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자라나는 새싹
아역 배우들의 대표 작품 중 하나인 <모차르트!>의 아마데 역할에 나란히 캐스팅된 곽이안과 이윤우.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이안이는 다섯 살에 <미스 사이공> 탬으로 데뷔한 베테랑 아역 배우고, 한 살 형인 윤우는 일곱 살에 드라마로 먼저 활동을 시작해 차분히 뮤지컬 이력을 쌓고 있는 새내기다. 아이들은 어떤 꿈을 가지고 무대에 오를까? <모차르트!> 연습이 한창 진행 중이던 5월의 어느 날 두 아이들을 만났다.
이제 공연이 얼마 안 남아서 저녁에도 연습하죠? 밤늦게까지 연습하면 안 힘들어요?
곽이안 오늘 연습은 이따 한 시에 시작해서 밤 열 시까지 한대요. 연습하는 건 괜찮은데, 공연할 때는 좀 힘들기도 해요. 뮤지컬은 거의 세 시간 정도 하니까 에너지 소모도 많이 되고, 긴장이 안 된다고 해도 떨리는 게 없지 않아서 공연이 끝나면 좀 많이 힘들어요. 그래서 많이 먹어요!
이윤우 저는 공연하기 전에는 많이 안 먹어요. 밥을 너무 많이 먹으면 배불러서 못 뛰겠어요. 공연을 늦은 시간에 해도, 공연 때는 잠이 별로 안 와서 괜찮아요. 공연 끝나고 집에 가서도 바로 잘 때도 있고, 안 잘 때도 있는데, 아침에 일어날 때는 좀 힘들어요.
연습은 아역 배우들끼리 따로 해요?
곽이안 한 장면을 아역끼리 연습한 다음에 성인 배우들하고 같이 만나서 연습하고, 계속 그렇게 반복해요. 형아 누나들이 되게 잘 챙겨주는데, 어제는 연출님이 멀리서 말씀하시는 걸 못 듣고 있었더니, “아마데, 여기 와서 들어야지” 하고 알려주셨어요.
이윤우 따로 연습할 때는 조연출님이 대사를 해주세요. 노래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녹음된 노래를 탁 들어주시고요. 근데 따로 연습하는 것보다는 다른 배우들하고 다 같이 연습하는 게 더 좋아요. 아마데끼리만 하면 장면 이해가 조금 잘 안 돼요.
이해가 안 될 땐 어떻게 해요?
곽이안 연출님이나 조연출님께 다시 한 번 물어봐요. 그럼 볼프강은 이런 기분이고, 아마데는 이런 기분이기 때문에 이런 감정으로 연기해야 해, 이렇게 차근차근 얘기해주세요. <모차르트!>는 힘든 점이 아마데가 볼프강 눈에만 보이는 분신이니까 계속 무표정으로 있어야 해요. 볼프강을 계속 따라다니다 보면 다른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표정을 지으면 안 돼서 그게 조금 힘든 것 같아요.
이윤우 저는 처음에 볼프강을 잘 따라다녀야 하는 게 힘들었어요. 돌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걱정이 됐는데, 연출님이 그럴 땐 어떻게 하라고 알려주셨어요. 만약에 볼프강이 걷다가 갑자기 멈추면 이렇게 하면 된다, 하고요. 그런데 연출님이 틀려도 어색해 보이지만 않게 하면 된대요.
곽이안
처음 뮤지컬을 하게 됐을 땐 어땠어요?
곽이안 엄마가 ‘뮤지컬 오디션 볼래?’ 그러셨을 때,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게 너무 부끄러울 것 같아서 안 하려고 했는데, 점점 마음이 움직였어요. <미스 사이공> 첫 오디션에서 바닥을 기어가는 거 하고, 가만히 서 있는 거, 엄마 역할한테 안겨 있는 거, 이렇게 세 가지 시험을 봤거든요. 그게 뭔가 되게 재밌는 거예요. 오디션에 처음 붙고 나서 지금까지 ‘하기 싫다’ 이런 마음이 든 적이 없어요.
이윤우 저는 연기학원을 다니고 있을 때 엄마가 뮤지컬 오디션이 있다고 해서 도전하게 됐어요. 사실 뮤지컬 하기 전에는 노래 부르는 걸 별로 안 좋아하고, 노래 부르는 방법을 배운 적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되게 걱정했어요. 첫 작품 <엘리자벳>을 할 때는 실수할까봐 긴장해서 공연하는데 제 심장 소리가 들렸어요.
지금까지 본 오디션 중에서 특별히 기억나는 게 있어요?
곽이안 2014년 <모차르트!>는 아드리안 (오스몬드) 연출님하고 놀면서 오디션을 봤어요. 연출님이 저희한테 손에 쥐고 있는 열쇠를 뺏어보라고 하셨는데, 다들 막 점프하면서 힘으로 뺐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가만히 서서 생각해 보니까 억지로 뺏으면 연출님 손도 다칠 수 있고, 제 손도 다칠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냥 연출님 손가락을 하나씩 펴서 열쇠를 뺏었어요.
이윤우 이번 <모차르트!> 오디션에서도 게임을 했어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나 얼음땡 같은 거요. 어떤 애들은 게임을 진행해주시는 분이 새로운 규칙을 추가하면 ‘아, 그냥 해요’ 이러기도 했는데, 저는 재밌게 열심히 했어요.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뭐가 제일 신기했어요?
곽이안 다른 배우들하고 같이 노래 불렀을 때요! 재작년에 <마리 앙투아네트>를 하면서 처음 다른 배우들하고 같이 노래해 봤는데, 처음엔 ‘왜 음을 다르게 부르지?’ 이렇게 생각했거든요. 근데 서로 다른 톤으로 부르니까 좋은 소리가 두 배, 세 배로 부풀려져서 정말 웅장하고 멋진 거예요. 그걸 깨달았을 때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의상 입고 가발을 쓰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에요. <모차르트!>에서 처음 빨간 코트를 입고 거울을 봤을 때는 ‘나 정말 아마데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거울 속 제 자신이 제가 아닌 것 같았어요.
이윤우 저도 지금까지 옷 중에서 아마데 옷이 제일 멋있는 것 같아요. 원래 빨강색을 싫어하는데, 아마데 빨강 코트 때문에 빨강색이 좋아졌어요. 저는 기억에 남는 게, 두 번째 작품 <프랑켄슈타인>에 시체를 끌고 높은 다리를 지나는 장면이 있거든요. 그런데 다리 뒤가 뚫려 있어서 처음엔 다리가 후들거렸는데, 나중엔 신기하게 막혀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이윤우
공연에 출연하지 않는 날에도 대기하러 극장에 오잖아요. 그럴 땐 분장실에서 뭐하면서 시간을 보내요?
곽이안 공부용으로 쓰는 작은 노트북 같은 게 있어서 그걸로 수업 내용 같은 걸 봐요. 시험 기간이면 문제집을 풀기도 하고요. 예전에 <모차르트!>할 때는 기다리면서 옷장에서 자기도 했어요. 옷장이 문을 닫으면 캄캄해서 잠이 잘 오더라고요.
이윤우 저도 문제집을 풀거나 다른 아역 친구들하고 놀아요. 뮤지컬 하면 시간이 없어서 학원에 못 다니기 때문에 틈틈이 공부해야 해요.
앞으로의 꿈은 뭐예요?
곽이안 방송 <위키드>를 같이했던 홍의현 형이 아이들이 만들어 가는 작품이라면서 <마틸다> 노래를 들려줬는데, 그 작품을 꼭 해보고 싶어요. 또 나중에 <레 미제라블>의 마리우스도 해보고 싶어요. 사랑하고 혁명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인간적이어서 매력적인 것 같아요. 그리고 얼마 전에 TV에서 희귀병을 앓고 있는 친구들 이야기를 봤는데, 커서 돈을 많이 벌게 되면 꼭 기부를 하고 싶어요. 이게 제 꿈이자 목표예요.
이윤우 저도 뮤지컬을 계속하는 게 꿈이에요. 처음엔 무대에서 노래하는 게 겁도 나고 어색했는데, 이제는 노래로 마음을 표현하는 게 좋아요. 앞으로도 뮤지컬을 잘해서 어른이 되면 <엘리자벳>의 토드를 꼭 해보고 싶어요. 멋있는 역할인 것 같아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3호 2016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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