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황새가 물어다준다?
뮤지컬 <스페셜 딜리버리>는 실수로 임신한 아이를 지우고픈 여고생과 늦기 전에 아이를 가지고픈 중년 여가수의 영혼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작품의 포스터를 담당한 디자이너 ‘지우’는 이 기상천외한 판타지를 효과적으로 압축하기 위해 여러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영혼이 바뀌는 두 인물을 대비되는 색감이나 이미지로 표현해 볼까, 아님 제목을 탯줄 모양의 캘리그라피로 표현해 볼까, 이것저것 고민하면서 다양한 시안이 나왔어요.” 결국 제작사와의 논의 끝에 선정된 티저 포스터는 작품의 주요 소재인 황새, 아기, 달을 이미지화한 버전. “제작사로부터 <스페셜 딜리버리>라는 제목이 황새가 아기를 물어다준다는 서양 민담에서 착안한 거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뮤지컬에서는 ‘도라도라’와 ‘도란스’라는 캐릭터가 황새 역할을 대신하는데, 포스터는 이런 컨셉을 더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셈이죠. 달밤을 배경으로 한 건 붉은 달이 떠오른 밤에 영혼이 바뀐다는 극 중 설정 때문이에요. 하지만 작품의 분위기를 고려해 밤이라도 어둡지 않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색을 사용했어요.” 이 과정에서 티저 포스터의 중요한 모티프가 된 것이 영화 <버드맨>의 아트 포스터다. 세계 각국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이 시리즈 포스터는 역시 달과 새, 도시의 밤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줬다. 메인 포스터는 티저 포스터보다 역동적이고 유쾌한 분위기를 추구했다. 디자이너가 카툰 모음집 『The Great Woman Superheroes』를 참고해 그린 두 주인공의 실루엣은 만화 속 히어로처럼 당찬 모습을 뽐낸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9호 2016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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