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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No.73]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주원

글 |배경희 사진 |심주호 2009-11-09 6,932


고집과 겸손 사이

 

기성세대의 테두리 안에서 배 위에 선 것처럼 모든 것이 불안하게 흔들리는 사춘기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스프링 어웨이크닝>에는 열한 명의 소년과 소녀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세상의 이치를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직 미숙하고 불완전한 열다섯 살 소년 멜키어 가보어는 모두가 탐내는 그런 배역이다. 이 매력적인 역을 연기할 수 있는 행운은 두 명의 배우에게 돌아갔고, 다른 한 명의 멜키어가 이제 막 무대에 오를 준비를 마쳤다. 공연이 막이 내리는 내년 1월까지 멜키어를 연기할 후발 주자는 180cm이 훌쩍 넘는 키, 시선을 끌만한 외모와 실력으로 좋은 배우의 필요조건을 갖춘 스물세 살의 청년, 주원이다.

 


‘키가 엄청 작았고 그래서 진짜 소심했다’던 어린 시절, 방학 사이에 키가 20cm나 커버리자 ‘이제 소심한 성격에서만 벗어나면 되겠다’는 생각에 가입한 연극반은 특별할 것 없는 조용한 소년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처음으로 어떤 일에 호기심 이상의 흥미를 느꼈고, 그래서 진학한 예고는 자신이 가야할 길을 명확히 해주는 계기가 됐다. “선생님께서 저희 기수 중에서 뮤지컬 배우가 나온다면, 그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저라고 이야기해주셨어요. 아이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요. 아, 나도 할 수 있구나. 그때부터 꿈을 키우게 됐어요”


예고 졸업 후 연기예술학과에 입학하면서 차근차근 꿈을 좇던 중 선배의 권유로 계획보다 일찍, 얼결에 프로 무대의 문을 두드리게 됐지만, 그를 무대에 서게 한 건 오로지 자신의 의지와 집념이었다. “선배 소개로 비공개 오디션을 봤는데, 아직은 부족하다고 하시더라고요. 빨리 데뷔할 생각은 없었는데 떨어지고 나니까 오기가 생겨서…. 더 열심히 연습한 다음에 몇 달 뒤에 열린 공개 오디션에 다시 지원했어요” 그렇게 합격한 데뷔작, <알타보이즈>에서 한참 선배인 형들을 데리고 리더인 매튜를 제대로 연기하기 위해 고민 끝에, “형, 저 이제 말 놓을게요”라고 선언한 뒤 알타보이즈들을 이끌었다는 이야기는 조심스럽지만 단호한 구석이 있는 그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알타보이즈>와 <싱글즈>, <그리스>를 거쳐 무서울 정도로 치열했던 경쟁률을 뚫고 <스프링 어웨이크닝> 멜키어의 언더스터디로 발탁됐지만, 주원은 소감에 대해 담담히 말한다. “제가 무열이 형보다 잘하긴 솔직히 힘들잖아요. ‘못하지만 말자’고 다짐했죠. 일단 형이 연기하는 멜키어와 차이를 두려고 한 달 반 동안 매일 매일 필기도구를 들고 객석에 앉아서 ‘형은 이렇게 하는데, 나는 이렇게 하고 싶다’는 식의 제 나름대로 생각들을 꼼꼼히 정리했어요.” 그리고 무대에 서는 날이 너무 멀게 느껴져서 울음을 터뜨렸을 정도로 손꼽아 기다렸던 첫 공연 날, 프로듀서에게 기어코 “무열이하고 같은 게 하나도 없어서 마음에 든다”는 평을 이끌어냈다.


공연할 때는 친구들에게조차 연락을 두절하고 지낼 정도로, 하나에 빠지면 다른 건 신경도 못 쓰는 성격 탓에 <스프링 어웨이크닝> 이후의 계획은 정해진 게 없다. 하지만 아직 소년의 티를 다 벗지 못한 이십대 초반의 젊은 배우가 어떤 무대에 오르든, 실망감을 안겨주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 같다. ‘무대 위에서는 그 누구와도 같지 않고, 오로지 캐릭터로만 보일 수 있도록’ 연기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는 그가 그저 그런 청춘스타의 모습으로 등장할 일은 결코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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