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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PEOPLE] <키다리 아저씨> 이지숙 [No.154]

글 |나윤정 사진 |심주호 2016-07-28 6,382

따뜻한 밝음


진 웹스터의 명작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여주인공 제루샤 에봇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명랑 캐릭터다. 실제로 만난 이지숙 역시 주위를 환히 밝혀주는 기분 좋은 배우였다. 그런 만큼 제루샤와 이지숙은 더욱 기대되는 조합이다.



제루샤와의 즐거운 만남

“<키다리 아저씨>의 제루샤는 캐릭터 자체가 참 귀여워요. 빨강머리 앤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이 역할 정말 하고 싶다!” 이지숙은 자신이 맡은 역할을 떠올리며 금세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제루샤는 일단 말이 많은 친구예요.(웃음) 특히 키다리 아저씨에게 편지를 쓰면서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이것저것 다 이야기해요. 자기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걸 솔직하게 다 말하죠. 사실 저도 솔직한 편이거든요. 다만, 제루샤처럼 직설적으론 말하지 않고, 살짝 돌려서 이야기하는 스타일이죠. 또 제루샤는 굉장히 ‘러블리’해요. 러블리한 면도 저와 제루샤의 닮은 점이면 좋겠어요. (웃음)”


이지숙은 제루샤와 자신의 닮은 점을 꼽아본 후, 또 제루샤와 다른 점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제루샤는 평소에 제가 잘 쓰지 않는 언어로 말해요. 상상력이 대단하거든요. 그림자를 보고 거미 같다는 표현을 해요. 저는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서 상상력이 별로 없거든요. 자연스레 제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나는 왜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이런 상상을 많이 하면 얼마나 재밌을까? 제루샤가 부러웠어요. 한편으론 이런 제루샤의 특성을 어떻게 체화할지가 숙제예요.”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의 원작 소설은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접한 적이 있는 친숙한 작품이다. 물론 이지숙에게도 그랬다. 하지만 공연을 계기로 다시 접하게 된 작품은 그녀에게 새삼 새로운 느낌을 전해 주었다. “어렸을 땐 이 작품에서 ‘사랑’이란 감정을 발견하지 못했어요. 제루샤란 아이가 많은 것을 경험하고 자신을 도와준 키다리 아저씨에게 편지를 쓰면서 성장하는 내용으로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시 읽어보니 러브 스토리가 있더라고요. 제루샤와 키다리 아저씨, 너무 다른 위치에 있는 두 사람이지만, 서로 많이 닮아있더라고요. 둘은 전혀 다른 사람이지만, 서로 원하는 바가 같기에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뮤지컬로 변모한 ‘키다리 아저씨’는 먼저 폴 고든의 아름다운 음악으로 이지숙의 마음을 열게 했다. “처음 이 작품에 반하게 된 건 바로 음악 때문이었어요. OST를 찾아 듣는데, 멜로디가 정말 예쁜 거예요. 선율이 팝스러우면서도, 연기하기 편하도록 잘 만들어진 느낌이예요. 그만큼 음악의 완성도가 높아요.” 그중 가장 좋아하는 곡이 뭐냐고 묻자 이지숙은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행복이란 물 흐르듯 살아가기~그걸 배웠죠.” 바로 1막 말미에 등장하는 ‘행복이란’ 곡이란다. “제루샤가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노래거든요. 처음 듣고 울었어요. 제루샤가 정말 행복해서 부르는 노래인데, 가사가 정말 와 닿더라고요. 그래, 행복은 그런 거지! 이 곡을 듣는 순간 깨닫게 되더라고요. 누가 심장을 쾅 두드리는 기분이랄까. 아마 들으면 다들 좋아하실 거예요”




데뷔 10주년, 앞으로의 시간들

2016년은 이지숙에게 뜻깊은 시간이다. 올해가 바로 그녀가 뮤지컬에 데뷔한 지 딱 1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10년 동안 큰 굴곡 없이 잘 지나온 것 같아요. 돌아보면 항상 저는 ‘사람’이 먼저였어요. 10년 내내 사람이 좋아서 그 시간을 이어왔어요. 이 사람과 친하니까 도와주고 뜻이 맞아서 함께하고, 이 사람의 작품관을 많이 들어주고 또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사람 사이에서 작품을 해온 것 같아요.”


지난 10년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이지숙은 자신의 존재감을 깊이 각인 시켜준 작품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사실 여신님 소리를 들으면 대개 민망해요. (웃음) 여신님이라고 하면 아이돌이나 정말 예쁜 사람들을 떠올리잖아요. 제가 처음 여신님을 연기한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그랬어요. 네가 여신님이라고? (웃음) 그런데 예쁘고 사랑스럽고를 떠나서 제가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편이거든요. 역할 자체가 내 이야기를 하기보단 다른 캐릭터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리액션하는 역할이다 보니 제 성향이 잘 묻어난 것 같아요. 그래서 관객들이 좋아해 주신 것 같고요. 돌아보면, 이 작품 역시 사람이 좋아서 참여하게 된 거였어요. 지금도 창작진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고요. 10년간 사람 때문에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어요. 물론 먹고 살아야 하니까 돈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 싶어요. 그래야 제가 지치지 않을 테니까요. 앞으로도 5년, 10년이 흘러도 사람을 놓치진 않으려고요.”


사람을 향한 따듯한 마음으로 어느덧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배우 이지숙. 그녀는 이제 또 하나의 터닝 포인트를 기다리며, 새로운 시간들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키다리 아저씨>가 제게 새로운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아요. 공연이 다 끝나고 나면 너무 아쉬워서 울 것 같은 작품이에요. 사실 이런 느낌을 받는 경우가 흔치 않거든요. 연습 중인 지금은 너무 어렵지만, 해내고 나면 진짜 뿌듯할 것 같아요.” 그리고 그녀는 지금 이 순간의 마음을 앞으로도 행복하게 잘 이어 나가리라 이야기한다. “전 지금 30대인 게 정말 좋거든요. 서른한 살 때는 몰랐는데, 서른두 살 때부터 30대의 여유로움과 성숙함이 참 좋아요. 지금처럼 성숙하지만 날것이 아닌, 그렇다고 세련되지도 않은 상태로 30대를 보내다가 20년쯤 지나면 지금보다 훨씬 예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얼굴이 아니라 사람 자체가 예쁜 사람 말이에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4호 2016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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