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 성인이 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브로드웨이 대표 뮤지컬이자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브로드웨이 42번가>가 국내 초연 20주년을 맞이해 돌아온다. 원작은 1933년 만들어진 동명의 뮤지컬 영화로, 1980년 고어 챔피언이 안무와 연출을 맡아 뮤지컬로 각색했다.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토니상 8개 부문의 후보작에 올라 최우수 뮤지컬상과 안무상을 받았으며, 2001년 리바이벌 버전으로 새로이 부활한 작품 또한 토니상 리바이벌 뮤지컬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아 세기를 뛰어넘는 작품성과 흥행을 보여줬다.
한국에서는 지난 1996년 호암아트홀에서 초연됐는데, 삼성영상사업단이 뮤지컬 분야로 진출하면서 해외 스태프진과 함께 제작한 첫 작품이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오리지널 클래식 버전으로 공연됐지만, 2004년부터는 영국 프로덕션이 제작한 리바이벌 버전으로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2010년은 다시 초연과 동일한 오리지널 클래식 버전으로 공연됐다. 올해는 20주년을 맞아 브로드웨이 뉴 버전으로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CJ E&M 측은 “브로드웨이 뉴 버전은 리바이벌 버전에서 특징적인 몇 신을 추가했다. 추가된 신은 거울이나 무대를 꽉 채우는 계단을 이용하는 장면으로 이전 공연보다 훨씬 큰 규모의 탭댄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바이벌 버전은 화려하고 입체적인 무대와 빠른 템포로 관객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한편 오리지널 클래식 버전은 작품의 드라마가 훨씬 입체적이다.
작품의 내용은 시골에서 올라온 댄서 페기 소여가 브로드웨이 스타로 탄생하는 신데렐라 스토리다. 1930년대 대공황을 겪고 있는 미국이 배경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작품의 곳곳에 드러난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30여 명의 앙상블들이 선보이는 화려한 탭댄스와 압도적인 군무, 초대형 이동식 턴테이블에서 벌어지는 싱크로나이즈드 댄스, 조명을 영사시켜 구사한 왈츠 등으로 쇼 뮤지컬의 진수를 보여준다. 여기에 재즈풍의 경쾌한 스윙과 그루브가 가미된 랩 비트의 넘버는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대중에게 친숙한 ‘We're In the Money’, ‘Lullaby Of Broadway’, ‘42nd Street’ 등의 뮤지컬 넘버가 즐거움을 전한다. 화려한 의상은 작품의 또 다른 볼거리다. 기본 배역 의상부터 쇼 장면에 필요한 의상까지 약 300여 벌의 의상과 반짝이는 스팽글, 짧은 드레스 등은 작품의 매력 포인트다.
이번 공연에서는 브로드웨이에서 안무가로 활약한 레지나 알그렌(Regina Ahlgren)이 총괄안무와 연출을 맡아 퍼포먼스의 높은 퀄리티를 보장한다. 또 <브로드웨이 42번가>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새로운 캐스트와 기존 캐스트의 귀환은 최고의 무대를 예고한다. 브로드웨이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연출가 줄리안 역은 송일국과 이종혁이 캐스팅됐다. 매력적인 여배우 도로시 역에는 김선경과 최정원이, 브로드웨이 스타를 꿈꾸는 시골 출신의 페기 역에는 임혜영이 출연한다. 이외에도 에녹, 김경선, 허정규 등이 출연한다.
역대 출연 배우들의 메시지
화려한 쇼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가 어느덧 20주년을 맞았다. 의미 있는 시간을 축하하기 위해서 긴 여정을 함께해 온 역대 출연 배우들에게 특별한 메시지를 받았다.
남경주
1996 앤디
1997 앤디
2013 줄리안 마쉬
2014 줄리안 마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잊지 못할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초연 공연 오디션으로 빌리를 뽑았어요. 당시 한국에는 능숙하게 탭댄스를 출 수 있는 배우들이 많지 않았어요. 결국 안무가 앤디를 맡고 있던 제가 빌리의 탭댄스를 췄죠. 그래서 당시엔 앤디를 주인공으로 아는 관객들이 꽤 있었어요.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베스트 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서곡이 끝나고 탭 소리와 함께 막이 올라가면 관객들의 박수 소리와 엄청난 환호성이 들려요.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오프닝 장면은 배우 생활 중 가장 인상 깊어요. 단연, 작품의 베스트라고 말할 수 있죠.
<브로드웨이 42번가>가 소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초연 때 안무가 앤디 역으로 무대에 올랐는데, 십수년이 지나고 나이가 들어 제작자이자 연출자인 줄리안 마쉬 역을 다시 맡게 됐죠.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늘 곁에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겐 다른 어떤 작품보다 의미가 남다른 뮤지컬이에요.
<브로드웨이 42번가>의 20주년을 축하하는 인사를 부탁드려요.
20년 전부터 현재까지 한 작품을 지속적으로 공연할 수 있다는 건 드문 일이고, 정말 축복할 일이에요. 춤, 노래, 연기 삼박자가 갖추어진 진정한 뮤지컬 배우들이 많아져서 20년 후에도 이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브로드웨이 42번가>의 2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많은 분들이 관람하시길 기원해요.
양소민
1997 페기 소여
1998 페기 소여
1999 페기 소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잊지 못할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3년 동안 페기 소여로 무대에 오르면서 슬럼프가 왔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공연을 하던 어느 날, 갑자기 공연을 향한 열정이 되살아났어요. 뮤지컬의 여주인공이 된 페기에게 부상당한 도로시가 응원과 조언을 건네는 ‘9시 15분 전(About A Quarter To Nine)’ 장면 때문이었죠. 사실 도로시의 힘으로 2막의 어려운 발레를 해내기 때문에 좋아하던 장면이었는데, 그날은 어느 때보다도 이 노래가 뭉클하게 다가왔어요. 이후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이 부분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되었어요. 언젠가 도로시로 무대에 선다면 그때의 그 느낌을 잊지 않고 페기에게 불러줬으면 좋겠어요.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베스트 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화려한 오프닝이 작품의 베스트 신이라고 생각해요. 흥겨운 오프닝과 함께 무릎 높이에서 멈춘 막 아래로 현란한 탭댄스가 이어지는 장면은 몇십 번을 봐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멋지죠.
<브로드웨이 42번가>가 소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브로드웨이 42번가>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큰 행운이었는지 잊지 않고 있어요. 저는 이 작품으로 뮤지컬에 데뷔했는데, 페기를 연기할 수 있어서 지금까지도 감사해요. <브로드웨이 42번가>는 꿈꾸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온다는 이야기잖아요. 작품처럼 제게도 꿈을 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정말 감사해요.
<브로드웨이 42번가>의 20주년을 축하하는 인사를 부탁드려요.
벌써 20년이 되었나요?(웃음) 20년 동안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뮤지컬로 자리 잡았다니 뿌듯하고 기뻐요. <브로드웨이 42번가>의 2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앞으로도 작품을 향한 많은 사랑이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임혜영
2009 페기 소여
2016 페기 소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잊지 못할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특별한 에피소드는 아니지만 7년 전 제가 <브로드웨이 42번가>에 출연할 때 탭댄스를 처음 배웠어요. 노력을 해도 안 되던 탭댄스 스킬이 있었는데, 공연 시작일이 다가와도 능숙하게 되지 않아 걱정을 했죠. 주변 언니, 오빠들은 “혜영아, 무대에 올라가면 다 돼”라면서 용기도 주고 위로도 건넸어요. 그런데 거짓말처럼 무대 리허설을 할수록 탭댄스 스킬이 하나하나 되더라구요. 그게 정말 신기했어요. 본 무대에서는 굉장히 잘됐어요. 아직도 그 느낌을 잊을 수 없어요. 탭댄스를 빨리 보여줘야만 하는 부분에서는, 속도가 높아질수록 관객들이 박수와 호응을 보냈는데 그것도 인상적이었어요.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베스트 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올해 공연에서 바뀌는 부분이 몇몇 있어요. 추가되는 장면 중에 페기가 피아노 위에서 탭댄스를 추는 장면이 있거든요. 전 그 장면이 가장 기대되요. 피아노 위에서 탭댄스를 한다는 자체가 색다르고 흥겨운 분위기가 나올 것 같아요.
<브로드웨이 42번가>가 소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배경인 당시 미국은 배고프고 힘들었잖아요. 쇼 뮤지컬이지만 작품에는 희망도 있고 사랑도 있고, 인간이 살면서 겪는 다양한 것들이 들어 있어요. 화려하고 볼거리가 있고 탭댄스가 즐겁기만 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스토리가 있어서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볼 수 있어요. 그런 요소들이 있어서 특별하고 소중해요. 커튼콜 때 관객들을 바라보면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가 계시더라고요. 이런 점 때문에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온 거라 생각하죠.
<브로드웨이 42번가>의 20주년을 축하하는 인사를 부탁드려요.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줄 수 있는 작품이 스무 살이 된 것이 감격스러워요. 또다시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이죠. 앞으로 더 오래오래 서른 살, 마흔 살, 쉰 살이 되는 <브로드웨이 42번가>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3호 2016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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