%가 눈치를 준다고 한 반면, 슈퍼마니아는 42.2%가 먼저 눈치를 준다고 했다. 인터미션 때까지 참기엔 공연 관람에 피해가 크기 때문에 눈치를 줘서 시정하는 것이 가장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다. 그다음 인터미션 때 어셔에게 말해 시정을 요청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직접 가서 이야기할 수도 있으나 불필요한 다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어, 관객들은 어셔를 통해 시정을 요구하는 편이다. 그런데 어셔들이 시정을 요구해도 잘못을 부인하면서 오히려 화를 내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어셔들은 목격자가 아니라 중간에서 조율하는 입장이다 보니 양측의 말이 다를 경우 판단하기가 어려워진다. 관크가 발생할 때 일반 관객들은 절반에 가까운 43.8%가 참는다고 답한 반면, 애호가의 25.4%, 마니아의 13.1%, 슈퍼마니아의 9.7%만이 참는다고 응답했다. 공연 관람 빈도가 높을수록 관크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시정을 요청하는 편이다.
앞서 보통 두 번 관람에 한 번꼴로 관크를 당한다고 응답한 것처럼 크고 작은 관크는 계속 일어난다. 관크가 발생해도 속절없이 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마니아들은 애초에 관크로 방해받을 확률이 적은, 마니아들이 주로 앉는 앞 좌석을 선호한다. 마니아들은 관크로 인한 방해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주로 시체관극을 하기 때문에 관크 피해 확률이 낮아진다.
민폐인가,
예민한 것인가?
쇼적인 요소가 강한 공연인 경우 적당한 호응과 박수는 오히려 작품의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작품에 따라 다르겠지만 뮤지컬은 노래가 끝나면 박수도 치고, 쇼 스타퍼가 굉장히 높은 기량을 선보이면 환호도 보낸다. 뮤지컬은 연극이나 무용, 클래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려 있는 장르이다.
‘예민폐인’이란 표현이 있는데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 때문에 오히려 옆 관객에게 민폐를 주는 경우를 말한다. 하우스 매니저 A는 점점 관객들이 예민해지고, 자신의 공연 관람 권리가 방해받는 것을 참지 못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지연 입장, 음료 섭취, 노트 메모, 신체적 특징으로 인한 방해’의 사례를 두고 이를 관크로 여기는지 그렇지 않은지 물어보았다.
신체적 특징으로 발생한 방해를 제외하고 세 항목의 경우는 관크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60%를 넘어서 70%에 가까웠다. ‘지연 입장’의 경우 61.4%가 관크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관크라고 말한 이유를 보면 실제 지연 도착자들이 들어올 때 발생하는 소음이나 불빛이 작품 관람에 크게 방해를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기 위해 객석을 통과해야 할 때 시야를 가려서 관람에 큰 방해가 된다. 그럼에도 관크가 아니라고 답한 이들은 공연 시간에 늦을 수 있고, 그렇다고 공연을 포기하라는 것은 부당하기 때문에 방해는 되지만 받아들여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대신, 극의 흐름을 보고 집중을 끊지 않는 타이밍에 입장시켜 방해를 최소화하고, 지연 관객들은 적어도 미안해하는 마음은 있어야 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지연 입장의 경우 마니아의 56.1%, 슈퍼마니아의 59.7%가 관크로 본 반면, 공연 관람 빈도가 낮은 애호가의 66.2%, 일반 관객의 63%가 그렇다고 응답해 관크로 보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음료 섭취가 관크라고 응답한 비중이 69.7%나 됐다. 음료 섭취는 샤롯데씨어터에서는 허용되는 사항이지만, 국내 일반 공연장에서는 생수를 제외하고는 허용되지 않는다. 조심해도 먹을 때 소리가 나고, 움직임이 발생하며 특히 얼음 음료는 소음이 생겨 집중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빨대로 먹을 때 소리도 심각하다며 음료 섭취는 관크라고 답한다. 관크가 아니라고 답한 이들은 크게 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물 정도는 괜찮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의 극장은 관광객 비중이 높아서인지 국내 공연장보다 좀 더 자유롭고 즐기는 분위기다. 음식물 섭취도 국내에 비해 자유롭다. 브로드웨이 극장의 경우 일반적으로 음료 반입 및 섭취가 허용된다. 로비에서 샴페인이나 맥주 같은 가벼운 알코올 음료를 팔기도 하고 인터미션 때 공연장 안으로 가지고 들어와 먹는 것이 허용된다.
노트 메모 역시 관크라는 의견이 70%를 차지했다. 필기할 때 소리나 종이 넘기는 소리가 발생하고, 옆에서 움직이면 방해를 받는 것이 사실이다. 공연은 순간의 예술이기 때문에 중요하게 본 것을 모두 기억하기는 힘들다. 그런 이유로 기자나 학생, 평론가 중 수첩을 꺼내놓고 메모를 하는 이들이 많다. 관크가 아니라는 의견에는 신경은 쓰이지만, 공연을 추억하고 싶거나, 학생이거나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 이해한다는 의견이었다.
키가 크거나 머리가 큰 신체적인 특징 때문에 관극을 방해받기도 한다. 이것을 관크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관크가 아니라고 답한 이들이 더 많았다. 그러나 관크라고 응답한 이들이 30.1%나 된다는 것은 다소 충격이었다. 공연 관람 빈도가 낮을수록 관크라고 인식하는 비중이 높았다. 일반 관객은 43.8%, 애호가 37.1%였던 반면, 마니아는 21.7%, 슈퍼마니아는 22.7%가 관크라고 여겼다. 관크라는 의견을 보면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인정하지만 작품을 제대로 관람할 수 없었던 경험이 강렬하기 때문에 관크라고 말했다. 한 응답자는 키가 큰 분은 허리를 낮추는 배려를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 키가 큰 사람 중에 뒷사람을 신경 써서 비스듬히 보거나 거의 눕다시피 보는 이들이 꽤 많다. 그럼에도 항상 그렇게 불편하게 보기는 힘들고, 또 그런 배려를 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보니 관크로 받아들이는 의견이 생각보다 높았던 것 같다.
90%에 가까운 이들이 관크 지적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관크를 경험한 비율이 10번 중 5번이었는데 관크 지적을 받은 경우는 11%에 불과했다. 관크 지적을 받은 사람 중 부당하다고 생각한 이가 46.2%로 상당히 높았다. 부당하다고 답한 이들의 경우를 보면, 공연 전 수그리나, 목도리를 한 경우 사전 예방 차원에서 관크를 지적당했거나, 본인으로서는 작은 움직임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의견들이었다. 또 오페라글라스를 보거나, 커튼콜 때 기립해서 박수를 쳤는데 저지당했다는 복수의 사연이 있었다.
나의 권리가 침해당하지 않아야 할 만큼, 타인의 권리도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 예민한 것인지 관람의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인지, 경험과 생각에 따라 참 다른 의견을 갖게 된다. 공연 내용에 집중하는 관객들과, 공연을 관람하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관객이 공존하는 뮤지컬에서는 더욱 그렇다. 나의 관람 방식이 보호받고 존중받는 것이 중요한 만큼, 타인의 관람 방식이 무시되거나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 양립할 수 없는 두 개의 가치가 양립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조금씩만 더 너그러워지고, 타인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방법밖에 없다. 타인의 관람에 혹 방해가 되지는 않는지, 각자가 행복한 관극을 위해 조금만 더 배려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5호 2016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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