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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OVER STORY] <노트르담 드 파리> 케이윌·윤공주

글 |박보라· 안세영 사진 |김영기 어시스턴트 | 정승아 스타일링 | 박소연 헤어·메이크업 | 이엘 헤어메이크업 강혜진 케이윌, 순수 윤공주 장소 | 키이츠호텔 2016-08-02 7,983

운명이 만나는 곳에서


노트르담 성당에 사는 꼽추 콰지모도와 거리를 누비는 아름다운 집시 에스메랄다. 서로 너무 다르지만 숙명으로 엮인 두 인물처럼, 서로 다른 세계에서, 서로 다른 역사를 쌓아온 두 사람이 한 무대에 선다. 콰지모도로 첫 뮤지컬에 도전하는 가수 케이윌과 3년 전에 이어 다시금 에스메랄다를 연기하는 윤공주. 이 만남은 과연 어떤 사랑을 보여줄까.




모든 것은 사랑 케이윌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할 땐 다 어렵지 않겠어요? 연습 초창기에는 빨리 뭐라도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라는 말처럼 일단 맞아야 공연을 위해서 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한국에서 노래 잘하기로 손꼽히는 가수이자 발매하는 음원마다 온라인 음원 사이트의 인기 차트를 독식하는 케이윌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의외였다. 10년 가까이 홀로 채워갔던 콘서트 무대와 뮤지컬 무대의 차이는 예상보다 큰 것이었으리라. 그렇기 때문에 연예계에서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엄하기로 소문난 그는 더욱더 혹독하게 채찍질할 수밖에 없었다. “뮤지컬은 함께하는 분들이 있잖아요. 제 이름이 걸린 콘서트는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죠. 제가 준비한 만큼 그 결과에 책임지면 되니까요. 그런데 뮤지컬은 만약에 제 마음대로 공연을 하거나, 실수하면 모두 같이 비난을 받아요. ‘케이윌이 별로야’가 아니라 ‘작품이 별로네’가 될 수 있죠. 이런 이야기를 저 때문에 듣는다고 생각하면 괴롭고 죄송스러워서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어요.”


사실 케이윌의 첫 뮤지컬 출연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지난겨울 내한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았던 <노트르담 드 파리>의 프랑스 배우들과 제작진은 케이윌이 진행하고 있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그에게 오디션을 제의했다. 인연이 될 자리는 운명이었는지, 차가울 것이라고 예상됐던 오디션은 뜻밖에 재미있었다. 원작자와 제작진은 케이윌의 노래를 듣고, 함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다시 그의 노래를 들었다. 그렇게 진행된 오디션은 한 시간을 훌쩍 넘겼다. 케이윌의 입에서 쏟아진 긴 오디션 과정을 듣고 있노라니 오디션이 아니라, 그와 스태프가 머리를 맞대고 콰지모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느껴졌을 정도다. 그리고 마침내 케이윌과 콰지모도의 두근거리는 만남이 성사됐다. 특히나 <노트르담 드 파리>는 대사 없이 오로지 노래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성스루(Sung-Through) 뮤지컬로, 지금까지 연기를 해보지 않았던 그에게는 적격이었던 작품. 멜로디를 통해 가사의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익숙했던 케이윌은 점차 뮤지컬에 대한 부담감을 덜었다.



무엇보다 케이윌에게 <노트르담 드 파리>는 애틋했다. 케이윌은 자신의 첫 뮤지컬이 된 <노트르담 드 파리>를 기회라고 여기고 기필코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바쁜 일정 틈틈이 작품의 원작을 읽고 내한 공연을 보면서 케이윌은 노트르담 성당의 종지기이자 흉한 외모의 꼽추 콰지모도를 향한 애정을 키워 나갔다. 콰지모도는 자유롭고 아름다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만나고 사랑하면서 한 번도 깨달은 적이 없던 자신의 자아를 찾는 인물. “콰지모도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면서 새로운 것에 대해 눈을 떠요. 콰지모도가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상당히 매력적이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 모르고 살았던 것을 알게 되는 그 모습이 순수하면서도 정말 아름답죠. 그리고 에스메랄다를 사랑하는 감정에 매 순간 충실해요. 한 치의 의심도 없어요.”


다른 어느 것보다 케이윌을 뒤흔든 건, 콰지모도의 순수함이었다. 그는 현대 사회에서 쉽사리 볼 수 없는 맹목적인 콰지모도의 사랑에 흠뻑 매료됐다. “콰지모도는 종을 치는 일이 세상의 전부인 양 단순하게 살아왔지만, 에스메랄다를 사랑한 그때부터 다양한 감정을 느끼죠. 콰지모도는 한 번도 종치는 것을 거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에스메랄다가 사라지고 난 뒤에는 종을 치지 않아요. 그 장면에서 콰지모도의 절박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사랑을 향한 절박함. 콰지모도의 사랑이 순수하고 위대해 보이는 이유죠.”





지금 이 순간의 환희 윤공주

모든 남자의 마음을 뒤흔드는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집시, 에스메랄다. 그러나 정작 에스메랄다에게 그러한 주변의 시선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인터뷰를 통해 윤공주가 소개한 에스메랄다는 그저 ‘욕심 없이 거리 위의 삶을 사랑하고 자유롭게 세상을 느끼며 살아가는 여자’였다.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애써 잘 보이려 꾸미지도 않는 태도. 사실 그건 촬영 내내 윤공주가 보여준 모습이기도 했다. 까다로운 요구가 쏟아져도 웃으며 농담을 던지고 의욕적으로 촬영을 즐기는 그녀의 모습은 자연스레 주위의 시선을 잡아당겼다. “예전에는 너무 꾸밈없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 때문에 소속사에서 주의를 듣기도 했어요. 하지만 전 알거든요. 시간이 갈수록 이런 자연스럽고 나다운 모습이 더 멋있어 보일 거라는 걸. 우아한 척, 있는 척, 그런 거 어울리지도 않고 그냥 저다운 게 좋더라고요. 근데 저 지금 되게 말 잘하죠? (웃음). 역시 나답게 해야 잘한다니까!”


솔직한 모습을 보면 마냥 자유로운 영혼일 것 같은 그녀지만, 공연에서는 엄격한 완벽주의자이기도 하다. 자신을 “뮤지컬밖에 모르고 일에 빠져 사는” 워커홀릭이라고 말하는 윤공주는 최근 가장 즐거웠던 일로도 <노트르담 드 파리> 용인 공연을 꼽았다. 그녀가 에스메랄다를 연기하는 것은 2013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3년의 시간은 윤공주의 에스메랄다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그때는 작품의 매력을 느낄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어요. 무조건 열심히 하려고만 했죠. 지금은 제 자신이 편안하고 자유로워졌기 때문에 집시의 느낌을 더 살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여유를 갖고 무대를 즐기게 되자 에스메랄다와 콰지모도의 관계도 새롭게 다가왔다. “콰지모도에 대한 감정이 가장 크게 바뀌는 건 ‘내 집은 그대의 집’ 장면에서예요. 성당에서 눈을 보고 대화를 나누면서 그가 무서운 겉모습과 달리 따뜻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죠. 사실 전에는 페뷔스를 향한 사랑에 집중해서 이 장면의 중요성을 잘 못 느꼈어요. 그런데 이번엔 에스메랄다와 콰지모도의 관계가 무척 특별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에스메랄다 안에 저도 몰랐던 콰지모도를 향한 사랑이 있었던 거죠.” 비록 안타깝게 엇갈린 인연이지만 콰지모도와 에스메랄다는 작품 안에서 가장 순수한 사랑을 보여주는 인물. 에스메랄다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콰지모도와 달리 다른 인물들의 폭력적인 욕망은 그녀를 죽음으로 내모는데, 그럼에도 마지막 순간 에스메랄다가 노래하는 것은 증오가 아닌 사랑이다. “‘살리라’라는 노래까지 가기 위해 그 모든 여정이 있다고 생각해요. 사랑하고 싶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지금 죽어도 좋다, 이런 마음이 관객에게도 전해지길 바라며 불러요.”



2001년 데뷔해 15년간 뮤지컬 배우로 살아온 윤공주에게 그처럼 순수한 사랑의 대상은 바로 무대였다. “작품을 할 때마다 새롭게 깨닫고 배우는 게 있어요. 힘들고 아팠던 순간조차 배우는 게 있었어요. 삶은 죽을 때까지 배우는 것 같아요. 배움이 없으면 삶이 재미없잖아요. 더 알고 싶고, 더 잘하고 싶은 게 있으니까 재밌는 거죠. 저는 아직도 배우고 싶은 게 많아서 제 자신이 어리게 느껴져요.” 그런 그녀에게 무대는 여전히 가장 재밌는 배움터이자 놀이터다. “공연이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저한테는 가장 재밌는 놀이예요. 혹자는  재미없는 인생이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축복받은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뮤지컬 배우 말고 다른 일이 하고 싶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신기하죠?” 정말로 신기한 건, 그녀 안에서 이러한 확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렸을 때는 내가 이 일을 오랫동안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있었어요. 근데 요즘은 점점 더 오래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웃음) 제가 그 만큼 잘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하지만 제가 주어진 무대를 감사히 여기고 부족함을 계속 보완하려고 하니까, 무대도 계속 저를 불러주더라고요. 그러니 전 분명 앞으로도 오래오래 무대에서 살아갈 거예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4호 2016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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