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을 시작으로
탕준상은 당시 일곱 살이던 지난 2007년 <빌리 엘리어트>의 스몰보이로 뮤지컬에 데뷔했다. 이후 <엘리자벳>의 어린 루돌프, <서편제>의 어린 동호, <킹키부츠>의 어린 롤라 등 성인 캐릭터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고, <모차르트!>의 아마데, <어쌔씬>의 빌리, <레 미제라블>의 가브로쉬로 무대에 오르며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뮤지컬 무대 경험을 바탕 삼아 영화와 드라마로 연기 활동을 넓혔다. 탕준상은 지난해 개봉한 영화 <오빠 생각>에서 주인공과 대립각을 형성하고 있는 합창단원과 EBS <플루토 비밀결사대>에서 초능력을 가지고 사건을 해결하는 수사대원으로 출연했다. 현재 변성기로 인해 잠시 뮤지컬 무대를 떠나있지만, 아역과 성인 배우 사이에서 다양한 연기 활동을 펼치고 있는 탕준상을 만나 그동안 뮤지컬 아역 배우로서의 추억을 들어봤다.
뮤지컬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린 시절 할머니가 연기를 배워보는 것이 좋겠다고 연기 학원을 등록해 주셨어요. 초등학교 입학 전이라 어려서 뭔지 모르고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죠. 배우다 보니 연기가 정말 재미있었어요. 학원에서 <빌리 엘리어트> 오디션을 소개해줬고 그다음 작품부터는 엄마 추천으로 뮤지컬 오디션에 참여했어요.
첫 뮤지컬 작품인 <빌리 엘리어트>의 추억은?
<빌리 엘리어트>는 오디션도, 연습과 무대에 서는 것도 즐거웠어요. 공연을 하기보다는 공연장에 놀러 가는 것이 우선이었어요. 대기실에는 늘 같은 또래의 친구들이 있었고, 매일 색다른 게임을 할 수 있었죠.
아역 배우 오디션은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나요?
아역이라고 해서 오디션이나 연습이 특별하게 다르지 않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오디션은 <레 미제라블>에요. 저는 가브로쉬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어요. 나비 넥타이를 달고 오디션 현장에 도착했을 때, 다른 친구들을 보니까 가브로쉬에 맞게 옷도 더럽게 입고 있었어요. <레 미제라블>의 첫 번째 오디션에서는 떨어졌죠. 사실 그때는 ‘내가 아니면 누가 하지?’라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제가 생각이 짧았던 거죠. 대구 공연이 끝나고 서울 공연이 시작될 때쯤에 가브로쉬를 연기하던 형이 자라서 다시 오디션이 열렸어요. 두 번째에는 가브로쉬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고 참가했어요. 외국인 스태프의 눈을 바라보면서 노래를 불러야 했는데 무서웠던 기억이 나요. 가브로쉬로 출연하면서 <레 미제라블>이 제 일상이 됐어요. 학교에서 쉬는 시간마다 바리케이드를 그리거나, 집에서는 레고로 무대를 만들면서 보냈어요.
아역 오디션이 엄격하고 무서운 편인가요?
<레 미제라블>이 엄격하고 무서웠던 편은 맞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아요. 사실 오디션은 누구나 떨릴 거에요. 저는 오디션보다 무대가 더 떨려요. 긴장을 풀기 위한 비법은 따로 없어요. 다른 친구들은 모르겠지만 전 ‘오늘은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을 하다가 신기하게도 무대에 올라가면 그런 생각이 싹 사라져요. 왜인지 모르겠지만 무대가 좋아서 그런 것 같아요.
연습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연습할 때마다 아역 보조 선생님이 함께 계셨어요. 연습실에서만 보조 선생님과 함께 연습을 했어요. 노래와 대사, 동선을 연습실에서 외웠죠. 아역들의 비중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한두 번 부르면 노래와 대사는 외워져요. 동선은 계속 몸을 움직이다 보면 저절로 외우게 되고, 어느 순간부터 머릿속에 들어와요. 가끔 잊어버리면 보조 선생님에게 여쭤 봐요. 연기는 따로 배우지 않았는데 연출님들의 지도가 가장 큰 부분이에요. 요즘은 변성기가 와서 노래는 많이 부르지 못하지만, 영화나 공연을 많이 보면서 연기에 대해 공부하려고 해요. <레 미제라블>의 경우 연출님의 지적 사항이 정리되어 연습실 뒤편에 붙여졌어요. 매일 연습 시작 전에 코멘트를 보고 속상하기도 했지만, 마지막에는 저에 대한 내용이 아예 없어서 뿌듯했어요. 또 <모차르트!>에서는 박은태 형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형이 시키는 대로만 했어요. 모차르트와 아마데는 짝을 정해 무대에 올랐는데, 은태 형이 절 선택해 준 거죠. <모차르트!>는 두 번 아마데로 출연했는데, 두 번째 연습할 때는 아마데를 맡은 아역 배우 중에서 제가 큰형이었어요. 제가 대사나 동선을 모두 알았으니까 동생들이 모르는 것이 있으면 제게 물어봤고, 은태 형처럼 알려줬어요. 동생들은 알려주면 바로바로 다 잘 따라했어요.
뮤지컬 연습을 할 때는 부모님과 함께할 수 없다고 들었어요.
첫 뮤지컬이었던 <빌리 엘리어트>를 연습할 때부터 엄마가 섭섭해하실 정도로 제가 연기를 하거나, 노래하는 모습을 가족에게 보여주는 것이 싫었어요. 부끄럽고 어색하다고 해야 하나. 뮤지컬 연습할 때 엄마와 떨어져있는 것이 더 좋았어요. 혼자 무섭지 않냐고 물으시던데 많은 스태프와 배우분 들이 신경을 써주세요.
연습과 학교생활을 병행하는 게 힘들지 않았나요?
뮤지컬 연습을 위해 조퇴를 해야 했지만 힘들지 않았어요. 학교생활에 뮤지컬도 너무 좋았기 때문에 반반씩 나눠서 하고 싶었어요. 지금은 중학생이라 주말에만 외부 활동을 하고 있지만요. 초등학생 때는 부담이 되지 않았어요. 배우는 것이 적어서 금방 친구들을 따라갈 수 있었어요. 뮤지컬 연습이 없는 날에는 학교 생활을 꼭 참여하려고 노력했어요. 공연이 밤늦게 끝나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그게 오히려 더 재미있고 즐거웠어요.
아역 배우만의 고충은 무엇인가요?
특별히 아역 배우라 힘든 점은 없어요. 아, 아역 배우를 위한 분장실이 없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불편하긴 해요.
방송이나 영화로 연기 분야를 넓히는 과정에서 뮤지컬 아역 배우 출신이라는 점이 도움이 됐나요?
영화 <오빠 생각>에서 아역 합창단을 뽑는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오디션장에서도 노래를 꼭 불러야만 했는데, 뮤지컬 오디션 경험이 도움이 됐어요. 첫 작품인데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하게 되어서 정말 감사하고 좋았어요. 뮤지컬 무대에서는 과장된 몸짓이 익숙해져있었는데 영화와 방송에서는 다르기 때문에 걱정했지만, 현장에서는 금세 적응할 수 있었죠.
후배 아역 배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뮤지컬을 즐기면서 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연기 학원과 엄마의 추천으로 뮤지컬 오디션을 봤어요. 하지만 뮤지컬 무대가 재미있고 즐겁지 않았다면 하지 않았을 거예요. 다른 친구들도 정말 즐겁게 뮤지컬을 했으면 좋겠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3호 2016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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