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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No.73] 김진우 - ‘바람둥이’는 지금 내가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 (4)

글 |정세원 사진 |심주호 2009-10-22 6,691


 

눈을 감고 상상해보자. [풋루스]의 렌, [그리스]의 대니, [캣츠]의 럼텀터거, [올 슉 업]의 채드. 머릿속에 그려지는 어떤 선명한 이미지가 있다면 그것은 분명 반항아이거나 바람둥이일 것이다. 배우는 자신의 실제 성격과 상관없이 다른 사람의 인생을 연기한다지만, 앙상블로 출연한 뮤지컬 데뷔작 [댄서의 순정]을 제외한 자신의 모든 출연작에서 김진우는 반항아 혹은 바람둥이를 연기했다. 모든 것은 그 스스로 “처음 만난 사람들 중 내가 고생 안 하고 곱게 자랐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98퍼센트”라고 얘기하는, 그래서 덕분에 [댄서의 순정]에 캐스팅될 수 있었던 그의 외모 탓이다. 180센티미터가 넘는 훤칠한 키와 작고 뽀얀 미소년의 얼굴, 순수한 듯 섹시한 눈웃음, 다소 기름진 목소리는 김진우에게 바람둥이 전문 배우의 타이틀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잠깐이라도 그와 이야기를 나눠보면 무대 위 이미지라는 것이 얼마나 단편적인 것인지 알게 된다. 김진우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부모님과 떨어져 살면서 외로움을 알았고, 사춘기 시절부터 시작한 아르바이트로 세상과 돈의 무서움을 배웠다. 스무 살 시절 할머니의 죽음으로 자기 성찰을 시작한 그는 군대에서 보낸 2년여 동안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마음의 풍요를 얻었다. 그리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구체적으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자신의 두 번째 출연작 [풋루스]로 첫 주연의 영광을 안은 김진우가 기쁨보다는 불안함과 두려움을 먼저 느꼈던 것은 입시 준비용으로 배운 연기와 연극 한 편이 그의 연기 경력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생활고를 해결하고 스스로를 책임지며 살아온 그로서는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청하는 일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풋루스]의 조기 종영과 [그리스]와의 극적인 만남으로 욕심만 가득했던 그의 눈빛은 점차 맑아졌고, 무대 위에서 연기와 노래, 춤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배우면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갔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택한 무대에서 스스로 부끄럽지 않도록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았다. 잠들어 있는 5~6 시간 말고는 무조건 움직여야 한다는 그는 연기와 보컬 레슨, 영어 수업에 이어 피아노 레슨을 공연과 병행하고 있다(인터뷰를 진행하던 날에는 아침 5시부터 친목 야구 시합을 뛰었다).


주연의 기쁨을 100퍼센트 만끽할 수 없었던 연예인들과의 더블 캐스팅은 김진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SG워너비 출신의 채동하([풋루스]), 빅뱅의 대성([캣츠]), 그리고 손호영([올 슉 업])과 무대를 나눠가지면서 빨리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을 품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김진우는 “그분들 덕분에 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잘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무대에 서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고 아직 여물지 못한 상태라 혼자 무대를 책임지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에요”라며 웃었다. 주인공을 꿈꾸는 수많은 배우들 가운데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김진우이지만, 처음으로 도전한 영화 [비상]의 개봉이 늦어진 것에 대한 아쉬움은 감추지 못했다.


정 많고 사람 좋아하는 배우 김진우는 시간이 지나도 초심을 잃지 않고 사람 냄새 나는 배우가 되기를 꿈꾼다. [올 슉 업]을 하는 동안만큼은 최고의 바람둥이가 되고 싶다고 의지를 불태우다가도 “언젠가 제 본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사람들이 깜짝 놀라겠죠?” 하며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그가 바로 진짜 김진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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