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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No.74] <오페라의 유령> 김봉환·윤이나·진용국·서영주

글 |박병성 사진 |심주호 2009-12-02 7,456

 

8년 만에 재회한 팬텀 家 사람들

 

2001년 수차례에 걸친 오디션을 통해 뽑힌 <오페라의 유령> 캐스팅은, 주역들이 신인이었던 점에 비해, 조역들은 뮤지컬과 오페라계에서 많은 무대 경험을 갖춘 쟁쟁한 실력파 배우들이었다. 김봉환, 진용국, 윤이나, 서영주. 국내 공연계의 <오페라의 유령> 신화를 일궈낸 명품 조연들이 8년 만에 같은 배역의 옷을 입고 다시 만났다. 

 

반가움과 설렘으로 시작한 재회


기자: 다른 분들은 다른 공연에서 뵈었는데 윤이나 선생님은 어떻게 지내셨나요?
윤이나: 계속 오페라 활동했고, 협연도 많이 하고 학생들도 가르치고 열심히 잘 살았어요. <오페라의 유령> 이외에는 뮤지컬에 출연하지 않았지만 관심을 가지고 많이 보러 다녔어요. 요즘은 성악을 배우는 학생들도 뮤지컬에 관심이 많아서 같이 보러 다녀요.
김봉환: 공연 끝나고 서로 만나기 힘들었던 것 같아. 이쪽(진용국)만 <지킬 앤 하이드>에서 같이 했고, 그 작품으로 일본 공연도 같이 갔다 왔어. 그리고 우리 아들 고등학교 선생님이기도 하셨고.
진용국: 백석고에서 만났는데 선생님 아드님이 노래를 정말 잘해요.
김봉환: 원래는 야구를 했었는데, 부상을 당해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뮤지컬을 하겠다고. 이제 대학교 1학년인데 오디션도 보러 다니고. 아마 가까운 시기에 앙상블로 무대에 서지 않을까 싶어.
서영주: 지난 8년 동안 이분들하고 같은 무대에 서지 못했네.
기자: 그래도 가장 큰일을 하셨잖아요. 결혼!
서영주: (정색하며) 그 얘기 하지 마.
윤이나: 아직도 아이돌 스타이고 싶어한다니까. 다시 하게 돼서 가장 좋았던 것은 예전 멤버들과 다시 한다는 거예요. 7개월간 같이 하다가 떨어져 있으니까 보고 싶고 그랬는데 그래서 처음 하자고 했을 때 설레었어요.
진용국: 윤이나 선생님하고는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끝나고 나서는 연락을 잘 못했어요. 8년이 지나고 만났는데도 계속 본 사람인 것 같아요.
김봉환: 7~8개월간 워낙 가족같이 지내서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지.
진용국: 좋은 작품을 만났고, 이 작품으로 인해 뮤지컬계가 발전해서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고 그랬던 것 같아요.
김봉환: 그때 중학생이던 친구가 이제 대학생이 되어서 갑자기 전화를 했더라고. 다시 하시게 되어서 축하드린다고. 더 멋진 모습 기대한다고. 그때 우리가 대단한 일을 했구나. 관객이 잊지 않고 있구나 싶어서 보람을 느꼈어. 
윤이나: 제가 2001년에 뮤지컬에 출연한다고 할 때 지지하는 사람보다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오페라에서 한창 잘나가고 있는데 왜 뮤지컬을 하냐고. 이 작품을 하면서 나로 인해 클래식 성악가들이 가진 편견을 많이 깼다고 생각해요. 이번 칼롯타 역에 클래식 전공자가 얼마나 많이 지원했는지 몰라요.

 

언제나 추억은 아름다워

 

진용국: 다시 하자고 연락이 왔을 때는 두려운 마음도 있었어요. 관객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데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나면 실망하지나 않을까, 뭐 이런 걱정이 들기도 하고.
김봉환: 했던 작품을 다시 한다는 것은 부담을 주긴 해. 본능적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 더 잘하고 있는지는 보는 분들이 판단을 하지 않을까.
윤이나: 다들 잘하시고 있는 거 같아요. 예전보다.
김봉환: 아직은 뭔가 2퍼센트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해. 언제나 완벽한 느낌을 가질 수는 없지만.
진용국: 그때는 외국 스태프들이 시키는 대로 했지만 이제는 시야가 넓어졌다고 할까. 예전에는 칭찬해주면 정말 내가 잘하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칭찬을 해도 내가 뭔가 부족하게 느껴지니까.
윤이나: 저는 돌이켜 보면 그때도 정말 잘했던 것 같아요.
진용국: 하하. 딱 칼롯타스러웠지.
윤이나: 그때만 해도 입을 딱 벌리면 고음이 났던 때라,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장기공연을 할 수 있었을까 감탄스러울 정도예요. 그런데 지금 하는 게 더 재밌어요. 시야도 넓어지고, 연기의 폭도 넓어진 것 같고. 그때는 도도하고 신경질적인 칼롯타였다면, 지금은 화도 냈다가, 울기도 했다가, 응석도 부려봤다가 하면서 여러 가지를 해보려고 하는 중이에요.
김봉환: 내가 옆에서 봐도 연기의 폭이 굉장히 넓어졌어. 무대에서 많이 자유로워졌구나 싶어.
서영주: 맞아. 그때는 조언을 해주면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는데, 이제는 한 마디만 해도 바로 바꿔 버리더라고요. 무슨 말인지 아니까.
윤이나: 만나기 전에는 얼마나 ‘삭으셨을까’ 했는데 막상 만나 뵈니까 다들 너무 젊어지셨고, 소리도 좋아지셨고, 아! 진짜 배우들이라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구나 싶었어요.
기자: 그때만 해도 그렇게 장기공연한 적이 없었죠. 자기관리가 중요할 거예요.
서영주: 공연하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일주일 동안 출연하지 못한 적이 있어. 무대 스태프 쪽에서도 난리가 난 거지. 다 낫지 않았는데 빨리 좀 복귀해달라고 해서 쩔뚝거리면서 공연을 했었던 기억이 나. 이번 목표는 전경기 출장!
김봉환: 180회까지 단 한 회도 빠지지 않고 출연을 했었는데 결정적인 사고가 있었지. 1막을 하고 나오는데 다리가 뭉쳐가지고 인터미션 때 안마사가 침을 놓고 피를 뽑고 그랬는데도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 거야. 그래서 유창우 씨가 2막에 투입됐지. 그래서 한 4일 정도 출연을 못했어.
진용국: 나도 거의 빠지지 않고 출연했는데 커버 연습한 사람들한테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마지막에 몇 번 빠졌어요.
기자: 이번에도 다들 같은 배역을 맡았잖아요. 제 기억으로는 초연 때 윤이나 선생님은 크리스틴 하고 싶었다고 했던 것 같은데.
김봉환: 나는 라울 하고 싶었는데, 오디션장에 들어갔더니 라울은 25세 이하로 뽑는다고 하는 거야. 아니 인터넷 공고에는 연령 제한이 없었잖아.
서영주: 나도 라울 하겠다고 하니까 서류를 보더라고. 내 생각에는 생년월일을 본 것 같애.
윤이나: 그때 당시에는 내가 공연을 하면 크리스틴보다 더 예쁘다고 하는 팬들이 있었거든요. 이제는 없더라고요.
김봉환: 약간의 공주병이 있어. 그래서 칼롯타가 딱이었던 거야.
윤이나: 그래서 요즘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요. 그래서 칼롯타만 열심히 하려고요.
 

익숙함과 낯섬 사이

 

기자: 같은 역을 두 번 하니까 한결 수월할 거 같은데….
서영주: 남들보다 대사를 한결 빨리 외웠다는 거.
윤이나: 그렇지도 않아요. 하나도 생각나지 않던데 뭘.
서영주: 그래도 연배에 비해서 우리가 엄청 빨리 외운 거야. 했으니까.
김봉환: 노력 안 했으면 그렇게 빨리 못했어. 노력해서 그만큼 한 거야.
기자: 연습 초기에 김소현 씨는 가사가 많이 바뀌어서 1절은 지금 걸로 부르다가도 2절은 옛날 가사로 부르게 된다고 하던데요.
서영주: 지금도 그러고 있어? (하하)
윤이나: 연습 중에 가이(음악감독)가 ‘옛날에 여기 어떻게 했었지?’하고 물어보는데, 아무도 기억을 못해요. 우리가 이런 걸 했었나, 싶을 정도로.
진용국: 연습하기 전에 악보에 내 부분을 색칠해 가잖아요. 색칠한 부분은 다 했는데 또 있다고 하라는 거예요. 난 예전에 안 한 것 같은데, 그 부분을 했다는 거예요.
서영주: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시키는 대로 했으니까.
윤이나: 요즘 다시 느끼는 건데, 오페라 연습하러 가면 다들 선생님이라고 부르는데 여기는 내 제자 뻘이 나보고 ‘누나’ 이러는 거예요.
서영주: 그게 좋은 거야.
윤이나: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지내보니까 편하고 정감 있고 재밌어요.
서영주: 8년 전만 해도 캐스팅된 사람 중에 성악하는 사람들이 많았잖아. 다들 선생님이야. 내 나이 또래 사람들한테도 다 선생님, 선생님 하니까. 이번에는 빨리 타파하려고.
진용국: 그러니까 우리 호칭 다 없애버리고 봉환, 용국, 영주, 이나 이렇게 부르자고 했었어요. 얼마나 좋아요. ‘봉환, 식사하셨어요?’
기자: 김봉환 선생님도 동의하신 거예요?
진용국: 동의하시려다가 마시더라고요.
김봉환: 어딜 가나, 자연스럽게 질서라는 게 있어야지. 단체에 그런 게 없게 되면 분위기 산만해지고 와해되고 그래. 자연스러운 흐름은 있어야 돼.
기자: 예전에는 거의 성악하는 분들이 참여하신  거죠. 지금도 그런가요?
다들: 지금도 그래.
윤이나: 왜냐면 성악하는 사람이 아니면 하기 힘든 음역이잖아요. 칼롯타 역할을 한다는 건 오페라 세 작품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에요. 오페라 한 작품에서 아리아를 부르면 D 음이 한 번이나 두 번 나오거든요. 그러면 오페라 하나 끝내는 거예요.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D뿐만 아니라 E까지 나오고 도대체 고음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오페라 세 작품 하는 것이상의 노력이 필요해요.
기자: 그때와 좋아하는 부분이 비슷하나요?
진용국: 옛날에도 맥 지리가 가면을 들고 있는 맨 마지막 장면이 뭉클했는데, 이번에도 그 장면이 가장 뭉클한 것 같아요.
서영주: 예전에는 어찌나 보안이 심했는지 무대에서 같이 연습하는 배우들이 객석에서 보는 것도 못하게 했거든. 그래서 그때는 공연을 한 번도 못 보고 이번에 처음 봤어. 이번에는 리허설 때 다 오픈을 시키더라고. 봤더니 팬텀 은신처에 촛대 올라오는 장면이랑 샹들리에 떨어지는 장면이 압권이야.
윤이나: 마술쇼 같아요.
김봉환: 가장 큰 감동은 마지막 팬텀이 사라지고 난 다음이지.
진용국: (끼어들며) 전 항상 그 걱정을 해요. 팬텀이 의자에 앉아있는데 사라지지 않는 거예요. 그러면 어떻게 하나. (다들 : 하하하) 안 없어지고 가면을 손으로 건네주는 거죠.
윤이나: 돈주앙 장면에서 칼롯타가 사과 던질 때 예전에는 너무 못 던졌어요. 상대 배우 얼굴을 보고 던졌는데 엉뚱한 방향으로 나가고. 그래서 그거 받는 친구가 굉장히 고생했잖아요. 이제는 정말 잘 던지죠.

 

<오페라의 유령> 출연 이후 달라진 것들

 

서영주: 제일 많이 들었던 소리가 그거였어. ‘돈 많이 벌었겠다.’
윤이나: 전 ‘집 사셨어요?’
진용국: 난 진짜 집 샀다고 했는데. 그런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장난 삼아 말한 건데 그게 소문이 난 거야. 그래서 그래요. ‘뮤지컬 하면 집도 사.’
윤이나: 뮤지컬 하면서 좋은 게 예뻐지고, 젊어졌다는 소리 듣는 거. 젊은 애들하고 같이 하니까 아무래도 더 신경 쓰는 거죠.
진용국: <오페라의 유령> 이후에 계속 뮤지컬 쪽으로만 하게 되었고, 지금 다시 뮤지컬 쪽으로 박사 과정을 준비하고 있어요. 내 인생에 있어서 전환점이 된 것같아요.
김봉환: 난 변한 게 없어. 그때나 지금이나 배우로 있지. 앞으로도 내가 사는 날까지 무대에 서야겠다는 그러한 각오로. 그거 이외에는 없어.
기자: 장기공연에 대해 대비하는 것이라도 있나요?
서영주: 별다르게 준비하는 것은 없고 늘 하던 대로.
김봉환: 난 생활의 리듬을 바꿔 버렸어. 아침 식사를 10시, 점심을 4시, 저녁을 12시. 이런 식으로 먹고 있거든. 몸이 거기에 적응을 하는 것 같아. 4시에 점심을 먹었을 때 무대에서 가장 좋은 몸의 컨디션을 갖게 되더라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도 생생한 느낌이 들고. 일주일에 3번 정도 자전거 타고.
서영주: (망설이며) 항상 그러지는 않으시던데!
김봉환: 가끔 술 먹는 거?
윤이나: 그러실 필요가 있어요. 가끔 릴렉스를 해야 긴장을 풀 수도 있죠.
서영주: 하하하! 예전에 이런 이야기 절대 안 했었는데.
진용국: 근데 진짜 많이 변했어요. 옛날에는 자기 일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여유가 생겼어요. 이제는 약간 아줌마 같아요.
윤이나: 뭔 소리야! 뭔 소리!
진용국: 좋은 쪽으로, 진짜 좋아졌어요. 여유로워지고.
윤이나: 진정한 디바로 돌아왔다고 해주세요. 봉환 오빠는 더 젊어지시고 매력 봉환 오빠가 됐어요.
김봉환: 반가운 사람들 만나고 아주 젊은 친구들하고 공동으로 작업을 하다 보니까 나도 젊어질 수 있는 거지. 공유하지 않으면 계속 늙어만 가는 거잖아. 내 또래가 다들 할아버지들이니까.
진용국: 보편적으로 배우들이 젊어 보이는 이유가 그것 때문인 것 같아요.
석촌호수를 건너에 두고 그들의 느긋한 수다는 조금 더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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