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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이상훈의 세계의 도시, 세계의 공연장] 암스테르담 [No.153]

글 |이상훈 사진 |이상훈 2016-06-10 6,123

암스테르담의 세계 최고의 교향악단,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2008년 영국의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Gramophone)>에서 발표한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Top 20)는 제법 시간이 흘렀지만 음악계에서는 여전히 심심치 않게 인용되고 있다. 사실 순위라는 게 호사가뿐 아니라 해당 분야에 정통하지 못한 사람에게도 손쉽게 설명할 수 있으며 나름의 권위도 부여해 준다. 선정의 공정성만 보장된다면 분명 여러모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이다. 이 리스트에서는 관현악 음악에 관심이 크지 않다면 다소 생경할지 모르는 오케스트라의 이름을 마주하게 된다. 그것도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바로 오늘 이야기할 공연장의 상주 단체인 왕립 콘세르트헤바우 관현악단(네덜란드어: Koninklijk Concertgebouworkest,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인 로열 콘세르트헤바우(RCO)이다. (참고로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TOP 10의 순위를 언급하면 아래와 같다. 1.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2 베를린 필하모닉 3. 비엔나 필하모닉 4. 런던 심포니 5. 시카고 심포니 6.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7.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8. LA 필하모닉 9.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10.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오케스트라 음향을 최적화한 구조


콘세르트헤바우(Concertgebouw)는 네덜란드어로 ‘콘서트홀’을 뜻하며, 1988년에 네덜란드 여왕인 베아트릭스로부터 왕립 칭호를 하사받기 전까지는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 관현악단(Concertgebouworkest Amsterdam)이라는 명칭으로 불렸다. 최고의 오케스트라라는 영예를 안은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는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많지 않다면 익숙한 연주 단체가 아닐 수도 있다. 그리고 랭킹의 다른 순위와 달리 지역명을 유추하기도 쉽지 않다. 콘세르트헤바우는 네덜란드의 수도인 암스테르담 소재의 관현악단이며 공연장 이름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오케스트라 역사는 처음에는 열악한 환경에서 연주하다가 임대 형식으로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몇 차례 음향이 썩 만족스럽지 않은 장소에 머물다가, 이후 도시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로 자리매김하거나 시나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받게 되면서 전용 공간을 갖게 된다. 하지만 암스테르담의 경우는 순서가 반대였다. 처음부터 음향이 뛰어난 매력적인 홀을 갖춘 콘서트하우스가 건립이 되고 이에 상주할 오케스트라를 찾는 과정에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졌다. 1880년대 사업적으로 큰 성과를 거둔 6명의 상인들이 뜻을 모아 콘세르트헤바우를 지었다. 이듬해 콘서트하우스 건립을 위한 임시위원회가 꾸려지고 다음 해에 재단이 설립되었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네덜란드의 국토는 상당 부분 해수면보다 낮다. 바다와 면한 암스테르담은 더더욱 그러하다. 부지로 선정된 토지는 대부분 습기가 많고 질퍽했다. 2,000개가 넘는 말뚝을 땅에 박아 넣어야 했고 1885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설계는 건축가 아돌프 레오나르트 판 헨트가 디자인했는데 두 개의 규모를 달리한 홀과 정원 그리고 파빌리온까지 갖춘 공연장이 3년 가까운 공사 끝에 1888년 4월 11일 문을 열었다. 콘서트홀 무대는 독특하게 연주자들이 계단을 내려와서 입장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이는 1899년 콘세르트헤바우 무대의 기울기를 수정한 건축가 판 헨트의 결정이었다. 이는 관악기가 더 이상 현악기 음향을 압박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는데 이리하여 세계 최고의 음향을 자랑하는 콘서트홀의 최종 형태가 갖추어졌다.


이제 필요한 단계는 멋진 음악을 들려줄 좋은 연주자와 청중을 찾는 것이다. 물론 예술적 성취가 있는 지휘자까지. 콘서트홀이 개관하고 반 년 만에 56명의 연주자로 구성된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와 상임지휘자 빌럼 케스로 진용을 꾸린다. 이것이 최고의 오케스트라의 탄생을 알리는 시작이었다. 이후 빌럼 멩엘베르흐의 손을 거쳐 세계적인 앙상블로 발돋움한다. 짧은 기간에 이룩한 눈부신 성공이었다. 이후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리카르도 샤이, 마리 얀손스 그리고 2015-2016 시즌부터 상임 지휘를 맡은 현재의 다니엘레 가티까지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성장해 그 지위를 현재까지도 유지하고 있다.



예술의 원천, 자유롭고 성숙한 시민사회



공연장과 오케스트라의 이야기를 함께했는데 상주 단체와 공연장은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특히 콘세르트헤바우는 더욱 그러하다. 콘세르트헤바우는 공연장인 동시에 오케스트라이다. 콘세르트헤바우는 부채꼴 형태로 구성된 암스테르담의 남서쪽에 위치한 미술관 밀집 지구인 뮤지엄플라인(Museumplein) 한쪽에 위치해 있다.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반고흐 미술관,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에 인접해 있어 이곳을 찾은 사람이라면 콘세르트헤바우의 파사드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콘세르트헤바우 입구는 정면 좌측 편을 이용하게 되어있고 좌우 대칭인 파사드와 달리 좌측 편에는 파빌리온이 있어서 간단한 식음료를 공연 전후 즐길 수 있다. 객석 1,974석의 메인 홀 무대에 들어서면 2,726개의 파이프가 달린 마르스할케르베이르트 오르간이 설치되어 있는데 객석은 비엔나의 뮤직페라인, 베를린의 콘체르트하우스처럼 평면의 장방형으로 1층에 메인 객석 그리고 2층 테라스 형태의 객석이 무대를 바라보고 ‘ㄷ’자로 둘러싸여 있다. 특이한 점은 오케스트라가 배치되어 있는 무대이다. 대형 오르간을 중앙에 두고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계단 형태로 배치되어 있다. 마치 단을 이용해 합창단을 배열하는 방법과 같은 형태다. 이는 결과적으로 현악 파트와 목관 파트가 공연장 내부 공간에 고루 전달되게 하는 음향적인 특장점을 낳게 되었다. 지금은 타계한 마에스트로 쿠르트 마주어가 몇 해 전 콘세르트헤바우에서 연주를 마치고 커튼콜을 수차례 받았지만 노령의 지휘자가 무대 위 계단을 오르내릴 수 없어 힘들어하던 안타까운 모습이 기억난다. 우스갯소리지만 이 공연장의 유일한 흠을 찾으라면 이것뿐일지도 모르겠다.


수차례 콘세르트헤바우에서 연주를 만날 수 있었지만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011년 마리 얀손스 지휘, 다니엘 바렌보임이 협연했던 ‘리스트 협주곡 1,2번’이다. 당시 막시마 공주(현 빌럼 알렌산더르 국왕의 비)의 40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연주회로 유럽 각국의 로열 패밀리와 네덜란드 정치인이 함께 자리한 연주였기에 더욱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같은 해 라이프치히 말러 페스티벌에서 만난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단원들의 복장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연주복이 아닌 재킷과 정장을 제각기 입은 단원들이 국제 규모의 페스티벌 정규 무대에 선 것이다. 물론 연주는 호평을 받았고 이후 음반으로도 발매가 되었다.



흔히들 네덜란드 하면 풍차와 튤립을 떠올리지만 이 나라는 자유와 관용의 정신이 더욱 도드라지는 곳이다. 여전히 마리화나 같은 마약이 일부 허용되며 공창이라는 이름으로 매춘조차도 합법적인 나라이다. 이런 정신이 시민사회를 성숙케 하였고 렘브란트가 활약하던 17세기 황금시대를 열었다. 암스테르담이 유럽 문화의 중심지로 부상하기 전 유럽의 지식인들이 몰려든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이다. 19세기 말 콘세르트헤바우가 만들어진 것도 성공한 자유 시민계급의 손에 의해서였다.


암스테르담에서 반고흐 미술관을 찾고 렘브란트의 대작 야경을 만나는 것만큼이나 콘세르트헤바우에서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관현악단의 만남은 이 도시를 찾아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세계 최고의 음향을 가진 공연장에서 세계 최고의 교향악단을 만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3호 2016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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