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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LIVE TALK] <브로드웨이 42번가> 에녹 [No.154]

진행·정리 | 안시은 2016-07-29 8,417

흐르는 물처럼


에녹의 볼살은 쑥 들어가 있었다. <브로드웨이 42번가>(이하 <42번가>)를 위한 탭댄스 강훈련의 흔적이었다. 소처럼 일한 것 같다는 말을 듣고서야 ‘열심히 살고 있구나’라고 깨달을 만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가 <42번가> 이야기를 조곤조곤하게 들려주었다.




                                          

새로운 도전 <42번가>                                   
THE MUSICAL <42번가> 개막 준비는 잘되어 가나요? 쇼 뮤지컬이고 새로운 버전으로 올라오는 것이다 보니 어려운 점이 많을 것 같아요. (foxjy0606)
에녹 예. 잘돼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무가 너무 어려워요. 흑흑.
“연극을 했던 이유도, <42번가>를 하고 싶었던 이유도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어서였어요. 더 나이 들기 전에 춤이 많은 공연을 하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어요. 춤을 격렬하게 추다보면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있어요. <42번가>는 그걸 충분히 느끼게 해요. 탭댄스 자체가 예전에 췄던 춤들보다 더 디테일해요. 준비를 더 일찍 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약간 들고요. 자세나 느낌이 나오지 않을 때 속상하거든요. 하루는 좌절했다가 다음 날 동작이 어느 정도 되면 희열을 느끼면서 행복해하는 게 반복돼요.”


THE MUSICAL 그동안 어둡고 나쁜 남자 역할을 많이 했는데요. <42번가>에서 빌리는 밝은 캐릭터로 알고 있어요. 어느 쪽이 더 실제 성격과 비슷해요? (dogkoggiri)
에녹 두 모습 다 가지고 있어요. (그렇다고) 지킬, 하이드는 아닙니다. 하하.


THE MUSICAL <42번가>에서 중점적으로 볼만한 포인트 얘기해 주세요. (smr1024)
에녹 <42번가>는 버릴 장면이 없는 것 같아요. 재미있고 유쾌하거든요. 특히 극 중 여러 갈등을 굉장히 밝고 유쾌하게 풀어내서 보는 관객분들도 같은 마음을 느끼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탭이 가장 포인트죠!
“<42번가>는 쇼 뮤지컬이라 고유의 성격이 있는 것 같아요. 뮤지컬에서 많이 해온 연기 톤으로 접근하니까 이질감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당시 만든 쇼 뮤지컬들을 찾아봤어요. 과장된 영화 더빙이나 만화 같은 느낌이 이 작품에 어울리는 걸 알았어요. 미국 대공황 시기가 배경인 것을 알아채기 힘들 만큼 유쾌하게 풀었더라고요. 페기가 먹지 못해서 쓰러지는 부분도 가볍게 지나갔거든요. 그렇게 푼 이유가 있어요. 계속 돈에 대해 얘기해요. 제가 부르는 뮤지컬 넘버 제목도 ‘We're In The Money’고요. 돈을 의상에도 끼워놨는데 다 이유가 있어요. 시대상을 알고 연기하는 것과 모르고 연기하는 것은 달라요. 하다못해 당시 스냅사진 하나만 봐도 도움이 돼요.”


THE MUSICAL <42번가>에서 애정이 가고 가장 집중해서 봐주었으면 하는 장면이 특별히 있나요? 있다면 어느 부분인지 궁금합니다. (nunenana)
에녹 <42번가>는 워낙 유명하니까요. 좋았던 장면 중 하나가 있어요. 2막에서 무대에 곧 올라가는 페기와 자기 역을 뺏긴 도로시가 만나는 장면(‘8시 15분 전’)이 있는데 보면서 감동받곤 해요.
“최고의 자리에 있던 도로시 브록이 자기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내려놓으면서 페기에게 연기를 조언해 줘요. 배우라서 그 장면이 더 와 닿는지도 모르겠어요. 언젠가는 저한테도 그 시간이 올 거잖아요. 삶에서 뭔가를 내려놓게 되는 순간들요. 반대 경험을 해본 적은 있어요. 소극장 공연이었는데 조연 한 분이 사정이 생겨서 빠졌어요. 3일 후 공연인데 당장 할 사람이 없었죠. 연출님이 제게 도와줄 수 없겠냐고 부탁하셔서 3일간 연습해서 출연한 적이 있어요. 주인공이었지만 저밖에 대신할 사람이 없는 거예요. 비중이 크지 않았지만 좋은 경험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했죠. 어렵긴 했지만요.”


THE MUSICAL 기억에 남는 연습 에피소드 하나만 알려주세요. 재미있는 걸로요. (smr1024)
에녹 제가 말하면 재밌는 에피소드도 다큐멘터리가 되더라고요. 흑흑.
“4월부터 탭을 배웠는데 중간에 발을 다쳐서 2~3주 쉬었어요. 공연은 계속했고요. 그때 힘들었죠. 탭 슈즈를 못 신으니까 발만 움직여서라도 연습하려고 했어요. <팬텀> 때도 초반에 발이 난간 어딘가에 끼어 꺾이면서 하루 공연 못한 적이 있거든요. 다친 곳에 진통제를 맞고 치료하면서 계속 공연했는데 밖에선 절뚝거려도 무대에선 아무렇지 않게 공연해야 하니까 힘들었어요. 그런 상황이 안 생기게 조심하면서 하고 있어요.”





소중한 인연                        
THE MUSICAL 캐릭터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얻고,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 궁금합니다. (ryu2729)
에녹 작품 자체에 있는 텍스트에서 많이 얻는 편이에요. 텍스트를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역할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게 되는 것 같아요. 동료 배우들에게도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보통 처음에는 대본으로 접하는 캐릭터가 낯설게 느껴져요. 그러다 점점 친해지고 어느 순간에는 많이 가까워지는 걸 경험하거든요. <42번가>의 빌리도 어려운 캐릭터지만 이제 좀 가까워진 것 같아요. 만화 같은 부분도 있어요. 브로드웨이 최고의 남자 배우라는 얘기를 자기 입으로 끊임없이 하고요. 연기하는 저는 그 행동에 대한 이유를 알고 있어야 역할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잖아요. 최근 <보도지침>에서 유연하게 연기하는 배우들을 많이 만나면서 제 생각도 넓어진 것 같아요. 그러면서 역할에 대해 더 이해하게 된 부분들이 있고요.”


THE MUSICAL 매 공연을 준비하면서 캐릭터와 극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주로 어떤 방법으로 준비하나요? (foxjy0606)
에녹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료를 수집해요. <42번가>의 경우 유투브에서 기존 공연 자료를 많이 볼 수 있거든요. 당시의 사회상이라든가 경제적 분위기, 주를 이룬 공연 스타일 등은 ‘네박사(네이버)’가 잘 알려주더라고요. 연출님이나 스태프, 혹은 다른 배우를 통해서도 최대한 많은 자료를 수집합니다.


THE MUSICAL 갑자기 소처럼(!) 일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ryu2729)
에녹 빵터졌습니다. 크크크크크.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THE MUSICAL 지금까지 많은 역할을 소화해 왔잖아요. 그중 가장 정이 간 역할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smr1024)
에녹 모든 역에 다 정이 가죠. 작품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쓰릴 미>를 좋아해요. 음악도, 극도 좋고 제 장점을 쏟아낼 수 있는 역이었어요. 2인극인 것도 매력 있고요. <캣츠>도 애정이 많이 가요. 배우들이 직접 분장하는데 그 분장만이라도 한 번 더 해보고 싶을 정도예요. 당시 분장하는 걸 영상으로 찍어놓은 게 있어요. 두 개 중 하나만 남았는데 볼 때마다 새롭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요. 하면서도 행복했던 작품이에요.”



THE MUSICAL 출연작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0705kye)
에녹 제 첫 번째 작품 <알타보이즈> 마지막 공연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오랜만에 공연되는 <알타보이즈>가 보고 싶어요. 많이 바뀌었다고 들었는데 출연 당시 느낀 말할 수 없는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지길 바라고 있죠. 다음 공연이 금세 올라갈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아서 아쉬웠어요. 그랬으면 꼭 했을 텐데 지금은 제가 알타‘보이즈’도 아니고 알타‘어덜트’라서. (웃음)”


THE MUSICAL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jji_0909)
에녹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아요. 올라오는 작품은 모두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요. 이 역할도, 저 역할도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미리 어떤 역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기보다, 오디션 공고가 뜨거나 공연 소식을 알게 되면서 하고 싶은 경우가 많아요. 드라마가 강한 공연의 주인공 캐릭터에 관심이 가는 편이에요. <보니 앤 클라이드>는 제가 정말 하고 싶었고 하면서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하고 싶죠.”


THE MUSICAL 그동안 스케줄도 많았고, 여기저기 다치기도 해서 체력도 강해야 할 것 같은데 특별한 체력 관리 비법이 있나요? (ryu2729)
에녹 <42번가> 탭댄스 훈련 자체가 체력 훈련이 되더라고요. 계속 뛰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비타민 챙겨 먹고 있습니다.
“탭을 하루 쉬면 다음 날 공연 자체에 집중하기도 힘들 테니 매일 공연하는 게 나을 거라는 조언을 듣고 원캐스트로 하고 있는데 (체력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계속하고 있어요. 탭 훈련을 하면서 체력이 조금 길러진 것 같아요. 8㎏까지 빠졌다가 1㎏ 다시 찐 상태예요. 체력 소모가 워낙 커서 야식을 마음껏 먹어도 되는 건 좋아요. 연습만으로도 바빠서 다른 걸 생각할 겨를이 없어요. 집에 있는 비타민을 잘 챙겨 먹는 정도로 관리하고 있죠. 어머니도 “‘보약’을 좀 먹을래?”라고 말씀하셨는데 뭘 먹긴 해야 할 것 같아요.“


THE MUSICAL 목소리가 좋은데 관리하는 방법 하나만 알려주세요. (저는 성악 전공이라 목 관리를 잘해야 하는데 항상 못해서 자주 아파요. 흑흑.) (smr1024)
에녹 저도 관리 못하는 배우 중 한 명입니다. 그래서 열심히 이비인후과 선생님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목이 아프면 책임져야 할 장면에서 책임을 못 지게 되더라고요. 그것만큼 배우한테 속상한 일이 없거든요. 몇 번 그런 일을 겪은 후로는 목이 조금만 아파도 무조건 약 먹고, 이비인후과 선생님의 말씀을 귀담아 듣고 열심히 챙기려고 해요.”



THE MUSICAL 제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넘버가 <쓰릴 미> 중에서 ‘Life Plus 99 Years’인데 <쓰릴 미>에서 가장 좋아하는 넘버가 뭐에요? (smr1024)
에녹 저도 같은 곡 좋아합니다.
“<쓰릴 미> 넘버들이 대부분 잘 쓰였잖아요. 그 노래 외에 개인적으로는 감옥에 가서 처음으로 리처드가 속마음을 얘기하는 노래 ‘Afraid’를 좋아해요. 그 노래가 리처드가 독방에서 옆방의 네이슨이 자는지 확인하고 자는 것 같으니까 처음으로 두려움을 제대로 표현하는 곡이에요. 네이슨은 그걸 엿듣고 있고. 참 좋죠.”


THE MUSICAL 공연하면서 제일 기억나는 실수담을 듣고 싶어요. (foxjy0606)
에녹 자주 바지가 터지는 편이에요. 그때마다 정말 난감합니다. 무엇이 잘못된 건지….
“꼭 엉덩이 부분이 터지더라고요. 제가 힙에 힘을 주는 것도 아닌데. <보도지침> 때도, <보니 앤 클라이드> 때도 그랬고. <모차르트!> 때 조금 화려한 속옷을 입었다가 난감했던 적이 있어요. 첫 신 들어가자마자 바지가 크게 터져서. 그런데도 노래하고 춤추고 다 했어요. 의상처럼 보이겠거니 했는데 앞쪽 관객분들은 고개를 다 숙이셨다더라고요. 이후로는 공연 때 속옷을 무조건 검은색 아니면 회색 종류로 입어요. 가능하면 더 입을 때도 있고요.”


THE MUSICAL 에녹에게 녹차 귀걸이란? (lemyesle)
에녹 정욱진 배우는 사랑입니다.
“제 이름이 에녹이잖아요. <쓰릴 미>에서 리처드 역을 하고 있으니까 관객분들이 ‘녹촤’라고 별명을 붙여주셨어요. 그런데 정욱진 배우가 장난으로 분장 받고 있는 제 귀에 녹차 티백을 걸어주더라고요. 저번 공연 땐 저를 어려워해서 장난도 못 쳤던 친군데. 요번에는 친해지니까 장난도 많이 쳤어요. 엉뚱한 점도 많아요. 2014년 프레스콜 때 제 매력을 묻는 질문에 욱진이가 “에녹 형님은 하얀 게 참 매력인 것 같아요”라고 해서 빵터져서 물 마시다가 뿜었거든요. 하고 많은 얘기 중에 하얗다고 하니까. 그때 정말 영화처럼 뿜어지는 게 가능하구나 했어요. 당시 영상이 웃겨서 계속 돌더라고요. 욱진이는 까만 편이라 그런 답을 했던 것 같아요.”


THE MUSICAL 1번. 잘생겼다 2번. 노래 잘한다 3번. 연기 잘한다. 4번. 춤 잘 춘다.(몸 잘 쓴다.) 5번. 하얗다 중 어떤 말이 제일 좋나요? (nunenana)
에녹 5번 빼고 다 너무 좋은데요. 하하.





에녹의 일상                                    
THE MUSICAL 공연마다 정장 복장이 많은데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스스로도 그렇다고 생각하나요? (smr1024)
에녹 대부분 남자들이 수트가 잘 어울리지 않나요? 제 주위에 있는 대부분의 남자들도 정장을 입으면 꼭 거울 앞에서 오랜 시간 머물러 있더라고요.


THE MUSICAL ‘걸어가야 할 길을 제시해 주는 지침’ 은 무엇인가요?  (foxjy0606)
에녹 어렵네요. 생각하는 지침이 꽤 많은데 가장 기본이 되는 건 아무래도 신앙이 아닐까 싶습니다.


THE MUSICAL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래 중에 힐링될 만한 곡 하나만 추천해 주세요. (azza09)
에녹 최근에 마이클 부블레의 곡을 많이 듣고 있는데요. 아주 좋습니다.


THE MUSICAL 스트레스 받을 때도 있을 거고, 정말 피곤할 때도 많을 텐데 그럴 땐 어떻게 해결하나요? (ryu2729)
에녹 시간이 있을 때는 무조건 교외로 나가고요. 시간이 없을 때는 잡니다.


THE MUSICAL 시간이 짧아서 아쉬워요. 팬들에게 이 말은 꼭 해주고 싶은 게 있나요? (ryu2729)
에녹 도망가지마~~~


THE MUSICAL 공연 관람을 기다리던 중에 라이브토크를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 CJ토월극장에서 만나요! (foxjy0606)
에녹 저도 이런 시간 보내서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모든 질문에 좀 더 길게 답변 드리고 싶은데 글로 쓰려니 살짝 어렵네요, 좋은 날, 좋은 기회에 이런 자리가 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42번가> 많이 사랑해 주세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4호 2016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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