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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ECIAL INTERVIEW] <에드거 앨런 포> 마이클 리·김동완 [No.152]

글 |나윤정·배경희 사진 |표기식 2016-05-26 8,407

완벽한 예술의 비애


비운의 천재 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 삶이 무대에 오른다. 포의 드라마틱한 삶을 강렬한 무대와 음악으로 표현한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이번 국내 초연에서 포 역에 동시에 이름을 올린 이는 마이클 리와 김동완이다. 2013년 <벽을 뚫는 남자>에서 함께 듀티율 역을 맡아 인연을 맺었던두 배우는 다시 한 번 같은 역으로 만나 같은 듯 다른 매력을 선사할 예정이다. 19세기를 풍미했던 작가 에드거 앨런 포, 마이클 리와 김동완이 그와 맞닿아 있는 접점은 무엇일까?




마이클 리  언제나 한 발 더 나아가서


오랜만에 다시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는 건 어땠어요? 무언가 새롭게 느낀 게 있어요?
제가 느끼기에 한국하고 미국의 공연 시스템은 닮은 면이 많아요. 아주 비슷하죠. 그래서  특별히 새로울 만한 점은 없었어요. 그런데 제게 익숙한 언어인 영어로 편하게 공연하면서, 한국에 있는 동안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실을 하나 알게 됐어요. 한국에서 활동하는 지난 3년 동안 저를 힘들게 했던 문제, 언어 장벽이 제 자신을 더 강한 배우로 만들어줬단 거요. 늘 발음에 신경 쓰고, 상대의 말을 주의 깊게 들으려고 했던 게 배우로서 절 성장하게 한 것 같아요.


<엘리전스>가 지난 2월에 막을 내렸으니까 거의 바로 다음 작품에 들어가는 셈이네요. 모처럼 뉴욕에 간 건데, 좀 더 휴식을 갖고 싶진 않았어요?
음, 뉴욕에서 더 시간을 보내고 싶진 않았어요. 부인과 아이들이 한국에 있었거든요. <에드거 앨런 포>를 시작하기 전에 다시 한국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저는 배우가 오래 쉬면 배우로서의 감이나 아우라를 잃는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기본적으로 일하는 걸 즐기는 타입이라, 두 달이면 충분한 휴식을 가졌다고 생각해요.


복귀작으로 선택한 <에드거 앨런 포>는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인데, 이 작품의 어떤 점에 끌렸나요?
우선 음악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영국 록 밴드)의 에릭 울프슨이 곡을 썼는데, 어려서부터 록에 팝적인 감성을 녹여내는 그의 음악 스타일을 좋아했어요. 자연히 작품에 마음이 갔죠. 또, 에드거 앨런 포는 미국에서 나고 자란 저에게 친숙한 인물이어서 이 캐릭터를 한국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임무를 맡고 싶단 생각도 있었어요. 포가 미국 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이다 보니 미국에선 자라면서 그의 작품 세계를 배우거든요. 저 역시 어렸을 때 포의 시와 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작품 중에선 단편『고자질하는 심장』을 제일 좋아해요. 인간의 죄책감을 다룬 심리 스릴러죠.


에드거 앨런 포는 고통과 불행으로 점철된 삶을 살다간 예술가로 알려져 있잖아요. 고아, 폭음, 정신착란증, 부인의 죽음 등 그의 굴곡진 인생을 설명하는 여러 가지 키워드 가운데 가장 먼저 마음에 들어왔던 건 뭐예요?
캐릭터를 만드는 데 힌트가 된 건, 포가 아주 어렸을 때 고아가 됐다는 점이에요. 아버지는 그가 두 살 때 가족을 버렸고, 어머니도 그 비슷한 시기에 폐결핵으로 죽었죠. 가장 사랑받아야 할 어린 시기에 사랑을 빼앗겨버린 셈인데, 사실 그는 인생 내내 그래요. 어른이 된 후에는 자신을 거둬준 양부모에게 버림받고, 사랑하는 연인들과의 로맨스도 불행했거든요. 포의 인생은 그 자신이 사랑하는, 그리고 그를 사랑해 줄 사람들을 계속 빼앗기는 과정의 연속인데, 이게 그의 작품 스타일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생각해요. 포가 왜 그렇게 인간의 어두운 면에 대한 작품을 썼을지 고민해 보면, 그의 무의식 속에 잠재된 슬픔과 두려움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하는 거죠. 사실 사랑이라는 게 모든 감정과 연결돼 있잖아요. 사랑을 이루려는 욕망, 사랑받지 못해 생기는 미움, 사랑을 잃는다는 두려움, 이런 것들이 포 작품의 바탕을 이루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포처럼 어둡고 우울한 예술가를 연기하는 건 어때요? 고통받는 예술가와 낭만적인 예술가, 둘 중 어느 쪽에 더 매력을 느끼는지 궁금해요.
아무래도 어두운 예술가 타입을 연기하는 게 더 와 닿아요. 제 자신을 감히 불운한 예술가라고 할 순 없겠지만, 무언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몸부림치는 경험에는 공감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그런 분투하는 경험들이 예술가를 더욱 성장하게 하는 것 같고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사랑이 삶에 영감을 준다면, 사랑의 상실은 영감 이상의 무엇을 주는 것 같아요. 삶의 진실은 고통 속에서 피어난다고 생각하죠.



포가 느꼈을 사랑의 상실을 상상하기 위해 당신 안에서 끄집어낸 기억이 있을까요?
정말 다행히도 아직까진 아주 가까운 사람을 잃는 경험을 해보진 않았어요. 부모님도 아직 살아계시고요. 하지만 포가 예술가로서 느꼈던 상실에 대해선 전적으로 공감할 수 있어요. 제가 하는 연기라는 일 역시 결코 닿을 수 없는 목표를 향해 계속 나아가는 것이거든요. 마치 끝이 없는 여정 같죠. 제가 포를 존경하는 부분은 자신이 사랑하는 예술을 향해 온몸을 던졌다는 점이에요. 그게 그를 결국 미치게 만들지만요. 비단 예술가뿐 아니라, 누구든 자기가 하는 한 가지 일에 지나치게 깊이 빠져버리면 결과적으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 같아요.


당신은 균형을 잃지 않고 나아갈 방법을 찾은 건가요?
네, 전 예술가도 어느 한쪽의 중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방법은 있고요. 제 경우엔 아름다운 아내와 두 명의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일에서 제 자신을 완전히 놓아버릴 수 없어요. 아빠로서의 역할, 남편으로서의 역할도 중요하니까요. 가족들은 늘 저라는 사람이 어느 정도 현실에 발 닿아 있게 해줘요. 저를 안정시켜 주는 소중한 존재죠.


포는 부인 버지니아가 죽은 뒤 그녀의 무덤을 배회하는 등 피폐한 생활을 이어갔다고 알려져 있어요. 포에게 버지니아는 어떤 의미였을 것 같아요?
포는 버지니아가 겨우 열다섯이라는 어린 나이에 그녀와 결혼했잖아요. 좀 복잡한 관계라고 할 수 있죠. 게다가 두 사람이 결혼할 당시에 버지니아가 매우 아팠는데도 포는 그녀와 결혼하길 원했어요. 아픈 버지니아와 결혼해 그녀를 돌보고 싶어 했죠. 자신이 부모에게 받지 못했던 사랑을 버지니아에게 주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해요. 버지니아를 잘 돌봐서 그녀의 병을 낫게 하면 자기 인생에 생긴 구멍을 메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녀를 사랑했던 게 아닐까 싶은 거죠.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버지니아를 잘 돌보기로 하고 그녀와 결혼했지만, 그런 마음 한편에 예술가로 인정받고 싶었던 욕망이 컸다는 거예요. 포는 최초로 전업 작가로 살겠다고 선언하고 나서 궁핍한 삶을 살았거든요. 어떻게 보면 자기 자존심을 지키려다 부인이 죽었기 때문에 그녀의 죽음은 포를 완전히 망가뜨리죠. 버지니아의 죽음은 그에게 예술가로서의 실패 또한 계속 떠오르게 했을 테니까요. 버지니아가 죽고 나서 이 남자가 얼마나 깊은 죄책감과 깊은 고통의 늪에 빠졌을지 상상할 수 있어요. 


이번 작품에선 누군가의 시기 대상이 되는 천재를 연기하는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당신을 반대의 위치에 올려놓았던 사건이나 사람이 있을까요?
질투나 시기심은 누구에게나 있는 감정이죠. 그런데 제 생각에 어떤 상대를 질투하는 마음은 결국 그 자신 안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질투심을 느낄 때, 흔히 내가 갖지 못한 것을 상대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사람이 뭔가를 더 가진 게 아니라 내가 뭔가 부족한 거거든요. 질투심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말이 좀 이상할지 모르지만, 전 누군가 부러운 마음이 들면 부족한 부분에 대해 돌아보는 편이에요.


포의 사망 원인은 아직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았어요. 심장병, 폭음, 뇌출혈, 쿠핑 등 여러 가지 추측이 있을 뿐이죠. 뮤지컬은 그의 죽음으로 부정 선거 운동에 휘말려 깡패들에게 구타당해 죽는 쿠핑을 택했는데, 쿠핑은 어떻게 보면 가장 허무한 죽음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왜 이런 마무리를 택했다고 생각해요?
사실 어떤 죽음으로 극을 마무리 짓는다 해도 크게 다른 결과를 만들어 냈을 것 같진 않아요. 다만, 저희 작품이 택한 포의 죽음은 말 그대로 사람들에게 맞아 죽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포와 그의 예술을 끊임없이 무시했던 사람들이 결국엔 그를 두들겨 부숴버렸다는 은유적인 표현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포는 예술가의 권리에 대해 끊임없이 투쟁했지만, 대중은 그를 무시했고, 그게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할 수 있는 거죠. 작품에 어울리는 괜찮은 엔딩이라고 생각해요.


끝으로 당신에게 지금껏 가장 큰 영향을 준 예술가는 누구예요?
역사적으로 천재적인 예술가는 정말 많지만, 제 개인적인 삶에 영향을 준 한 사람을 꼽자면 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이에요. 그가 언어와 음악을 하나로 결합하는 방식은 정말 천재적이죠. 운 좋게도 예전에 브로드웨이에서 손드하임 작품을 하면서 그를 곁에서 지켜볼 기회가 있었어요. 평소엔 우리랑 똑같이 말하고 얘기하는 좋은 사람인데, 머릿속에는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세계를 가진 사람이었죠. (웃음) 아, 그리고 모든 부모들이 이렇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제 아들은 제게 정말 큰 영감을 줘요. 첫째 아이가 생각하는 걸 보면 저와 다른 뇌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단 생각이 들곤 하죠. (웃음)





김동완  나를 이끄는 기운


얼마 전 히말라야 여행을 다녀왔다고 들었어요. 뭐가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히말라야에서 신을 느꼈어요. 말로 설명하긴 어려워요. 가보면 알 수 있을 거예요. 신이 있구나! 저는 여행 갈 때 항상 큰 자연이 있는 곳을 찾거든요. 자연에서 기운을 받는 여행이 대부분이에요. 저는 뮤지컬을 할 때나 작품을 할 때, 온전히 제 힘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무언가의 영향을 받고, 제가 그것의 매개체가 되었을 때, 연기가 잘돼요. 특히 히말라야는 신들이 모이는 곳이라 일컬어지잖아요. 사실 어떤 여행은 너무 지치고 힘들기도 해요. 그런데 히말라야는 정말 잘 갔다 온 것 같아요. 뭔가 느낌이 왔어요. 그분이 오신 거죠. (웃음)


히말라야는 어떤 계기로 가게 된 거예요?
늘 가고 싶었어요. 사실 어릴 때는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곳이니까 무섭단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요즘 자꾸 여러 가지 도전을 하다 보니, 도전에 중독되더라고요. 위험하니까 오히려 더 가고 싶었어요. <에드거 앨런 포>에 참여한 것도 같은 이유에요. 도전에 중독된 시기였거든요. 사실 처음에는 국내 초연인 데다 작품이 너무 어려워 보여서 못하겠다고 거절했어요. 그러다 도전이 좋아 여행도 가고 하다 보니, 나중에 생각이 바뀌었어요. 연예인으로서, 작품에 도전하는 것만큼 큰 도전이 없거든요. 그래서 결심했죠.


그동안의 출연작과 비교했을 때, <에드거 앨런 포>만의 매력은 뭐예요?
일단 작품이 어두워요. 다크한 매력? 노래도 아주 뮤지컬스럽지 않아요. 좀 더 팝스러워요. 무엇보다 큰 매력은 논픽션이라는 거예요. 포는 실존했던 위대한 예술가잖아요. 제가 원래 논픽션을 좋아해요. 픽션은 상상 속의 느낌이지만, 논픽션은 실존 인물과 제가 닿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사후 세계에서 그가 저한테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아요. ‘나는 이래서 이렇게 했어.’


포의 작품 중에 뭐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검은 고양이』. 포의 추리 소설을 보면, 범인을 미리 이야기한 다음에 스토리를 훑어 나가는 스타일이에요. 제가 느끼기엔 포는 당시의 문화 예술계 사람들과 다른 식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나는 달라! 문학계의 법칙들을 깨고 싶었던 아웃사이더였던 거죠.


동완 씨도 평소에 법칙을 깨고 싶어 하지 않나요?
저는 법칙을 깨고 싶어 하진 않아요. 대신, 지루하고 싶지 않아요. 지루한 방법이 반복되면 그걸 못 견뎌요. 예를 들면, 제가 동요를 계속 불러서 사람들이 좋아했어요. 그럼 보통 사람들은 동요가 팔리는 한 계속 부를 거예요. 그럴 때 저는 안 팔리는 거라도 다른 노래를 불러보고 싶어요. 이런 스타일이라 실패도 많이 했고, 운 좋게 성공도 많이 했죠.


포의 인생에서 가장 공감이 되는 부분과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너무나 위대한 예술가라 공감 가는 부분은 거의 없었어요. 대부분이 이해하기 어려웠던 장면이었죠. 특히 사촌 버지니아와 사랑에 빠졌던 건,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어요. 그 당시 미국에선 흔했던 일이지만요.


포는 버지니아의 죽음에 슬퍼하며, 『애너벨 리』라는 역작을 발표했는데, 이 작품을 토대로 추측해 본다면, 포의 삶에서 사랑은 어떤 의미를 지녔던 것 같아요?
주변에 예술가나 연예인, 혹은 운동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두 가지 경우가 있더라고요. 사랑이 자기 일에 균형을 잡아주는 경우가 있고, 오히려 사랑이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어요. 포는 사랑에 대해 긍정적이었던 것 같아요. 사랑이 예술의 매개체가 된 것 같고, 사랑을 했어야만 잘 살 수 있었죠. 우울하고 망상 가득한 영혼과는 상반되게, 사랑에 대한 정서만큼은 안정적이었던 거죠. 제가 부러워하는 스타일이에요. 사랑에서만큼은 좋은 성향을 지닌 예술가인 것 같아요.



포는 굉장히 비극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았잖아요. 최근 내 인생이 드라마틱하다고 느낀 순간이 있어요?
드라마틱하다 아니다를 말하려면, 제 인생을 관객의 시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 같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본인 삶이 지루하다고 생각하잖아요. 제 삶도 스스로 생각하기에 평범하거든요. <나 혼자 산다>를 처음 촬영할 때도, 내 인생이 재밌을까 싶었어요. 사실 전 다들 저처럼 사는 줄 알았거든요. 어차피 한 회만 출연하기로 했던 건데, 제 예상과 달리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아서 고정으로 출연하게 되었죠. 그런데 전 제 인생이 드라마틱한지 잘 모르겠어요. 별로 드라마틱하게 살고 싶지도 않거든요. 저 의외로 굉장히 평범해요.


포 역을 맡은 세 캐스트의 개성이 각자 달라요. 각기 어떤 차별화를 이룰까요?
마이클 형은 항상 스탠다드를 만들어가요. <벽을 뚫는 남자> 공연을 같이했을 때 그랬어요. 옆에서 보고, 노트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이번 작품에서도 마이클 형은 스탠다드한 극을 보여주실 것 같아요. 저도 마이클 형을 기본으로 준비할 것이기 때문에, 아마 형과 색깔이 비슷할 거예요. 반면 (최)재림 씨는 색깔이 확 다를 것 같아요. 좀 더 강한 캐릭터가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일단 좀 더 연습을 해봐야 알 것 같아요. 여러 사람이 출연하는 뮤지컬은 <벽을 뚫는 남자> 이후 처음이거든요. <벽을 뚫는 남자>는 여러 인물과 대등하게 대결하는 장면이 없었는데, 이번 작품은 계속 다른 캐릭터들과 불꽃을 튀기며 부딪쳐야 하거든요. 그 점이 기대가 돼요.


그리스월드는 포를 라이벌로 여기며 그를 파멸로 이끌잖아요. 그리스월드와의 관계는 어떻게 해석하나요?
그리스월드는 단순한 악인은 아니에요. 목사님이기도 했으니, 자기 믿음을 기준으로 포를 멸시한 거죠. 포를 미워한 건 아니에요. ‘나의 믿음으로 저 사람을 고쳐야 한다. 저 사람의 글은 악하다’ 이런 식으로 표현한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이런 라이벌이나 반대 세력들은 오히려 포에게 자극이 됐던 것 같아요. 저도 이럴 때가 있거든요. 고통이 항상 나쁜 건 아니니까!


연습을 시작하며 느끼게 된 실질적인 어려움은 뭐예요?
너무 감정에 휘둘리면 안 되겠다는 거요. 대본에 이런 대사가 있어 캡처를 해놨어요. “아무도 찾지 않는 광대에게 이제 그만 끝내라는 그 짧은 한마디가 들리네.” 연예인이라면 사실 한 번쯤은 느꼈을 감정이거든요. 이런 가사가 한두 개가 아니에요. 물론 제가 포 같은 예술가는 아니지만, 연예인로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이런 측면에서 너무 내 감정에 빠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캐릭터로서 작품에 동화돼야 하잖아요.


자신이 예술가란 생각을 해본 적은 없어요?
저는 진짜 예술가가 아니고 싶어요. 예술가들은 정말 예술가처럼 살았잖아요. 저는 직업 연예인이고 싶어요. 전문적으로 일하고, 끝나면 여행을 가고. 지금도 그렇게 살려고 훈련하고 있어요. 여행을 가야 확실히 놀 수 있거든요. 여행 가면 술을 입에도 안 대요. 먹을 필요가 없거든요. 정말 행복해서! 서울에 있으면 연예인이란 명목하에 너무 흥청망청 지내는 것 같거든요. 그게 너무 싫어서 자꾸 여행을 떠나는 거예요.


여행을 하면 무언가 기록을 남기고 싶잖아요. 포처럼 글을 쓰고 싶진 않나요?
저는 주로 영상으로 남겨요. 제가 글은 잘 못 써요. 페이스북에 뭔가를 끄적이긴 하는데, 글을 잘 쓰는 건 다른 차원같아요. 예전에 포토 에세이를 낸 적이 있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글 쓰는 훈련도 필요하고, 정말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음에는 페이스북에 올리던 제 생각들을 업로드하지 말고 모아서 책으로 만들고 싶어요. 한 오 년 뒤 정도. 글 쓰는 데 관심은 많은데, 글을 잘 쓰고 싶어서가 아니라 머릿속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거든요.


이번 공연 이후 계획은 뭐예요? 또 어디로 여행을 갈 거예요?
신화 앨범이 가을에 나올 거예요. 그리고 또 히말라야 에베레스트를 가려고요. 에베레스트 등정이 지금 제 꿈이에요. 사실 팬들은 위험하다고 싫어해요. 그래도 에베레스트에서 죽을 정도라면 한번 가봐야죠. 신이 오라는 건데.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2호 2016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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